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통일된 한국 (3)
하루 만에 통일된 한국 (3)
국방부 장관이 식사나 하자고 초대를 했다.
“어서 오게.”
“어쩐 일로 부르셨습니까?”
“몇 가지 물어볼 것도 있고 해서 불렀네.”
그 질문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국방부 장관을 쳐다보았다.
“너무 긴장하지는 말게. 어려운 질문은 아니니까.”
“주위에 이렇게 많은 군인이 배치되어 있는데 어떻게 긴장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지금 데프콘 3 경계 중이네. 말 그대로 날 보호하는 거지. 그리고 자네 표정을 보니 긴장한 기색은 없군. 그만 자리에 앉게.”
“그렇게 말씀하시니 믿어보겠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자 차가 들어왔다.
“자네 정체가 뭔가?”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난 자네가 미국에서 보낸 스파이라고 해도 전혀 놀라지 않을 걸세. 오히려 대화가 더 편해질 거야. 한국에 의외로 그런 자들이 많거든.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들어온 스파이들이 한국에서 활동 중이지. 심지어 북한에서 들어온 간첩들도 공공연하게 활동을 하고 있어.”
그 말을 하고 국방부 장관은 나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자라면 이런 대화에서 절대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뇌파까지도 조절하는 훈련을 하지 않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자들도 있고 모르는 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가 통제하고 있네. 그들에게는 공통으로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 절대 대한민국의 주권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을 것. 그것만 지켜준다면 우리도 어느 정도 그들의 행동에 눈감아주고 있지.
자네를 뒷조사해봤더니 자네 회사가 미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전혀 없더군. 이미 자네의 뒷조사는 할 만큼 한 상태이니 거짓말할 생각은 하지 말게.”
나의 표정을 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국방부 장관의 눈에 이체가 서렸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면 당연히 당황해야 하지만 나의 표정은 전혀 미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알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자네는 스파이인가?”
“아닙니다.”
“그럼 자네는 누군가?”
“알고 계신 대로 저는 과학자입니다. 정확히 따지면 15년 넘게 화학만을 전공했습니다. 물론 독학으로요. 국방부 장관님에게는 지금 들은 이 이야기가 저의 직업일 뿐이겠지만 저에게 목숨만큼 중요한 비밀입니다. 그러니 대통령님에게도 절대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만약 이 비밀을 누설하신다면 그 순간 국방부 장관님의 생명을 보장해 드릴 수 없습니다. 물론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이 같은 일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건가? 나는 한국의 모든 군사력을 움직일 수 있는 국방부 장관이네.”
“한 명의 나약한 인간이기도 하죠.”
“내가 듣기로는 별것 아닌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 큰 비밀이란 말인가? 한국의 국방부 장관을 협박할 정도로?”
“협박은 국방부 장관님이 먼저 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저를 저격하려는 친구들이 있더군요. 거기다 밖에 서 있는 친구들도 대단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고요.
이렇게 위협적인 상황에서 대화라는 게 제대로 될지 의문이지만, 일단 들어보겠습니다. 저에게 바라시는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 보십시오. 저도 한국에 바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원래 사업이라는 것이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참고로 지금 저를 저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친구 3명과 밖에 있던 친구들 모두 한 시간 정도 기절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반경 5m 안에 모든 전자 장치가 무력화됩니다. 그러니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국방부 장관은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절대 편한 자리가 아닌 것 같군.”
“국방부 장관님께서 이 상황을 만드신 것이 아닙니까?”
“그래 그건 내가 인정하겠네. 하지만 난 자네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네.”
“그건 국방부 장관님의 생각이시고 저는 아닙니다. 오늘 일이 잘못될 경우, 전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을 떠날 겁니다.”
“오해는 하지 말고 듣게. 혹시 자네가 스파이인 것이 노출돼 나를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경호원을 배치한 거네. 이곳에 자네를 부른 이유는 자네를 영입하기 위해서고. 물론 자네가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네.”
“그 말은 조금 진정성이 느껴지는군요.”
“내가 자네를 조사한 것도 혹시 미국 스파이를 우리가 영입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서였네. 자네를 조사해 보니 자네가 상당히 유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의외로 많은 기업을 운영하고 있더군. 그 모든 기업이 페이퍼 컴퍼니도 아니고.”
국방부 장관의 말을 계속 들었다.
“우선 자네를 영입하려는 이유는 그 놀라운 정보력이네. 거기다 자네가 만든 제품들의 기술력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만약 아직 소속이 없다면 자네의 능력으로 한국을 빛내 보는 것이 어떤가?”
“저는 어느 소속이든 포함될 생각이 없습니다.”
“아직 소속이 없다는 말이군. 그래 소속에 포함될 생각이 없다면 협력이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전 모든 나라에 협력할 생각도 없습니다.”
“조금 전에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고 했잖은가? 그게 뭔가? 우리가 그 부분을 들어준다면 자네의 생각이 조금은 바뀌나?”
“한국 정부에 상당한 이득이 되는 일이긴 합니다.”
“이 자리에서 들어볼 수 있나?”
“국방부 장관님께서는 통일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인가? 당연히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다 통일을 염원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제가 통일을 시켜 드리겠습니다.”
너무 황당한 말이었다.
나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래서 이렇게 영입하려는 것이었으나 일개 개인이 70년이 넘게 이루지 못한 통일을 시켜 주겠다니.
“역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그. 그건 아니네. 너무 황당해서 잠시 그럴 수도 있나 생각해 본 것이야.”
“제게는 그럴만한 능력이 있습니다. 지금 실시간으로 흘러가고 있는 간단한 정보를 드리죠. 김정은이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금 북측에서는 파벌 싸움이 벌어져 내전이 진행 중입니다. 거기다 무원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돌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나?”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그것을 어떻게 알았냐 보단 어떻게 해결할지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정보는 아직 북한 외부로 흘러나오지 않았습니다. 많은 위성이 떨어져 세계 곳곳의 정보가 생각보다 늦게 전달되고 있거든요.
이 정보가 북한 밖으로 나온다면 세계정세와 더불어 한국도 혼란스러운 일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어정쩡하게 넘기시다가 중국에서 먼저 북한으로 들어가 북한을 통치할 수도 있습니다.”
국방부 장관의 얼굴을 한번 보고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이전에 국방부 장관님에게 들어보니 중국으로 인해 통일하고 싶어도 힘들다는 말을 했잖습니까? 그렇다면 지금이 제일 적기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 문제는 그리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네.”
“만약 대통령을 설득해 통일을 결정하신다면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이 부분에서 바라는 것이 있군. 그래?”
“그렇습니다. 만약 우리 기업이 도와 이번 남북 간의 통일이 성공한다면 함경북도 전역에 공장 설립과 개발을 허가해 주십시오. 그리고 10년간 세금을 면제해주시길 바랍니다.”
“큰 걸 바라는군?”
“오히려 작은 바람입니다. 지금 당장 통일이 된다 해도 정부는 북측에 지원할 자금이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북측을 발전하려면 기업이 들어가 발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북측 주민들의 인식을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 모든 걸 우리 기업에서 진행할 것입니다. 그곳에서 번 돈은 다시 그곳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활성화할 겁니다.”
“그렇다 해도 일개 기업에 밀어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네.”
“10년 후에는 그곳을 국가와 주민들에게 배분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면 더 빠를 수도 있고요.”
“그걸 다시 배분한다고?”
“그렇습니다. 제가 필요한 건 10년간 그곳에서 생산되는 물건들이지 그 땅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남한에 그만한 땅이 있다면 굳이 함경북도를 달라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물건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무지막지해서 땅에 투자할 금액이 없습니다.”
“무슨 제품을 만드는데 그렇게 엄청난 자금이 소모되나?”
“인간이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금과는 다른 제품들입니다. 확실한 것은 저로 인해 한국의 과학력은 세계 최고가 될 것입니다.”
국방부 장관이 이 허황된 이야기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좀 더 실질적인 내용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 이야기는 잘 들었고 자네가 어떻게 도와줄 건지 들어보지.”
“우선 북측에서 돌고 있는 바이러스의 백신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물론 저도 바로 만들 수는 없으니 많은 사람을 동원해야 합니다. 바이러스의 백신은 들어간 돈에 비례하니까요.
또한 북측에 군사를 보내신다면 그들이 무사히 주요 거점을 함락할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당연히 그들이 진격하는 모습도 볼 수 있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어느 정도의 화력도 지원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일을 도와 드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믿지 못하실 테니 지금 바로 북측 상황을 몇 가지 보여드리죠.”
내가 노트북을 꺼내자 국방부 장관이 말했다.
“지금 이곳에 전자 장치가 동작하지 않는다고 했잖은가?”
“지금 해제되었습니다.”
국방부 장관은 정말 이곳에 전자 장치가 막혔을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봤다.
노트북을 꺼내 인터넷에 사이트 하나를 열었다.
그 화면에는 침실에 쓰러져 있는 온몸이 마비된 김정철이 보였다.
“이게 뭔가?”
“우리 회사에서 만든 첩보 카메라로 전송된 화면입니다. 김정철이 저렇게 마비되어 있는데도 들어오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다음 화면을 보여주자 김정은과 함께하지 않았던 간부들이 한데 모여 단체로 마비되어 있었다.
“이번 탄도 미사일 발사로 인해 김정은과 고위층 당 간부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그때 참석하지 않았던 간부들이 모여 그들의 죽음을 어떻게 할지 회의를 진행 중 모두 쓰러진 화면입니다. 저도 처음 봤을 때 정지 화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시면 아직 살아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첩보 카메라에 이런 화면이 잡혔는데도 미국이 아무 반응이 없다는 것은 미국도 원자력 발전소 폭파로 인해 이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거나, 위성과의 통신이 끊겨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방부 장관은 그 화면을 보고 너무 당황했다.
“이게 진실이라면 빨리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네.”
“가시는 것은 상관없지만, 제가 말씀드린 비밀을 꼭 지켜 주십시오. 개인적으로 국방부 장관님이 마음에 들거든요. 실수하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알겠네. 자네 제안을 대통령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군. 그래도 난 자네가 한국을 배신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밀어줄 생각이 있네. 그러나 자네는 너무 호전적이야.”
“이에는 이 눈에는 눈입니다. 주는 만큼 돌려드리는 게 당연한 이치 아닙니까? 만약 대통령님이 평화적으로 나오신다면 저도 평화적으로 행동할 것입니다. 저는 과학자이자 기업인이기도 합니다. 이득이 없는 싸움은 절대 안 하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겠네. 그 부분도 꼭 명심하지”
“그럼 논의 잘하시고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쓰러진 친구들은 앞으로 20분 후에 깨어날 겁니다. 참고로 저를 감시하고 있는 113명의 감시자는 모두 치워 주십시오”
“알았네. 바로 그들을 빼주지.”
식당에서 나오자 나는 바로 실험실로 이동하였다.
“지니야 국방부 장관 감시에 조금 더 신경 써줘.”
“알겠습니다.”
“내 허접스러운 짐차는 화성으로 잘 날아가고 있나?”
“아직 잘 날아가고 있습니다. 관련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니가 보여준 영상에는 짐차가 우주에 정지된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아주 빠른 속도로 이동 중이었다.
“잘 날아가고 있네.”
화성으로 날아가고 있는 우주선이라고 부르기에도 안타까운 세계 최초 허접 우주선은 아직까지 무사했다.
오래간만에 시간이 남아 아버지와 식사나 하려고 연락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또 여자들 꼬드긴다고 찝쩍대고 계시나? 요즘 도통 얼굴을 볼 수가 없네.”
아버지의 협박으로 감시 미론은 빼버린 상태다.
그래도 위험할 때 사용하라고 드린 제품이 있으니 그 버튼만 누르면 순간 많은 미론들이 1순위로 아버지를 보호할 것이다.
“감시자들이 모두 철수하고 있습니다.”
“오호 국방부 장관의 행동이 상당히 민첩하군. 벌써 나를 감시하던 군인들이 모두 철수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야. 그리고 얼마나 신의가 있는지 지켜볼까?”
내가 화학자라는 게 무슨 큰 비밀이겠는가? 정말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국방부 장관을 협박했다는 것을 안다면 뒷목잡고 쓰러졌을 것이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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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 작가의말
처음에는 함경북도 사투리와 북한 표준어로 글을 작성하였는데 너무 어정쩡해서 북한어도 그냥 한국말로 적었습니다. 독자님들의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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