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15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15

죠셉은 장전된 권총을 들어올렸다. 세 명의 마피아는 그가 무슨 생각으로 총을 꺼냈는지 알 수 없기에 몹시 당황했다. 하지만 세 명 모두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늘 총을 지니고 사는 녀석들이라 이런 위기 상황에도 어떻게든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돈테는 흥분했는지 숨을 몰아쉬며 유난히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말했다.

“Fxxk! 죠셉.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설마 우리를 네 동료로 삼는 일이 힘들어졌다고 해서 총까지 꺼내든 거야? 워워워. 진정하라고. 친구. 그 총 내려놔. 우린 지금까지 네가 하는 얘기를 듣고만 있었어. 네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알겠어? 우리들 중 누구도 네 총에 다치고 싶어 하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총을 내려놔. 그리고 계속 얘기 하자고. 말로 풀잔 말이야.”

죠셉은 돈테의 말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대신 들어올린 권총의 총구를 그 세 명 대신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알렉시스에게 향했다. 그러자 그녀는 인상을 쓰면서 몹시 불쾌해했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설마 그 총으로 날 쏘려는 거야?”

그녀의 물음에 죠셉은 난처해하며 고개를 살짝 까닥거리면서 대답했다.

“용서해줘요. 알렉시스. 이렇게라도 이들에게 직접 보여줘야 믿을 것 같아요.”

“뭐라고! 너 지금 돌았어? 아까 네가 함부로 나에 대해 발설한 것만으로도 난 저 녀석들을 충분히 죽일 이유가 돼. 그런데 직접 내 정체를 드러내라고? 너 진짜 그 총 안 내려 놓을...”

‘탕!’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죠셉은 그녀를 향한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실내에서 총소리가 울리자 마피아 삼총사들은 기겁을 했다. 그들은 포인트 블랭크 거리에서 총격을 당한 알렉시스를 바라보며 일제히 소리 질렀다.

“Fxxk! 아.....?”

“어? 이게 무슨....?!”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분명 총을 맞고 쓰러져야 할 알렉시스는 멀쩡히 서 있었다. 그들은 그녀 주변에 펼쳐진 투명한 막 같은 것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알렉시스는 무서운 눈초리로 죠셉을 쏘아 보았다.

“미친 놈! 네놈이 내 손에 죽으려고 아주 환장을 했구나. 감히 내게 총을 쏴? 그것도 이 세 멍청이들 앞에서?”

“죄송합니다. 알렉시스. 이 방법밖에 없어서요.”

“그렇다고 이런 짓을 벌여? 내게 이런 행동을 했다는 건 곧 목숨을 걸었다는 의미겠지? 어때? 내가 당장 이 손으로 네 놈의 머리를 붙잡고 바싹 태워줄까?!”

“죄... 죄송합니다!”

죠셉은 두 눈을 질끈 감고 거의 울부짖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사과했다. 마르코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죠셉에게 물었다.

“뭐... 뭐야! 저건! 서... 설마 저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총알을 피한 건가? 아, 아냐! 저 이상한 막 같은 것이 총알을 막아낸 건가?”

“그래. 네가 본 그대로야. 여기 이 분은 날아오는 총알을 막아낼 수 있어.”

“거짓말!”

돈테는 자기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다 거짓말이야! 총알을 막다니. 난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도, 그런 장비도 들어본 적이 없어. 분명 공포탄을 쏜 거겠지!”

알렉시스는 그를 보고 콧방귀를 뀌었다.

“입 다물어. 멍청아. 네가 뭘 안다고 지껄여?”

그녀의 말에 돈테는 기분이 상했는지 입술을 씰룩거렸다. 그녀를 보고 송곳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더니 말했다.

“뭐? 나더러 멍청이라고? 흥! 죠셉이 미인계를 쓰려고 데려온 인형 주제에 제법 가시 돋친 말을 내뱉는군. Bxxch! 네 년이 총알을 진짜 막을 수 있다고? 그럼 이것도 막아 봐!”

“뭐?”

그는 바지 주머니에서 재빨리 작은 리볼버를 하나 꺼내더니, 알렉시스가 몸을 피할 겨를도 주지 않고 그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피융! 픽! 픽!’

죠셉과 나머지 두 동료들은 돈테의 돌발행동에 깜짝 놀랐다. 죠셉은 거의 반사적으로 빠르게 바닥에 엎드렸다.

“우아아! 돈테! 갑자기 총을 쏘다니, 너 미쳤어?”

바닥에 얼굴을 대고 엎드렸던 죠셉이 다시 고개를 들어 돈테를 바라보았다. 그는 큰 충격을 받았는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아니... 어... 어떻게... 내가 쏜 총알도 마.. 막아낸 거지?”

그의 눈앞에 삐딱하게 서 있는 알렉시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 주변엔 옅은 노란색의 메이크바의 방어막이 펼쳐졌다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이이이... 머저리들! 전부 단체로 돌았구나! 감히 내게 총질을 해대?”

그녀는 단단히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를 빽 지르더니, 돈테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는 팔을 뻗어서 두 손으로 그의 멱살을 잡더니 그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렇게 죽는 게 소원이라면 당장이라도 죽여주마. 이 멍청한 자식!”

돈테는 알렉시스가 방금 자신이 총으로 쏜 총알을 막아낸 것도 모자라 앉아있는 자신의 몸을 두 손으로 잡고 들어 올리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겁에 질려 그녀에게 사정했다.

“미... 미안!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다구! 켁켁!”

“시끄러! 당장 죽을 놈이 사과는 무슨!”

그녀가 돈테의 멱살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집중시키자 손에서 하얀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알렉시스! 안 돼요!”

죠셉은 깜짝 놀라 바닥에서 일어나며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힘껏 밀었다. 그의 방해로 순간 집중력을 잃어버리게 되자 그녀의 손에서 하얀 빛이 사라졌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죠셉을 보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그를 꾸짖었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감히 날 막은 거야?”

“그 녀석을 죽이시면 안 됩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방금 너도 봤잖아? 갑자기 이놈이 내게 총을 쏜 거! 이놈뿐만이 아니야. 여기 있는 놈들은 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어. 그러니 원칙에 따라 전부 죽여야 해. 흥! 이놈들이 죽게 된 건 죠셉, 다 네 덕분이라고!”

그녀가 다시 시선을 돈테에게 돌리자, 죠셉이 비장한 각오라도 한 듯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테, 텔리님!”

“응?”

“텔리님께서 당신더러 날 도우라고 하셨잖아요! 난 이들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이 녀석들을 죽이면, 그건 날 돕는 게 아니라 내 일을 방해하는 거라고요. 그 뜻은, 바로 당신이 텔리님의 명령을 어긴다는 거죠! 정말로 당신은 그분의 명령을 어길 수 있어요? 당신에게 원칙이란... 법이란 바로 그분의 말씀 아니었나요?”

“아....!”

죠셉의 말을 듣고 보니, 화를 참지 못해 돈테와 두 동료를 죽여 버리게 되면 텔리가 명령한 것을 그대로 어기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과 정체를 알게 된 사람들을 죽이는 원칙을 지킨다고 한들, 그것이 그녀가 모시는 신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었다. 그렇게 죠셉에게 설득당한 그녀는 아주 짧은 시간동안 그 모든 것을 생각하고는 돈테와 두 마피아를 살려주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돈테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뺐다. 그녀의 손아귀에서 풀려난 그는 힘없이 바닥에 픽 쓰러졌다. 그리고 목을 만지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말했다.

“앉아 있던 나... 나를 손으로 잡고 들어 올리다니.... 믿을 수 없어. 이 여자의 힘! 이건 말도 안 돼! 절대 사람의 힘이 아니야!”

죠셉이 돈테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돈테, 아까 나더러 군대가 있냐고 했지? 글쎄. 군대는 아니지만 군대로도 막을 수 없는 분이 계신다. 그리고 그분께서 날 돕겠다고 하신다.”

“군대로도 막을 수 없는 분...?”

“그래. 그 분은 진짜 엄청나다고. 여기 알렉시스는 그분을 섬기는 입장이지. 내가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는 건, 그분과 함께 바빌로프를 제거하고 난 다음의 일을 위해서야.”

“허! 이것 참.... 이 여자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또 있다고?”

“사람이 아니야. 신이다. 살육의 신. 그분이 내 곁에 계신다.”

“살육의 신!”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마르코와 까를로는 이게 무슨 어린애들 장난 같은 소리인가 싶었지만, 돈테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방금 알렉시스의 힘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었다. 총알을 막아내고 자신을 압도했던 힘을 가진 그녀보다도 더 대단한 존재가 있다면, 바빌로프를 없애겠다는 죠셉의 말이 절대 허풍일 수가 없었다. 그는 죠셉이 내민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