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51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51

입구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어엇? 그런데 둘 다 얼굴이 눈에 익은데? 아, 그래. 이 녀석들은 다름 아닌 11번과 23번이었다. 텔리에 의해 모습이 변해버린 40인의 암살단의 최후 생존자들 말이다. 11번은 덥수룩한 수염에 빨간 딸기코가 인상적인데, 좀 두꺼운 플레이드 셔츠를 입고 청바지에 누런 작업화 차림이었다. 23번은 11번 보다 키가 좀 더 크고 흰 머리가 희끗희끗한 장발을 하고 있었다. 또 위 아래로 회색 양복을 입고 은으로 된 장신구를 몇 개 착용하고 있었다. 둘의 모습은 깊은 산속 벌목장에서 일하다 나온 나뭇꾼과 미국 원주민 자치구역의 카지노 매니저 같아서 둘 다 외모에서 풍기는 개성이 뚜렷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둘이 그렇게 함께 서 있으니 그 분위기가 참 묘하게 서로 잘 어울렸다. 11번은 계속 큰 소리로 바빌로프를 찾았다.

“바빌로프! 여기 그 이름을 가진 놈이 있어? 없어? 바빌로프! 어서 나와!”

그리고리는 총구를 입구에 서 있는 자들에게 겨누며 외쳤다.

“웬 놈들이냐?”

누군가 대꾸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11번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아! 네가 바빌로프냐?”

11번이 그리고리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자 그리고리는 큰 소리로 경고했다.

“꼼짝 마! 멍청한 녀석아. 내 손에 있는 이 총이 안 보이냐? 네놈들 어디서 누가 보내서 온 놈들이냐?”

11번은 자신의 빨간 코를 손으로 잡아당기며 고개를 뒤로 돌려 23번에게 말했다.

“이봐, 23번. 저 놈이 지금 총을 들었는데? 하하하.”

11번은 다시 시선을 그리고리에게 돌리며 비아냥거렸다.

“우우우~ 무서워라. 총을 들고 있는 걸 내가 이제야 봤네. 그래서 그걸로 어쩔 건데? 그리고 꼼짝 마? 킥킥킥. 꼼짝 말라고? 야, 너 무슨 경찰이라도 되냐? 생긴 건 아주 난 나쁜 놈이라고 이마에 쓰여 있는 것 같은데 말투는 경찰 같네? 하하하하!”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발걸음을 그리고리에게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그리고리의 총의 총구에서는 불꽃이 일었다.

‘탕! 탕! 탕! 탕!’

네 발의 총성이 들렸다. 2 층에 있던 바빌로프와 비피는 서둘러 바닥에 몸을 엎드렸다.

“하하하! 이건 뭐 코미디도 아니고. 하하하하하!”

분명히 총성이 들렸는데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바빌로프는 재빨리 기어서 소파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탁자 서랍에서 은색 리볼버를 꺼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난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자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침입자가 계단에 서서 몹시 당황하고 있는 그리고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바빌로프는 그에게 총구를 겨누고는 방아쇠를 연달아 당겼다.

‘탕! 탕!’

‘팅! 티이잉!’

그러자 침입자의 몸 주위에 옅은 노란 색의 막이 번쩍거리며 펼쳐지더니 총알을 튕겨내는 것이었다. 침입자, 그러니까 11번은 또 한 명이 2 층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바빌로프에게로 돌렸다.

“뭐야? 아직도 그런 장난감으로 날 공격할 거야? 이 머리 나쁜 놈들아. 그따위 물건은 내 몸에 털 끝 하나 상하게 할 수 없다는 걸 몰라? 하하하.”

11번은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더니, 바빌로프를 보고 큰 목소리로 물었다.

“바빌로프! 네가 바빌로프냐?”

자신의 총이 침입자에겐 무용지물인 것을 깨달은 바빌로프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그래! 내... 내가 바빌로프다! 네 놈은 누... 누구냐?”

“아하! 네 놈이 바빌로프구나! 23번!”

“그래. 알았어.”

23번은 잠시 문 밖으로 나가더니 손에 뭔가를 들고 왔다. 그러더니 그것을 바빌로프에게로 휙 던졌다.

“그레네이드!”

바빌로프는 23번이 자기에게 수류탄을 던졌는지 알고 황급히 몸을 바닥에 엎드렸다. 그러자 잠시 후, 아래층에서 11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하하! 저 병신 좀 보라지! 야, 정신 나간 놈아. 그레네이드는 뭔 놈의 그레네이드냐? 그게 뭔지 똑바로 보란 말이야!”

바빌로프는 감았던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바닥에 나뒹구는 물건을 찾아 보았다. 그것은 그의 허리 아래에 있었다. 그가 실눈을 뜨고 그 물건이 무엇인지 자세히 보게 되자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것은 눈을 부릅 뜨고 죽은 그의 경호원 루슬란의 머리였던 것이다. 루슬란의 원망스러운 눈빛이 아래에서부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저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악!”

“아아악!”

바빌로프 뒤에 있던 비피도 방금 날아온 물건이 무엇인지 확인하고는 10살 여자아이처럼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바빌로프는 다리를 움직여 무릎으로 루슬란의 머리를 차서 다시 아래로 떨어뜨렸다.

“이 싸이코 자식들아! 지금 내 경호원의 머리를 잘라서 내게 던진 거냐! 이 미친.... 미친.... 아아악!”

23번이 던진 루슬란의 머리가 다시 아래로 떨어져 굴러다니는 것을 본 11번은 뒤를 돌아 그의 친구를 보고 웃었다.

“야, 23번. 지금 저 위에 있는 바빌로프란 놈이 네 선물을 맘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리고 네가 말하길, 저 자식이 여기 뉴욕에서 이름 좀 날리는 편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겨우 사람 머리 하나가지고 어린 애처럼 소리를 꽥꽥 질러대는 꼴을 보니 영 실망인데? 내가 온 시카고에선 저 정도 겁쟁이가 없었어.”

23번은 어깨를 들썩이며 대답했다.

“글쎄. 생각보다는 가볍고 점잖지 못하네. 늘 말로 듣기엔 되게 무섭다길래, 무게감 있는 고전적인 타입의 갱스터라고 생각했거든. 사실 우리한테는 잘 됐지. 저 정도의 인물이라면 우리 말을 잘 들을 것 아냐?”

하지만 11번은 불편한 기색을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아냐. 내 오랜 경험 상 저런 놈은 반드시 문제가 돼. 지금 없애는 게 후환이 없어.”

“안 돼. 11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디레이아 여신님이 그러셨잖아. 요리에 필요한 모든 재료가 여기 다 모여 있을 거라고. 여신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미래를 실현시키려면 저 바빌로프 같은 놈도 필요한 거야. 절대로 함부로 죽여선 안 돼. 잘못하다간 일을 다 망쳐버린다고.”

11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실 웃으며 2 층을 바라보고 있었다.

“23..... 모르겠어. 난 저런 놈들만 보면 아주 죽이고 싶다는 생각만 하게 돼. 저런 얼빠진 놈은 지금 죽는 게 나아.”

그는 그렇게 말하며 발로 루슬란의 머리를 옆으로 차버리고는 그리고리가 있는 계단으로 향했다.

* * *

그리고리는 자기 쪽으로 데굴데굴 굴러오는 물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저것은! 루슬란...! 루슬란의 머리잖아?”

지금까지 여기 저기 던져지고 굴러다니는 물체가 무엇인지 이제야 확인한 것이었다. 순간 그의 두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 그는 잠시 내려놓았던 총구를 다시 11번에게 겨누고 격노의 말을 쏟아냈다.

“이... 이... 개새끼들! 너희가 루슬란을 죽였어! 이 짐승만도 못한 새끼들!”

“응?”

계단으로 향하던 11번이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그리고리를 보고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섰다.

“뭐야? 인마. 내가 말했잖아? 네 총은 내게 전혀 소용이....”

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그리고리는 쥐고 있는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