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89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89

텔리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때를 기다려라... 때를 기다려라....”

”알렉시스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텔리에게 물었다.

“때를 기다리라뇨? 신이시여, 어떤 때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 아니야.”

텔리는 잠시 멍하게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얼버무렸다.

“그저 옛날, 아버지께서 사라지시기 전에 내게 하셨던 말씀을 기억했던 것뿐이었다.”

“아버지시라면... 죽음의 신 말씀이십니까? 그분이 사라지셨다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래. 아버지는 그 날 이후로 영영 사라지셨다. 어디 계신지는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몰라.”

“죽음의 신이 영영 사라지셨다고요?”

“내 눈 앞에서 생명을 포기하시고는 완전히 사라지셨어. 다시 공허로 돌아가셨지.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앞으로도 뵐 수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그분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엘리시움에서 죽음의 신의 자리가 영영 비어있단 말씀이십니까?”

“어. 그러니까, 자기가 죽음의 신이라고 하는 녀석들은 전부 가짜야. 그분은 내게 능력을 주시고 사라지셨지만, 난 그분의 뒤를 이을 만큼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까 죽음의 신은 없다.”

알렉시스는 텔리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지 눈만 입을 벌린 채 눈만 껌벅였다. 사실, 그 자리에서 오고가는 대화의 내용을 제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죠셉이었다. 그는 외계에서 온 신과 그 추종자 사이에 껴서 꽤 오랫동안 자신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쓸데없는 정보만 들은 것이었다. 텔리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 돌아가자, 그는 멍한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 맞아. 이 멍청한 놈의 얘기를 하다가 그 얘기까지 하게 된 거였군. 너, 인마. 아까 나한테 운명 어쩌고 그런 얘기를 했겠다?”

죠셉은 혹시라도 텔리가 다시 한 번 자신의 청을 거절할까봐 걱정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예.”

텔리는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냉소했다.

“흥! 난 네 아버지와도 계산이 끝났고 너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잘도 내게 그 따위 단어를 언급했구나. 뭐, 좋아. 널 도와주겠다.”

“네? 정말로요? 가... 감사합니다!”

죠셉은 흥분해서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텔리는 귀찮은 일에 엮이게 되어 짜증이 난다는 듯 입을 삐죽였다.

“됐어. 그딴 말 듣고 싶은 게 아니니까. 그냥 어쩌다보니까 그렇게 엮이게 된 것뿐. 절대로 네게 설득 당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니다.”

텔리는 다시 알렉시스를 보며 말했다.

“알렉시스, 안 그래도 예전에 보로니의 죽음에 대해 신문과 방송이 떠드는 걸 보고 뭔가 석연찮은 게 있어서 좀 신경 쓰였어. 언젠가 내가 한 번은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던 일이다. 그런데 아까 죠셉의 기억을 읽어낼 때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는데, 사람들은 바빌로프가 보로니를 죽였다고 말하고 있더군.”

“바빌로프요? 그게 누군가요?”

“러시아 갱스터 두목인데, 나와는 좀 친한 사이야. 그래서 시중에 떠도는 말만 믿고 행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좀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아.”

“그렇다면 앤디에게 알아보도록 시킬까요?”

“앤디 공? 어. 그거 좋은 생각이다. 정보를 얻게 되면 일주일 후에 움직일 거다.”

“일주일이요? 아마 그가 알아본다면 반나절이면 제대로 된 정보를 줄 수 있을 겁니다.”

“아냐. 아냐. 난 일주일 정도 후에 움직일 거야.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 ‘천사의 오후’가 클라이맥스거든. 그거 다 보면 움직일 거야. 이번엔 그 어떤 것도 날 방해하지 못해.”

죠셉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실망했는지 알렉시스를 보며 말했다.

“지금 이 분이 드라마를 보는 것 때문에 일주일 후에 도와주시겠다고 말씀하신 거 맞죠?”

알렉시스도 좀 의외였는지 이마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래. 들은 대로다. 그럼 우린 기다리는 수밖에.”

그러자, 텔리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지. 내가 움직이는 게 일주일 후라는 거지. 알렉시스, 넌 내일 죠셉을 데리고 롱 아일랜드에 좀 다녀와.”

“네? 거기서 무슨 일을 할까요?”

“아까 죠셉의 기억을 읽어보니, 이 녀석에게 총을 쏜 녀석이 있어. 로니라는 녀석인데, 그놈을 처리해. 죠셉, 너도 알고 있지? 로니가 네게 총을 쐈어.”

“예. 기억합니다. 분명 그 녀석이 그랬지요.”

죠셉은 총격을 당했던 배와 가슴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놀랍게도 하루 만에 상처는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그런데..... 전 총상을 입었는데도 어떻게 된 일인지 상처 하나도 남아 있지 않군요. 그래서 아까 깨어났을 때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네가 아까 공격했던 나의 사제, 쾅식이가 널 치료해서 그렇다. 넌 분명히 로니의 공격을 받았고 거의 죽다 살아난 거야. 네 아버지의 복수도 복수지만 그 일부터 해결하고 와라. 알렉시스가 도와줄 거야.”

죠셉은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두 눈썹을 들어 올리면서 물었다.

“여기 이 여자와 겨우 단 둘이서 말입니까? 마피아를요?”

“왜? 그 놈 말고 또 관련 있는 놈들이 또 있어? 그럼, 뭐, 한 300 명쯤 있는 거야? 그러면 혹시 또 모르니까 쾅식이도 데려가던가. 그런데 아까 네 기억을 읽어보니, 그렇게 많은 인원이 있는 조직이 아니던데.”

“아뇨. 300 명이나 있을 리 없지요. 사람 수야 20 명 안팎입니다만, 로니는 늘 총 같은 무기를 몸에 지닌 녀석입니다. 차라리 저 혼자 가는 게 낫지, 이 여자는 오히려 방해만 될 겁니다. 아무리 손에서 불을 만들 수 있다고 해도 먼 곳에서 총을 쏘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뭐? 총? 방해? 하하하하!”

텔리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알렉시스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따라서 ‘프프’거리며 피식거렸다. 죠셉은 텔리 본인이 자기를 도와줄 거라고 내심 기대했는데 이상한 능력을 가진 영화배우를 자신과 함께 보내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

“아니, 뭐가 웃깁니까? 전 그저 이 여자가 걱정이 돼서......”

듣고 있던 알렉시스가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꼬마야, 제발 부탁인데, 내 걱정은 하지 말고, 혹시라도 누가 총을 쏘고 그러면 그땐 반드시 내 뒤로 숨으렴. 그럼 어제처럼 총 맞을 일은 없을 테니까. 호호.”

“뭐? 꼬마? 이 여자가 진짜?!”

죠셉이 발끈하자 알렉시스는 그의 어깨에 한 손을 올려놓은 뒤 강하게 힘을 주었다. 자기의 예상보다도 훨씬 강한 알렉시스의 완력에 그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으윽! 무슨 여자가 힘이 이렇게 세!’

알렉시스는 점점 그의 어깨를 더 강하게 짓누르며 말했다.

“그럼. 꼬마지. 난 너보다 몇 배는 더 오래 살았거든. 벌써 200 년도 넘게 살았으니까 말이다.”

“200 년도 넘게 살았다고? 야, 넌 나보다도 더 어려 보이는데 무슨 헛소리야....”

죠셉은 그녀의 말을 당장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웠지만, 또 한 편으로는 왠지 진실일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왜냐면 그녀가 잡고 있는 자신의 어깨를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여자든지 힘으로는 그를 누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렉시스의 힘은 그저 여자치고 힘이 좋은 게 아니라 그가 만나본 어떤 성인 남성보다도 훨씬 힘이 셌다. 그는 힘만 가지고는 도저히 그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는 태도를 바꿨다.

“내 어깨... 진짜 아프잖아. 아... 알겠어. 아무래도 내가 실수한 것 같다. 미안해. 그러니까 내 어깨를 놔줘.”

알렉시스는 그를 보고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뭐, 상관없어. 네가 믿던 안 믿던 난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거니까. 텔리님 말씀 들었지? 곧 출발할 거니까 어서 준비해. 그리고 누가 총을 쏘기 시작하면 내 뒤로 가서 숨어. 농담 아니야.”

그녀는 메이크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 뒤에 서 있으면 방어막이 펼쳐져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거였지만, 죠셉은 그녀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