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8 부. 루시 - 56 화

루시 – 56

목적이라니? 이디레이아는 무슨 목적으로 건수의 머릿속으로 들어온 걸까? 게다가 학창시절에 건수를 괴롭혔던 김 일용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뭐라고 해석해야 하나.

“이곳에 온 목적이라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전 그저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 보니 여기에 있었다고요.”

“호호호. 그게 다 목적이 있어서 여기 들어온 겁니다. 바로.......”

이디레이아는 웃으며 오른팔을 들어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밝은 빛이 번쩍하는가 싶더니, 강한 바람이 불어와 건수의 몸을 날려버렸다.

“억!”

건수는 그대로 1~2m쯤 뒤로 날아가 그대로 나자빠졌다. 그는 바람에 날아가 버린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또 화가 나서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여신님! 제, 제게 왜 이러십니까?”

“호호호호.”

여신은 아무런 대답없이 계속 건수에게 바람을 보냈다. 건수는 급히 팔을 올려 얼굴을 감싸며 강한 바람에 저항했지만, 상체가 뒤로 휘청거릴 정도였다.

“여신님! 정말 왜 이러십니까? 그만하세요. 제발!”

“호호호···. 예전에도 한 번 같은 방법으로 시도해봤지만, 역시 이 정도로는 새로운 육체를 가진 당신을 굴복시키기 어렵군요. 이게 그저 평범한 바람이 아닌데 말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뼈와 살이 분리되어 흩어졌을 거란 말이죠.”

그녀는 과거 건수의 머릿속에서 그를 공격했던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보았다. 하지만 그때와 마찬가지로 건수는 그녀의 공격을 버텨냈다. 그녀는 놀라워하며 혀를 내둘렀다.

“아무튼, 이 방법으로는 흠집 하나 낼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되었으니 방법을 달리해야겠지요. 즉, 이렇게······.”

여신은 그렇게 말하며 들고 있던 손으로는 계속 바람을 보내면서 다른 쪽 팔을 우아하게 펼치며 들어 올렸다. 그러자, 바닥에서 여러 사람이 나타나 재빨리 기어 올라왔다. 건수가 살짝 고개를 돌려 그들의 얼굴을 보았는데,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김 일용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야! 이 녀석들 죄다 김 일용이잖아!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여러 명이야!”

김 일용을 꼭 빼닮은 괴생명체들은 일제히 건수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각각 건수의 팔다리 하나씩을 붙잡았다. 사지가 붙잡혀 꼼짝할 수 없게 되자, 건수는 몸을 비틀어대며 강하게 저항했다.

“놔! 이놈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하지만, 그들이 건수를 순순히 놓아줄 리 없었다. 그가 그렇게 발버둥 칠수록 그들은 손아귀에 힘을 더했다. 그렇게 꼼짝없이 괴생명체들에게 몸의 자유를 빼앗기자, 이디레이아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그래요. 이런 방법도 있는 거죠. 당신을 공격할 방법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호호호.”

건수는 포기하지 않고 극렬히 저항하며 이디레이아에게 대들었다.

“여신님! 공격이라뇨? 제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잘못이요? 그럴 리가요. 당신 잘못은 전혀 없어요.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의 계획을 좀 더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뿐입니다.”

그녀는 손으로 건수의 얼굴을 잡고 숨을 훅 불었다. 김 일용의 모습을 한 그녀의 손가락이 얼굴에 닿자, 건수는 몹시 불쾌해졌다.

“뭐, 뭐 하시는 겁니까? 이이익.”

“기다려봐요. 신기한 걸 보게 될 겁니다.”

“신기한 거라뇨? 아이이이익!”

건수는 그녀가 자신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을 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온몸을 비틀며 김 일용을 닮은 괴생명체들의 손아귀로부터 빠져나오려고 애썼다.

“소용없는 짓입니다. 당신을 붙잡고 있는 내 힘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그렇게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겁니다. 나도 일단은 여신이잖아요.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랍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겉으로는 여유 있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그의 넘치는 힘을 과연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 곤혹스러워했다. 사실 그녀는 사력을 다해 건수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 왜 이렇게 힘이 센 거야? 게다가 화가 잔뜩 났는지 강한 기운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정말 내 구속을 풀고 내게 덤벼들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방금 내가 이 녀석에게 풀어놓은 것이 효과가 슬슬 나올 때가 되었는데? 어서 효과가 나타나야 할 텐데 걱정이다.’

“헉!”

괴생물체들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있던 건수가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머리를 빙글 몇 번 돌렸다.

“우우웁! 웨에에엑!”

그러더니, 헛구역질을 몇 번 한 후, 끝내 바닥에 토를 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는 입에서 노란 덩어리를 조금 뱉었다. 이디레이아는 그걸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이런! 그걸 그냥 뱉어내다니. 그걸 직접 당신 몸에 침투시켰더니 당신 몸이 죽여버리고 입으로 뱉어내게 한 것 같군요. 역시 검은 방의 인이 당신을 지켜주는가 봐요. 아냐. 잠깐만. 이건 그냥 평범한 검은 방의 인이 아닌데?”

이디레이아는 손을 들어 건수의 이마에 갖다 댔다. 곧 그녀의 손바닥에서 하얀빛이 나왔다.

“아, 역시 그렇군. 내 예상대로 검은 방의 인과 함께 뭐가 또 있잖아? 어디 보자···. 뭐가 있을까?”

그녀는 손가락을 세우면서 건수의 이마를 움켜쥐었다. 건수는 괴로운지 입을 벌리며 신음했다.

“어맛!”

그런데, 뭐가 잘못되기라도 했는지,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건수의 이마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는 놀란 표정으로 건수의 얼굴을 바라봤다.

“세상에! 당신, 방금 날 공격하려고 했군요!”

“으어어어······. 공격이라니요. 아뇨. 그런 적 없습니다.”

건수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니, 사지가 붙잡혀 있는데 공격은 무슨. 긴장한 이디레이아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한숨을 쉬었다.

“후우. 뿜어져 나오는 이 살기. 정말 숨이 막힐 정도구나. 이럴 줄 알았는데도 날 이 정도로 긴장하게 만들다니.”

“끄으으······. 마치 목 안에 불덩이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아! 아아, 내 목! 모, 목이 타들어 간다···. 우웁! 웁! 끄어어······.”

건수는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계속 헛구역질을 하며 몸을 축 늘어뜨리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그의 사지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괴생물체들이 그의 몸을 끌어올렸다. 그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이디레이아는 안도의 숨을 쉬면서 말했다.

“휴우-. 다행이군요. 내가 당신에게 불어 넣은 것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네요.”

“제게··· 무슨······. 제 몸에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아, 왜 이렇게 어지럽지? 우우웁! 웁! 웨에엑!”

건수는 다시 입에서 노란색의 덩어리를 뱉어냈다. 그런데 이번엔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연속으로 뱉었다. 그의 발 주위에는 그가 뱉어낸 수상한 덩어리가 하나둘씩 늘었다. 여신은 처음엔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관찰하다가, 그가 뱉은 덩어리를 자세히 보고는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끄윽. 어어어. 여신님! 여신님께서 제 몸을 이상하게 만드신 거죠? 제가 뱉은 이 이상한 덩어리는 뭡니까? 제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요. 당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세요.”

이디레이아는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건수는 간신히 토를 참으며 자기 발 주위에 있는 덩어리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놀라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악! 저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