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를 거는 기업들 (1)
시비를 거는 기업들 (1)
“도대체 우리가 뭐가 모자라서 중소기업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들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 거죠? 겨우 이게 삼별 기업 연구진의 힘인가요?”
“죄송합니다. 저희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력? 노력이라고 하셨나요? 이게 노력한 모습이에요?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말이냐고요?”
“죄송합니다.”
“중소기업보다 뭐하나 나은 게 없잖아요? 이번 주 내로 뭔가 성과가 없으면 단단히 각오하셔야 할 거예요.”
“예 알겠습니다.”
아침부터 김석현 최고 수석 연구원은 상사에게 깨지고 돌아왔다.
'제기랄 년. 연구에 연자도 모르는 것이 어디서 툭 튀어 들어와 이래라 저래라야? 회장 딸이라도 되나? 젠장. 어디서 저런 것이 들어와서는. 내가 안 만들고 싶어서 안 만드는 거냐고.
그럼 우리도 창의력이 샘솟게 팬시 연구소처럼 보너스로 수억씩 주던가? 아니면 최고급 장비를 사주든가 해야지. 그런 것도 안 해주고 꼴랑 1억 조금 넘게 주면서 아주 줄기차게 시켜먹네. 이번 기회에 팬시 연구소로 옮겨버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팬시 연구소 평균 나잇대가 26.3세였기에 43살인 김석현이 찾아간다고 해서 합격할 자신이 없었다. 친구 중에서도 몇 명이 찾아갔지만, 면접에서 떨어졌다.
이곳에서 일하다 팬시로 옮기려는 직원도 있었으나 그들도 채용 된 이가 없었다. 불합격 이유를 창의력 부족이라고 말해 줬지만, 면접에서 떨어진 이들은 이 불합격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김석현이 소리쳤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놀고 있는 거야? 왜 일하는 사람들이 없어?”
“저희 모두 일하고 있는데요?”
“일하고 있으면 결과물이 나와야지. 결과물이. 결과물이 없는 게 어디 일하는 거야? 노는 거지? 일주일 안에 결과물을 못 내면 모두 단단히 각오해. 모두 경위서와 감봉 처리로 끝나지 않을 거야. 알았어?”
“예.”
모두 힘이 없이 대답했다.
“더 힘차게 얘기 못 해?”
“예~!”
같은 시각
“팬시 연구소에 보낸 연구원들은 어떻게 됐나요?”
“합격하기도 힘든 데다가 모두 2일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 쪽에서 보낸 연구원들만 골라서 잘라 내더군요.”
“그 정도는 고려했잖아요?”
“그런데 우리뿐 아니라 RG 기업과 타 기업에서도 줄기차게 사람을 집어넣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 안 그렇겠어요. 팬시 연구소에서 만들어내는 아이디어 상품들 판매량을 따라갈 수가 없는데요. 거기다 개발되는 상품들 주기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요. 팬시 연구소를 통째로 인수·합병할 방법은 없나요?”
“상장 기업도 아닌 데다가 팬시 연구소는 인수·합병 한 지오 전자와는 별개의 법인이라 그쪽에서 판매하지 않는 이상 안타깝게도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를 부르면 그들이 연구소를 팔까요?”
“글쎄요?” 시총 300억짜리 지오 전자를 헐값에 구매해서 3년 동안 3조 8천억을 만든 회사입니다. 한국 기업이라면 그만큼 주지 않아도 상관없겠지만 미국 기업이라 최소 10배는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합니다. 심지어 팬시 연구소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겠냔 이야기도 나올 정도입니다.”
“그 정도로 대단한가요?”
“제품들이 창의적이다 못해 획기적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의 대기업을 의식해서인지 해외 판매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한국 구매자들 원성이 자자합니다.”
“왜 한국에는 물건을 안 파는 거죠?”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대통령하고 무슨 협약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데 지오 전자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제품은 한국인을 고용해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있지만, 판매는 해외로만 하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는 꼭 잘 짜 맞춰진 시나리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다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비정규직 없이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해 대기업만큼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외화벌이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잡고 있다는 말입니다. 정치적으로도 잘 맞아 떨어지고 있거든요.”
“그럼 대통령 측근이 만든 회사이거나 미국 회사를 이용한 정치적인 도구일 수도 있겠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이미 많은 제품을 개발해 놓은 곳을 물색해 놓고 대통이 되고 난 후 정치적 이슈를 만들면서 잘 써먹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팬시 연구소에서 직접 만든 물건을 국방부가 구매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몇 명만 아는 극비 사항입니다.”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
“정상적이라면 당연히 말이 안 되죠. 하지만 대통령이 밀어준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니까 대통령이 기업을 운영하면서 재계와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해외로만 물건을 판다는 말이군요. 정치적 이슈는 만들면서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해커 고용 건은 어떻게 됐어요?”
“한국에서 난다 긴다는 해커들을 고용해 해킹을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모두 혀를 내두르고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유명한 해커도 고용해봤으나 방화벽을 뚫을 수 없다더군요.”
“그렇군요. 다른 방법은 없나요?”
“안타깝지만 직접 들어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10배라. 38조가 들어가는군요.”
“그것도 최소로 잡은 금액입니다.”
“그렇단 말이죠? 최대한 빨리 그쪽 대표와 만남을 주선해 주세요. 어떤 사람인지 직접 보고 싶네요.”
“예. 알겠습니다.”
“이 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오빠들을 밟고 올라갈 수가 없어요.”
“잘 알고 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들과 접촉하세요. 팬시 연구소에 다니는 연구원들을 우리 쪽에 영입해 보시고요.”
“그건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회사에서 고지도 없이 갑자기 보너스를 주는데 심할 경우 한 달에 2회 이상 각 1억씩 준다고 합니다.”
“네? 그게 말이 돼요?”
“복지도 뛰어나지만, 상식을 벗어난 행동으로 유명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지오 전자에서 일하는 생산직 전 직원에게 급여일도 아닌데 100만 원씩 입금해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업 운영을 하는군요. 알았어요. 어쨌든 만남을 주선해 주세요. 대신 제가 비서 역할을 할게요. 만남은 김 이사님이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한편 RG 전자에서도 지오 전자가 눈엣가시였다.
“왜 조그만 회사 하나를 무너트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장님”
“말이 중소기업이지 빈틈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중견 기업으로···.”
RG 전자 사장 최천태는 앞에 있는 재떨이를 김인식 상무에게 던졌다. 김인식 상무가 그 모습을 보고 가까스로 피했으나 오른쪽 볼이 찢어져 피가 흘러내렸다.
“피해?”
본인보다 20살은 어려 보이는 새파라게 젊은 놈에게 반말과 학대를 받고 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수단과 방법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야.”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천태 사장은 일어나 골프채를 집었다.
“꼬박꼬박 말대꾸하지?”
'빌어먹을 놈. 대답 안 하면 안 한다고 지랄하고 대답하면 한다고 지랄하고. 진짜 못 해 먹겠네.'
그만두겠다는 소리가 목구멍을 넘어 바로 입 앞에까지 나왔으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강제로 눌러 다시 집어넣었다.
이곳에서 나간다면 기분이야 좋겠지만, 대기업의 자금줄을 이용해 줄기차게 따라다니며 괴롭힐 게 분명했다.
심지어 죽일지도 몰랐다. 나도 그런 일을 많이 해봤으니까 잘 안다.
살아남으려면 저 골프채에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이곳에서 해결해야 했다.
몇십 분간 구타가 이어지고 최천태 사장은 골프채를 바닥에 던졌다. 김인식 상무는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애써 눌러 일어나 소파에 앉았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할 거야?”
“납치라도 하겠습니다.”
“이제 좀 말이 되는군. 그들의 모든 비밀을 알아와.”
“네 알겠습니다.”
대화가 끝나자 김인식 상무는 초인적인 힘으로 사장실에서 걸어 나와 문을 닫자마자 쓰러졌다.
며칠 뒤.
“삼별 기업 전략 연구소 김종수 이사님이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김종수 이사와 인사를 나눴다.
그 뒤에 이수연 사장이 서 있었지만 나는 간단한 목인사 후 모른 척했다. 삼별 직원들도 이수연이 회장 딸이란 것을 모르고 있을 정도로 극비였다.
“어쩐 일로 대기업의 임직원분이 이 작은 중소기업까지 오셨는지 궁금해지는군요.”
“중소기업이라니요? 한국에 들어오신 지 3년밖에 안 됐는데 이미 중견 기업으로 자리 잡으시지 않습니까? 본인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도 대표로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제 경영관에 이의를 제기하러 오신 거라면 충고 잘 들었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것은 아닌데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좀 더 나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젊으신 분이 대표직을 맡고 계셔 상당히 놀라서 본의 아니게 드린 말씀입니다.”
“그게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차이죠. 아인슈타인을 미친 회사원으로 만들 건지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로 만들 건지는 국가와 기업이 선택해야 할 문제이니까요. 당연히 실력 있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기업도 살고 국가도 사는 법입니다.”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이런 이야기나 하자고 먼 길 찾아오시지는 않으셨을 테고 용건을 말씀해주시지요. 제가 좀 바빠서요.”
김종수 이사는 팬시 연구소 대표가 상당히 무례하다고 생각했지만, 오랫동안 기업에서 일해온 자 답게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귀사와 전략적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전략적 파트너라고 하시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지오 전자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을 삼별 이름으로 판매해 드리겠습니다. 또한, 설비 라인이 부족할 경우 무제한으로 설비 시설을 빌려 드리겠습니다.”
“결국, 그쪽만 좋자고 하는 일이군요.”
“그럴 리가요. 지금까지 많은 중소기업과 전략적 파트너를 제휴했고 그들은 우리로 인해 큰돈을 벌었습니다.”
“그 많은 파트너 중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기업들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기업들이죠?”
김종수 이사는 바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본인의 실책을 깨닫고 이야기했다.
“그들이 경영을 잘하지 못해 문 닫은 것까지 우리에게 책임을 넘기는 것은 과한 생각입니다.”
“그 말이 맞는군요. 하지만 저는 삼별 전자와 전략적 파트너를 원하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방금 말씀하신 그 이유 때문입니다. 굳이 그게 아니라도 삼별 전자와 제휴해 우리가 얻을 이득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지 않을 겁니다. 지금 삼별이라는 브랜드 파워는 전 세계적으로 체리 사와 비슷합니다. 귀사는 이런 브랜드 파워에 업혀 가는 것이기에 무시할 수 없는 힘을 얻으시는 겁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파트너로 같이 가면 안 되겠군요. 이 조그만 기업에서 가져갈 것이 전혀 없을 테니까요. 우리는 귀사 명예에 흠이 되는 일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꽤 당돌하시군요.”
뒤에 서 있던 삼별 기업 전략 연구소 이수연 사장이 말했다.
“이제야 삼별 기업 전략 연구소 사장님이 말씀하고 싶으신가 보군요.”
이수연은 깜짝 놀랐다.
“알고 있었군요?”
“사장님까지 오신 것을 보면 우리 회사가 정말 탐나긴 하셨나 보네요.”
“알고 있었냐고 물어봤는데 왜 답변을 안 하는 거죠? 나를 무시하는 건가요?”
“그 질문 웃긴 것 같지 않나요? 아니면 실력이 없는데 아버지 배경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가셨나?”
“상당히 무례하군요”
수연이의 얼굴을 분노로 붉어졌다.
삼별 기업에서 여자라고 오빠와 동생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있었다. 아버지도 절대 회장 자리는 여자에게 주지 못한다고 미리 못 박으셨다.
그래서 더욱더 노력하고 노력했다. 그러나 겨우 이 자리였다. 본인보다 노력하지 않은 오빠나 동생은 더 좋은 계열사를 물려받았는데 말이다.
“좋습니다. 공과 사도 구분하지 못하는 철부지 아가씨로 인해 흐름이 깨져서는 안 되니 제가 먼저 말씀드리죠. 삼별 전자를 750조에 사드리겠습니다. 지금 시가 총액에서 1.5배를 더쳐드리는 겁니다. 잘 나갈 때 팔아라. 장사의 기본이죠. 반대로 팬시 연구소를 구매하신다면 200조에 팔겠습니다.”
이제 황당하다 못해 당황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장난하시는 건가요?”
“지금 이게 장난으로 보이시나요?”
나의 강한 눈빛을 본 수연은 움찔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모든 분들이 추천을 눌러주시는 그날까지
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