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8 부. 루시 - 21 화

루시 – 21

알렉시스는 제 때에 앤디의 장소에 도착해서 히스패닉 갱스터들을 끌고 온 청소반의 사장으로부터 무사히 그를 구해내었다. 처음에 그녀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그쪽 사장과 일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녀는 그에게 손해보전을 하라고 거금을 제시했지만, 그가 말을 잘 듣지 않자, 그의 부하 중 하나를 골라 본보기 삼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불새군의 방식으로 처형했다. 그다음엔 당연히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총격이 발생했지만, 메이크바 정령석을 몸에 지니고 있었던 알렉시스의 몸 주위에 노란 방어막이 펼쳐져 그녀의 몸에는 단 하나의 총알도 닿지 않았다. 사장과 갱스터들은 도저히 그녀의 상대가 되지 않음을 깨닫고는 모두 뿔뿔히 흩어져 도망쳤다.

그녀가 도착하기 전까지 홀로 담대히 청소반 사장과 갱들을 상대하고 있던 앤디 공은 한시름 놓으며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휴우우....... 이제 살았네. 알렉시스 누나, 고마워요.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어요. 근데 텔리가 올 줄 알았는데, 누나 혼자 나타나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몰라.”

“텔리님께서 이런 사소한 일을 신경 쓰시게 할 수 없지. 그분께선 오늘 힘을 많이 쓰셨으니 휴식이 필요하시다.”

“텔리가 힘을 많이 써요? 휴식? 그게 무슨 소리에요?”

“넌 몰라도 돼. 굳이 알려고 하지 마. 나도 네게 말해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단다.”

그렇게 말하고 입을 굳게 닫은 알렉시스를 보고 앤디 공은 눈을 희미하게 떴다. 그녀는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전직 형사였던 그의 육감이 발동했다.

“잠깐만. 누나. 오늘 시티에서 큰일이 터져서 난리이었다는데, 혹시 그 일에 텔리가 관련 있는 건 아니겠죠?”

“.......”

“말 좀 해봐.요 오늘 난리가 텔리랑 관련이 있는 거죠, 그쵸? 아까 맨하탄으로 청소반 애들을 보냈던 사장이 일이 잘못됐다고 내게 화가 나서 내게 달려온 걸 봐요. 시티에서 일 난 거, 텔리가 한 거 맞죠?”

알렉시스는 아무 말 없이 옷매무새를 단정히 고치면서 앤디 공에게 말했다.

“네게 말해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고 했잖아. 말해줄 수 없어. 그보다 앤디, 한 가지 더 부탁할 게 있어.”

“아아, 누나. 안돼. 아무리 누나가 부탁하는 일이어도 이젠 정말 무리야.”

앤디 공은 손사래를 쳤다. 알렉시스는 차가운 눈빛으로 앤디를 바라봤다.

“앤디, 방금 널 구한다고 깡패들과 싸우면서 난 내 정체를 네게 다 노출한 셈이야. 네 눈으로 직접 봤지? 나는 보통 사람과 달라. 그리고 네가 계속 텔리님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면, 나야말로 널 가만히 둘 수 없어.”

“알렉시스 누나....... 왜 나한테 그렇게 말하는 거에요?”

그녀의 차분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앤디 공의 귀에는 협박으로 들렸다. 그는 목을 가다듬고 그녀가 뭘 부탁할지 일단 들어보자 싶어 기다렸다.

“너가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것도 다 때가 있는 거야. 나중에 우리가 사라지면, 돕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그러니 지금은 우리를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누나, 예전에 내 가게가 불탔을 때, 날 찾아왔을 때도 이 세계를 떠난다고 했었죠? 왜 자꾸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예전에 알렉시스로부터 그녀가 이 세계를 떠난다는 말을 들었을 때와 똑같이 이번에도 앤디 공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 그의 눈은 조금만 더 있으면 눈물이 흘러내릴 것처럼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알렉시스를 알고 지낸 그는 그녀가 떠날 거로 생각하니, 아쉬움에 울컥하는 것이었다.

“그래. 떠날 거야. 그리고 그때 보다는 때가 더 가까워졌어.”

“아후우우.......”

앤디 공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고개를 들었다. 알렉시스도 슬픔에 목이 잠겼다.

“스모크 샵의 주인, 비피에게 일이 생겼어. 지금 텔리님께서 그 일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아.”

“스모크 샵의 비피?”

“그래. 그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봐 줘. 아니, 정확히는 그가 어디에 붙잡혀 있는지 알아봐 줘. 누가 관계된 건지도. 최대한 빨리. 내일까지면 더 좋고.”

앤디 공은 힘없이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솔직히 그는 텔리와 연관된 일은 맡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알렉시스가 부탁하는 일이라서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알렉시스는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누워있는 머리가 타버린 갱스터의 시신을 가리켰다.

“뒤처리를 부탁할게.”

알렉시스는 주위를 한 번 살피고는 차를 타고 재빨리 장소를 떠났다. 앤디 공은 손목시계를 한 번 보더니 시신을 수습해서 자신의 차 트렁크에 싣고는 헤드라이트를 밝히지 않을 채 장소를 떠났다. 그들이 빠져나가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차의 싸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 소리를 뒤로하고 운전대를 잡은 앤디 공은 그의 머리와 어깨를 짓누르는 극심한 압박감을 느꼈다. 트렁크의 시신부터 비피의 행방을 알아보는 일까지 모두 위험하고 골치 아픈 일뿐이었다.

* * *

어두워지기 시작한 초 저녁이었다. 맨하탄 끝자락에 위치한 한 허름한 바 앞에 검은색 혼다 시빅 한 대가 조용히 다가와서 섰다. 한 덩치 큰 사람이 운전석에서 나왔다. 그는 사람들이 침착한 그리고리라고 불리우는 그리고리, 현재 세간에서 뉴욕의 크라임 로드라고 일컫는 바빌로프의 오른팔인 사내였다. 그는 인적이 드문 길거리를 한 번 쭉 훑어 보고는 그만큼 덩치가 큰 두 경호원이 지키고 있는 바의 입구에 다가갔다. 경호원들은 그를 알아보고는 말없이 목례했다.

“파칸은 안에 계시나?”

경호원들은 아무런 대답 없이 그리고리에게 바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안으로 성큼 들어갔다.

작고 허름한 바 안에는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 있었지만 그 중에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바빌로프의 경호원들이었다.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그들은 그리고리를 보자, 문 앞의 경호원처럼 목례를 했다. 그들 중 하나가 그리고리에게 다가와 간단한 몸수색을 했다. 그리고리는 경호원에게 자신의 총을 맡기고는 바를 둘러보며 보스를 찾았다. 곧 그의 눈에 바 앞 스툴에 겨우 앉아 있는 뚱보가 포착되었다. 바빌로프였다. 그는 혼자 바에 앉아 있는 보스 옆에 다가와 옆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은 보스의 허락이 있어야 옆에 앉을 수 있었지만, 그리고리는 달랐다. 조직 내 2 인자의 위상은 그만큼이나 높은 것이었다. 바빌로프는 손에 든 위스키 잔을 한 번 빙글 돌리더니 고개를 돌려 그리고리를 바라보고는 반갑게 그를 맞았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군. 내 친구.”

“예. 파칸. 마침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그래도 도시가 난리가 난 이 시점에, 내 호출을 받고 10분 안에 도착한 것은 대단해. 아무래도 자네는 침착한 그리고리 보다는 재빠른 그리고리가 좋겠어. 흐흐흐.”

그리고리는 잠시 엷은 미소를 띠었다가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말입니다. 보스. 이렇게 도시가 시끄러울 때 출타하시면 아무래도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이거 왜 이래? 내가 누군지 몰라? 난 바빌로프야. 뉴욕시를 손에 넣고 주무르고 있는 크라임 로드! 이런 내가 뭘 두려워 할 것 같나? 하하하!”

바빌로프는 크게 웃으며 허세를 부렸다. 그의 곁에 있는 흔한 아첨꾼들이라면 그의 허세에 맞장구를 치며 웃겠지만 그리고리는 달랐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다시 심각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보바, 아무래도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도시 곳곳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뭐야? 자넨 늘 심각하기만 해. 나도 아까 TV 뉴스를 봐서 대충 알아. 난리가 났다는 건 좋은 거지. 우리에겐 즐거운 일 아닌가. 크크크.”

“뉴스를 보셨다니 잘 아시겠군요. 이 난리, 아무래도 미스닉이 저지른 일 같습니다.”

“뭐? 미스닉!”

미스닉이란 단어에 바빌로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리고리가 말을 이어갔다.

“예. 그가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