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 세계로 (4)
한국을 떠나 세계로 (4)
남미에서 아프리카로 넘어가기 전 아르헨티나에 들렀다. 지오 건설이 만들어 놓은 도시를 보기 위해서다.
남미 곳곳을 돌면서 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도시에 관한 소문을 많이 들었던 탓도 있다.
도착해보니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미 도시가 생각보다 멋지게 완공되어 많은 사람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와! 자기 없는데도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했네.”
“그렇다니까. 내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나저나 생각보다 잘 만들었네. 내가 없으면 막히는 부분이 있을 줄 알았는데?”
“당신의 실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직원들이 애들만 양 당신에게 매달려 일하는 스타일들은 아니잖아. 스스로 알아서 해결했겠지. 우리 직원들이 일을 대충 하지도 않고.”
“당연히 그랬겠지? 이런 건 위에서 봐야 하는데. 한번 볼까?”
나는 태블릿 PC를 위성에 연결했다.
“위에서 보니 더 멋있네. 독도와 이어도에 이어 한국이 만든 세 번째 랜드마크 이 도시로 유명해지겠어. 우리 국민도 좋아하겠지?”
“독도와 이어도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도 조사에서 거의 만점을 받았잖아? 그러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곳도 좋아할 거야. 이곳도 독도와 이어도처럼 모든 게 다 있잖아.”
“그렇긴 하지.”
도시를 유심히 지켜보던 지영이가 말했다.
“이 도시 원래 산업 도시로 만든 거 아니었어?”
“맞아.”
“그런데 가게에서 판매하는 것들을 보니 관광 도시 같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아무리 봐도 산업 도시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데? 잘 봐. 독도나 이어도 같이 관광 도시 같잖아?”
“황무지에 최신식 도시가 생겼으니 신기해서 구경 오는 거겠지.”
“이 도시 원래 한국인을 위해 만든 거 아니었어?”
“그랬지.”
“근데 이상해. 한국인은 하나도 안 보여. 지금 자세히 보니 가게 주인들이 모두 중국인 같아 보여.”
“그렇긴 하네. 이주 준비 중인가? 그렇다고 쳐도 주인도 없는 도시에 중국인과 현지인이 이렇게 많다는 게 이상하긴 하네.”
[이 도시는 현재 삼합회에 점령당했습니다]
“뭐?”
“왜? 무슨 일이야?”
“아냐. 갑자기 배가 아파서.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저기 보이는 카페에 앉아 있어 좀 오래 걸릴 것 같아.”
“알았어. 빨리 다녀와.”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화장실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나타나 돈을 내라고 했다.
'분명 한국식으로 만든 무료 화장실일 텐데 돈을 받네?'
우선 돈을 주고 화장실로 들어가 누가 있는지 살펴보고 루퍼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정확하게 말해봐.”
“도시가 완공되기 직전 한 무리의 삼합회가 쳐들어와 어느 나라냐고 물었고 한국이라고 하자 돌아갔습니다.
그 후 그들이 다시 찾아와 금품을 요구했습니다. 지오 건설팀은 당연히 그 제안을 거절했고 건물이 완공된 것을 확인한 삼합회들이 지오 건설 관계자를 피습했습니다.”
“그럼 우리 직원이 죽은 거야?”
“위험했던 자는 있지만, 사망자는 없습니다. 첫 번째 피습이 있고 나서 바로 미론을 보내 직원 모두를 보호했거든요.”
“그건 잘했네. 피습당한 직원에게 위로금은 지급했어?”
“치료비 일체와 1년 휴가, 3억 원의 위로금을 지급했습니다.”
“금액이 너무 적은 것 같은데? 위로금으로 10억 더 보내고 1년 후에 후유증이 있으면 1년 더 쉬게 하도록 해. 다치지 않은 나머지 직원들에게도 한 달 휴가와 1억씩 휴가비를 지급해.
어차피 삼합회의 돈으로 보내주는 거니 아끼지 말고.”
“알겠습니다.”
“사건은 어떻게 마무리됐어?”
“당시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관은 워낙 갑작스럽게 나타나 피습하고 사라진 관계로 범인을 잡기 힘들다고 말하더군요.
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의심스러워 따로 조사를 해보니 관련 경찰이 삼합회에 뇌물을 받고 피습 사건을 은폐, 조작했습니다.”
“근데 왜 보고 안 했어?”
“워낙 즐겁게 지내시는 것 같아 방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 직원이 다친 일인데 이런 건 바로 말해줬어야지?”
“다음부터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그 경찰은 어떻게 했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알게 해 줘야지?”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남미 모든 지역과 멕시코는 부정부패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로 인해 상부에 이 일을 고발한다고 해도 일 처리가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입니다.
또한 정확하게 따지면 삼합회가 이곳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고 아르헨티나 정부가 삼합회를 이용해 한국인들을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입니다.”
“뭐? 왜?”
“아르헨티나 정부 관료들을 감시한 결과 이 도시가 완공되는 모습을 보고 이곳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지 국가 소유로 만들자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 도시는 자체적으로 발전소와 수력 시설을 가지고 있고 농지와 산업 단지도 구분되어 있어 독립적인 도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기에 마음에 들어 한 것 같습니다.”
“하긴 이 도시는 원래 우주 도시를 만들기 위한 표본이니까. 그들이 봤을 때 새롭긴 하겠지.”
“좀 더 깊이 알아보니 그 이야기를 처음 꺼낸 관료들은 현지 마피아의 사주를 받았더군요. 그러니 정확하게 따지면 이 도시는 현지 마피아가 마음에 들어 뺏으려는 것입니다.”
“그럼, 저기 돌아다니는 자들이 모두 현지 마피아야?”
“아직은 아닙니다. 현지 마피아가 나름 머리를 써서 중국 삼합회를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용한다고? 어떻게?”
“중국 전쟁으로 중국 내 많은 삼합회가 피난민에 섞여 해외로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그중 일부가 아르헨티나에 들어왔고 이미 아르헨티나에서 자리 잡고 있던 삼합회와 합쳐지면서 세를 키웠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지 마피아가 그들을 곱게 볼 리 없었고 그들을 공격해 잦은 충돌이 일어났지만, 인해전술로 현지 마피아가 밀리자 다른 방법을 택했습니다.
똥개도 자기 구역에서는 한 수 먹고 들어간다고 현지 마피아는 관료에게 뇌물을 먹이고 공권력으로 삼합회를 쫓아내려 했는데 대화 도중 우리가 만든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끌게 된 것입니다.
“이건 뭐 소설도 아니고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네. 계속해봐.”
“아르헨티나 정부가 워낙 높은 관심이 있었기에 도대체 어떤 곳인가 확인차 보러 왔고 이곳을 본 현지 마피아 보스는 그때부터 이 도시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현지 마피아는 삼합회도 쫓아내고 이 도시도 갖기 위해 작전을 변경했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이 도시에 한국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야 했는데 그 악역을 삼합회에 맡긴 겁니다. 삼합회도 인구가 워낙 많기에 이 도시가 마음에 들었고 바로 미끼를 문 것이죠.
그 모습을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켜보면서 이곳을 계속 방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 한국이 이곳을 포기한다고 전해오면 그때 삼합회를 소탕하고 이곳에 자국민을 살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때 청탁받은 관료가 고액의 뇌물을 준 현지 마피아에게 이 도시 정화 작업을 맡겨 현지 마피아들에게 넘겨줍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이곳은 현지 마피아의 소유가 되는 것이죠.”
“이 도시를 갖기 위해 치밀하게도 준비했네. 그럼 그들의 소원대로 해줘야겠지.”
“어떤 작전을 진행할까요?”
“마피아들이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해킹해 그 마피아의 적인 다른 마피아에게 송금했다 삼합회의 통장으로 입금해. 꼭 삼합회가 그들을 분탕질시키고 돈을 가로챈 것처럼.
처음에는 마피아들끼리 전쟁이 나겠지만, 나중에 정확한 이유를 알게 되면 그 마피아들은 모두 삼합회를 공격하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들 거야.
그때 그들은 이 도시를 보게 될 거고 이곳에 관해 알아보기 시작하겠지. 그때 이 도시에 발전소와 수력 시설, 농지 시설, 산업 시설이 모두 포함된 천혜의 요새라고 소문을 퍼트려.
이곳의 농지 시설을 이용해 대량의 대마 재배와 양귀비 재배가 가능하다고 말이야. 그럼 아르헨티나 정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마피아가 이곳으로 몰려들 거야.”
“정말 좋은 아이디어이십니다.”
“그들의 욕심으로 인해 얼마나 큰 문제가 생기는지 교훈을 줘야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지.”
나는 잠시 생각하다 미카에게 말했다.
“미카. 태평양 깊은 바닷속에 천만 명쯤 살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줘.”
“바닷속에요?”
“아르헨티나 정부가 손을 들면 우리가 해결해 준다고 하고 마피아들을 납치해 바닷속 감옥에 가둬 버릴 거야.
너무 잘 만들지 않아도 돼. 그들이 사용하는 오·폐수를 이용해 농사지을 수 있게만 해주면 되니까. 아 또 필요한 것이 있네. 농작물이 잘 자라도록 낮과 밤만 만들어 주면 돼.
그래도 힘센 놈들이 약한 놈들을 노예처럼 부릴 테니 공간을 여러 단계로 나눠 인성 별로 분리할 수 있게 해줘. 그러려면 아무래도 건축물의 형태를 원형으로 하는 것이 좋을 거야. 이건 공식적인 명령이 아니니 네가 직접 만들어야 해.”
“흥미진진 하네용. 맡겨만 주세용. 제가 잘할 수 있어용.”
'저건 또 언제 배운 거야? 하여튼 말하는 투로 보면 10대 여학생들 같다니까.'
“그런데 왜 한국 정부가 이 상황을 나서서 해결하지 않는 거지?”
“중국과의 전쟁 준비로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없다고 다 건설한 최첨단 도시를 이런 식으로 놀리면 안 되지?”
“한국 정부가 바쁜 이유는 또 있습니다.”
“뭔데?”
“며칠 후 상장하는 팬시 연구소와 지오 그룹의 지분권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것에 신경 쓴다고 정작 돌봐야 할 것을 팽개쳐 버리다니.”
“안타까운 일이죠.”
“미친 것들. 지금은 한국의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인데.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나. 한국 정부가 팬시 연구소와 지오 그룹을 구매하기 위해 얼마를 준비한 거야?”
“4대 공적 연금의 3개월 지급분을 빼고 거의 다 소진하다시피 사용할 예정입니다.”
“그럼 연금을 받는 자들은 3개월 이후부터 연금을 못 받는 거야?”
“아닙니다. 나머지 9개월은 4대 공적 연금의 납부금으로 돌려막게 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버텨 지오 그룹에서 주는 배당금을 받고 투자금을 회수한다고 결정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 정부 채권을 대량으로 발급하고 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6개월 만에 그 돈을 모았다니 대단하긴 하네. 아무리 그래도 상장 금액이 2천조가 넘는데도 그걸 사겠다고 저러고 있단 말이야?”
모든 사건이 터지기 전.
그러니까 미국과 일본, 중국에 원자력 발전소가 터지기 바로 직전 한국 주식 시장 총액이 2,315조였다.
지금은 여러 사건으로 인해 한국의 주식시장은 하염없이 떨어져 IMF 때보다도 더 저조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주식을 사겠다고 정부는 모든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상하네? 그들이 서류를 꼼꼼히 살펴봤다면 우리 주식을 사려고 그렇게 노력할 이유가 없는데 말이야.”
“제가 장난을 좀 쳤거든요.”
“뭐? 어떻게?”
“핵심 기술을 가진 제품들은 수입한다는 내용을 교묘하게 꼬아 적어 놨습니다. 그것도 다른 수입 자원과 함께 섞어서 말입니다. 아마 대충 훑어서 보면 그 뜻이 모호하게 보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그 서류를 확인하는 자들이 수입 자원에 관련된 부분을 볼 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선을 흩으려 대충 넘어가게 했습니다.”
“잘했어. 그렇게 잘나가던 기업들을 상장할 때는 뭔가 의심을 해야 하는데 바로 앞에 보이는 이득에 눈이 멀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그들의 잘못이겠지.
SOL 금융투자회사에서는 언제부터 우리 회사 주식을 매입할 거야?”
“우리 회사 주식이 바닥을 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금씩 매집할 생각입니다.”
“그래. 끝까지 감시 잘하고 뭔가 새로운 내용이 있으면 바로 알려줘.”
“알겠습니다.”
혹시 일반인이 구매해 피해 보는 것을 막기 위해 1주당 가격을 2천만 원대로 정했다.
일반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가격이었으나 정부는 욕심에 눈이 멀어 1주라도 더 구매하기 위해 이 부분을 모르는 척 용인해줬다.
나는 화장실에서 나와 지영이에게로 갔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미안. 요즘 한식을 먹지 않아서 그런지 변비가 생겼나 봐.”
“안 되겠다. 그럼 오늘은 한식으로 먹자.”
“그러자.”
스마트폰을 통해 괜찮은 한식 식당을 찾아보니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나가야 했다.
“아. 한식 먹으려면 비행기 타야겠네.”
“그러지 말고 우리가 직접 사서 해 먹으면 되잖아.”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우리 아프리카로 넘어가려면 어차피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야 해. 그러니 그곳에서 제대로 먹자.”
“알았어. 그럼 그러자.”
우리는 식사를 하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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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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