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9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9

텔리는 마이클의 배를 뚫고 나온 빛나는 손을 그의 몸 안에서 조금씩 위로 올렸다. 마이클의 살갗이 뜯기며 내장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이들 4 명 외에 아무도 없는 빈 창고에 그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끄아아아!”

그의 등 뒤에서 텔리는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내가 원래 남의 비명소리 듣는 걸 정말 너무 싫어하거든? 그런데 너처럼 건방진 놈의 목소리는 좀 들어봐야 겠어. 그러니까 아까 내게 뭐라고 했더라..... 인생의 교훈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던가....? 훗훗훗.”

마이클의 배를 뚫고 나온 텔리의 빛나는 손을 본 삐에뜨로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쥐고 그에게 겨눴다.

“뭐.... 뭐야? 너는.....! 지금 마이클한테 무슨 짓을 하... 하고 있는 거야?”

그가 방아쇠를 막 당기려는데 갑자기 그의 눈앞에서 ‘화르륵’하며 타오르는 불꽃이 나타나 그의 시야를 막았다. 그것은 알렉시스의 손이었다. 기절해 있던 그녀는 마이클의 비명소리에 깨어났던 것이었다. 그녀는 뒤에서부터 한 손으로는 삐에뜨로의 목을 감고 또 다른 손에는 불을 붙여서 그를 위협했다.

“감히 신께 계속 총을 겨누다니, 당장 죽여주마!”

그녀가 그렇게 말하고 삐에뜨로를 처리하려고 하자, 텔리가 소리를 지르며 외쳤다.

“안 돼. 그 놈은 일단 살려둬.”

“예. 알겠습니다.”

텔리는 다시 시선을 마이클에게로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그의 몸통을 찢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너 이 자식, 내가 감히 살육의 신에게 건방을 떨어? 응?”

마이클의 배에서 끊어진 내장이 흘러나오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삐에뜨로도 쥐고 있던 권총을 ‘툭’하고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그것은 항복의 의미였다기 보다도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지옥과도 같은 광경에 너무 겁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알렉시스는 그의 얼굴에 불타는 손을 조금 더 가까이 대면서 말했다.

“으어어어.... 사... 살려주십시오.”

“꼼짝 말고 가만히 있어. 지금 당장이라도 널 불태워 죽일 수 있지만, 널 죽이지 말라는 말씀을 들어서 아직 살려두는 거니까.”

마이클의 배를 뚫고 나온 텔리의 손이 그의 가슴까지 몸을 찢으며 올라가자, 마이클은 입에서 피를 토했다.

“쿨럭! 쿨럭! 쿠울......럭!”

그의 눈에서 흰 자위만 보이더니 ‘끄응’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고개가 푹 숙여졌다. 그의 말대로 고통과 공포 속에서 죽은 것이었다. 다만 그 대상이 텔리에서 자신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텔리는 그의 몸에서 손을 쑤욱 빼냈다. 그러자 거의 2 m에 달하는 마이클의 거대한 몸은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면서 쓰러졌다. 텔리는 뭐가 불만스러운지 입을 삐죽 내밀면서 손을 여러 번 흔들어 땅에 피를 털었다.

“아이... 이 자식, 그냥 빠르고 간단하게 죽여 버릴 걸 그랬나? 이게 뭐야? 옷에 피가 잔뜩 묻었잖아? 비싼 옷인데..... 쯧쯧쯧. 이거 베이사이드의 미스터 우의 세탁소에 갔다 줘도 핏물이 빠질까 모르겠어. 에이에이에이. 이거 진짜 짜증나네. 내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너무 흥분해버리고 말았어.”

그렇게 말하면서 텔리는 알렉시스가 잡고 있는 삐에뜨로에게 접근했다.

“사... 살려만 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부... 부탁입니다! 제발...제... 발!”

텔리는 입술이 파랗게 질린 그를 보고 한 번 씨익 웃더니 느물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어. 그래. 넌 살려줄 거야.”

“예? 저... 저를요?”

마이클처럼 자기도 죽을 줄만 알았는데, 살려주겠다고 하니, 삐에뜨로는 귀를 의심했다.

“그래. 그런데 그 전에, 네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좀 알아야겠다. 어디서 왔고 무슨 이유로 내게 까불어서 명을 재촉했는지 말이야.”

텔리는 삐에뜨로의 이마에 자신의 손을 댔다. 그의 기억을 읽으려는 것이었다. 잠시 후, 그의 손이 빛을 발하자, 텔리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삐에뜨로의 기억을 순식간에 읽어나갔다.

“오.... 흠흠.... 그렇군. 아.... 오.... 그래? 훗훗훗.”

삐에뜨로는 텔리가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서 극심한 공포에 빠져들었다. 조금 전 자신의 이마에서 따뜻하게 열이 나면서 텔리의 손과 함께 빛이 날 때부터 너무 무서워서 ‘꽥’하고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찍소리 하나 내지 않으려고 이를 꽉 깨물었다. 왠지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자기의 목숨은 그것으로 끝날 것 같았다.

“야아... 이거 아주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큰 수확을 얻었네. 흠흠흠.”

텔리는 아직도 덜덜 떨고 있는 삐에뜨로를 한 번 슥 쳐다보더니, 웃어주었다.

“네가 좋은 정보를 줬어. 삐에뜨로.”

“예... 예? 아니, 어떻게 제 이름을.....?”

“아냐고? 훗훗훗. 그것뿐만이 아니지. 저기 쓰러진 놈은 빅 마이클. 너희 둘 다 줄리오 파비노 아래에서 일하는 마피아잖아. 그리고 진짜 놀라운 사실은 죠셉도 그곳에 함께 있었네? 야아... 그 녀석은 내가 꼭 찾아야 하는 놈인데 말이야. 이렇게 손쉽게 찾아버리다니. 삐에뜨로, 고맙게 됐어. 훗훗훗.”

삐에뜨로는 텔리가 자신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너무 무서웠다. 그의 온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떨렸다.

“예? 아... 아니... 어떻게 그걸? 마... 마치 원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저... 저희가 누구... 인줄... 처... 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겁니까?”

“하하. 얜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몰라. 어차피 열심히 설명해 줘도 넌 모를 테니 그건 네 맘대로 생각해. 그런데 말이야.....”

텔리는 다시 고개를 돌려 바닥에 쓰러진 큰 덩치 마이클의 시신을 바라봤다.

“저 놈... 나와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던 놈이더구만. 작년에 보로니가 죽었던 밤, 병원에서 말이야. 알고 보니 저 놈이 죠셉과 가까운 놈이었어. 그런 줄 알았다면 삐에뜨로를 죽여버리고 저 녀석을 살려줬을 텐데.... 아, 아쉽다. 내가 너무 흥분했었어. 실수해버렸네. 에이에이에이.”

삐에뜨로는 텔리가 무슨 말을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적어도 한 가지, 자신 대신 마이클을 죽였다는 사실을 후회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그러자, 그의 멘탈이 그만 부러지고 말았다. 그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엉엉 울어댔다.

“제발... 제발.... 절 살려주십시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텔리는 한숨을 쉬며 울고 있는 마피아에게 말했다.

“하아..... 뭐 어쩌겠냐? 내게 필요한 마이클은 죽고 넌 살아남았는데. 그게 그냥 지금의 상황, 현실이 된 거지. 내 실수였다. 그리고 널 이번에 살려주겠다고 했으니 안 죽여.”

“안... 죽이신다고... 요?”

“그래, 엄청 후회는 되지만, 안 죽여. 그러니 이제부터 내 말을 잘 들어.”

“예. 예. 예.”

“지금부터 내가 너에게 뭐 하나를 준비해 줄 거야. 넌 그걸 파비노에게 전해. 알겠지?”

“예. 예. 예.”

“쉬운 일이야. 그냥 전하기만 하면 돼. 그리고 내가 곧 찾아갈 거라고 해. 난 빚지고는 못 살거든.”

“예. 예. 예.”

삐에뜨로는 연신 고개를 아래, 위로 열심히 흔들었다.

텔리는 마이클의 시신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더니 빛나는 손날로 그의 목을 쳤다. 그러자 그의 목은 마치 칼로 자른 것처럼 예리하게 잘렸다. 텔리는 마이클의 머리를 들어 올리더니 삐에뜨로에게 건냈다. 하지만 그는 손을 앞으로 뻗지도 못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텔리의 얼굴에서 불쾌함이 번지고 나서야, 그는 오만가지 인상을 쓰면서 마이클의 머리를 받아 들었다.

“으아아아아아~~! 이게 뭐야? 싫... 싫어!”

“자, 이제 어서 그거 들고 너희 본부로 돌아가. 안 그러면 지금 당장 죽여 버릴 거야.”

“아아아아아아악!”

삐에뜨로는 마이클의 머리통을 들고 재빨리 그 자리를 피해 밖에 세워둔 차로 정신없이 도망쳤다. 끔찍한 악몽을 꾸는 아이처럼 소리를 질러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