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56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56

비피는 깜짝 놀라 손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뭐라고요? 잘 미끼로 쓴다고요?”

11번은 바빌로프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너, 이 샵 주인 놈을 단단히 지키고 있어. 며칠 내로 이리로 다시 올 테니, 대기하고 있어라. 자, 23. 이제 가지.”

바빌로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저... 저기요! 형님들! 여기 이놈만 제게 맡겨두시고 그냥 가버리시면 어떡합니까?! 혹시 미스닉이 자기 협력자가 여기 있는 걸 알아차리고 제게 찾아오면 어떡해요?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총도 통하지 않고 혼자서 군대도 상대할 수 있는 그런 괴물인데, 우리들이 무슨 수로 그를 상대합니까?”

23번은 어깨를 한 번 들썩이더니 대답했다.

“맞아. 총으로는 그를 상대할 수 없다. 아니, 그것뿐만 아니라 무엇이든지 빨리 움직이는 건 그의 몸에도 닿지 않아. 방금 전 너와 네 부하가 우리에게 총을 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봤잖아. 다만....”

그러자 11번이 한 사흘은 감지 않은 듯한 자신의 헝클어진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 레인지나 프로젝타일 웨폰 말고 좀 더 심플한 거 말고는 그를 공격할 수 없어. 뭐, 칼이나.... 아님 맨손으로나.... 암튼 빨리 움직이는 물건은 그의 몸에 닿지도 않을 거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을 거야. 그가 맨손으로 싸우는 데엔 다 이유가 있어. 보통 사람보다 몇 배나 힘이 강하거든. 그는 특별히 힘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너희 중 누구든지 제압할 수 있어.”

“그러니, 만약 맞서 싸워야 한다면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거야. 또, 어느 부위든 그의 몸에서 빛이 나고 있다면, 그 땐 맞서지 말고 차라리 도망가. 어차피 이 세상에서 그놈을 죽일 수 있는건 여기 우리 둘 밖에는 없으니까.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 너희들 중 단 하나라도 그의 수중에 떨어지면 안 된다. 우리가 여기 왔다는 걸 들키게 돼. 뭐, 물론 우리가 받은 예언에 따르면 그 전에 우리가 올 것 같지만. 자, 가자. 23번.”

11번과 23번은 그렇게 말한 후, 몸에서 빛을 발하더니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아니, 실은 연기가 되어 사라진 것이 더 맞는 말이다. 그들은 전의 텔리가 여러 번 보여주었던 것처럼 몸을 기체화시켜서 연기가 되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바빌로프와 나머지 두 사람은 그런 그들의 퇴장 방식에 꽤 충격을 먹었는지 한 동안 어벙하게 입을 벌리고 서 있었다. 제일 먼저 충격에서 벗어난 바빌로프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도대체 저것들, 사람이야, 귀신이야? 이봐, 그리고리. 지금 너도 저 둘이 갑자기 사라진 거 봤지?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예. 보바. 저도 똑똑히 봤습니다.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습니다. 보고도 믿을 수가 없군요.”

“혹시 천사였을까? 아님 악마일까? 분명 사람은 아닐 거야.”

“천사.... 일리는 없습니다. 저 아래층에 굴러다니던 루슬란의 목을 보십시오. 세상에 어떤 천사가 저런 짓을 하겠습니까?”

바빌로프는 눈알을 한 바퀴 돌리더니 맥 빠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래. 천사일리 없지. 그럼 난 악마와 손을 잡은 거구만.”

그의 말을 들은 그리고리가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

“저기, 보바. 함부로 미스닉에게 등을 돌려서 되겠습니까? 저 정체도 모르는 두 침입자에게 그에 대해 정보를 주시고 말입니다.”

“몰라! 제기랄! 그럼 어떡해. 방금 사라진 그 두 사람이 얼마나 막무가내인지 봤잖아. 일단은 살아남으려고 한 일이었어.”

“예, 압니다. 덕분에 이번에도 보스 덕분에 전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일에 휘말린 것 같아서요. 만약 미스닉이 우리에게 찾아오기라도 한다면, 과연 저들의 말대로 맨주먹과 칼 같은 무기만으로 그를 막을 수 있을까요?”

“어차피 총은 그놈한테 무용지물이잖아. 그걸 어디 한, 두 번 경험했어야지.”

“만약 미스닉이 또 다시 찾아온다면, 그 땐 일이 너무 커질 것 같습니다. 폐차장 때 보다 더 큰 일이 발생할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혹시 보스와 제가 무사하더라도 경찰들의 눈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일이 너무 커질 테니까요.”

“그리고리, 기분 잡치게 왜 자꾸 부정적인 말만 하는 거야?”

“그런 의미로 말씀드린게 아닌데, 그렇게 들으셨다면 죄송합니다. 전 그저 우리가 이런 일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뭐야? 그럼 계속 미스닉 그 자식이 함부로 행동하는 걸 그냥 보고 넘어가야 한단 말이야?”

“오늘 두 침입자들이 여기 들어올 때 밖에 서 있는 경호팀을 전부 죽인 걸 보세요. 제가 봤을 땐 미스닉이나 두 침입자들이나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 건 똑같습니다. 저들은 인간의 능력을 훨씬 넘어선 자들인데, 우리가 왜 그들의 싸움에 휘말려야겠습니까?”

“에이, 몰라. 이미 벌써 시작된 일이야. 게다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이기는 편에 서 있는 게 낫지.”

그리고리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이기는 편에 서야지. 바로 저 둘이 이기는 편이야.”

“이기는 편이요? 저 둘은 아직 정체도 잘 모르는 녀석들인데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그 녀석들이 당연히 이기는 쪽이지. 미스닉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데 이쪽엔 두 명이나 붙어 있잖아.”

바빌로프는 잠시 고개를 돌려 뒤쪽에 앉아 있는 비피를 슬쩍 보더니 목소리를 낮게 깔면서 거의 속삭이듯이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정체를 잘 모르는 게 문제겠어? 그 두 녀석이 미스닉을 죽이려고 두 눈이 시뻘게져 있는 걸 너도 봤잖아. 그거면 됐지. 게다가 아까 땅딸만한 주정뱅이 놈이 하는 말을 못 들었어? 미스닉을 죽일 수 있는 건 세상에 자기들 둘밖에 없다 잖아. 어차피 우리 힘으로는 미스닉을 상대할 수도 없었는데 그런 녀석들이 나타났으니 내 입장에선 잘 됐지. 그리고리, 이건 우리가 그 녀석들과 미스닉이 벌이는 싸움에 휘말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역으로 그 두 놈들을 이용해서 미스닉을 제거하는 거야.”

“네?”

초능력을 발휘하는 11번과 23번을 이용하겠다는 바빌로프의 말에 그리고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니, 보바. 그게 말이 됩니까? 당신은 그들을 억누를 수 있는 어떤 힘도 수단도 없습니다. 어떻게 그들을 통제하려고 하십니까? 게다가 미스닉 하나를 가지고도 쩔쩔매셨잖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둘이나 감당하시려고 그러시나요? 어디 그것뿐입니까? 미스닉과 비교하면 비용도 두 배나 들어갈 겁니다.”

바빌로프는 잠시 딴 곳을 쳐다보면서 침묵을 지키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리. 너 꿈이 참 작구나.”

“네?”

“그래. 내가 미스닉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을 아깝게 생각하던 것이 잘못됐다고 깨우쳐주길래, 상황을 판단하는 눈과 생각이 남다르다고 여겼는데 말이야. 생각하는 틀이 작아.”

그리고리는 턱을 뒤로 당기면서 가볍게 머리를 흔들었다.

“전 보스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바빌로프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어갔다.

“네가 그랬잖아. 내게 미스닉이 있으면 이 미국의 모든 검은 돈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만약 날 위해 일하는 미스닉이 둘이면 어떨 것 같냐고? 그 땐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거 아냐? 어때? 내 세계 암흑가 정복의 아이디어가? 그야말로 만화책에 나오는 슈퍼 빌런이 되겠다는 거지. 하하하하!”

“아.....!”

그리고리는 입을 벌리며 탄성을 내질렀다.

“하하하. 이 친구, 놀라긴. 하하하하!”

그는 뭐라고 대꾸를 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이 하얘져서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말도 안 될 정도로 스케일을 크게 잡은 바빌로프의 무모함에 질려버린 것이었다. 아니, 무모함이 아니라 멍청함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그리고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미쳤구나. 보스가 단단히 미쳐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