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92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92

레스토랑의 화재 때문에 발생한 혼란을 틈타 알렉시스와 죠셉 그리고 인질이 된 파비노는 그들이 타고 온 차로 이동했다. 알렉시스는 기절해 있는 로니를 거기까지 업고 와서는 트렁크에다 그를 집어넣었다. 마치 짐짝처럼 말이다. 죠셉은 파비노에게 총구를 겨누면서 차의 뒷좌석에 타도록 유도했다. 파비노는 이를 갈며 죠셉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죠셉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그래. 수명을 단축하기 싫으면 그렇게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거야. 입만 뻥끗하기만 하면 당장 그 배에 구멍을 뚫어줄 테니까. 그리고 지금 당장 죽기 싫으면 어서 차에 타.”

“끄으응.”

그들이 모두 차에 타자, 알렉시스는 차의 시동을 걸고 서둘러 그 장소를 벗어났다.

* * *

알렉시스의 차가 파비노의 레스토랑을 떠난지 약 30 분 정도 되었을 때였다. 어느 인적이 드문 장소에 도착하자, 그녀는 그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그리고는 폐허가 된 건물 앞 빈 공터에 차를 댔다. 파비노가 그 건물을 보자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죠셉은 동요하고 있는 그를 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파비노. 그 장소다. 웨어하우스(warehouse). 아니, 넌 이곳을 그렇게 불렀지. 엑시큐션 그라운드(execution ground).”

“너... 너... 왜 나를 여기로 데... 데려온 거야? 설마 나를...? 안... 안 돼!”

죠셉은 먼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파비노를 겨누고 있던 총을 그에게 더욱 가까이 대면서 말했다.

“너도 차에서 내려. 파비노. 일단 살고 싶으면 내려서 저 창고 안으로 들어가.”

알렉시스도 차에서 내리더니 트렁크를 열고 기절해 있는 로니를 꺼냈다. 그리고는 자기보다도 덩치가 배는 될 법한 그를 등에 업었다. 죠셉이 그런 그녀의 행동을 보고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그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안 알렉시스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하나도 안 무거워. 난 너 같은 약골이 아니니까.”

“뭐?”

죠셉은 자기가 묻지도 않은 말에 알렉시스가 대답하고 또 자신을 조롱하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외계에서 왔다고 하는 그녀와 맞서 싸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대신 알렉시스가 힘쓰는 것을 보고 함께 놀라워하고 있는 파비노에게 총구를 까딱거렸다.

“뭐해, 파비노? 움직여!”

파비노는 최대한 느릿느릿 움직였지만, 폐 창고를 향해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자신의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아마 도살장으로 향하는 동물들도 자기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안다면 그와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 * *

알렉시스는 요전에 텔리와 자신이 큰 덩치 마이클과 삐에뜨로에 의해 이 곳으로 납치되어 왔던 것을 기억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업고 있던 로니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완전히 정신을 잃었는지 깨어나지 못하는 로니를 보고 그녀가 한심하다는 듯이 내려다보았다.

“이 멍청한 뚱보 녀석. 아주 푹 잠들었군 그래. 지가 잠든 사이에 적이 배에서 창자를 빼내도 모를 녀석이구만. 쯧쯧쯧.”

뒤이어 들어온 죠셉과 파비노는 그 자리에 서서 몇 분 동안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 둘 사이에 어떤 감정이 오가는지 알지 못하는 알렉시스는 파비노에게 말했다.

“지금 둘이 연애 하냐? 설마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 거야? 너 늙은 뚱보! 저기 의자에 가서 앉아 있어.”

파비노는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자신에게 함부로 말하는 알렉시스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를 겨누고 있는 죠셉의 총굴ㄹ 의식해서인지 그녀의 말대로 순순히 의자에 가서 앉았다.

“자, 이제 뭐 어쩔 건데? 죠셉! 너 이거 크게 실수하는 거야. 지금이라도 나와 로니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면 그냥 서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끝낼 수 있어. 하지만 만약 내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타아앙!’

죠셉은 파비노의 말을 듣다 말고 그가 앉은 자리에서 1 m 정도 떨어진 바닥에 총을 쐈다. 날카로운 총성이 빈 창고의 공간 안에서 메아리쳤다. 파비노는 총성을 듣고 잠시 움찔했다가 이내 다시 평정심을 찾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보스는 꽤 태연한 척 했다.

“죠셉.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게 총으로 풀 일은 아니잖아? 아무리 우리가 총으로 밥을 벌어먹고 산다지만 언제나 모든 문제가 총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야. 일단 그 총을 좀 내려놓고 말로 하는 건 어때?”

하지만 그를 겨누고 있는 죠셉의 총구는 내려가지 않았다. 파비노는 죠셉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다시 말을 이어갔다.

“죠셉. 이봐, 이거 왜 이러나. 자네 나한테 도대체 왜 이래? 그 총... 하아... 라샤미 스따레... 컴 온, 죠셉! 자네가 가장 힘들었을 때 누가 자네를 받아줬지? 나야. 누가 자네에게 먹고 살 수 있게 도움을 주었지? 나야! 그런데 이게 무슨 짓이야!”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죠셉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았다.

“파비노! 아니, 보스. 어제 난 총에 맞았어요. 그리고 죽도록 그냥 길 바닥에 버려졌었죠.”

“아... 그래. 나도 들었어. 그래서 나도 엄청 슬퍼했었다고! 그런데 너가 이렇게 다시 살아 돌아온 걸 보니 정말 다행이야! 아마도 내가 잘못 들은 것 같군. 하하하!”

“내 소식을 들었다고요? 아.... 아마 저 놈, 로니에게서 들은 모양이군요.”

“아, 아니. 누구에게서 들은 게 뭐가 그렇게 주... 중요하겠나? 중요한 건 너, 죠.. 죠셉... 네가 살아 있다는 거 아니... 겠어?”

“그래요? 날 그렇게 생각하는 줄은 몰랐네요. 하지만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진실을 알아내는 겁니다. 왜 로니가 갑자기 내게 총을 쏘고 당신에게 보고했을까요? 그리고 당신은 왜 동료에게 총을 쏜 배신자 새끼를 살려두고 있었는지, 그 진실을 알아야겠습니다.”

죠셉은 그렇게 말하고 알렉시스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기절한 로니를 깨우라는 신호였다. 알렉시스가 발로 로니를 툭툭 치며 깨우려고 하자, 파비노는 흥분해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버럭 화를 내며 죠셉에게 크게 소리 질렀다.

“죠셉! 너 지금이라도 그냥 물러서는 게 좋을 거야! 내 뒤엔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누군가가 있어! 만약 내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다면 그가 널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네 목을 딸 거야! 그러니 지금이라도 뒤돌아서 나간다면 내가 그냥 입 다물고 있어주겠어. 네가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다는 걸 나만 알고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겠다는 말이야. 자! 어서 포기하고 당장 사라져!”

죠셉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 강력한 힘을 가진 누군가? 날 따라와서 죽일 거라고? 그리고 뭐? 내가 살아있는걸 얘기 안 하겠다고? 파비노,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파비노는 흥분해서 씩씩거리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마. 분명히 말해두지만, 너가 날 죽이는 걸 포기한다면 넌 살 수 있다는 거야. 살고 싶지 않아? 엉? 죠셉? 너도 죽기는 싫을 거 아냐? 살고 싶지?”

‘타아아앙!’

죠셉은 다시 한 번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엔 아까보다 파비노에게서부터 훨씬 가까운 위치의 바닥에 총알구멍이 생겼다. 움찔거리며 고개를 돌린 파비노에게 죠셉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파비노, 이 병신 새끼야. 난 이미 어제 한 번 죽었다가 살아 돌아왔어. 내가 너처럼 죽음을 두려워하는 놈으로 보이냐?”

“으으윽! 제... 제발.... 아아아....”

파비노는 다리에 맥이 풀려서 그만 의자에 주저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