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2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2

덩치 큰 마이클이 죽던 날 저녁, 뉴욕 롱아일랜드의 어두운 차도 위를 달리는 한 차가 있었다. 그 차를 운전하고 있는 사람은 크로우필드였다. 시간이 좀 흘렀지만, 혹시 아직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는 BBSC(Big Ball Shopping Center)에서 수상쩍은 사업을 하고 있는 유태인 제이콥 골드의 경호원 중 하나였다. 희끗희끗 보이는 흰 머리가 섞여 있는 긴 머리를 하고 은으로 된 장신구를 몇 개 착용한 것을 보아 그는 날씬한 몸매의 미국 원주민 계로 보였다. 그리고 또한 전사처럼 강인한 인상을 풍기는 자였다. 만약 지금 그가 입고 있는 수트를 벗어 던지고 예전의 원주민들이 입던 옷을 입게 된다면 당장이라도 그 부족의 전사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지금 자신의 보스인 골드 영감의 간단한 심부름 하나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는 운전하면서 스피커 폰으로 그의 보스와 통화하고 있었다. 스피커로 골드 영감의 왠지 날카로우면서도 하이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은 다 잘 처리했나? 크로우필드?”

“예. 보스. 말씀하신 일은 다 처리했습니다. 미스터 가르짜는 분명히 다음 주 금요일까지 갚겠다고 했습니다.”

“그래. 잘했어. 꼭 금요일이어야 돼. 난 유태인이라 금요일 저녁부터는 일을 못하니까 말이야. 만약 금요일까지 못 받으면 그 다음 주는 이니셜 인터레스트의 2 배로 셋팅 된다고 말하는 건 잊지 않았지?”

“예. 그렇게 전했습니다. 그럼 쉬십시오.”

크로우필드가 막 골드 영감과 전화 통화를 마친 시점이었다. 갑자기 그의 차 앞에 시커먼 물체가 튀어 나오는 것이었다. 그는 깜짝 놀라 온 힘을 다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끼이이익-!’

차는 튀어나온 검은 물체로부터 불과 몇 십 cm 앞에서 멈췄다. 크로우필드는 놀란 가슴에 손을 대고 자신이 차로 칠 뻔한 물체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다시 보니 물체나 동물은 아니었고 사람이었는데, 손에 갈색 봉지에 싸인 술병을 쥐고 있는 것을 보니 술에 취한 상태인 것 같았다. 이에 크로우필드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서 그에게 경적을 울리면서 화를 냈다.

“멍청아!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야? 갑자기 튀어 나오면 어떡해!”

그러자 코끝이 빨갛게 취한 모습의 취객은 히죽히죽 웃었다. 술에 단단히 취했는지 비틀거리며 크로우필드 옆 조수석 문 쪽으로 다가왔다.

“죽는다고? 그거 재밌군. 히히히. 하지만 죽음이 다가오는데 누가 살 수 있을 거라고 도망치려는 거지? 히히힛.”

“뭐?!”

그 말을 들은 크로우필드는 순간 몸 전체가 얼어붙었다. 취객은 그의 차 곁에서 술 한 모금을 마시더니 다시 똑같은 말을 했다.

“아니, 죽음이 다가오는데 누가 살겠다고 도망치려는 거냐고? 그게 신이든 사람이든 말이야!”

“아.... 이런..... 왜 갑자기....”

크로우필드는 아무도 없는 정면을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더니 입술을 움직였다.

“...신이든 사람이든.... 네게 다가온 죽음을 받아들여라......”

“하하하! 그래! 그래! 맞아.”

그러자, 빨간 코의 취객은 흡족하다는 듯이 웃더니 다시 술 한 모금을 마셨다.

“잘 기억하고 있구만. 그럼, 친구. 내가 자네 옆에 좀 타도 될까?”

크로우필드는 술주정뱅이의 얼굴을 한 번 유심히 살펴보더니, 조수석의 차문을 열어주었다.

“정말... 자네가 맞군. 비록 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말이야. 자, 타게.”

“히히히. 그래. 나야. 친구.”

취객이 차에 타자, 크로우필드는 조용히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 * *

차가 출발한 지 몇 분이 지났지만 둘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크로우필드는 방금 자신의 차에 탄 정체불명의 취객과 원래부터 알고 있는 사이였을까? 둘은 오랜만에 다시 재회한 것 같은데 희한하게도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다. 취객이 그런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하는 건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우리 서로 참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군. 그래,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 친구?”

“.....별 다른 일은 없었어. 자네 말대로 너무 오랜만이군 그래.”

“그런데 자네는 오랜만에 날 만났는데도 별로 반가워하는 기색이 없구만. 이거 좀 섭섭한데?”

크로우필드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더니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몇 초 동안 뭔가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러기를 한 차례 더 반복했다. 그는 지금 무슨 말을 할지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으음...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해. 이렇게 갑자기 자네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을 몰라서 그랬어. 왜냐하면 난 그 동안 자네의 소식을 전혀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히히히. 그래서 내가 그새 죽은 줄 알았나 보군. 그런데 내가 어떻게 죽을 수가 있겠나. 죽음의 신이 그렇게 늑장을 부리며 게으름을 피우는 데 말이야.”

“.......”

크로우필드는 그의 말에 그저 침묵을 지켰다. 정체불명의 취객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어쩌면 자네는 내가 내 손으로 이 지긋지긋한 삶을 끝장냈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지?”

“.......”

“그래, 뭐 그것도 생각해보긴 했었어. 하지만 중간에 생각을 좀 바꿨지. 이왕이면 내 삶을 이렇게 바꿔버린 원흉에게 복수한 다음에 죽는 건 어떨까하고 말이야.”

“하!”

크로우필드는 기가 차다는 식으로 콧방귀를 꼈다.

“이봐, 그게 말이나 되는 얘기라고 생각해? 누가 누구한테 뭘 한다고? 복수? 기껏 오랜만에 내 앞에 나타나더니 그런 재미없는 농담을 지껄이는군. 지금 취한 거야? 그래.... 그래 보이는 군.”

취객은 한 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짧게 한숨을 쉬었다.

“흠.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친구라면서 그렇게 말하니 좀 실망이군.”

“그러지 말고 진짜 무슨 일로 찾아 온 거야? 그리고 지금 내 집으로 가려고 하는 거였는데, 괜찮겠지? 저녁은 먹은 건가? 안 먹었으면 내가 가는 다이너로 데려갈까?”

취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직 저녁은 됐어. 그 보다 자네 집에 가기 전에 들를 때가 있어.”

“어딘데?”

“내가 직접 그리로 인도하겠네.”

그렇게 말하고 취객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스윽 덮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의 얼굴이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얼굴이 사라진 곳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검은 연기 안에는 두 개의 빛나는 구멍 같은 것이 있었는데, 아마도 위치 상 눈에 해당하는 것 같았다. 크로우필드는 그것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소리쳤다.

“이봐! 미쳤어? 지금 뭐하는 짓이야! 어서 다시 가죽을 덮어!”

검은 연기 속에서 또 다른 빛나는 입이 나타나더니 그 안에서 취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뭘 그리 놀라고 그래? 설마 자네는 잠 잘 때도 이 가죽 옷을 입고 자는 건 아니겠지? 그럼 너무 갑갑하잖아.”

크로우필드는 황당한 표정으로 취객을 바라보았다.

“자네 정말 미쳤군! 정말 왜 가죽을 써야하는 지 몰라서 그래? 우리의 위치를 발각당하고 싶어?”

“히히히히. 이렇게 해야만 길을 안내할 수 있어서 그래. 옳지. 이제 다시 녀석의 흔적이 느껴지는구만. 일단은 이 길로 쭉 가라고. 그리고 저기 앞에 보이는 사거리에서 우회전.”

“미쳤어. 미치지 않고서야.....”

크로우필드는 긴장했는지 그새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일단 괴상한 친구가 안내하는 대로 차를 몰았다.

[다오랑]

^^추천! 잼나게 잘 보고감다. 화이팅하쇼잉^^

[BUZIRUN]

읽어주시고 댓글도 써주셔서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