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0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0

삐에뜨로가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는 모습을 보자, 텔리는 히죽거리며 웃었다.

“저 자식 좀 봐. 아까 당당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저런 우스운 꼴로 도망가잖아? 그치? 저것 좀 봐. 하하하.”

알렉시스도 두 눈썹을 위로 들어 올리며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런 녀석들은 겁쟁이가 아닌 놈들이 없군요. 어떻게 된 게 총만 들면 하나같이 자신들이 대단한 뭔가가 된 줄 알고 말입니다. 만약 텔리님과 제게 총을 쐈는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저 녀석들의 보스를 제거하실 생각이신가요?”

“.......”

텔리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알렉시스는 다시 한 번 그를 불렀다.

“텔리님?”

“.......”

텔리는 두 눈을 감은 채로 뭔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알렉시스는 그가 다시 눈을 뜨고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말해줄 때까지 옆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몇 분이 지나자 텔리가 감았던 눈을 뜨며 말했다.

“이거 참 이상하군. 방금 이 지역에서 나의 힘이 느껴졌는데..... 내가 신호를 잡으려고 기다리니까, 금세 사라졌어.”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지역에 너처럼 내 힘을 받은 사람이 있다는 거다. 내가 힘을 나눠줬거나 인을 쳤던 자들은 내가 그들과 가까이 있다면 그 위치를 대강 파악할 수 있는데, 방금 순간적으로 그 신호가 잡혔었거든. 그런데 워낙 그 기운이 희미해서 자세히 파악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호가 사라져버렸어.”

“혹시 제가 텔리님 곁에 있어서 그런 걸까요? 제게서 나오는 신호가 너무 강해서 그 신호를 가려버린 게 아닐는지요.”

“아냐. 그 쪽에서 신호를 지워버렸어. 아니면 내가 추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던지 말이야. 이상하군. 보로니의 아들, 조셉의 기운과는 좀 다른데 말이야.”

“조셉의 위치도 벌써 파악하셨습니까?”

“대충. 그런데 그 녀석의 경우, 삐에뜨로의 기억을 읽으면서 지금 있는 위치를 더 정확하게 알게 되었지. 굳이 내 힘을 소비하면서까지 추적할 필요도 없어.”

텔리의 얘기를 들으며 알렉시스는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그녀는 그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는지 잘 몰랐던 것이다.

“그런 추적 능력이 있으시다면, 저와 사제는 언제 어디서나 찾으실 수 있으시겠는데요? 전 어떤 신도 그런 능력을 가지고 계신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텔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내게만 있는 걸 거야. 아버지께서 날 만들 때, 어떤 목적을 위해 그렇게 만드신 것 같아. 내 형제들에겐 없는 걸 보면 말이지. 사실, 알고보면 대단한 것도 아니지. 케르케로우스나 베토케로우스는 천리안 같은 더 좋은 감지 능력을 가지고 있잖아. 음, 사라진 신호 때문에 좀 찝찝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게 좋겠어. 왜냐면 지금 내가 들어가 있는 이 바비 녀석의 몸뚱이가 너무 후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거든. 아버지가 주신 몸이었다면 더 확실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이 몸으로는 무리야. 정말이지 맘에 안 들어.”

텔리는 일단 지금은 괴신호에 대해선 잊기로 하고 둘은 버려진 창고를 나갔다.

* * *

헌팅턴 역 근처의 줄리오 파비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한 대의 차량이 맹렬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끼이이이익-!’

차는 레스토랑 정문 앞에서 급정지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삐에뜨로가 벌컥 차문을 열고 급히 빠져나왔다. 그는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아아아아아-!”

레스토랑 안에는 손님들이 홀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삐에뜨로를 보자 깜짝 놀라며 동작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아아아.... 보스...! 보스, 어디 계세요? 보스~~!”

그러자, 식당 내부에서 밝은 오렌지 색의 수트를 입은 파비노가 황급히 달려 나왔다. 그는 삐에뜨로의 손에 피가 잔뜩 묻은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그의 귀에 속삭였다.

“삐에뜨로! 너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야? 어서 뒷문으로 들어가! 어서!”

삐에뜨로는 고개를 마구 흔들며 그의 보스의 손을 꽉 잡으면서 말했다.

“안 돼요. 보스! 지금 들으셔야 해요. 그 놈이 옵니다. 그 괴물 같은 놈이 온다고요!”

“뭐... 뭐라는 거야? 누가 온다고?”

“그 괴물이 온다고요. 그 놈이 빅 마이크를 죽였어요. 그 놈이 죽였어요! 그리고 다음엔 당신에게 찾아온다고 했어요! 어서 피하셔야 해요. 아니, 우리 모두 여기서 나가야 해요!”

“이 녀석 왜 이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마이클은? 마이클은 어딨어?”

그 때, 몇 명의 사내들이 레스토랑의 지하에서 올라왔다.

“파비노씨, 괜찮으십니까?”

파비노는 그의 손을 잡고 놓지 않는 파비노를 사내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것 좀 봐. 이 녀석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빨리 와서 이 녀석 좀 데려가. 어서!”

사내들은 삐에뜨로에게 달려가 그를 파비노로부터 분리한 다음, 그의 팔을 끌며 주방으로 데려갔다. 그들에게 끌려가면서 삐에뜨로는 소리쳤다.

“파비노씨! 그가 온다고요. 이러고 있으면 안 돼요. 어서 도망가야돼요!”

파비노는 그런 삐에뜨로를 보고는 황당함에 얼굴을 붉혔다. 잠시 후, 직원이 가져다 준 수건에 자기 손을 닦은 다음, 손님들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 * *

레스토랑의 지하.

삐에뜨로가 레스토랑에서 난리를 피운 후 시간이 조금 지난 때였다. 긴 소파 위에 파비노 패밀리의 보스, 줄리오 파비노는 혼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주위에는 여러 명의 부하들이 서 있었다. 그 중에는 텔리가 찾고 있는 죠셉도 있었다. 삐에뜨로는 그들과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벽을 마주 보며 서 있었다. 파비노는 탁자 위에 올려져있는 타올로 감싸인 물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들은 모두 침묵만을 지키며 헛기침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음......”

파비노가 제일 먼저 입을 열어 소리를 내면서 지하실을 가득 채운 긴장감을 깼다. 그는 한 쪽에 서 있는 부하, 돈테를 발견하고는 손가락으로 그를 지목했다.

“돈테, 이리 와서 이 수건을 좀 치워봐.”

“아이... fxxx!”

돈테는 보스가 하필이면 왜 자기를 지목하는 거냐고 항의하듯이 입에서 쌍욕을 지껄이며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다른 부하들이 보고 있는데, 명령을 거역할 수도 없었다. 그가 탁자에 다가가서 수건을 벗기려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모두 침을 꼴깍 삼켰다.

‘스윽-’

돈테가 수건을 벗기자, 잘려진 마이클의 머리가 나타났다.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면서 욕을 했다. 오직 파비노만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는데, 마이클의 머리를 보고 있는 그의 눈에서 분노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이... 이런.... 어떻게 이런 일이!”

하지만 그도 그 순간만은 몸이 얼어붙었는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지하실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가능한 최대한의 분노의 감정을 담아 욕지거리를 해댔다. 그렇게 한 동안 지하실은 욕설로 시끌벅적했다.

“조용! 조용! 조용하라고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파비노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부하들은 일시에 입을 다물었다. 파비노는 피곤한지 한 손을 이마에 대고 한숨을 쉬었다.

“개자식들아, 내 대가리가 지금 빠개질 것 같으니까, 좀 조용히 하라고! 그리고..... 삐에뜨로! 거기 먼데 있지 말고 여기 와서 이 일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려주겠어?”

두 명의 부하가 삐에뜨로의 양팔을 잡고 끌고 왔다. 그는 몸 전체를 벌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떨고 있는 것은 그 하나만이 아니었다. 파비노 역시 분노에 온 몸을 떨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자, 오늘 오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 형제들에게 좀 자세하게 알려줘 봐. 왜 빅 마이클이 이런 꼴이 되었는지 정확하고 자세하게 설명 좀 해봐.... 어서.”

탁자 위의 마이클의 머리가 그의 시야에 들어오자, 삐에뜨로는 눈을 질끈 감더니 고개를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잊을 수만 있으면 영원히 잊고 싶은 기억이겠지만, 그러기엔 아직 몇 시간 전에 벌어졌던 일이라 그의 기억이 너무 생생했다. 모두가 침묵하며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고 있자, 그는 거친 숨을 쉬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오... 오늘 오전.... 빅 마이크와 나는 일을 하나 맡았었어. 아주... 간단한 일이었지.... 중간에 좀 더 강한 계획으로 수정해야 했지만.... 그래도 절대 대단한 일은 아니었는데.... 그... 그랬는데... 나중에 일이 그만 트... 틀어지고 말았어. 믿기지 않을 만큼 아주 심하게....”

삐에뜨로는 점점 격해지는 감정을 간신히 누르며 모여 있는 멤버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