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 (1)
침입 (1)
“아 정말 모르겠네”
실험하던 것들을 그대로 두고 밖으로 나왔다.
실험하던 것이 안 풀릴 때면 농사를 지으며 머리를 식히곤 했다. 억지로 붙잡고 있어 봐야 시간만 낭비할 뿐이니까.
이곳에 오고 1년이 지나자 음식이 떨어졌고 그때부터 음식을 구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11살짜리 꼬마가 이 산속에서 음식을 구할 방법은 많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굶다 이대로 버티면 죽겠다 싶어 밤에 마을로 내려갔다. 다행히 가을이라 밭에는 먹을 것들이 많았고 가방에 과일과 채소를 훔쳐 왔다.
그렇게 쌓아둔 과일과 채소를 겨우내 먹으려고 집에 보관했는데 집에 냉장고가 없다 보니 며칠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모두 썩어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썩어가는 채소를 밖에 버렸는데 그 채소가 다시 자라는 것을 보고 가져온 모든 채소를 밖에 심자 시들하던 잎이 파릇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추위가 심해지면 밖에 심어 놓은 식물이 살 수 없었고 모두 얼어버려 캐기도 힘들었기에 집안에 밭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거실에 흙을 퍼다 날랐고 일주일에 걸쳐 거실 전체에 50cm 정도의 흙을 퍼 나를 수 있었다.
그곳에 감자와 고구마, 무 같은 뿌리 식물을 심으려 했는데 농사 관련 책자에 거름이 없으면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화장실에 거름통도 여러 개 만들어 놨다.
거름은 내 배변과 집 주위에 널려 있던 풀들을 뜯어서 섞었고 뚜껑을 덮어 한 달씩 썩혔다.
농사를 제대로 지으려면 집안 온도를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온도로 유지해야 한다는 글을 보고 산에 올라가 나무도 많이 해 놓았다.
거실 밭에서 캐 먹은 자리에는 바로 거름을 섞어 감자나 고구마를 심었고 그런 식으로 무사히 12살을 넘겼다.
그다음 해에는 저장이라는 것을 배웠다.
밖에 농지를 만들어 여름내 농사지은 것들을 땅을 파 만든 굴에 저장해 13살을 넘긴 것이다.
그렇게 나의 농사 기술은 꾸준히 올라갔다.
그동안 아버지가 주신 USB 메모리에 들어있는 정보들을 익히는데 1년이란 시간을 소비했다. 모든 정보를 익히면서 아버지가 하시던 연구를 계속 이어 진행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 인터넷이 개발되고 보급되자 인터넷을 통해 음식뿐 아니라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한동안은 그렇게 잘 먹고 살았다. 공인 인증서와 개인 인증이 생기기 전까지는.
한국이란 나라에서 미성년자가 인터넷으로 쇼핑을 한다는 것은 몹시 어렵고 힘든 일이 돼버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물건을 구매했는데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녔다. 배송 기간도 길었고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제품도 많았다.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이것도 인증 절차가 생긴 것이다.
그때부터 해킹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해킹을 통해 공인 인증서와 개인 인증을 우회 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에서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 후 처음보다는 조금 더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됐지만, 며칠에 한 번씩 패턴이 바뀌는 공인 인증서를 분석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이 꼭 해야 하는 작업이었기에 나는 자동 우회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 아버지가 주신 돈을 모두 사용했다.
성인이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나는 먹고살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지만, 내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도박 사이트.
그것을 보자마자 도박 사이트를 열었다.
처음에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 가상의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이 돈을 쓸까? 라고 의문을 가졌으나, 사이트를 열고 몇 개월간 벌어들인 수익이 3억이 넘었다.
3억이면 몇 년 동안 연구비와 식비를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혹시 몰라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접속하는 모든 IP를 감시했는데 사이버 경찰청에서 우리 사이트를 감시하기 시작한 것을 알게 되자 바로 사이트를 폐쇄했다.
서버는 해외에 있었고 감시를 하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모든 로그 기록을 지웠다.
그것도 못 믿어 하드 디스크의 펌웨어를 조작해 헤드를 무리하게 회전시키며 움직이게 해 정보를 입력하는 플래터에 흠집을 내 고장 냈다.
이런 작업으로 내가 잡힐 확률은 0.01%도 되지 않았지만, 컴퓨터에 관련된 일에는 완벽이란 것이 없었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내가 도박으로 번 돈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금 세탁을 해 나의 가상 통장에 입금했고 또다시 한동안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되는 날 내 계좌에 있다는 돈을 사용하기 위해 스위스 은행에 연락했지만, 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위스에 있는 본사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돈 찾기를 포기했다.
아직 조직에서 나를 찾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내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는 위험을 자초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알게 된다면 나는 꼼짝없이 그들에게 잡혀 죽을지도 모른다는 강박감이 나를 압박했다. 그래서 아직 스위스로 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아버지와 헤어진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나는 15살이 되던 5년 전 지금까지 진행한 연구의 방향이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몇 개월을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찾아보았다.
원소는 화학적 방법으로 더 간단한 순물질로 분리할 수 없는 물질인데 아버지는 복잡한 장비 없이 이 원소의 양성자와 중성자, 원자핵, 전자를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시고 연구하셨다.
아버지의 실험 내용을 보면 원소에 관련된 몇 가지 실험에 성공하신 것 같다.
만약 이 방법이 성공하게 된다면 원소를 변형하여 금을 만들거나 다이아몬드 같은 특정 물질들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여러 가지 기기들을 이용해 강한 압력과 열, 기압으로 탄소의 배열을 바꿔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발견됐지만, 아버지가 가설을 세울 당시에는 이런 기술이 없었다. 말 그대로 이미 물 건너간 가설이 돼버린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었다.
“아버지는 살아 계실까? 해킹만으로는 아버지가 살아계신는지 전혀 모르겠어. 그러지 말고 한번 찾아가 볼까? 아냐 그들이 날 기억한다면 나도 꼼짝없이 그놈들에게 잡힐지도 몰라”
혹시 몰라 인터넷을 통해 체력 단련과 육체 훈련을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조폭들을 상대로 싸워서 이길 것 같지 않았기에 그곳에 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 나도 판타지 세계에 마법사처럼 주문으로 원소를 모아 물건들을 만들면 좋겠네. 얼마나 편리해?”
요즘 들어 심심할 때마다 문피아라는 사이트에서 읽고 있는 소설이 생각났다.
그 순간 갑자기 머리에 번개를 맞은 것처럼 엄청난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기. 아직 연구해보지 않은 힘이 있었어. 기라는 것이 있는 건 확실하지만 실체가 없잖아. 기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물건을 움직이거나 변형할 수 있다고 했어.”
실험실로 뛰어 들어가 인터넷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기라는 것은 호흡법만으로 체내에 쌓인다고 되어 있었다.
나는 인터넷을 통해 기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를 찾아 전화하기 시작했다.
상대에게 전화번호는 보이지만, 나를 추적할 수 없는 번호였다.
기를 알려준다는 많은 사람 중의 하나가 나의 호기심을 깨웠다.
“여보세요?”
“누구시죠?”
“기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저에게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전화를 한 상대는 당돌하게도 인사나 본인이 누군지 밝히지 않고 다짜고짜 질문부터 했다.
그는 전화를 끊을까 하다가 기에 관해 바르게 알려주자는 생각으로 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들어보니 기라는 것이 꼭 암흑 에너지와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암흑 에너지를 인간의 몸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위험 부담을 느꼈지만, 기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싶어 통화하고 있는 정진기에게 찾아가 보기로 했다.
“저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에게 기라는 것을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신가요?”
“기라는 것은 하루 이틀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마음가짐과 기 체험, 기 체조 같은 것이라면 오늘이라도 느끼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기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니 제가 그리로 찾아가겠습니다.”
그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정진기는 기에 관해 물어보고 자신의 의견은 무시한 채 무작정 찾아오겠다는 나를 황당하게 생각했지만, 기 수련을 통해 언제나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이런 일로 흔들리진 않았다.
며칠 동안 이곳을 비우기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산으로 올라갔다.
내가 사는 집에서 마을로 내려가려면 약 5Km 정도를 걸어가야 했지만, 그 길을 이용하지 않고 산을 넘어 다녔다.
집을 짓기 위해 만들었던 길은 너무 사용하지 않아 길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잡초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택배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로 산 너머 다른 빈집 주소로 주문해 놓고 시간에 맞춰 산을 넘어가 가져 왔다.
처음에는 상당히 힘들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왕복 50Km가 넘는 길을 15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이동할 수 있었기에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산악 마라톤에 나갔으면 아마 1등 했을 것이다.
그렇게 산을 넘어 택시를 여러 번 갈아타고 정진기라는 기 전문가를 만나러 이동했다.
어렵게 이동하여 만난 정진기는 지금까지 인터넷상으로 보았던 사람들과는 달리 왠지 모르게 머리에 후광이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신지?”
“안녕하세요. 전화 드렸던 사람입니다. 인터넷을 보고 기라는 것이 너무 궁금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저에게 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정진기가 나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
내가 경계할만한 그런 눈빛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 몰라 도망갈 준비를 했다.
'나를 아는 사람인가? 왜 저렇게 쳐다보는 거지?'
“몸이 참 좋으시군요”
“운동을 열심히 하는 편이라 체력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 중에 이렇게 기가 충만한 분은 처음입니다.”
“네? 제가 기가 충만하다고요?”
“그렇습니다. 잠시 자리에 앉아보시겠습니까?”
그가 말한 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는 내 등 뒤로 이동해 나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나는 여차하면 도망갈 준비를 하고는 그가 하는 행동을 최대한 느끼려 노력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알 수 없는 기운이 나를 압박했다.
입에서 자연스럽게 헉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온몸에 무언가가 질주하기 시작하였고 내 몸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이 느낌은 뭐지?'
“흥분하지 마세요. 조용히 눈을 감고 지금 이동하는 것들을 배꼽 아래에 이동시킨다고 생각하세요”
그의 말대로 온몸을 질주하는 이 알 수 없는 기운을 배꼽 아래로 이동시킨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이 자세로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몸을 떠도는 그 힘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러 차례 질주하고 돌아오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정진기는 나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신기하군요. 지금 당신의 몸에 있는 것은 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기와 비슷한 형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원래 기라는 것은 자연 속 어디에든지 있는 아주 흔한 에너지입니다. 오랫동안 수련을 하게 되면 이 에너지가 모이는 곳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당신이 이곳으로 들어온 순간 당신 몸에서 아주 오랫동안 수련을 한 사람처럼 활력이 넘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기에 대해 모르고 있으니 당신이 의도적으로 그 기를 모은 것은 아닐 겁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기라고 생각해 그것을 제어하기 위해 내 기를 이용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정확하게는 말할 수 없지만, 당신의 몸에 있는 것은 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기라면 차분하고 온순한 성질이어야 하는데 당신 것은 터질듯한 힘을 가진 그런 에너지입니다.
그런 에너지들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어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다행히도 가능했네요.”
“그런가요?”
“당신으로 인해 아주 특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나는 정진기에게 기란 무엇이며 어디서 왔는지 물었고 듣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느끼신 것이 기와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시 한번 느끼게 해드리죠. 자 여기 눈을 감고 서 보세요”
나는 그의 말대로 눈을 감고 그 자리에 섰다.
“자 이제부터 온몸에 힘을 빼세요”
온몸에 힘을 빼자 나의 몸이 휘청거렸다.
꼭 누가 나를 미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긴 한데 그렇다고 물리적인 힘은 아니었다.
“누가 나를 미는 것 같군요”
“네 바로 그게 기입니다.”
“신기하군요”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없는 힘이 아닙니다. 많은 과학자가 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의 힘이 존재함을 밝혀냈습니다.
이전 과학자들은 이 4가지 힘 이외에는 다른 힘이 없다고 주장하였지만, 지금의 과학자들은 제5의 힘을 찾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직도 인간이 밝혀내지 못한 힘들은 무수히 많을 테니까요. 이 기도 그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 기로 무언가를 뭉칠 수도 있나요?”
“아직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론상으론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산소와 수소, 열 같은 것들이 존재합니다.
기를 이용해 그것들을 응축시켰다가 밀어내면 그 에너지 파동으로 인해 당신의 육체에 그 힘이 전달됩니다. 그러니 당신이 원하는 대로 기를 이용해 무언가를 뭉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시 한번 보여주실 수 있나요?”
“네 그러죠”
기라는 것을 설명하는 정진기의 말에 내가 지금까지 막혀왔던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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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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