기업이 살아남는 방법 (1)
기업이 살아남는 방법 (1)
내란이 일어났다고 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상황이 나빠질 줄은 몰랐다. 그러나 주석이 발표한 내용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중국이 일본과 인도를 공격했다고 하자 상황이 급속도로 바뀌었다.
예전 전쟁은 총과 칼을 들고 싸워 이기면 됐지만, 현재의 전쟁은 경제를 무너트려야 했다.
이미 미국은 중국주식 시장의 모든 매물을 대거로 내놓고 있었다. 그로 인해 주식시장이 휘청거렸고 주변국도 미국을 따라 매물을 내놓자 중국의 주가는 한없이 내려갔다.
“빨리 팔아. 모두 다 매각해.”
“팔 수가 없습니다. 이미 매물이 수천조 가까이 쌓였습니다.”
중국에 투자한 모든 기업은 망연자실해지고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할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내려간 주가가 저렴하다며 구매하는 자들이 더 많았다. 그로 인해 주가가 일시에 오르자 기대 심리가 높아지며 주식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전 세계 투자가들은 중국을 집중적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중국이 얼마나 잘 무너지는지에 따라 전쟁이 끝나고 큰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전쟁이 나도 망할 사람은 망하고 흥 할 사람은 흥 한다. 부자들은 지금껏 그렇게 살아남았으니까.
전쟁이 일어나도 중국이 망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부자들은 금과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을 닥치는 대로 사 모으고 있었다. 그래서 보석값이 급속도로 올라갔다.
신장 지역과 티베트 지역의 중국인들은 이미 독립군들이 군대를 장악하고 전투를 벌이고 있었기에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직은 독립군이 민간인을 학살하지는 않았으나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인구가 많은 만큼 타국으로 망명하려는 자들도 상당히 많았다.
제일 가까운 몽골과 러시아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해 망명 신청을 하거나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으로 망명 신청을 하기 위해 떠나는 자들이 도로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도 망명 국 중의 하나였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도가 많아졌기에 가진 자들일수록 안전한 나라를 찾았다.
“아버지는 어떻게 이런 사태가 일어날 줄 알고 계셨던 거지?”
“발이 넓으시니까. 어디선가 정보를 얻으셨겠지.”
“아버지가 중국 공장을 판다고 할 때 오빠가 얼마나 말렸어. 그런데 정말 팔길 잘했네. 역시 오빠는 아버지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네.”
“이게 정말. 빨리 안 꺼져?”
'곧 나에게 삼별 전자를 주게 될 거야. 오빠. 난 이 정보를 누구에게 받았는지 알고 있거든.'
이수연 사장은 삼별 전자 사장실에서 밖으로 나왔다.
'그 건방진 놈 실력이 이렇게 대단했단 말이야? 기술력이야 그렇다 쳐도 정보력까지 이렇게 밀리다니. 그때 아버지가 왜 지오 그룹과 잘 지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아. 그래도 내가 회장이 되려면 그놈과 잘 지내야 해. 오빠는 너무 그릇이 작아.'
이성은 그놈과 친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감성은 절대 그놈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무시라고는 당해본 적이 없었는데 10살이나 어린놈이 자신을 너무 막 대했다. 그리고 처음 만난 날만 생각하면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건방진 자식.'
그래도 여러 차례 연락을 넣어 식사나 하자고 제의했으나 정인과 통화는커녕 그의 비서인 이지영에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래도 오늘은 꼭 만나야 했다.
아버지가 그놈을 호텔로 끌고 들어가 그놈의 애를 가져오면 회장직을 물려주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정인에게 받은 공중 부양 자동차를 빌려주셨다.
그 차를 타고 섬에 건설된 연구소로 이동해 대기실로 만들어진 카페에서 몇 시간 동안 망부석처럼 마음에도 없는 그놈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 기다려 본 적이 없던 그녀는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놈이 나타났다.
“잘 지내셨어요?”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나오긴 했습니다만 저 정말 바쁘거든요. 용건만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건방진 자식. 나도 너 같은 놈 보고 싶지 않았거든. 이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정인의 얼굴이 달라졌다.
그것도 그냥 달라진 게 아니라 정말 멋있어졌다. 몸이 오글거릴 정도로. 자세히 보니 얼굴에서 빛이 난다.
'원래 저렇게 멋있었나? 아니지 분명히 성형수술 했을 거야. 그래도 너무 멋있게 바뀌었는데?'
“알고 있어요. 식사나 하면서 이야기···.”
“혹시 어르신께서 나랑 잠이라도 자면 회장직 물려준다고 하시던가요?”
“네?”
“농담입니다. 관심은 없으시겠지만, 저 결혼할 여자가 있습니다. 요즘 너무 바빠서 아직 청혼을 못 했지만요. 바쁜 게 좀 사라지면 전 무조건 그 여자와 결혼할 겁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여자가 참 부럽네요.”
'헉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렇죠. 본인도 제가 청혼할 거란 건 모를 테니까요. 그나저나 왜 찾아오신 거죠?”
“여전히 예의가 없으시네요. 제 살아생전 몇 시간 동안 누군가를 기다려본 적이 없어요. 그걸 오늘 했는데 그만큼의 값어치는 해주셔야죠.”
“그럼 먼 곳까지 오셨으니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그럼 제가 잘 알고 있는···.”
“제가 너무 바빠서 섬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우리 연구소 식당이 알아주는 미식가도 울고 갈 정도로 맛있으니 그곳에서 가볍게 드시죠.”
너무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랴. 오빠를 제치고 회장이 되려면 그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식당으로 들어서자 자유로운 분위기에 직원들이 식사하거나 음료수를 마시며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일어서서 대표에게 인사를 하는 직원은 없었다. 그게 신기했던지 이수연이 물었다.
“원래 직원에게 인기가 없나 보죠?”
“지금 저들은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수직이 아니라 수평 계급이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이곳에서 대우받는 일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수연은 당연히 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저들에게 대우받는 것은 과학자로서의 존경이었다. 난 그 이야기 해주지는 않았다.
“식사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이수연은 엿 먹어 보란 듯이 만들기 어려운 요리를 골라 주문했다.
“이곳에서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자신하고 데려오셨으니 인도네시아 요리 중에 렌당이라는 요리를 시켜보죠.”
“그거 맛있습니까?”
“먹을만해요.”
“한국 최고의 재벌이 먹는 음식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저도 같은 거로 먹을게요.”
“저 입이 까다로우니 재료 선정을 잘해야 할 겁니다.”
“이곳에 모든 직원은 미식가입니다.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니 이수연 사장님도 마음에 드실 겁니다.”
“그래야 할 거예요. 만약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가 원하는 곳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한다고 약속해 주세요.”
“그러도록 하죠. 음식 주문할게.”
그 말이 끝나자 식탁이 화면으로 바뀌며 메뉴판이 나왔다.
“인도네시아 요리 렌당 두 개 부탁해.”
“인도네시아 렌당 요리가 주문되었습니다. 요리에 대한 설명을 들으시겠습니까?”
“설명해줘.”
[인도네시아 음식인 랜당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1위로 CNN에서 선정하였습니다.
음식의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코코넛 밀크(한국)
레몬그라스(한국)
생강(한국)
마늘(한국)
고추(한국)
다양한 향신료(한국)
커리와 같이 오래 끓여야 더욱 풍미로운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설명이 참 자세히 나오네요.”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이 어디서 유래된 음식이고 어떤 재료가 들어가며 어떻게 먹는 건지 등을 알려주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여기 한국이란 것은 뭐죠?”
“한국에서 재배된다는 말입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코코넛이나 향신료 같은 것이 한국에서 재배된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요?”
“그건 우리 회사 농장에서 재배하고 있습니다.”
“농장도 운영하시나요?”
“재벌들은 모두 본인이 먹을 농장을 운영하지 않나요?”
“농장을 운영해도 코코아 같은 열대작물 같은 식자재는 키우진 않아요. 육지에서 키우시는 건가요? 그런 농장이 있다는 소릴 못 들어 봤는데요?”
“이 식자재는 모두 섬에서 재배해 소진하고 있습니다. 농장을 연구용으로 만들었는데 그곳에서 재배되는 농산물들이 너무 맛있어 판매하자는 연구원들이 많아 섬에만 보급해 자급자족하고 있습니다.
드셔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신선하고 맛있거든요. 작물에 따라 하루에 두 번 수확해서 필요한 양만큼 보급받기에 맛이 더 좋습니다.”
“필요한 양만큼 당일 보급 받는다고요?”
'아~! 그렇지 공중 부양 자동차를 만든 기업이니 당일 배송은 전혀 문제없겠네.'
“네. 아직 양이 부족해 외부 판매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작물들은 이곳 연구소와 독도, 이어도에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공급됩니다.”
“보면 볼수록 놀라운 기술력을 가지셨네요.”
“삼별이 관심 가지지 않은 부분이기에 놀랍게 보이시는 겁니다. 삼별도 이런 쪽에 우리만큼 관심을 가지고 투자했다면 이것보다 더 뛰어난 기술을 얻으셨을 겁니다.”
몇 가지 더 질문하려 했으나 때마침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음식을 사람이 가져온 것이 아니었다. 쟁반이 공중으로 날라와 식탁 위에 놓였다. 그 모습을 이수연은 이채롭게 보고 있었다.
'만든 제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기 위해 이곳을 실험장으로 사용하나 봐. 그래서 직원들이 이곳에서 업무를 보는 건가?'
“드셔 보세요. 요리사가 상당히 요리를 잘하거든요.”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음식 재료가 입에서 조화를 이루며 오감을 자극했다.
“정말 맛있네요.”
이수연은 음식 맛에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최고급 음식점과 최고 요리사의 요리를 먹어보았으나 맛있다고 말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거 보십시오. 제가 맛있을 거라고 했잖습니까?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직원들이 퇴근을 안 합니다. 심지어 모든 업무를 식당에서 보는지라 아예 테이블을 자동 시스템으로 모두 바꿨을 정도입니다.”
“맛있다고 했던 말이 이제 이해가 되네요. 이 정도 맛이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겠어요.”
“직원은 회사의 힘이니 잘 먹여야죠.”
식사가 끝나고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도 정말 맛있네요. 커피도 이곳에서 재배한 건가요?”
“네. 커피 소비량이 단연 1순위이니 열심히 키우고 있습니다.”
“나중에 시간 되면 그 농장도 좀 구경시켜 주실 수 있나요?”
“그러시죠. 우리 농장을 보시고 마음에 들어 구매하실지 모르는 미래 고객님이니 당연히 보여드려야죠. 원하신다면 바다가 아닌 육지에 건설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비용은 바다보다 육지가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자 식사도 끝났으니 본격적인 대화를 해보도록 하죠.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이곳에 왜 오신 거죠?”
“언제나처럼 무례하고 건방지시네요.”
말은 똑같이 하고 있으나 이전과는 어투가 달라졌다. 좀 더 부드럽게 말하고 도발적이며 매력적이라고 할까? 그러면서도 카리스마가 있고 저급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정인 씨의 아이를 가지면 회장직을 물려주겠다고 하시더군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큰 걸 바라시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이 무슨 조선 시대도 아니고 정략결혼이라니.”
“이수연 사장님이 삼별을 가지면 어르신보다 더 잘 운영하실 거로 생각하시나요?”
“못 할 것도 없죠. 제가 오빠보다 모든 면에서 앞설 거라 자신해요.”
“그렇게 자신만만하신 분께서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러 오셨다고요?”
“정인 씨에게 동맹을 제의하고 싶어요.”
“동맹 좋습니다. 그럼 대가를 주시겠다는 말씀이신데 저에게 무엇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저 어떠세요?”
“농담은 됐습니다.”
“용기 내서 이야기 한 건데 거절하시니 무안하네요. 역시 나이가 많아서 거절하신 거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전 결혼할 여자가 있습니다.”
“그럼 무엇을 가지고 싶으신데요?”
“이전에 말씀드린 것에 변한 내용은 없습니다. 삼별 전자를 주십시오.”
“그게 알짜배긴데 그걸 드리면 전 뭘 먹고 살아요.”
“그럼 제가 삼별 그룹에서 딱히 탐나는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 보니 AK 하이테크에서 새로운 형태의 CPU와 SSD가 개발됐더군요. 알고 계셨습니까?”
“알고 있어요. 놀라운 것을 만들었더군요.”
“우리 회사로 인해 다른 기업들이 자극을 받아 이렇게 혁신적인 제품들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AK 메모리와 계약도 했고요. 그런데 삼별 기업에서 제가 드린 메모리 제작법을 가지고 아직도 끙끙대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원래 삼별 전자에서 그것을 만들면 제가 구매해서 사용하려고 했는데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실력도 없는 삼별과 손을 잡아야 할지 의문입니다. 그것도 제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삼별하고 말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치욕은 처음이다. 누가 감히 삼별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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