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37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37

건수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도저히 방금 검은 방의 수호자로부터 들은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케르케로우스님은 불사의 몸을 가지고 계시는데!”

‘내가 말한 것은 사실이다. 케르케로우스는 부활할 수 없다. 왜냐면 부활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수호자는 마치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듯 무심한 톤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늑대 신수가 부활을 포기했다니? 그건 또 무슨 얘기인가. 건수는 연속해서 충격을 받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지금 딱 바닥에 다시 주저앉고 싶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도저히 이해가지 않아서 그런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요? 케르케로우스님은 신수이시기 때문에 돌아가셔도 다시 부활하실 수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 사실을 전 벌써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부활하실 수 없다는 건가요? 아니, 왜 부활을 포기하신 건가요?”

‘그건 이계의 아이,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 아니냐?’

“네? 제가요?”

‘네가 그의 몸을 취했으니 말이다. 네가 가진 그 몸은 원래 그 늑대의 것이 아니더냐.’

“네, 네? 이 몸이 케르케로우스님의 몸이라고요? 그게 도대체 무슨....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수호자는 아무 말 없이 건수로부터 등을 돌리더니 손을 높이 들어 올려 공중에서 휘휘 휘저었다. 그러자, 그가 서 있던 곳 바로 앞에 바닥이 흐물거리더니 방금 전처럼 액체 상태로 변하더니 그 안에서 소용돌이가 생겼다. 수호자는 그 쪽으로 발걸음을 한 발짝 옮기고 건수를 보며 말했다.

“네 눈으로 직접 보는 게 낫겠지. 나를 따라오너라.”

“예엣? 저, 저도요?”

수호자가 발걸음을 향하는 곳의 상태를 보자 건수는 덜컥 겁부터 났다. 그가 머뭇거리는 것을 본 수호자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나치게 조심성이 많은 녀석이구나. 역시 그 늑대에 어울리는 사제인가.......”

그 말을 들은 건수는 몸을 기울이며 자신이 서 있던 바닥에서 한 발짝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수호자가 소용돌이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소용돌이는 순식간에 그의 하체를 삼켰다. 몸의 절반을 소용돌이 안에 넣어둔 채 그는 건수를 보며 재촉했다.

“계속 거기서 그렇게 서 있을 거냐?”

“아, 예. 예. 아니, 아니오. 가, 갑니다.”

건수는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지만, 액체로 변한 바닥을 보고 겁이 나서 단번에 발걸음을 척척 옮기진 못했다. 마치 살짝 앞발을 들고 고인 물에 찍어보는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발의 끝을 물처럼 되어버린 바닥에 담갔다.

“히이익!”

찰랑거리는 액체의 느낌이 발끝에 닿자, 건수는 기겁을 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아, 안 되겠어. 얼마나 깊은지 감도 안 오는데, 어떻게 될 줄 알고 이 안으로 함부로 들어가? 안 돼. 무리야.’

그렇게 계속 주저하는 건수를 보고 수호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날 따라오지 않을 거면 이 검은 방에서 나가거라.”

“케르케로우스님은요? 전 그 분을 꼭 만나야 합니다. 조금전 그 분이 돌아가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전 그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전 다시는 케르케로우스님을 뵐 수 없는 건가요?”

건수는 수호자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 것인지, 그로부터 케르케로우스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여전히 늑대신수를 찾았다. 수호자는 건수의 말을 듣고 좀 의외라는 듯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였다. 그는 여전히 무미건조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지나치게 조심성이 많은데다가 의심도 잘 한다니. 과연 케르케로우스의 사제답구나. 날 따라 이 안으로 들어오너라. 이 아래에 네 질문의 모든 답이 있다.”

“사실 전 헤엄을 그리 잘 치지 못 합니다. 물, 아니, 이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안으로 들어가기가 좀 겁이 납니다. 전 예전에 이 바닥 안으로 들어가서 오랫동안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 문제가 없었지만 저와 함께 들어갔던 사람은 들어갈 때 암흑을 삼켜서 나중에 아주 고생한 적이 있어서요. 저도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 됩니다.”

수호자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대답했다.

“마음에 있는 것을 그대로 말하는 것을 보니 꽤나 솔직하군. 넌 인간으로서 성인이 되었는데도 그러는 걸 보니 다른 인간과 다른, 흔치 않은 인간이라는 건 알겠다. 또 그 황금색 늑대가 왜 널 사제로 삼았는지도 충분히 알겠구나. 좋아, 내가 하나 알려주지. 지금 네가 가진 그 육체라면 충분히 이 안에 들어와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걱정 말고 이리로 오너라.”

“예? 이 육체라면 아무 일이 없을 거라고요?”

건수는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는 수호자의 말을 듣고 좀 더 용기를 내서 액체로 변한 암흑의 바닥 안으로 두 발을 넣었다. 정말 바닥은 물처럼 변해있어서 풀장에 들어가는 것처럼 풍덩 몸이 빠졌다.

“아! 지, 진짜 물이잖아?”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몸은 하체만 그 안에 잠기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풀장이라는 표현보다는 목욕탕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생각보다 수심이 깊지 않은 것을 확인한 건수는 고개를 숙여 빛을 뿜어내는 두 눈으로 그의 하반신을 바라보았다. 의외로 액체는 빛의 투과성이 좋아서 그의 다리를 볼 수 있었다.

“바닥이.... 없잖아?”

분명 액체로 변한 암흑의 바닥 아래에 또 다른 바닥이 느껴지는데도 그 아래는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겉보기엔 깊은 물속에 빠진 것 같았지만 걸을 수 있는 바닥 위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건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했는지 수호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지식으로는 검은 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해할 수 없을 테니, 걱정 말고 내가 있는 곳까지 오너라.”

“하... 하지만 전 지금 물 안에.... 전 수영을 잘 못합니다!”

“나 역시 한 때는 엘리시움의 신들 중 하나였다. 거짓말은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어서 오너라.”

수호자가 엘리시움의 신들 중 하나였다는 말을 듣고 그제야 건수는 완전히 그를 신뢰할 수 있었다. 왜냐면 그 신들이란 존재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도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건수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수호자가 있는 소용돌이까지 천천히 이동했다. 그러면서 수호자란 인물이 자신이 충분히 가까이 올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기만 할 뿐, 행동을 빨리 하라고 재촉하지 않는 것을 보니 이해심과 배려심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기다려 주셔서 감.... 사합니다. 수호자님.”

수호자는 여전히 무표정한 표정을 하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건수가 가까이 온 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돌려버리고 소용돌이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 버렸다. 건수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도 상대방이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사라져 버리자 조금 쑥쓰러웠는지 뒤통수를 긁었다.

“쩝. 수호자님은 좀 근엄하신 분인가 보다. 케르케님과는 완전 반대시네.”

건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수호자가 들어간 소용돌이를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수호자의 말대로 지금까지 암흑의 물속에서 그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니,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겼다.

“그럼 나도 저 안으로 들어가 보자. 내 몸에 대해서, 또 케르케님께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그런데 저 뱅뱅 도는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가면 몸도 같이 돌아갈 테니 좀 어지럽겠는데?”

하지만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 그가 소용돌이 안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들이자, 그 돌아가는 물살에 따라 몸이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몸에는 어떤 저항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몸이 아래로 아래로 천천히 가라앉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