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18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18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까를로는 뭔가 궁금해졌는지 알렉시스에게 물었다.

“저, 아무리 그래도 신께 거짓말을 한다는 건 좀 마음에 찔리는 데요.”

그녀는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너, 신을 두려워한다니, 사람들을 해치는 갱스터 치고는 좀 순진한 구석이 있구나. 그거 의외인데?”

“사람을 해친다뇨? 난 그저 차나 좀 훔치고 다니다가 빵에 한 두 번 가고 그랬지, 특별히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그러진 않았다고요.”

“흠. 넌 그저 잡범이었군. 뒤에 있는 죠셉과 뾰족한 고양이 이빨 가진 까칠한 놈과는 다르다는 거네.”

그녀가 말한 고양이 이빨을 가진 까칠한 놈이란 돈테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마피아들은 크크 거리며 웃었다.

“뭐? 고양이 이빨? 야, 여배우. 헛소리 하지 마! 누구더러 감히 고양이라는 거야?!”

돈테가 발끈하는 모습에 모두 킥킥 웃었다. 그 덕에 지금까지 그들 사이에 흐르던 어색한 분위기가 살짝 걷히는 것이었다. 그가 화를 더 내려고 하자, 까를로가 분위기를 다시 바꿀 겸 알렉시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알렉시스. 내가 어디서 봤는데, 동생이랑 함께 몇 달 째 잠적했다고 하던데요. 그런데 이렇게 버젓이 밖에서 활동할 줄은 몰랐어요. 도대체 당신 정체가 뭡니까?”

“.......”

알렉시스는 조금 전까지 입가에 흘렸던 웃음기를 싹 지워버렸다. 그는 그 나름대로 알렉시스와 좀 친해지려고 그런 질문을 한 것이었는데, 그녀가 정색하자 속으로 당황했다.

“뭘 알고 싶은 건데? 내가 아까 롱아일랜드에서 말했던 걸 벌써 잊었나 보군. 나에 대해 많이 알게 되면 난 널 죽일 수밖에 없다고 했던 거 기억 안 나?”

“아, 난 그냥...... 어... 음.”

죠셉은 그녀와 까를로를 번갈아 보며 슬슬 눈치를 살폈다. 다른 마피아 녀석들도 어색해 했다. 알렉시스는 입을 한 번 삐죽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아니지. 어차피 곧 텔리님을 만날 녀석들이니, 그런 질문에 답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될까 싶군. 어차피 난 얼마 안 있어 이 세계를 떠나야 하는 입장이니까. 잘 들어. 난 이 세계 사람이 아니다. 앞으로 차차 알게 되겠지만, 난 이렇게 지구의 인간들과 똑같은 모습이어도 실제로는 꽤 차이가 있다. 일단 나이부터 말하자면, 난 이곳의 나이로 200 살을 넘게 살았다.”

“200살이요? 말도 안 돼! 보기엔 평범한 20대로 보이는데!”

“겉으로만 그렇게 보이는 거야. 내가 온 세계에서 사람들은 수명이 1000년 정도 된단다. 내가 온 세계의 기준으로는 200살, 300살은 여전히 젊은 거야.”

“1000년! 말도 안 돼!”

까를로는 무슨 말을 들어도 ‘말도 안 돼!’라고 대꾸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그녀의 말을 거짓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총알을 막아내는 등 이미 그녀가 다르다는 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난 몇 십 년 전에 지구로 왔다. 너희가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말이지. 실제로는 너희 할머니들보다 더 할머니라는 거야.”

그녀가 그 말을 마칠 때, 굼벵이처럼 느리게 움직이던 고물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문이 열리자, 그녀는 까를로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자, 이제 들어가서 우리 세계의 신을 뵙도록 하지. 명심해. 말은 내가 다 할 테니, 넌 엔터테인먼트에 정통한 것처럼 행동해.”

* * *

알렉시스를 선두로 죠셉과 동료들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다. 거실에 서 있는 텔리를 처음으로 본 마피아들은 생각했던 것 보다 평범한 그의 모습에 조금 실망했다. 아마 그가 지금 정치가 크고 털북숭이인 바비 로마노의 모습이어서 그런 것 같았다. 이미 얼마 전 스태튼 아일랜드의 피자집에서부터 바비의 모습을 한 텔리를 미행하던 마르코는 바로 그가 외계에서 온 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어안이 벙벙했다. 알렉시스가 그에게 죠셉의 동료들을 소개하려고 하자, 텔리는 손을 들어 그녀의 입을 막고는 마피아들의 얼굴을 하나씩 찬찬히 살펴보았다.

“뭐야? 이놈들. 전에 만났던 놈들도 있잖아. 여기 키 작고 멍청하게 생긴 놈은 예전에 병원 앞에서 봤고 덩치 큰 놈과 함께 있는 걸 봤었고 요놈은 며칠 전 피자집에서 봤던 놈이네. 여기 날카롭게 생기고 키 큰 놈은 실제로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야. 어디보자. 넌 차 도둑놈인 까를로, 돈테, 피자집 넌 마르코로군.”

텔리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이름과 주특기까지 전부 알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신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 텔리를 보고 마피아들은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중 가장 놀란 것은 죠셉이었다.

“텔리님, 어떻게 이들에 대해 그렇게 자세히 아시나요? 전 한 번도 이들에 대해 언급도 한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내가 얼마 전 네 기억을 읽었잖아. 기억 안나?”

텔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손을 휘저으면서 알렉시스에게 말했다.

“알렉시스,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칙칙한 얼굴을 가진 이 녀석들이 여기 온 이유가 뭐야? 살육의 신인 날 만나게 했다는 건, 우리의 정체를 드러냈으니 네 그 규율로 따지자면 결국 죽이겠다는 거 아냐? 설마 밖에서 처리를 못해서 내게 부탁하려고 여기 데려온 건 아닐 테고.”

“아, 그건 아닙니다.”

“그럼 뭐야? 난 지금 기분이 몹시 안 좋으니, 빨리 밖으로 끌어내서 죽이고 와.”

그 말을 듣고 미스터 황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걸었다.

“그렇게 기분이 안 좋으면 그깟 드라마 따위 한꺼번에 다 보고 이만 잊으세요. 아유, 답답해. 무슨 드라마 가지고 별....”

“뭐라고?! 그깟 드라마! 이 새끼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텔리는 빛나는 손을 한 번 휘저었다. 그의 손에 달린 하얗게 빛나는 실이 날아가 미스터 황 바로 옆에 있는 소파를 마치 전기톱으로 자른 듯 매끄럽게 두동강을 냈다. 그것을 본 마피아들은 깜짝 놀라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섰다.

“아이, 방금 다 고쳐 놓은 걸 또 부숴버리시네. 하아아.....”

자기 옆에 있던 소파가 두 쪽이 난 것을 본 미스터 황은 마치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하면서 옷 주머니에서 덕트 테잎을 꺼내더니 태연하게 소파를 붙이기 시작했다. 모두들 얼음처럼 얼어붙었는데 죠셉의 동료들 중 그나마 기가 센 돈테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 안 되겠다. 모... 모두 도망가자!”

마피아들이 등을 돌려 입구로 발걸음을 향하려는데, 알렉시스가 외쳤다.

“모두 동작 그만!”

그리고는 다시 텔리에게 다가가 말했다.

“텔리님, 제가 죠셉의 동료들을 여기로 부른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은 듣기 싫어. 말했잖아. 내가 기분이 몹시 안 좋다니까!”

“보고 계시는 그 드라마 말입니다. 그것에 대해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뭐? 천사의 오후?”

지금까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던 텔리의 표정이 한 순간에 거짓말처럼 밝아졌다.

“뭔데? 무슨 얘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