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40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40
수호자는 손가락을 들어 빛에 감싸인 케르케로우스를 가리켰다.
“늑대 신수....치지직.... 저것은... 그의... 영혼..... 육체와 생명의 정수를 잃은 영혼....”
“예? 생명의 정수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지지직... 생명의 정수를... 즈즈즈... 담을 그릇... 육체가... 사라졌다. 늑대 신수의... 정수.... 없... 이대로라면... 사라져간다... 끝내... 사라진다.”
“사, 사라진다뇨? 그럼, 케르케로우스님이 정말 돌아가신다는 건가요? 그릇. 그릇! 그 그릇을 찾으면 되잖습니까? 그러면 안 사라지셔도 되잖아요!”
수호자는 케르케로우스를 가리키던 손가락을 이번엔 건수에게 가리켰다.
“그릇.... 아까... 말했지 않나? 치지직.... 그가 네게 준 것이다... 즈즈즈.”
“네? 케르케로우스님의 그릇을 제가... 그렇다면 이 몸이 케르케로우스님의....?”
“그의 몸이다... 그는 부활을 포기... 네게 자신의 몸을... 주었다.”
“네, 네에에?”
건수는 수호자의 얘기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의 얼굴과 밝게 빛나고 있는 케르케로우스를 번갈아 보았다.
“제게 몸을 주셨다니....? 그럼 제 몸이... 제 몸이 바로 케르케로우스님의 그릇이었다는 건가요?”
“그렇다. 생명의 정수.... 지지지직... 담긴 몸을... 네게 양보했다.”
“그, 그럴 수가! 케르케님이 저 때문에....?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
수호자는 머리를 천천히 머리를 흔들었다.
“신... 신수라도... 생명의 정수.... 지지지... 츠즈즈즈.... 없는 그릇이 없으면 부활.... 할 수 없다.”
“그런데 케르케님이 왜 그걸 제게.... 왜 제게 주셨다는 건가요?”
“즈즈즛... 왜냐하면... 네 생명의 정수....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는 네게 자신의 생명의 정수... 주었다.”
“그 생명의 정수가...! 제 것은 파괴되었다고요? 그래서 제게 케르키님의 것을 주신 거라고요? 도, 도대체 그 생명의 정수라는 게 뭔가요?!”
“영혼과.... 몸을... 이어주는..... 것. 치지지직.”
“아니, 그렇게 중요한 것을... 케르케님이 제게 주셨다고요?”
“....그렇다.”
“세상에. 말도 안 돼.”
건수는 머리를 흔들며 케르케로우스에게 걸어갔다.
“케르케님이 그러셨을 리가 없어. 당신의 부활도 포기하시고 내게 그렇게 소중한 것을 주셨을 리가 없어! 아아아. 케르케님. 왜 제게 그런 것을 주셨나요?”
수호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곳... 검은 방의 암흑이... 늑대를 삼킬 것이다... 생명의 정수가 없는... 지지직... 신수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그가 소멸하기 전..... 츠즈즈... 여기로 데려왔다. 이곳은... 검은 방 안의... 나만의... 공간... 하지만 그는.... 어차피 사라질... 운명.... 지지지직.”
“그, 그건 안 돼요!”
건수는 고개를 홱 뒤로 돌리며 대꾸했다.
“저 때문에... 겨우 저 때문에 케르케님이 돌아가시는 건 말도 안 돼요. 누가 죽어야 한다면 그건 저였어야 한다고요!”
“치직... 그것도 안 될 일... 애초에... 이계의 인간을 위해 신... 신수가 생명의 정수.... 포기하는 것...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계의... 인간인 네가... 그를 위해... 치치칙....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 만일... 할 수 있다면... 지직.... 늑대를 위해... 다시 죽을 수... 있겠느냐?”
“그건.... 아아!”
할 수 있다면 케르케로우스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겠냐는 수호자의 물음에 건수는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똑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건수를 보고 수호자는 눈을 감고 입술을 씰룩거렸다. 건수는 그의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신수는 자기를 살리기 위해 부활을 포기하고 몸을 넘겨주었는데, 정작 자기는 목소리를 높여 그의 이름을 부르기만 했지, 목숨도 버릴 수 있냐는 질문에 답하는 걸 주저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깊게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빛나고 있는 케르케로우스의 영혼이라는 것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것이 진짜 케르케로우스님의 영혼일까? 애초에 그 영혼이라는 것을 맨눈으로 보는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발걸음을 옮기는 건수의 마음속에 그런 의문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있는 모습은 분명히 그가 알던 케르케로우스가 분명해 보였다. 진짜 영혼에도 모양이 있을 수 있는 것일까? 혹시 그것은 이곳이 검은 방 안이어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 태어나서 처음 겪어 보는 일에 건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케르케로우스의 영혼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으음. 케르케로우스님의 영혼이라.... 생각보다 몸집이 작으신데?’
그건 분명히 그랬다. 그가 처음 검은 방에서 케르케로우스를 봤을 땐 그의 몸이 집채만큼이나 컸었다. 그 후, 그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부활한 것을 두 번이나 목격했었다. 지금 그의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보다도 훨씬 작은 것이었다. 대충 봐도 중형견 정도나 될까 싶었다. 그렇게 그의 영혼을 관찰하고 있는데, 갑자기 속에서 울컥하고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다. 잠시 후, 그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한 방울 툭 하고 떨어졌다.
“크흑. 정말 케르케님께서... 이대로 소멸하신다는 건가요?”
“그렇다. 이미... 예전에.... 이곳의 암흑에게 먹히거나... 자연히... 소멸했어야 했다... 즈지지직...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사라지지 않아서... 내 공간으로... 옮겨놓았다. 지지지직. 지금도 암흑... 암흑들은... 저자의 영혼을 삼키려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게... 무슨 일.... 솔직히... 모르겠다. 뭐가... 이렇게 오랫동안... 그의 영혼을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것인지... 치직. 치지직.”
그 질문에 수호자는 감정이라고는 한 방울도 없는 건조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와 반대로 건수는 감정이 더욱 격해졌는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케르케님, 도대체 절 위해서 왜 그렇게까지 희생하셨나요? 크흑. 큭.”
건수는 그렇게 울면서 늑대신수의 영혼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가 팔을 뻗어 잠들어 있는 케르케로우스의 영혼을 만지려는 순간, 뒤에 있던 수호자가 화들짝 놀라면서 외쳤다.
“치지지직... 안... 돼! 늑대의 영혼을... 손으로 만지면 안 돼...!”
그러나 이미 늦었다. 건수가 뻗은 손이 케르케로우스의 영혼에 닿은 것이었다. 그의 손이 닿자마자, 그의 몸에서는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몹시 밝은 빛이 뻗어 나왔다.
“어어억!”
건수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제까지 무표정하게 서 있던 수호자도 밝은 빛이 눈에 들어오자,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를 내질렀다.
“츠즈즈... 이, 이런! 즈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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