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74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74
텔리가 태연하게 웃으며 다가오자, 켄 청은 부들부들 떨면서 부하들에게 소리 질렀다.
“개자식들이 죽으려고! 야! 야! 저 자식한테 당장 맛 좀 보여줘! 어서 총을 쏘란 말이야!”
보스의 명령이 떨어지자, 부하들은 모두 옷에서 권총을 꺼내 텔리와 알렉시스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탕! 탕! 탕탕탕!’
‘탕! 탕!’
그런데 그들이 총을 쏠 때마다 텔리와 알렉시스 주변에 옅은 노란색의 막이 펼쳐지더니 총알을 튕겨내는 것이었다.
‘팅! 팅! 툭!’
그들의 탄창이 모두 텅텅 비자, 켄 청과 부하들의 입이 벌어졌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쐈는데도 단 한 발도 텔리와 알렉시스를 맞추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는 하나같이 얼굴이 창백해졌다. 켄 청은 몹시 흥분해서 부하들에게 물건을 집어던지며 꽥 소리를 질렀다.
“이 멍청이들아! 멍청하게 있지 말고 또 쏘란 말이야! 어서! 어서! 쏴!!”
텔리는 클로브 담배를 입에 물고 느릿느릿 걸어오더니, 서둘러 새 탄창을 권총에 결합시키고 있는 부하 바로 앞에 섰다.
“하하하. 이제 다 쏜 거야?”
“이이익...!”
부하는 탄창을 결합하자마자 포인트 블랭크 위치에 있는 텔리의 머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큰 소리가 나면서 총알이 발사되었지만, 그것 역시 순식간에 텔리 주위에 펼쳐진 방어막에 튕겨 다른 곳에 가서 박혀버렸다.
“해도 해도 안 돼지?”
텔리 앞에 선 부하는 극심한 공포에 짓눌린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버려 그만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건... 이건 말도 안돼! 오, 신이시여...... 사... 살려주세요!”
“왜 그래? 이제 내가 신인걸 알았어? 물론 너가 목숨을 살려달라고 비는 신은 내가 아닌 건 나도 잘 알지. 훗훗훗.”
텔리는 여유를 부리며 클로브 담배 한 모금을 빨더니 온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부하를 내려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연기가 스물스물 빠져나왔다.
“자, 이제 심판을 받아라. 넌 사형. 후우우-”
그는 그렇게 말하며 피우고 있던 담배연기를 부하의 얼굴에 대고 훅- 하고 불었다.
“캘록. 캘록...... 우웨에에엑...!”
부하는 연기를 마시고 몇 번 기침을 하더니 갑자기 입에서 피를 토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다가 완전히 바닥에 누워버렸다. 그 때, 텔리의 뒤에서 몇 번의 총성이 다시 들린 후, 알렉시스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텔리님! 켄 청이 도망갑니다!”
“응? 뭐?”
텔리가 고개를 돌려 뒤를 보자, 켄 청이 또 한 명의 부하를 밀치더니 방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하하! 저 쥐새끼 같은 놈 좀 봐봐.”
알렉시스가 켄 청의 뒤를 쫓으려고 했으나 나머지 부하들이 그녀에게 달려들어 맨 주먹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텔리는 그걸 보고 그녀를 도우려다가 이 차이니즈 갱들의 무술 실력이 남다른 것을 보고는 순간 멈칫하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어이구야. 쟤네들 몸놀림이 영 예사롭지 않다. 저런 쿵푸 무브는 내 메이크바로도 못 막는 건데. 나는 그냥 응... 응원만 해야겠네. 하. 하. 하. 알렉시스, 이겨라! 예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만 막아주는 메이크바 방어막의 특성상 켄 청의 부하들과 맨 주먹으로 싸우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은 그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알렉시스는 3 명의 적과 싸우고 있었는데, 아마 그가 도와줬다면 적을 제압하는데 조금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다행히 알렉시스는 3 대 1 의 대결에서도 그리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차분히 그들의 맨손공격을 전부 피하거나 막더니 순간적으로 손에 힘을 집중해서 불을 피웠다. 그리고 그 불타는 손으로 적을 때려 눕히는 것이었다. 텔리는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그렇지! 브라보! 잘했어! 알렉시스! 아주 싹 다 태워버려!”
몸에 불이 붙은 차이니즈 갱스터들은 바닥을 부르거나 손으로 몸을 때리며 불을 끄려고 했지만, 그녀의 불은 보통 불이 아니라서 그렇게 쉽게 꺼지지 않았다. 그들 중 두 명이 몸에 불이 붙은 채로 소리를 지르며 문 밖으로 뛰쳐나가자, 도박장은 아주 아수라장이 되었다.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나고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원래대로라면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살려둬선 안 되는 건데.....”
알렉시스는 규칙대로 하자면 엘리시움인의 정체를 알게 된 사람과 모든 목격자들을 제거해야 했는데, 쉽게 그럴 상황이 아니게 되어서 짜증을 냈다. 그녀는 부지런히 움직여서 켄 청의 사무실 곳곳에 불을 놓았다.
“텔리님, 일단 이 곳은 전부 다 불태워 버리려고 합니다.”
“에이... 뭐. 그러던가 말던가. 난 그런 방식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잖아. 무식해서.”
“그래도 엘리시움의 규칙 아닙니까?”
“그래. 누가뭐래? 네 맘대로 해. 열심히 하라구.”
텔리가 귀찮다고 손짓을 하며 알렉시스더러 알아서 열심히 일하라고 하고 있는데, 더 많은 켄 청의 부하들이 들어오려고 했다. 그들은 모두 총으로 무장한 상태였는데, 심지어 일부는 소총까지 들고 있었다. 멀리서 켄 청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저 안에 내 금고랑 물건들이 있단 말이다. 다 가지고 나와야 하는데 저것들이 저기서 버티고 있잖아. 이놈들아! 어서 쏴! 쏘라고! 저 망할 것들을 아예 벌집으로 만들어 놔!”
보스의 명령을 들은 부하들은 방 입구에서 가까이 있는 텔리와 알렉시스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일제히 총알세례를 퍼부었다.
* * *
지하에 있던 도박꾼들이 소리를 지르며 문을 박차고 뛰어 나오자 씨푸드 마트 건물의 입구에 서 있던 켄 청의 두 부하는 크게 당황했다. 그들 중 아까 알렉시스에게 수작을 걸던 녀석이 뛰쳐나온 도박꾼 하나의 팔을 잡더니 물었다.
“이봐, 너희들 왜 이러는 거야?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난 거야?”
“야! 내 팔 놔! 나 지금 빨리 도망쳐야 돼! 지금 저기 아래에서 전쟁이 났어, 인마!”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전쟁이라니?”
“몰라! 지금 총 쏘고 불 지르고 아주 난리가 났어!”
도박꾼은 그렇게 말하면서 부하의 손을 뿌리친 후 잽싸게 달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부하는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료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야, 저기 밑에 도박장에서 불났대. 이거 911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냐?”
그의 말에 동료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때, 켄 청이 허겁지겁 달려 나오면서 입구의 부하들에게 소리 질렀다.
“너... 너희들! 총! 어서 총 꺼내!”
두 부하는 황급히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낸 후 입구를 향해 겨눴다.
“저 문으로 두 년놈이 나오면 보이자마자 무조건 방아쇠를 당겨. 알겠어?”
켄 청의 말이 마치자마자, 둘은 입구에 선 두 사람을 보게 되었다. 다름 아닌 텔리와 알렉시스였다. 그들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부하 중 하나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아니, 저 녀석들은? 게다가 저 놈은 냉동고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어떻게 용케 살아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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