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흔한 일 (6)
전쟁터에서 흔한 일 (6)
다음날 나는 모처럼 지영이의 가족과 함께 식사하러 나왔다.
원래는 아버지와 함께 식사하고 싶었으나 테라포밍을 하지 않고도 행성에서 살 수 있는 생명체를 만들 수 있는 실마리를 찾으셨다고 기뻐하시며 실험에 푹 빠져 계셨기에 연구실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으셨다.
같은 과학자로서 아버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뭔가 꼬리를 잡았다고 생각했을 때 누군가 건드리면 그만큼 짜증 나는 일도 없었으니까.
독도나 이어도로 이동해 식사한 후 쇼핑과 놀이 시설을 즐기려 했으나 오후에 갑작스럽게 대통령과의 면담이 잡혀 서울에서 식사해야 했다.
“뭘 좋아하실지 몰라 호텔에서 운영하는 식당을 예약했습니다.”
“나는 음식을 가리지 않으니 자네가 추천하는 것은 뭐든 괜찮네.”
“나도 형부.”
우리는 자연의 기 사학재단을 졸업한 학생들이 만들어 운영하는 자연과 인간이란 이름을 가진 좀 이상해 보이는 호텔로 이동했다.
이 호텔은 지오 건설이 맡아 건설했는데 외부에서 볼 때 식물원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외부와 내부는 각종 식물로 덮여 있었다.
건물에는 음식물 쓰레기와 오·폐수를 재가공해 거름으로 만드는 시설도 포함되었기에 그 거름으로 식물을 직접 키워 호텔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이 독특함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를 먹으며 장모님에게 말했다.
“식사는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맛있었네.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요리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자주 찾아 봬야 하는데 제가 워낙 바빠서 시간이 잘 나지 않네요.”
“지영이 말을 들어보니 회사에서 신망이 두터운 연구원이라고 하던데 그럴 수도 있지. 충분히 이해하니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
지영이를 쳐다보자 지영이가 윙크를 했다.
그때 귀여운 처제가 나를 쳐다보며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형부가 주신 카드 혜택이 장난 아니던데요?”
“그렇게 대단해?”
“안 써보셨어요?”
“글쎄? 내가 밖에서 돈 쓸 일이 거의 없어서 말이야.”
“그럼 어떻게 받으신 거예요?”
“회사에서 주더라고.”
“그럼 VVIP 카드인 것도 모르시는 거예요?”
“몰랐는데?”
처제는 한심하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무슨 일 하시는데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요즘 같은 세상은 딱 한 가지만 완벽하게 잘해도 대우해 주거든.”
나는 말을 돌리기 위해 처제에게 물었다.
“처제는 수능 준비는 잘되고 있어?”
“그럼요. 형부. 제가 언니보다 공부를 훨~씬 더 잘하거든요.”
“거짓말이야. 지은이는 맨날 놀기만 해.”
“언니가 어떻게 알아? 내 성적은 우리 학교에서 상위권에 들어가거든.”
나는 처제에게 물었다.
“학교는 어디로 갈 건데?”
“글쎄요. 아직 결정하지 않았어요.”
“내가 추천해 줘도 될까?”
“어디 추천해 주실 건데요?”
“혹시 자연의 기 사학재단이라고 알아?”
“그럼요. 한국대 보다 들어가기가 엄청 힘든 재단이에요. 어쩌면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 걸요?”
“그곳이 그 정도로 대단한가?”
“형부도 그 학교 나온 거 아니에요? 아! 나이를 생각해보면 아닐 수도 있겠네. 어쨌든 그 재단이 만들어 진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해서 그 학교에 들어가려고 이민 오는 사람들까지 있대요.
워낙 입학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많아서 경쟁률이 장난 아니거든요. 그 재단에 있는 대학교를 졸업하면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상당히 폭넓게 지원해 주거든요. 기숙사도 최고고 특히 아이디어만 제출해도 학과 중에도 돈을 벌 수 있다고요.”
“처제는 돈 안 벌어도 되잖아? 언니가 상당한 부자로 알고 있는데?”
“그게 어디 제 돈인가요? 언니 돈이지? 그리고 그 재단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한국의 20~30대 실업률이 30%나 됐는데 이제 3%도 안 된다고요.
자연의 기 사학재단이 좀 더 특별한 이유는 그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어도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를 사 준다는 거에요. 그래서 지금은 한국의 모든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어요.”
“우리 회사도 그 재단에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정도로 대단한 줄은 몰랐네.”
“형부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대단해요. 모든 10대의 최종 목표인걸요.”
“처제가 그 재단에 들어가고 싶어 하니 내가 좀 도와줄까?”
“정말요? 혹시 형부도 그 재단에 아는 분이 있어요?”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재단에 입학 할 수 있어?”
“그럴걸요? 우리 학교에 성적이 한참 낮은데도 그 재단에 입학할 수 있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애들이 있거든요.”
“그래?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거든. 부모의 배경으로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을 들어가도 결국 그 배경이 사라지면 처음으로 돌아가거든.
그때가 돼서 삶을 바로 잡고 싶어도 본인이 직접 해낸 것이 없기에 아주 힘든 세상을 살아가게 될 거야.”
“뻔한 이야기네요.”
지영이가 동생 지은에게 말했다.
“그 뻔한 이야기가 진실이고 팩트거든.”
“뭐 어쨌든 어떻게 도와주실 건데요?”
“자연의 기 사학재단에 입학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줄게.”
“아이디어요?”
“그래. 대신 처제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알아야 해. 그래야 그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줄 수 있거든.”
“지금 말해줄게요.”
“처제가 결정한 그 직업을 최소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어? 그렇다면 지금 말해도 돼.”
지영이는 나와 결혼을 약속하고 자연의 기 사학재단을 운영하는 숙부님에게 인사하러 갔을 때 깜짝 놀랐다.
거기다 자연의 기 사학재단을 정인이가 만들었다는 말에 한 번 더 놀랐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곳에 있던 사람들과의 친분도 너무 좋아 보였고 그들이 정인이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정인에 대한 믿음이 더 커졌다.
“지은아.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서 말하는 게 좋아. 형부가 그쪽에 전문가거든.”
언니까지 이렇게 말하니 지은이는 생각에 잠겼다.
“지금 당장 결정하라는 말이 아니야. 될 수 있으면 천천히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나에게 연락 줘.”
나는 이곳에 오기 전 준비해 뒀던 스마트폰과 스마트 안경을 장모님과 처제에게 줬다.
“선물입니다. 장모님. 처제도 받아.”
스마트폰과 스마트 안경을 받은 장모님과 처제가 신기한 듯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처제는 스마트 안경보다 스마트폰에 더 관심을 보였다.
“처음 보는 디자인이네요.”
“우리가 만든 거야.”
“연구소에서 스마트 폰도 만들어요?”
“때에 따라서 만들어 쓰거든. 좀 특이한 스마트 폰이라 절대 잊어버리면 안 돼. 물론 잊어버릴 수 없겠지만.”
의미심장한 말에 고개를 갸우뚱한 처제가 나를 쳐다봤고 장모님은 스마트 안경의 디자인이 마음에 드셨는지 바로 들어 착용하셨다.
“사위. 이거 정말 잘 보이네?”
“그건 일반적인 안경이 아닙니다. 시력을 교정해 주거나 선글라스처럼 자외선을 차단해 주는 기능 외에도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 있거든요.”
처제도 안경을 써보더니 한마디 했다.
“이건 시중에 많이 팔고 있는 스마트 안경이잖아요?”
지영이가 동생 지은이에게 말했다.
“이 제품은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그런 싸구려가 아니야.”
“그래봤자 스마트 안경이지.”
“이건 그런 수준이 아니라니까. 아마 사용해보면 생각이 바뀌게 될 거야. 생활 전반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거든.”
“어떻게 사용하는데?”
“음성과 동작을 스마트 안경이 자동으로 인식해. 잘 모르겠으면 '설명서'나 '도움말'이라고 말해. 그럼 상세 설명이 나오거든.”
“동작 인식을 하면 생각보다 편리하겠네. 그런데 이 안경에는 카메라가 없는 것 같은데 동작 인식을 어떻게 해?”
“눈에는 안 보이지만 총 네 대의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서 앞으로 이동하면서 뒤도 볼 수 있어.”
“정말?”
“요즘 같은 세상에 치안도 무시할 수 없잖아?”
“와 그건 정말 획기적이네.”
이때 장모님이 날 보며 말했다.
“사위. 난 이런 기계를 잘 사용 못 한다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장모님. 제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안경을 착용해 보시겠습니까?”
장모님이 안경을 착용했다.
“앞에 사물 이름을 보여 달라고 말해 보십시오.”
장모님은 내가 말한 대로 따라 하셨다. 그러자 안경의 화면에서 사물의 이름들이 보였다.
“지금 보시는 화면을 사람에게 적용하면 인맥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되실 거예요. 장모님께서 뭔가 배우고 싶으신 것이나 궁금한 것이 있다면 그 안경에 물어봐도 됩니다. 한국 최고 전문가들이 완벽하게 알려주거든요. 한번 해보시겠어요?”
장모님은 이것저것 말로 명령을 해 여러 가지 정보가 나오자 놀라워했고 편리성에 만족했다.
장모님에게 사용법을 알려주는 동안 처제는 이미 본인만의 동작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혹시 언니가 착용하고 있는 안경도 이거야?”
“맞아. 업무용으로 회사에서 지급해 줬어.”
“그렇구나. 눈도 좋은 언니가 언제부턴가 안경을 써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스마트 안경이었었네. 이 안경만 있으면 수능도 만점 받겠는데?”
“그럴 줄 알고 시험장에서는 동작하지 않게 설정해 놨지. 거기다 타인에게 양도해도 동작하지 않아. 오직 처제만 사용할 수 있거든.”
“어떻게 그게 가능해요? 형부?”
“우리 회사 제품의 기술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증거지.”
지영이가 동생 지은이에게 한마디 했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좋다 말았네.”
“밖에 자동차 두 대를 가져왔거든요. 우리 회사에서 만든 무인 자동차라 운전사는 필요 없어요. 그러니 편하게 타고 다니세요.”
“뭐 차까지?”
“형부. 저에게도 자동차를 주는 거예요?”
또 달려들려는 동생을 붙잡으며 지영이가 동생에게 말했다.
“잘 타고 다녀. 내 남편에게 눈독 들이지 말고.”
혹시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장모님과 처제에게 AIR-2023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대통령과 미팅 시간이 다 되어 이제 슬슬 청와대로 출발해야 했다.
“오늘 제가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쇼핑은 지영이와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형부는 주말에도 일하시는 거예요?”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둬야 나이 들어서 편하잖아?”
“마인드가 좋으시네요. 형부. 알았어요. 가서 일하세요. 대신 나중에는 꼭 같이 쇼핑해요.”
“알았어. 처제. 내가 직접 사주지는 못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아끼지 말고 팍팍 사.”
“그럴게요.”
내가 신호하자 공중에서 대기하고 있던 AIR-2023 세 대가 우리가 있던 곳으로 내려왔다.
그 차를 본 처제가 신나서 말했다.
“이차 뉴스에서 봤는데. 대통령이 타고 다니는 차 아니에요? 이거 엄청 비쌀 텐데. 아니지 비싼 건 둘째 치고 돈이 있어도 구매하기 힘들다고 본 것 같은데? 이걸 두 대나 우리에게 주는 거예요?”
“다른 차들과 비교해 빠르고 안전하거든. 원래는 장모님과 같이 타고 다니라고 한 대를 줄까 했는데 처제도 곧 수능이 끝나면 가고 싶은 곳도 많을 거 같아서 따로 준비했어. 그러니 잘 타고 다녀.”
“와~! 센스 짱이다. 고마워요. 형부. 잘 탈게요.”
“차에 관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스마트 안경에 물어봐. 잘 설명해 줄 거야.”
“알았어요.”
처제는 내가 한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AIR-2023으로 달려가 탑승했다.
“우리에게 준 선물이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저 차는 돈이 있어도 구매하기에는 어렵다고 뉴스에서 나오던데···.”
“제가 이 차를 장모님과 처제에게 드리는 이유는 요즘 한국 정세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백두산의 화산도 그렇고 중국 전쟁이 한국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로 인해 지영이가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아 불안감을 해소해 주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그러니 보험이라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이용하십시오. 장모님.”
“그런 뜻이라면 사양하지 않고 고맙게 타고 다니겠네.”
“혹시 이 외에도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지영이를 통해 알려주십시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도와 드리겠습니다.”
“지금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네.”
“알겠습니다. 장모님이 가시는 것을 보고 저도 이제 이동해야겠네요.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가거든요.”
“바쁠 텐데 내가 너무 자네를 붙잡고 있었네. 이제 그만 가보겠네.”
“즐거운 쇼핑 되십시오. 장모님. 오늘 즐거웠습니다.”
장모님도 AIR-2023을 타자 지영이가 다가와 조그만 소리로 말했다.
우리 가족에게 잘해줘서 고마워.”
“고맙긴. 당연한 거지. 쇼핑 잘하고. 저녁에 보자. 이번에 납품하는 제품들의 가격을 제대로 받으려면 회의가 길어질지도 몰라. 그러니 저녁 식사까지 하고 들어와.”
“알았어.”
나는 지영이와 장모님이 백화점으로 출발하는 것을 보고 청와대로 이동하며 가엘에게 말했다.
“지금 들어서 알 거야. 자연의 기 사학재단에 입학 비리가 있는 것 같은데 조사해 봐. 만약 내부자 소행이라면 법적으로 처리해주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청와대로 이동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모든 분들이 추천을 눌러주시는 그날까지
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Comment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