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72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72

텔리는 침착한 목소리로 자기 앞에 앉아있는 론 샤크 켄 청에게 말했다.

“앞으로 날 찾아올 필요는 없어. 왜냐면 난 빌린 돈을 다 갚았거든.”

“하하하, 그럴리가요. 로마노씨. 제가 알기론 당신은 이자만 갚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켄 청은 부하를 시켜 바비 로마노의 파일을 가져오게 했다. 그는 건네 받은 종이 폴더를 열어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허흠흠. 여기 기록을 보니까, 일주일 전에 저희에게서 4 만 불을 빌리셨고요....”

“그래! 그래서 내가 내 캐딜락을 넘겼잖아. 그러면 다 갚은 거잖아!”

“아뇨. 아뇨. 그건 선이자였고요. 그런데 그 후에 또 이자가 발생해서....”

아니, 선이자라니.... 그 말을 듣고 텔리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무슨 그런 개뼈다귀 같은 셈이 있어?! 그날 빌려서 그날 갚은 건데?!”

켄 청은 웃으면서 텔리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종이를 내밀었다.

“보세요. 여기. 이게 로마노씨, 당신 서명이 아닙니까? 바비 로마노. 분명히 이렇게 서명이 있는데요.”

서류에는 분명 ‘바비 로마노’라고 똑똑히 서명되어 있었다. 마치 초등학생이 글씨 연습하듯 또박또박 큰 글씨로 말이다. 그 서명을 보자 더 항의하려던 텔리는 그만 입을 다물어 버렸다.

“끄응.... 사실 난 바비 로마노가 아니....”

“네? 그건 또 무슨 얘기인가요?”

그렇다. 엄밀히 말하면 텔리는 로마노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직접 서명한 것은 분명했다.

“뭐, 좋습니다. 이 도박판에 오는 사람들은 다 그들 나름대로의 사정이란 게 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누구든 간에 이 서류에 직접 싸인한 이상, 제게 채무가 있다는 거겠죠? 그럼 저희는 여기 명시된 대로 당신에게서 돈을 받아야겠습니다.”

“그럼 얼마라는 거야? 원금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거야?”

“네. 원금 4 만 불. 그리고 다음 주 이자가 또 1 만 불.”

“야! 뭔 이자가 그렇게 비싸? 그리고 선이자는? 그럼 그건 왜 받은 건데? 와.... 다음 주 이자라니! 왜 다음 주 이자를 미리 받냐?”

텔리가 얼굴이 시뻘게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켄 청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전 그저 이 서류만 보고 말씀드리는 거라.... 하지만 당신은 그런 조건도 괜찮게 여기셨는지, 여기 이렇게 서명을 하셨네요?”

“후아아...! 진짜 미치겠네!”

기가 막힌 텔리는 가슴을 치며 켄 청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뭐, 이런 얘기도 있잖습니까? 도박으로 잃어서 빚진 돈은 도박으로 갚는 것이다. 오늘 여기 당신 스스로 오신 것도 어쩌면 도박의 신의 계시인지도 모르지요. 어떻습니까? 제가 돈을 또 드릴 테니 다시 한 번 도전해보시는 게? 얼마 전 들여온 게들이 아주 상태가 좋아요. 도박판에서 쓰기도 좋고, 또 쪄먹어도 맛있고. 하하하.”

“아? 게 싸움?”

텔리는 게 싸움 도박 얘기를 듣고 순간 귀가 솔깃해졌다가, 겨우 참으며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에휴. 그리고 도박의 신이라니.... 도박의 신, 쪼고우수스, 그 자식은 예전에 나한테 속임수를 쓰다 걸려서 내가 여러 번 죽였었는데, 무슨 소리야.... 아아아... 진짜 난감하다. 난감해! 어디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들에게 내가 이렇게 농락당하다니!”

“로마노씨.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신용의 사회 아니겠습니까? 어떡할까요? 혹시 돈을 제 때에 갚기 어려우시면 다른 루트도 있는데 한 번 고려해보시겠습니까?”

“뭔 헛소리야.... 또?”

텔리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안색은 비참할 정도로 어두워졌다. 켄 청은 텔리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느릿느릿 말을 이어나갔다.

“로마노씨, 혹시 지병이 있으십니까? 고혈압, 당뇨, 뭐 그런 거요?”

“왜? 그런 건 왜 물어?”

“아뇨. 제가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옵션도 신중하게 생각해보시라는 차원에서 여쭤보는 건데요. 혹시 그런 지병이 없으시다면.....”

그러자, 그때까지 옆에서 잠자코 듣기만 하던 알렉시스가 보다 못해 입을 열었다.

“신이시여, 그 돈, 제가 대신 갚겠습니다.”

텔리는 한숨을 쉬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눈가가 촉촉해진 그는 알렉시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 말? 정말 그렇게 해줄 거야? 고.. 고마워.”

“예, 다만 앞으로는 제발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휴.....”

고맙다는 그 말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일단 들고 있던 핸드백에서 수표책을 꺼내며 켄 청에게 말했다.

“너, 빌어먹을 사장놈아, 여기 수표도 받겠지?”

“수표라니요... 여기가 무슨 마트로 보이십니까? 그리고 아가씨, 그 거친 말투가 상당히 거슬리네요. 나이도 상당히 젊은 것 같은데, 아버지 뻘인 네게 그 따위 말투로 말하면 곤란하지요. 우리 중국인들은 나이가 많은 상대에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예의를 차리셔야죠. 매너. 매너. 응?”

그러자, 텔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이 멍청아. 얘가 너보다 몇 배는 나이가 많아. 무슨 나이 타령이야. 훗훗훗.”

“신이시여, 더 이상 이런 저질의 인간들과 말씀하지 마십시오. 그냥 제가 돈을 주고 끝내겠습니다.”

그녀가 또 텔리를 신이라고 부르는 것을 본 켄 청은 큰 목소리로 둘을 비웃었다.

“킥. 아니, 지금 뭐라고 했어요? 신이라고요? 로마노씨가 정말 신입니까? 하하하. 이것 참 어이가 없군. 그럼 전 신에게 돈을 꿔준 거였습니까? 아니, 신의 계시를 받는다, 혹은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 그런 얘기는 들어봤어도, 신이 인간에게 돈을 빌린다는 건 처음 들어보는 군요. 하하하하.”

그 옆에 서있던 덩치들 중 하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혹시 이 사람, 무슨 신흥종교의 리더 같은 거 아닐까요? 얼마 전 왔을 때도 좋은 차를 끌고 왔었습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요.”

켄 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면 로마노씨는 혹시 그 종교의 교주님이신가? 아, 아니다. 방금 신이라고 하셨지. 하하하하. 여기 있는 이 아가씨는 열혈 신도겠네? 제 말이 맞습니까? 로마노씨?”

켄 청이 계속 텔리를 능욕하자 알렉시스는 이를 꽉 깨물며 경고했다.

“너, 이 자식.... 감히 신을 업신여기다니. 너 목숨이 안 아깝지?”

“하하하하. 왜 안 아깝겠습니까? 다만 너무 황당한 얘기를 들어서 웃음이 멈추지 않을 뿐입니다. 아니면 직접 내 눈으로 신을 뵈어서 너무 기뻐서 그런가? 하하하.... 이거 진짜 웃음을 멈출 수가 없네. 우하하하하하.”

알렉시스는 잠시 눈을 감고 켄 청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다가 손에 쥐고 있는 수표책을 넘기며 물었다.

“시끄러. 너, 돈 안 받을 거야? 얼마라고 쓰면 되는 거야?”

“하하... 하... 하......”

켄 청은 서서히 웃음을 멈추고 대답했다.

“10 만 불.”

그 말을 들은 텔리는 큰 소리로 그에게 소리 질렀다.

“뭐? 미쳤어? 원금이 4 만 불이고, 낼 필요도 없지만 다음 주 이자까지 다 해도 5 만 불이었잖아!”

“우린 원래 수표를 받습니다만 특별히 이번만 소정의 수수료를 받는 조건으로 수표를 받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또 특별 할인이 들어갔지요.”

“뭔데? 특별 할인이면 더 싸져야 하잖아? 근데 왜 더 비싸지는데!

”종교 지도자 특별할인입니다. 아니, 다른 말로 소프트 터치(soft touch) 세일이지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