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40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40

텔리가 니콜라이의 목을 들고 자신을 보고 있는 모습에 너무 놀란 나머지 미하일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니... 니콜라이! 니콜라이! 이런 미친놈! 너가 니콜라이를 죽여 버렸어! 사... 사람 살려!”

텔리는 태연하게 미하일을 보고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 처음부터 둘 중 하나는 살려주려고 했으니까. 너희가 클로브 담배를 사가는 사람한테 이것저것 물어본다는 걸 듣고 정보를 얻으려고 찾아왔던 것뿐이다. 이제 누가 왜 그러는지 알았으니까 널 그냥 보내주마. 그리고 네 보스, 보바에게 가서 말해. 내가 준비되면 곧 찾아갈 테니까 더 이상 비피네 가게에 와서 귀찮게 하지 말라고. 알겠어?”

“아아......”

“만약 다시 한 번 너희 러시아 애들이 여기 와서 이렇게 영업방해 하고 있는 걸 보면 내가 가서 싹 다 죽여 버릴 거니까. 이 근처엔 아예 얼씬도 하지 마. 알아들었어?”

“으어어....”

미하일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

“이 자식아. 다 들었으면 당장 꺼져. 내가 마음을 바꾸기 전에. 훗훗훗.”

“끼야아아아..... 사... 사람 살려!”

자신을 살려준다는 말에 미하일은 짐승처럼 네 발로 기어서 출입문으로 향하더니, 미친 사람처럼 후다닥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몇 분 후, 건물 주위 어디선가 숨어 있었던 스모크 샵 주인이 다시 가게로 들어왔다. 그는 입구에 발을 들이자마자 바닥에 있는 끔찍한 모습의 시체를 보고 다시 뒷걸음질 치며 가게 밖으로 도망가려고 했다. 텔리는 그에게 손짓하며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여어. 비피. 여긴 상황이 다 끝났어. 널 해칠 자는 하나도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들어와.”

비피는 떨리는 목소리로 텔리에게 물었다.

“다... 당신 누... 누구야?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방금 나간 저 사람... 그리고 바닥에 있는 시체.... 이 자식이 누군지나 알아?”

“누구긴 누구야. 보바 밑에 있는 러시안 갱들이잖아.”

텔리는 눈알을 한 바퀴 굴리면서 느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비피는 피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는 가게를 보고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아... 망했다. 내 가게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여기가 이 따구로 크라임 씬이 되어버렸으니 경찰들이 와서 날 귀찮게 할 텐데. 아니지, 분명히 러시아 애들이 몰려와서 날 죽여 버리고 말 거야. 으흐흑.”

“뭘 그렇게 걱정하나. 이번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잖아. 그리고 이미 내가 청소부들을 불렀어. 언제든지 저 문으로 들어 올 거라고.”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고? 청소부들을 불렀다고? 당신 진짜 혹시...?”

텔리는 순간 머뭇거리더니 입에 클로브 담배를 하나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비피를 보고 한 쪽 눈을 찡긋거리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 나 텔리야.”

비피의 두 눈이 커졌다. 그의 콧구멍도 함께 커지면서 갑자기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 같은 말을 빠르게 쏟아냈다.

“@#$% @#$%@#$%&! 뭐라고 당신이 텔리라고? 이봐, 친구. 그런데 씨X 모습이 그게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완전히 환골탈태 했잖아? 안 보이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쒸이이잇~! 플라스틱 써져리? 이거 뭐 하나도 몰라보겠네. 쓋!”

텔리는 클로브 담배를 피우다 말고 심각한 표정으로 비피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뭐라고?”

“야, 너 완전히 모습이 싹 바뀌었잖아! 텔리, 진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텔리는 순간 시선을 다른 곳으로 생각해보더니, 입에서 동그란 모양의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달라진 내 모습이야 뭐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고. 그런데 비피, 너 좀 이상하다. 너가 언제부터 나한테 그따위 막 되먹은 말투로 말을 했었지? 예전엔 태도가 좀 더 공손하지 않았던가?”

그랬다. 예전부터 텔리를 좀 두려워했던 비피는 그에겐 꽤 예의를 차리며 말했었다. 하지만 방금 전엔 여러 가지 이유로 잠시 흥분해 있었던 터라 말이 헛 나왔던 것이다. 훙분이 가시자 그의 눈에 텔리가 한 손에 쥐고 있는 니콜라이의 머리가 다시 들어왔다. 머리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며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히익! 뭐야? 사람 머리를 들고 있잖아?’

비피는 자신이 지금 싸이코 킬러와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깜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크게 후회하며 눈을 찔끔 감았다.

“아... 예, 그랬죠. 죄...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너무 흥분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텔리.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손님은 왕이고 그 중에 최고는 텔리, 당신인데 말입니다. 용서해주십쇼.”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면서 아첨 모드로 들어가는 비피를 본 텔리는 껄껄 거리며 웃었다.

“에이.... 뭘 또 그렇게까지 말을 해. 방금 전 날 편하게 대했던 게 더 좋으니까 계속 그렇게 하도록 해. 알겠지? 그냥 친구처럼 하라고.”

“아아... 그... 그런가요? 치... 친구? 저야 뭐 그럼... 쩝. 그런데 텔리,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또 내 가게에서 사람을 죽여 버리면 어떡합니까? 게다가 여기 죽어 있는 놈은 러시안 갱 멤버라고요. 벌써 두 번째입니다. 그들이 또 몰려왔는데 그 때 당신이 여기에 없다면 난 죽은 목숨이에요.”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방금 전 도망간 놈에게 주의를 줬어. 다시는 러시아 애들이 네 가게에도, 이 근처에도 오지 않을 거야. 다시는.”

텔리는 주위를 한 번 슥 돌아보았다.

“이렇게 보기엔 뭐 아무 것도 부서진 게 없어서 배상할 것도 없긴 한데. 가게도 외진 곳이고 본 사람도 없고. 깨끗하게 일이 끝났네. 쩝. 비피, 아무튼 일이 또 이렇게 되어서 미안하게 됐어. 청소부들이 와서 싹 깨끗하게 치워줄 테니 앞으론 걱정 말고 장사하라고. 그리고 여기, 네가 가지고 있는 클로브 담배는 싹 다 가져와. 내가 사갈 테니까. 아, 맞다. 내 옷이 좀 더러워졌으니까 프로모션 티셔츠 있으면 하나 주고. 전에 줬던 라이터 티셔츠는 아주 고마웠어.”

“예. 클로브... 클로브... 티셔츠.... 티셔츠....”

비피가 재빨리 카운터로 달려가서 진열장 위에 클로브 담배와 검은 색 티셔츠를 꺼냈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건 딱 이것뿐이라.... 맘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텔리는 비피가 꺼낸 티셔츠를 들어 올리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티셔츠 앞면에는 큼지막한 독수리가 하나 인쇄되어 있었다.

“이게 뭐야. 무슨 바이커들이나 입을 것 같은 거네? 뭐 할 수 없지. 피 묻은 걸 입고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거라도 입어야지.”

텔리는 그 자리에서 수트와 상의를 벗더니 티셔츠를 자기 몸에 갖다 댔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비대해진 몸의 살이 출렁거렸다.

“비피, 이거 나한테 좀 작을 것 같은데? 정말 이것밖에 없어? 에이....”

“그것 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진짜 어떻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거에요? 요즘은 성형 수술로 그렇게 살도 붙일 수 있는 거예요?”

“어휴, 내가 설명해 줘도 넌 모를 테니 묻지 마. 나도 좋아서 이런 모습으로 있는 게 아니니까. 알겠어? 이렇게 뚱뚱하고 못 생겨져서 난 전혀 기쁘지 않다고. 나중에 다시 내가 원래대로 돌아가게 되면 그 땐 너도 다시 날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을 거야.”

텔리는 옷을 다 갈아입고는 수트 상의의 주머니에서 있는 돈을 전부 꺼내서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비피는 클로브 담배를 비닐 봉투에 넣으면서 힐끔 돈을 보았다. 얼마인지 자세히 세어 보지 않았지만, 한 눈에도 많은 돈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너무 많이 주셨습니다. 잠시만요. 거스름 돈이...”

“아냐, 거스름 돈은 필요없어. 그냥 네가 다 가져. 어차피 내 수중에 돈이 있어봤자 도박으로 다 날릴 게 뻔하니까 말이야. 오히려 네게 주는 게 더 나을 거야. 어제도 플러싱 도박판에서 중국 도박꾼 애들이랑 하다가 탈탈 털려서 내 차까지 다 날려먹었거든. 훗훗훗. 그럼 다음에 또 보자구.”

텔리는 바닥에 누워있는 시체 위에 들고 있던 머리를 던지고는 손을 흔들며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스모크 샵을 빠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