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45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45

토요일 오후였다. 미하일은 그리고리의 은색 렉서스를 운전하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의 옆 조수석에는 그리고리가 타고 있었는데, 그는 누군가 열심히 전화 통화 중이었다.

“그래, 보리스. 제대로 된 주소를 달란 말이야. 예전 주소 말고 지금 그 녀석이 살고 있는 주소 말이야. 알겠어? 살아있는 정보를 줘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 것 아냐? 뭐라고? ‘비피’라는 이름으론 그 주소 하나밖에 없다고? 에라이, 이 멍청아! 그게 어디 그 스모크 샵 주인의 진짜 이름이겠어? 빨리 본명을 알아보고 제대로 된 연락처와 주소를 달란 말이야!”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그리고리는 보리스라는 부하에게 스모크 샵의 주인인 비피의 신상과 연락처, 주소 등을 알아보라고 시켰던 것 같다. 그런데, 그의 부하는 일을 영 시원찮게 하는지 그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운전하고 있는 미하일이 잠시 차의 속도를 줄이더니 갓길에 차를 댔다. 그리고리가 그에게 물었다.

“뭐하는 거야? 왜 차를 멈춰?”

“보스, 스모크 샵 주인의 주소도 모르는데 차를 굴리면 뭐합니까? 벌써 한 번 잘못된 주소를 가지고 엉뚱한 곳으로 찾아갔잖아요.”

아마 그들은 이미 한 번 잘못된 주소를 가지고 비피를 찾아갔다가 헛걸음을 했던 것 같다.

“그래, 미하일. 네 말이 맞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는데 뭐하러 운전은 하겠나? 보바와 클럽에서 보기로 한 약속시간은 다가오는데, 그 상점 주인 녀석의 주소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니. 어쩔 수 없군. 잠시 기다리는 수밖에.”

그리고리는 겉옷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미하일에게 권했다. 미하일은 잠시 주저하더니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그리고리도 똑같이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더니 미하일의 담배에도 불을 붙여주는 것이었다. 미하일은 생각보다 그리고리가 친절한 사람이어서 속으로 조금 놀라워했다. 만약 바빌로프와 함께 있었다면 이런 일은 경험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별 것 아닌 작은 친절함이었지만 평소엔 발견하지 못했던 그리고리의 다른 면이었다.

“제대로 된 주소를 받을 때까지 잠깐 서 있자.”

“예.”

그리고리와 한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게 되자, 미하일은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 누그러뜨리고 싶었다. 지금은 왠지 조금 심각하면서도 속에 있는 생각을 꺼내도 될 것 같은 분위기로 바뀌는 것 같았다.

“보스, 솔직하게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뭐? 무슨 얘긴데?”

“저, 아까 파칸께 보스께서 건의하신 것 말입니다. 스모크 샵 주인에게 십만 달러나 주시겠다고 하셨던 거요. 전 그게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뭐가 말이 안 돼? 아니, 너가 뭘 안다고...”

“말이 안 되고말고요. 니콜라이는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어도 그 가족에게 돈 한 푼 주시겠다는 말씀은 한 마디도 없으셨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닉을 죽인 놈과 한 패거리일지도 모르는 그 샵 주인에게 십만 달러나 되는 돈을 주신다고요? 이건 말도 안 되잖습니까?”

정면을 보고 있던 그리고리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미하일을 노려 보았다.

“그건 네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잖아? 정 그렇게 니콜라이의 가족들이 걱정된다면 네가 직접 돈을 주던지?”

“예? 제가 그들에게 돈을 주라고요? 제가 무슨 돈이 있어서....”

“그래. 너희에게 이 일을 맡길 때, 클로브 담배를 사가는 금발 남성을 찾으면 각각 2 만 달러씩 주기로 했던 것 아니냐. 내가 네 몫은 줄 테니 그 돈을 니콜라이의 남겨진 식구들에게 주면 될 것 아니야?”

“그러니까 제가 받을 돈을 닉의 가족들에게 주란 말씀이십니까? 하하. 나 원 참. 제가 돈을 받는다면 니콜라이도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니콜라이는 일을 다 마치지 못하고 죽었다. 하지만 넌 살아 돌아와서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왔잖아. 난 니콜라이에게 아무 것도 받은 것이 없는데 비용을 지불할 생각은 없어.”

“아... 이런.... 하하.”

잠시 그리고리를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바보 같았는지, 미하일은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감싸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곧 긴 한숨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하아..... 놀랍습니다. 그래도 몇 달 동안을 그 스모크 샵에 눌러 앉아 일을 했던 건 저희였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섭섭합니다. 저희가 뭐 소모품도 아니고요. 에라이. 뭐, 좋습니다. 제가 받을 몫의 전부를 니콜라이의 가족들에게 전해주십시오.”

그리고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뭐? 네가 받을 돈을 전부 니콜라이 가족에게 줘도 된다는 말이냐? 후회하지 않겠어?”

“후회하지 않습니다.”

“너희들이 그렇게나 가까운 사이인 줄은 몰랐는데?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야?”

“아니요. 오래된 사이는 아닙니다. 저희는 서로 다른 고등학교를 다녔고 둘 다 학교를 그만두고 나와서는 밖에서 일을 몇 번 같이 했던 것뿐입니다. 다만 몇 달 동안 저희만 따로 있으면서 조금 친해지긴 했지요.”

“그런 사이인데 내가 받을 큰 돈을 포기하겠다는 거야? 정말 후회하지 않는 거지?”

“적어도 브라트바 안에선 우리 모두 형제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제 형제가 눈 앞에서 그런 비참한 죽음을 맞았는데 저라고 돈만 챙길 수는 없잖습니까? 그리고 제가 후회하는 게 있다면 조직에 들어온 것 밖에는 없습니다. 해서, 전 오늘까지만 일하고 조직에서 나가겠습니다.”

“하하하! 이거 재밌는 녀석이군.”

그리고리는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크게 웃었다. 그때였다. 그의 핸드폰에서 ‘띠링’하는 소리가 울렸다.

“보리스의 텍스트 메시지가 왔군. 어디 보자. 이름은 체스터 블랙. 주소는.... 브롱스? 하아... 보리스 녀석. 이렇게 여러 번 말해야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군. 멍청하긴.... 쯧쯧.”

그리고리는 자신의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를 미하일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자, 봤지. 이 주소로 간다. 그리고 미하일, 넌 이제부터 쭉 나하고 일을 같이 한다. 그러니까 내 곁에 늘 붙어있어. 알겠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 오늘까지만 일하고 내일부터는.....”

그리고리는 정면을 보면서 피식 하고 웃더니 말을 이어갔다.

“내겐 너 같은 부하가 필요해. 니콜라이 가족에겐 내가 섭섭하지 않게 할테니 넌 나와 계속 일을 같이 하자. 그러니까 나간다는 말은 다신 하지 마.”

“네?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래. 이제부터 우리는 큰 돈을 벌게 될 거야. 하지만 네 말대로 돈보다는 형제들이 우선이지. 그 초심을 잃지 말도록 해.”

“아, 예... 예예.”

“그리고 뭘 그렇게 꾸물거리고 있는 거냐? 빨리 페달을 밟아. 한 번 보바와 약속한 건 꼭 지켜야 하거든. 시간 안에 그 앞에 이 체스터 블랙이라는 스모크 샵 주인을 데려가야 한단 말이다. 늦으면 우린 후회하게 될 거야.”

“예! 알겠습니다.”

미하일은 그리고리의 말에 흥분되었는지 감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면서 그리고리에게 말했다.

“그런데, 보스. 그 샵 주인 놈 말입니다. 흑인이면서 백인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군요. 체스터라니... 그거 완전히 학교에서 놀림 받기 딱 좋은 이름 아닙니까? 흐흐흐.”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빨리 밟아. 자식아. 아직 일을 시작도 못했어.”

“아, 네네.”

미하일이 급하게 가속페달을 밟자 은색 렉서스는 ‘부왕-’ 거리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