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07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07
김 일용은 눈에 불을 켜고 건수에게로 다가갔다. 싸이언스는 옛 친구에게 사정을 했다.
“일용아, 잠깐만. 내 말 좀 들어 봐. 저기 건수는 지금 많이 취했어.”
“건수... 손 건수! 그러니까 지금 저 새끼가 그 손 건수란 말이지?”
“아, 아냐. 아니, 건수가 맞긴 맞는데 너가 알던 그 건수가 아냐. 그리고 저렇게 취해서 몸도 못 가눌 정도인데, 쟤한테 뭘 어쩌려는 거야?”
“저리 비켜! 씨X! 잘 됐다. 안 그래도 옛날 일만 생각나면 발작할 것 같았는데, 오늘 아주 날을 만났네.”
아마도 김 일용은 건수에게 당했던 일을 그 동안 곱씹고 있었나 보다. 그리고 그의 눈빛이 보통 흉흉한 게 아니었다. 마치 맹수가 작은 동물을 사냥하기 전 번뜩이는 살기가 등등한 그런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가 혹시라도 건수에게 큰 해를 입힐까봐, 싸이언스는 그의 옷을 잡아당겼다.
“일용아, 제발 참아. 날 봐서라도 제발. 옛날 일인데 그냥 넘기자. 응?”
김일용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무서운 눈빛으로 싸이언스를 째려보았다.
“너, 내 옷에서 손 안 떼? 이 시다바리 새끼가 오랜 만에 봤다고 쳐 돌았나?”
‘쩍.’
김 일용은 손을 들어 싸이언스의 뺨을 후려쳤다. 어찌나 세게 쳤는지, 꽤 큰 소리가 나면서 싸이언스의 얼굴이 돌아갔다. 그러자, 그와 함께 온 친구들은 모두 웃으며 싸이언스를 비웃었다.
“와... 김 일용이 오늘 옛날 동네에 왔다고 뭘 좀 보여주려고 그러나. 객기 부리는 것 좀 보소. 하하하.”
“오 일용이! 저 덩치한테 방금 싸다구 날리는 것 좀 봐봐. 일용이한테 맨날 완 드래곤, 완 드래곤 하면서 놀렸는데, 오늘은 킹 드래곤인데? 크크크.”
담배꽁초 녀석이 껄껄 웃으며 싸이언스를 비웃었다.
“아냐. 아냐. 저 덩치 있는 놈, 허우대만 멀쩡하지, 순 두부살이야. 내가 아까 밀어보니까 그냥 넘어가더라고. 그냥 병신이야, 병신! 캬캬캬.”
싸이언스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갔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하지만 그의 귀는 열려있는 지라 김 일용의 일행들이 그를 비웃는 소리를 전부 들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만큼 분함을 느꼈다. 그런데 그 순간, 과거 9 년 전에 자신이 건수를 공사장으로 끌고 갔던 때를 떠올렸다.
‘아... 옛날 내가 건수를 일진 애들한테 끌고 갔을 때, 녀석은 이런 비웃음을 당했었지. 그 때,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내가 건수를... 건수를 이런 상황에 빠트렸던 거구나!’
자신이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자, 그는 자신이 예전에 저질렀던 잘못을 뼈저리게 반성하게 되었다.
“손 건수! 이 새끼!”
김 일용은 큰 목소리로 건수의 이름을 부르며 테이블에 머리를 놓고 자고 있는 건수의 옆구리를 발로 걷어찼다.
‘퍼억!’
“우욱!”
취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던 건수는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고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술이 확 깨는 순간이었다.
“우우욱.... 뭐... 뭐야?”
“뭐긴 뭐야? 이 새꺄! 김 일용이다!”
건수가 자고 있을 때 공격할 정도로 야비한 짓을 저지른 김일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바닥에 쓰러진 건수에게 발길질을 하는 것이었다.
“악! 악! 누구세요? 왜 이래요?”
“몰라서 물어?! 김 일용이라고! 이 김 일용이 옛날 너한테 빚졌던 걸 이자까지 갚아주려는 거지!”
분노에 휩싸인 김 일용은 건수가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란 걸 이젠 알 법 한데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공격했다. 건수는 본능적으로 팔과 다리를 최대한 웅크려서 머리와 몸을 보호했다.
“헉헉헉. 손 건수, 이 개새끼! 허억... 허억....너가 나한테 했던 일만 생각하면 씨X! 오늘 잘 만났다. 이 개새끼! 죽여 버리겠어!”
김 일용이 온 몸의 체중을 실어 건수를 발로 차자, 건수의 가드가 풀리면서, 그의 몸이 편의점 유리창으로 굴러갔다. 숨이 거칠어진 김 일용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틈을 타서 건수는 유리창에 기대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김... 일용? 너가... 왜 여기에....? 왜 나를.....?”
“X까! 손 건수! 죽여 버린다!”
건수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을 직접 듣게 되자, 김 일용은 폭주라도 하는 듯, 건수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주먹을 들어 그를 마구 난타했다.
“끄으윽......”
옆구리와 배를 얻어맞은 건수는 허리를 숙이며 죽을 듯이 고통스러워했다.
“이 병신 X밥 새끼가 감히 나를 엿 먹였던 거 생각하니까 미쳐버리겠네! 죽어! 이 새끼야!”
김일용의 주먹이 올라가며 건수의 머리를 강타하려고 할 때였다. 그의 등 뒤에서 그를 부르는 싸이언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 일용!”
김 일용이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자, 싸이언스의 주먹이 빠르게 날라와 그의 얼굴을 때렸다.
‘퍼어억!’
“으억!”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김 일용은 한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잠시 후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린 그는 입에서 피를 뱉었다. 그러자 피와 함께 부러진 이 두 개가 떨어졌다. 그는 방금 자신이 피를 뱉은 곳을 보더니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아... 아아... 내 이... 이빨.... 어으으...”
“일어나! 김 일용! 이 새꺄! 내가 그냥 가라고 했지!”
“으어어..... 싸이언스....”
김 일용은 싸이언스의 강 펀치를 맞고 완전히 다리가 풀려서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그의 일행 4 명이 동시에 달려와 싸이언스의 등 뒤에서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어억! 킄!”
졸지에 상황이 바뀐 것이었다. 기습을 받은 싸이언스는 바닥에 쓰러져 4 명의 발길질을 받게 되었다.
“그만.... 그만해...!”
싸이언스가 몸을 움찔거리며 자신을 밟고 있는 4 명에게 그만하라고 호소하는 그 때였다. 방금 전 김 일용에게 맞아 허리를 숙이고 있던 건수가 쓰러지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끄윽.... 으으윽.... 속이.... 안 좋아.... 끄으윽....”
그리고는 먹었던 음식을 전부 토해내는 것이었다.
“구에에에에에엑-! 우웨에에엑-!!!”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가 구역질할 때마다 입에서 말도 못하게 큰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소리가 어찌나 큰 지, 바로 뒤의 편의점 유리창이 흔들거릴 정도였다. 아니, 땅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가 났다. 싸이언스를 공격하던 김 일용의 일행들도, 싸이언스와 김 일용도 모두 손으로 귀를 막고 괴로워했다.
“으으.... 뭐야. 저 소리는!”
건수는 계속해서 구역질을 하며 바닥에 토를 했다.
“쿠억.... 구에에에에에엑-!”
‘쩌저저저적-! 파악!’
놀라운 일이었다. 건수가 더욱 심하게 구역질을 하자, 그의 뒤에 있던 편의점 유리창이 갈라지며 깨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유리창이 깨지며 틀에서 떨어지는 것을 본 김 일용의 일행들은 깜짝 놀라며 그들이 타고 온 차로 달려갔다.
“야야! 저 새끼 좀 이상해! 괴물이다!”
“튀... 튀자!”
그들은 바닥에 쓰러진 김 일용을 내버려두고 재빨리 차를 타고 도망가버렸다.
2 대의 스포츠가 떠나자, 편의점에서 피 사장이 달려나왔다.
“야! 이.... 이... 이.... 나... 나쁜 놈들아! 도망가지 마! 나 까... 깝스 경비 불렀어! 겨... 경찰도 불렀어!”
그는 가게 밖에서 싸움이 나자, 감히 나가서 말릴 생각은 못하고 카운터 아래에 몸을 숨기고는 그 아래 있는 경비업체 호출 버튼을 마구 누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몇 분 동안이나 누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가게 유리창이 박살나자 용기를 내서 경찰까지 부르게 되었다. 그가 나와서 보니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김 일용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니, 이 피 좀 봐! 이봐. 괘... 괜찮아? 일어날 수 있겠어?”
김 일용은 겨우 고개를 들고 울상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으으.... 내 턱..... 아파. 내 이... 이빨!”
“이런! 이가 다 부러졌잖아!”
피 사장은 일어나서 엉망이 된 가게의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 앞에는 엉망으로 바닥에 토를 하고 무릎을 꿇고 있는 건수가 있었다.
“내 가게..... 아아아.... 내 가게에에! 창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미치겠네. 진짜!”
그 때, 싸이언스가 손으로 허리를 잡고 부스스 일어났다. 그는 조심스럽게 피 사장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피 사장은 손을 뒤로 뻗어 싸이언스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야! 가구점! 너 내 가게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아... 그건..... 저희가 먼저 시작한 게 아니라....”
싸이언스가 뭐라고 변명을 하려고 할 때였다. 멀리서 경찰차 싸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