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8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8

과거에 있었던 일을 후회하는 텔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의 안색의 변화를 보고 알렉시스는 재빨리 그에게 희망을 주는 쪽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그럼, 엘리시움에 다시 돌아가시게 되면, 현재 그 땅을 지배하는 신이나 신수에게서 다시 돌려받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땅이야 어디 도망가는 게 아니니까요.”

“아, 그럼! 그거야 당연하지. 내가 몇 천 년 간 자리를 좀 비웠다고 그 땅이 남의 것이 되어버렸다면.... 그럼 난 화가 나지. 그런데 지금 주인이 어디 순순히 넘겨주겠어? 당연히 내게 별 잡소리를 늘어놓으며 버티거나 아니면 전쟁을 하려 들겠지. 뭐, 좋아. 어떤 놈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건 간에 내가 그냥 그 잡신을 후딱 죽여 버리고 땅을 다시 찾아오면 돼. 좋은 어드바이스였어. 알렉시스 사령관.”

“예? 제가 뭘 했다고요? 그게 좋은 어드바이스에요?”

“그럼! 아주 이 힘든 시기에 방황하는 내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줄 만한, 그야말로 명암을 가르는 좋은 조언이었어. 우린 앞으로 나의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할 거야.”

“예? 전 그냥 당연한 걸 말씀 드린 것뿐인데.... 가... 감사합니다.”

“아니지. 내가 고마워. 알렉시스. 내 조언 덕에 우리 ‘세력’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 방향이 잡혔어. 굿 잡. 굿 잡. 훗훗훗.”

“아... 예예... 우리 ‘세력’..... 예, 뭐.”

알렉시스는 대단한 조언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당연한 말만 했을 뿐인데도, 그게 텔리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그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럼.... 그 군대 문제는 어떡할까요? 아무래도 땅이 있어야 돈을 만들 수 있을 테고, 또 그 돈으로 군대를 조직할 텐데요. 또 한 편으로는 군대가 있어야 땅을 다시 정복하고 가져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건 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런 문제 같긴 하네요.”

“그래. 그거야. 사령관인 네 밑으로 병사들을 좀 깔아놔야 모습이 좀 그럴 듯 해보이겠지. 명색이 군대인데 말이야. 훗훗훗. 아주 말 잘했어. 알렉시스, 그러니까 넌 이제부터 병사를 모집해서 내게 데려와.”

“네? 병사를요?”

“그래. 네가 말했잖아. 군대가 있어야 땅을 되찾아 올 수 있다면서. 병사가 있어야 군대를 만들지. 멍청아.”

아니,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텔리가 자기더러 병사를 데려와서 군대를 조직하라는 말에 알렉시스는 기가 막혔다.

“아니, 그게 그렇게 뚝딱하고 쉽게 되는 일입니까?! 게다가 살육신의 군대라고 하면 웬만한 용병들도 오지 않을 거라고요!”

알렉시스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며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이미 가시가 되어 텔리의 가슴에 박혀버렸다. 그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그녀는 또 ‘아차’ 싶었다.

“아... 죄송합니다. 또 한 번 말실수를 해버렸네요.”

“알렉시스... 내게 그렇게 마음에 상처 주는 말을 함부로 내뱉다니. 뭐라고? 살육신의 군대라면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고? 음... 너가 평소에 날 그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거구나.”

“아니...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시끄럽다! 아무튼 병사를 데려오지 않으면, 나중에 네게 안 좋은 일이 생길 줄 알아. 알겠어?”

알렉시스는 순식간에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엘리시움도 아니라 지구에서 그녀가 어떻게 병사를 찾아 데려온단 말인가.

‘아이씨! 제기랄. 망했다. 내 입이 방정이지. 뭐 하러 군대 얘기를 해서 굳이 일을 만든 거야?’

그녀가 속으로 아무리 후회해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동이였다. 그녀는 몹시 난감해하며 텔리에게 힘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저 그... 그럼 병사의 수는 몇 명이나 생각하시나요?”

“물론 많을수록 좋겠지? 하지만, 그게 어디 말이 되겠나. 이곳은 엘리시움도 아니고 지구인데 말이야. 훗훗훗. 내가 그 정도도 배려해주지 않는다면 콘데 신이 될 수 없겠지. 그러니까 네가 데려 올수 있을 만큼 데려와. 다만 내가 섭섭하게 느끼지 않을 정도의 숫자였으면 좋겠어.”

“네? 섭섭하시지 않을 만큼의 숫자라고요? 아... 아...”

그녀는 현기증이 나는지 두 눈을 꼭 감았다. 텔리는 고개를 삐딱하게 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왜? 힘들어? 아니, 일을 맡기자마자 못한다고 하는 거야? 이거 벌써 섭섭해지려고 하네. 쯧!”

“아닙니다. 저... 혹시 아까 40인의 암살단 말씀을 하셨는데, 그 정도 숫자는 아니겠지요? 아무래도 여기는 엘리시움이 아니라 지구다 보니까 병사를 모집하기가 좀....”

“아니, 40 명도 모집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거야? 야! 그때는 암살단을 만들려고 했던 거니까 단출하게 40 명으로 끝난 거지! 지금은 군대를 만들자며! 그런데 40 명을 기준을 삼아서 군대라고 갖다 붙여? 내 군대를 40 명으로 만들겠다고? 이게 진짜 신을 놀리나! 앙!!”

“신이시여! 죄송합니다!”

“40 명이라니! 엉! 어따 대고 40 명이야? 진짜 한 번 죽어볼래? 엉! 40 명? 40 명? 40..... 아! 그렇구나!”

갑자기 화를 불쑥 내던 텔리가 잠시 말을 멈추고 무언가 곰곰이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알렉시스는 다시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려고 하려다가 순간 화내기를 멈춘 신을 보고 동작을 멈췄다. 텔리가 눈알을 굴리며 중얼거렸다.

“이야.... 맞아. 아까 느꼈던 그 느낌.... 그 신호.... 그래... 어쩐지 친숙한 느낌이었는데 말이야. 너무 오래 전 일이라 단 번에 기억이 나지 않았어. 그거 아무래도 그 40 명 중 하나에게서 나오는 신호 같았어. 그럼 그 때 다 못 죽였던 놈들 중 누군가 이 지구에 왔던 건가? 그것도 뉴욕으로?”

사실 알렉시스는 텔리의 중얼거림이 다 들렸지만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몇 초 잠잠해졌다가 다시 심각해져가는 그의 표정을 보니 또 화를 벌컥 내지 않을까 그게 두려웠다. 하지만, 텔리는 그녀를 보고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고마워. 알렉시스. 네 덕에 중요한 걸 알아낼 수 있었어. 정말 넌 꽤 괜찮은 전략가야. 훗훗훗.”

“예? 제가 뭘 했다고요?”

“네가 준 40인의 힌트 말이야. 그것 덕분에 오늘 하루 종일 날 궁금하게 만들었던 수수께끼를 풀 수가 있었어.”

“제가요? 힌트를 드렸다고요?”

“그래. 중요한 힌트를 줬지. 그리고 정답은 40인의 암살단이야.”

“죄송합니다. 전 텔리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전혀 이해를 못하....”

“아까 내가 롱아일랜드에서 받았던 그 신호 말이야. 그거, 내가 옛날에 조직했던 40인의 암살단 중 하나에게서 나왔던 신호였어. 그 40 명 중에 내가 미처 못 죽인 녀석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세계로 도망쳐 왔었던 것 같아. 그리고 하필이면 이곳 뉴욕에 숨어 있었군. 그 녀석, 과연 언제부터 뉴욕에 있었던 걸까? 어떻게 그 오랜 시간 동안 한 번도 내게 들키지 않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