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 세계로 (3)
한국을 떠나 세계로 (3)
“뭐? 정인 대표가 납치됐다고?”
“그렇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 식사하고 경호원과 이동 중 갑작스럽게 나타난 검은 밴에 납치돼 사라졌다고 합니다.”
“어허. 정인 대표를 지키던 경호원들은 국방부에서 보내준 최고 전사들 아닌가? 대통령 경호원보다 더 뛰어난 자들로 추려서 보낸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 소식을 접하자마자 우리 정보원들이 미국으로 가고 있고 미국에 협조 공문을 보냈습니다. 정보원들이 도착하자마자 백방으로 찾을 테니 조만간 누가 납치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혹시 미국에서 납치한 것은 아닐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기에 그쪽도 같이 조사하라 지시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이 한 행동들을 보면 국익에 이득이 된다고 판단했을 때 힘으로 밀어붙이는 성향이 아예 없지는 않았으니까요.”
“정말 그렇다면 문제가 커지겠는걸?”
“그렇습니다. 어쩌면 미국과 전면전을 진행해야 할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정인 대표가 만든 과학력은 이 세상을 제패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니까요.”
“정인 대표에게 받은 무기가 대단한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미국과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지 않나?”
“국방부에서 분석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과 대등한 전투를 벌일 수 있다고 합니다. 단, 미국과의 전쟁에서 탄도 미사일에 한국 본토를 지키려면 정인 대표가 마지막에 보여준 방어 시스템이 꼭 필요합니다.”
“아. 그게 있었지.”
“어쨌든 지금 당장은 고려할 사항이 아닙니다. 우선 정인 대표의 행적을 찾는 것이 급선무니까요.”
“만약 미국이 납치한 거라면 왜 하필 자국에서 납치했을까? 바로 의심받을 수 있을 텐데?”
“그만큼 급했다는 말이겠죠. 한국에서는 많은 경호원이 24시간 내내 물샐틈없이 보호했고 정인 대표는 거의 모든 시간을 연구소에서 보냈으니까요.
거기다 지오 전자에서 만든 무인 공중 부양 자동차를 타고 다니기에 납치 기회가 아예 없었을 겁니다.”
“그도 그렇겠군. 정인 대표가 어디 싸돌아다니는 성격은 아니니까.”
“한 가지 정보가 더 있습니다.”
“뭔가?”
“지오 그룹 전체와 팬시 연구소를 주식 시장에 상장한다고 문의하였답니다.”
“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벌떡 일어났다.
“정인 대표가 없는데 어떻게 상장을 한단 말인가?”
“저희도 그게 이상합니다. 지금까지 그들이 보여준 정보력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고 정확했습니다.
그런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곳에서 정인 대표가 사라진 것을 당연히 알고 있을 텐데 정인 대표가 사라지자마자 회사 전체를 상장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우연치고는 너무 절묘합니다.”
“그럼 그 본사라는 곳에서 정인 대표를 납치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여러 가지 정황을 놓고 보면 본사라는 곳도 의심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곳도 용의 선상에 두고 있습니다.”
“본사에서 그럴 만한 이유가 딱히 없지 않나?”
“이건 우리가 생각한 가상 시나리오인데 미국에 있는 본사가 미국 정부의 압력을 받고 한국 정부에 무기를 팔지 말라고 전달했음에도 정인 대표가 독단적으로 무기를 팔았다면 충분히 이런 상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어. 미국은 본인들이 만들지 못한 무기가 나오는 것을 꺼릴 테니까.”
“가질 수 없다면 없애버리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은 정인 대표가 미국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정인 대표를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합니다.”
“곤란한 일이군. 지오 그룹과 팬시 연구소의 분위기는 어떤가?”
“회사 전체가 평온한 것을 보면 아직 대표가 사라진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그들은 정인 대표가 실제 대표인 것도 모르고 있을 테니까.”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씀 드리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으시겠지만, 이 상황이 우리에게 더 이득일 수도 있습니다.”
“어째서?”
“기획재정부 장관님께서 말씀하시길 지오 그룹과 팬시 연구소가 상장할 때 그 회사를 정부에서 구매할 수도 있지 않겠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모두 구매할 수 없더라도 팬시 연구소의 주식은 무조건 매입해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제가 찾아온 것도 이 부분 때문입니다. 정인 대표가 없어도 팬시 연구소가 잘 돌아갈지 확인하라고 하셨거든요.”
“글쎄? 정인 대표가 없어도 기존에 개발해 놓은 제품들의 설계도를 모두 가지고 있다면 딱히 문제는 없을 것도 같은데?”
“그렇다면 누가 그 자리에 앉아야 할까요?”
“어려운 선택이야. 과학의 이해도도 풍부해야 하고 사업에 재능도 뛰어나야 하니 말이야.”
“정부가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한다면 팬시 연구소 대표는 바뀌게 될 겁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연구 관리자로 누구를 앉혀야 하는지 입니다.”
“그건 고민을 좀 해봐야 할 문제야. 중요한 건 그 누가 됐든 정인 대표가 운영한 것처럼 할 수 있을지 모르겠거든. 그만큼 정인 대표의 역량은 대단했으니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은 답이 없는 고민에 빠져 버렸다.
멕시코로 온 지 사흘이 지났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처음에는 두려움에 떨던 지영이도 도시를 이동해 안전하다고 생각하자 이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배낭여행자들처럼 행동했다.
현지 시장에서 로컬 음식도 먹고 쇼핑도 하면서.
“재미있어?”
“응. 정말 재밌어. 그런데 자기는 언제 스페인어를 배운 거야? 너무 현지인처럼 말해서 현지인들도 놀라잖아?”
“나야 워낙 똑똑하니까. 게다가 편견도 없고.”
“에이. 괜히 물어봤어. 또 지 자랑이네.”
“자랑이 아니고. 스페인어 배운지 이제 이틀밖에 안 됐거든.”
“뭐 이틀밖에 안 됐다고? 그런데 그렇게 잘한다고?”
“이봐. 이봐. 도대체 회사를 어떻게 다닌 거야? 비서 실장이나 돼서 회사에서 뭘 파는지도 모르고 있잖아?”
“회사에서 파는 물건이랑 스페인어랑 무슨 상관이야.”
“잘 들으세요. 아가씨. 우리 회사에서 판매하는 언어 습득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언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뇌에 각인시켜 주거든요.
잘 때 착용하고 주무시면 간단한 일상 언어 정도는 바로 습득할 수 있다고요.”
“정말 그런 게 있었어? 그럼 나에게도 알려 줬어야지.”
“우리 회사 직원이 맞긴 한 건지 정말 의심스럽네.”
“치. 정말 이러기야?”
그 말을 하면서 지영이가 주먹을 얼굴에 대고 불끈 쥐었다.
“이곳엔 보는 눈이 많답니다. 폭력은 사양하겠습니다. 매 맞는 남편으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거든요. 게다가 제 사회적 지휘와 체면도 생각해 줘야지요.”
“뭐 어때. 이곳 사람들을 계속 볼 것도 아닌데?”
“당신이 나를 때리면 많은 사람이 기억할 거고 우리는 바로 노출되는 거야.”
“설마. 한 대 때렸다고 그렇게까지 될까? 한번 실험해 볼~까?”
“워~ 워~ 참아주세요. 여왕님.”
“그나저나 우리 이렇게 다녀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
“괜찮아. 괜찮아. 이 시간을 즐기라고. 자 다음은 어디로 갈까? 멕시코에서 보고 싶은 곳 없어?”
“왜 없어.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도 가보고 싶고, 고대 문명 치첸이트사도 가보고 싶고, 캉쿤도 가보고 싶고, 그러고 보니 가고 싶은 곳이 정말 많네.”
“차라리 투어 여행을 하는 게 낮겠다.”
“그래야겠는데?”
[정인님 한국에서 보낸 정보원들이 멕시코로 들어왔습니다. 이미 2차 납치범들까지 모두 파악한 상태입니다]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네.'
“우리 칠레부터 올라오면서 돌까? 아무래도 미국과 멕시코에서 우리를 찾고 있을 것 같거든. 남미만 다 돌아도 최소 6개월은 넘게 걸리니까 그동안 미국과 멕시코에서 우리 찾는 건 끝날 거야. 그때 멕시코는 다시 구경하자”
“뭐 어딜 먼저 보든 상관없잖아? 그래도 마추픽추랑 나스카 지상화랑 우유니 사막이랑 이과수 폭포랑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꼭 봐야겠어.
아~! 참. 티티카카 호수와 갈라파고스 제도, 이스터섬도 꼭 가보고 싶어.”
“그럼 남쪽으로 내려가서 빙하부터 보자.”
“정인. 난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 안 써도 돼. 이 상황을 즐긴다고 생각할게.”
“이해해 줘서 고마워. 칠레에 가서 와인이나 한잔 마시자. 너 와인 좋아하잖아?”
“와인 좋지. 와인 생산국에서 제대로 먹어보고 싶었어.”
“6개월 후에 멕시코 구경하고 아프리카로 넘어가자. 초원에 뛰어다니는 동물 보러.”
“좋아 그러자.”
결정하자마자 그날 바로 비행기를 타고 칠레로 넘어갔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렀다.
“정인 대표의 여권을 찾았답니다.”
“어디서?”
“로스앤젤레스 슬럼가에 버려진 건물입니다.”
“정인 대표도 찾았나?”
“안타깝게도 정인 대표는 찾지 못했습니다.”
“납치한 자들은 누군가?”
“동네 건달들을 모아서 만든 이름도 없는 작은 조직입니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한국 최고 군인들을 따돌리고 정인 대표를 납치할 수 있었던 거지?”
“아무래도 누군가 도와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뒤쫓아 가던 차량 모두 저격 총에 펑크가 나 더는 쫓아가지 못했다고 했거든요.”
“그럼 납치범들은 폐기용으로 선택된 자들이겠군.”
“그렇습니다. 건물 곳곳에서 발견된 총알 자국과 불에 탄 시체에 난 총상으로 볼 때 납치범들을 죽이고 정인 대표를 데려간 것 같습니다. 지금 그들을 쫓아 우리 정보원 중 일부가 멕시코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마피아들이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아닌가?”
“맞습니다. 혹시 정인 대표가 결혼한 것은 알고 계셨습니까?”
“정인 대표가 결혼했나?”
“모르고 계셨군요.”
“그런데 이 상황에서 그런 얘기는 왜 하는 건가?”
“그의 부인도 같이 납치됐거든요.”
“그의 부인도? 그럼 납치범이 한국에도 있다는 말인가?”
“정인 대표가 납치될 당시 같이 있던 비서 실장이 그의 부인입니다.”
“비서 실장이 부인이라고?”
“그렇습니다. 처음 이 사건을 조사할 때 같이 있던 비서 실장이 혹시 사주를 받고 정인 대표를 유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조사하다 알게 된 정보입니다.”
“안 좋은 상황이군.”
“그렇습니다. 만약 납치범들이 정인 대표의 부인을 이용해 정보를 캐내려 한다면 큰일입니다.”
“부인을 죽이더라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데 젊은 혈기에 일을 그릇 칠 수도 있겠어.”
“지금 현재 정인 대표와 그의 부인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어째서?”
“정인 대표의 여권이 발견된 곳에서 그의 부인의 여권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인 대표가 흔들리기 전에 최대한 빨리 찾아야겠네.”
“그래서 미국으로 정보원들을 좀 더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군인 출신으로 추적술이 뛰어난 자들만 골라서 말입니다.”
“지오 그룹의 주식 상장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금감원에 이야기해 1순위로 진행하라고 전달했습니다.”
“그럼 1년 안에 상장되겠군.”
“우리는 6개월을 보고 있습니다. 그 안에 상장시킬 예정입니다.”
“그렇게 빨리?”
“그 6개월도 우리 쪽에서 자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간입니다. 주당 얼마로 상장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상장시켜야 소문나지 않고 주식을 최대한 많이 보유할 수 있거든요.
해외에서 알아보십시오. 지오 그룹의 주식을 사기 위해 엄청난 자금이 한국 시장으로 몰려들 겁니다. 이럴 때 해외 언론이 차단됐다는 것이 이렇게 다행일 수 없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한없이 떨어지고 있는 주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군.”
“우선 중요한 것은 중국과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데 지오 건설 측에서 방어 시스템 구축은 지금 당장 힘들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이유로?”
“그 부분에 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지만, 아마도 정인 대표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기 배송에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무기를 모두 인수하면 특수부대부터 배치해 최소 3개월 최대 6개월 안에 중국으로 진군할 겁니다.”
“국경선에 진을 치고 있는 중국인들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현재 정치권의 최대 쟁점 아닌가?”
“그 부분이 아무래도 큰 위협이 될 수 있기에 아직도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치르고 있습니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해결책이 마련되겠죠.”
“정인 대표가 말했던 화산을 터트리는 방법은 어떤가?”
“위험 부담이 너무 큽니다. 터트린 후에 대책도 없고요.”
“그래도 가능성이 있으니 정인 대표가 말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그날 화산에 방어벽이 막혀 있는 것도 보았잖은가?”
“이미 지오 건설에 문의 해봤는데 지오 건설은 우리가 보았던 방어벽에 관한 내용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 우리가 본 화산의 방어벽은 누가 만든 것이란 말인가?”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혹시나 해서 대통령님의 공중 부양 무인 자동차를 타고 직접 찾아가 봤는데 우리가 위성으로 봤던 형태 그대로 방어벽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어딘가에 그것을 설치한 팀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한국 국경 너머이니 중국과의 분쟁을 우려해 비밀리에 진행한 것이 아닐까?”
“저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닙니다.”
“건설사 중에 화산을 막을 수 있는 업체는 없나?”
“건설 업계에 공문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모두 불가였습니다.”
“그럼 그 방어벽을 설치한 업계를 꼭 찾아야겠군.”
“저는 방어벽 설치를 로봇들을 이용해 설치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어. 태평양에 로봇 시험장이 있다고 했으니. 그리고 함경도에 건설을 모두 로봇이 하지 않았나?”
“기존 건설 업체에서 안전성이 의심된다며 항의가 심해 로봇 건설 공법을 보류시키지 않았습니까? 그 후로는 지오 건설도 자재 나르는 데만 사용하지 건설 자체에는 로봇을 이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로봇 공법으로 건설을 하고 있지 않나?”
“그렇긴 합니다.”
“이런 놀라운 공법을 배울 생각은 하지 않고 질투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군. 한심해. 어쨌든 정인 대표가 있었다면 쉽게 해결됐을 문제를 이리 고민하고 있다니 답답하군그래.”
그 말을 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마음에는 정인의 가치가 더 크게 다가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6개월이 지났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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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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