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26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26

가게 밖에서 싸이언스가 건수와 대화하고 있을 때, 가게 안에서는 그의 부모가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다시 돌아온 어머니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당신. 뭐하러 다시 나타났어? 그 오랜 세월동안 뭐하다가 이제 다시 나타났냐고? 그 동안 나와 도모가 어떻게 살았는 줄 알아?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줄 아냐고!”

“흐흑... 훌쩍. 정말 미안해요.... 흐흑.”

어머니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훌쩍이다가 겨우 목소리를 내어 다시 한 번 아버지에게 잘못했다고 비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 동네에서 살고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누가 알려준 거야?”

“네. 누가 알려줘서 오게 되었어요. 그건 차차 말씀드릴께요.”

“차차 알려준다고? 흥!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왜냐면 오늘 이후로 당신은 우리 부자 앞에 다신 나타나지 않을 거니까. 바른 대로 말해! 도대체 누가 알려줬어? 20년도 넘게 안 나타났다는 건 우리가 어디서 뭘 하고 사는지 몰랐었다는 건데,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그, 그건...”

아버지의 집요한 질문에 어머니는 크게 당황했다.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시, 신령님들이었어요. 그분들이 당신과 도모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셨어요.,”

“뭐? 신령들! 아니, 이 여편네가 진짜!”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 질렀다. 그는 자신의 의수를 그녀의 코앞에서 들어올렸다.

“이 망할 여편네야! 내 팔! 이 팔을 봐! 이게 다 그 망할 놈의 신령 때문에 내 팔이 사라진 거야! 당신이 그깟 사이비 종교에 빠져 신령님 찾다가 나도 도모도 인생이 이렇게 되어 버린 거라고! 그런데 아직도 그런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헤매고 있다고? 네가 진짜 애미가 맞냐? 아니, 사람이 맞아? 너 때문에 우리 백도는..... 배.... 백도는.....!”

“아아.... 백도.....”

어머니는 눈을 질끈 감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운 것만 하더라도 더는 나오지 않을 만큼 많은 양의 눈물을 쏟았는데, 지금은 아예 양이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펑펑 눈물을 쏟았다.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자니 짜증이 나고 또 허탈해져서 고개를 돌리고는 긴 한숨만 쉬었다.

“도대체 왜 다시 나타나서.... 나랑 도모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이제 좀 안정이 되어서 살만 하겠구나 싶었는데, 이 여자가 찾아오다니. 어휴!”

“으흐흑.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나 때문에 우리 백도가.... 백도가.... 어흐흐흑.”

아버지는 또 한 번 한숨을 쉬더니 포기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누구 앞에서도 입 밖에 내지 않고 싶었던 이름이었는데, 내가 왜 그 이름을 말했을꼬. 어휴, 백도야.....”

“아이구... 백도야. 미안하다. 아이구... 아이구...”

어머니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더니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아버지도 역시 눈을 지긋이 감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눈물이 아래로 떨어질까봐 참아내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맺혀 아리래 떨어졌다. 과연 백도가 누구길래, 이 희한한 부부가 그 이름만 언급이 되었는데도 눈물을 흘리며 속상해하는걸까? 그 까닭은 주주의 바로 다음 대화에서 알 수 있었다.

“백도... 큰 자식을 먼저 그렇게 잃었는데, 도모까지 잃을 순 없어. 그러니 당장 돌아가!”

그러자 어머니는 바닥에 꿇어 엎드려 두 손을 빌면서 사정했다.

“아... 안 돼요. 전 그럴 순 없어요.”

“안 돼? 너가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는 건, 그놈들이 또 쫓아올 거라는 의미잖아!”

“아니에요! 전 이제 그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아주 오래 전에 도망쳐 나왔어요. 그들은 당신과 도모가 여기 있다는 것도, 제가 당신을 찾아 온 것도 몰라요!”

“웃기는 소리하지 마! 지금 네 입으로 직접 말했잖아! 신령들이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알려줬다고!”

“아니에요! 그 분들은... 다른 신령님들이에요. 진짜 신령님들이에요. 그 분들이 절 그 악의 소굴에서 빼내어주셨어요. 진짜에요. 믿어주세요!”

“헛소리!”

아버지는 잠시 말을 끊고 양복의 한 팔 소매를 걷어서 의수의 손목을 노출시키고는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의수의 손목을 힘주어 비틀었다.

‘끼릭!’

그가 계속해서 의수의 손목을 비틀자, 곧 의수에서 손을 분리할 수 있었다. 그가 의수를 잡고 팔에서 빼내자, 손목 위에 붙어 있는 작은 칼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거 보여? 칼이야. 칼이라고! 언젠가 그 쳐 죽일 놈들이 나와 도모에게 다시 찾아 올 것이 두려워서 이렇게 몰래 칼을 가지고 다녔어! 내 아들, 백도를 죽인 벽용두와 천만둥이, 백만둥이가 내 앞에 나타나면 찢어 죽이려고 칼을 품고 다녔다고! 이이익!”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수에 달린 칼을 손에 쥐고는 크게 한 번 휘둘렀다. 어머니는 기겁을 하며 바닥을 기어 뒤로 물러섰다.

“아아...! 제발 살려주세요!”

물론 아버지가 휘두른 칼은 길이가 짧아서 어머니 근처에도 닿지 않았지만, 그녀는 혹시라도 남편이 자신에게 다가와 해를 입힐까봐 몹시 두려워하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 살려줘? 하! 천하에 악한 너도 제 목숨 귀한 줄은 아는가 보군! 그래, 살려주마. 아니, 처음부터 널 해칠 마음도 없었다. 싫든 좋든 도모의 엄마인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또 모르지. 지금 당장 일어나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면, 나도 내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그러니 당장 꺼져! 그리고 죽을 때까지 다시는 찾아오지 마!”

어머니는 남편이 손에 쥔 칼이 두려워 뒤로 물러섰지만, 그 말을 듣고 다시 바닥을 기어 나아왔다.

“그건 안 돼요! 여보. 신령님들이 그러셨어요. 내가 꼭 도모 곁에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도 용기를 내서 여기 찾아 온 거예요. 제발.... 제발 날 나중에 죽여도 좋으니, 지금은 도모 곁에 있게만 해주세요.”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도모 곁에 있어야 한다니?”

“저도 몰라요. 하지만 신령님들은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진짜 신령님들 말이에요. 벽용두가 말하는 그 가짜 신령 말고요! 제말 제 말을 믿어주세요!”

어머니는 소리를 지르며 후다닥 바닥을 기어가서 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제발! 제발! 제가 우리 도모를 지킬 수 있게 해주세요! 전 도모를 잃을 수 없어요! 제발요!”

아버지는 다리에 매달린 어머니를 떼어놓으려고 했다.

“뭐야! 이 여자가 진짜! 나한테서 손 떼! 당장 물러서! 아님 나도 진짜 어떻게 할지 몰라!”

아버지는 의수를 쥔 손을 치켜 올리며 어머니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 때였다. 건수를 보내고 다시 가게로 들어온 싸이언스가 부모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뛰어왔다.

“아버지!”

그는 몸을 날려 아버지가 손에 들고 있는 칼이 달린 의수를 번개같이 빼앗더니 멀리 던져 버리고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떼어 놓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서서 양 팔을 벌려 두 사람이 서로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헉헉헉.... 이게 무슨 일이에요! 아버지! 도대체 칼을 들고 뭘 하시려는 거에요?”

아버지는 씩씩대며 분노에 찬 음성으로 아들을 윽박질렀다.

“막지 마! 너 이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어? 내 팔을, 우리 가족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 줄 알아? 얼마나 엄청난 일을 저지른 여자인줄 알고 있냔 말이야? 이 여자가 과거에 어떤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