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65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65

건수는 갑자기 이상하게 행동하는 싸이언스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 여자라니?”

“아... 아까 네... 네 옆에 앉아 있던 그 여자! 그 여자가 리... 링 위에 있어! 여기를 또.. 똑 바로 보고 있어!”

“응?”

싸이언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는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건수가 고개를 돌려 링쪽을 보자, 재규어가 서 있을 뿐이었다.

“헉!”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겁에 잔뜩 질린 싸이언스와 눈을 마주 쳤다.

“내 말이 맞지? 그 금발의 서양 여자야! 아까 네 옆에 앉아 있던 그 여자! 왜 저 여자가 갑자기 링 위에 있는 거야?”

“무... 무슨 소리야? 금발 여자라면 이디레이아님인데, 저기 위에 있는 사람은 분명히 재규어....”

싸이언스는 다시 손가락으로 정확하게 링 위의 재규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냐! 다시 봐봐! 설마 내가 귀신을 보고 있는건 아니겠지?! 아무리 봐도 그 서양 여자잖아? 아직도 이곳을 보고 있다고!”

건수가 다시 링 쪽을 봤지만 그곳엔 쓰러진 레드 팽과 재규어만 있었다.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와 친구들이 있는 곳을 똑 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왜 재규어는 좋은 반격 기회를 놓치고 가만히 서서 자기가 있는 쪽을 바라만 보고 있는 걸까? 순간 건수는 소름이 돋았다.

“아, 그렇다면 혹시 여신님이 재규어의 몸속으로 들어가신 걸까?”

싸이언스가 턱을 덜덜 떨며 말했다.

“힘..... 예전의 힘을 찾고 싶냐고? 뭘 말하라는 거야? 제기랄! 저 이상한 귀신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힘? 지금 힘이라고 그랬어?”

싸이언스의 말을 듣자 불안한 느낌이 건수의 온몸을 휘감았다.

“아... 안 돼! 좐슨이 위험해! 당장 시합을 중지시켜야 돼!”

건수는 몸을 돌려 링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순간 체육관을 가득 메웠던 온갖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마치 스피커의 전원을 차단한 것처럼 말이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건수는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은 여전히 입을 벌리고 열띤 응원을 하고 있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의 청력에 이상이 생긴 줄 알고 손으로 귀를 막았다 떼었다를 반복했다. 그 때, 잠깐의 정적을 깨고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디레이아였다.

“건수군, 시합을 중지시키겠다니, 무슨 속셈입니까?”

건수는 링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재규어를 향해 소리쳤다.

“이디레이아님! 당신이야 말로 무슨 일을 꾸미시는 겁니까? 그 링 위에 있는 건 제 친구입니다. 설마 그 모습으로 제 친구에게 무슨 일을 하시려는 건 아니시겠죠?”

“호호호..... 글쎄요. 그렇다면 이제 건수의 솔직한 말을 좀 듣고 싶은데요. 당신은 힘을 되찾고 싶습니까?”

“힘이요? 지금 이 일이 다 그것 때문에 벌어진 건가요?”

“난 당신의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을 뿐입니다. 이런이런. 어떻게 해야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요? 아, 여기 마침 당신 친구가 제 곁에 있는데....”

“여신님! 제발 그만하세요. 제 친구는 당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잖습니까? 제발 제 친구들을 가만히 놔두세요. 부탁입니다.”

그러자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싸이언스였다. 그도 건수처럼 링 쪽으로 달려 나왔던 것이었다.

“건수야? 이게 무슨 일이야? 왜 여기가 갑자기 조용해진 거야? 그리고 왜 저 서양 여자 귀신이 너랑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야?”

재규어의 모습을 한 이디레이아는 싸이언스의 말을 듣게 되자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응? 당신의 친구는 내 모습이 보이나 보군요? 내 말도 들리고?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그녀는 의외의 일이라도 벌어졌는지, 양미간을 찡그리며 불쾌해했다.

“아케나이온... 아니, 카닌베누..... 그 같은 인물이 이 세계에 또 있었구나. 호호호..... 이것은 얄궂은 운명의 장난인가? 알겠습니다. 건수, 그럼 난 이만 물러나도록 하죠. 하지만 우린 조만간 다시 만나게 될 거에요.”

그녀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경기장의 바닥이 출렁거리며 위로 치솟았다.

“우우웃! 지진!”

바닥이 솟구치자 건수와 싸이언스는 그만 균형을 잃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들은 곧 바로 바닥에 엎드려 지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웅크려있는 둘의 머리 위에서 친구 도원광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너희들! 지금 둘 다 바닥에서 뭐하고 있는 거야? 왜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상한 짓거리야?”

“으응?”

건수와 싸이언스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열심히 재규어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하고 있었다.

“뭐... 뭐야?”

“저기 링을 좀 봐봐. 재규어가 갑자기 행동을 멈추더니 무릎을 꿇어버렸어!”

도원광의 말에 둘은 고개를 들어 링 위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재규어는 한 쪽 무릎을 꿇고 무너져 가고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얼굴은 시뻘게져서 입에는 거품을 물고 있었다. 숨을 쉬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사이, 레드 팽은 아까 받은 재규어의 일격의 충격에서 벗어나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그녀로부터 등을 돌아서 있는 재규어의 이상한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머뭇거리고 있는 재규어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할 것이 분명했다. 건수와 싸이언스는 깜짝 놀라 일어나며 말했다.

“큰일이다! 원광아! 저 시합을 당장 중지시켜야 돼! 지금 재규어 저 여자 상태가 이상해! 이대로 레드 팽이 재규어를 공격하게 하면 안 돼!”

“어? 어! 어!”

셋이 링 쪽으로 막 달려 나가려는데, 심판이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휘저으며 시합 중지의 신호를 보냈다. 그와 동시에, 재규어는 손으로 목을 잡으며 링 바닥에 쓰러졌다. 몇 사람이 들것을 들고 링 위로 올라가 재규어를 옮길 준비를 했다. 심판은 레드 팽의 손을 잡아 들어 올리며 그녀의 승리를 선언했다.

“와아아아아~”

“우우우우~!”

장내 이곳저곳에서 응원의 함성과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아마 재규어의 팬들은 시작하자마자 이상하게 풀린 오늘의 시합 내용에 아쉬움과 불만이 많은 듯 했다. 그러자 마이크를 든 진행자가 재빨리 링 위로 올라 사방을 돌아보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오늘 열심히 싸운 재규어와 레드 팽, 두 선수에게 응원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함성과 야유는 몇 분간 끊이지 않고 체육관 내부를 가득 채웠다. 도원광은 쉬지 않고 작은 수첩에 글을 적으면서 말했다.

“지구력은 합격. 하지만 문제는 맷집이야. 체격이 너무 작아서 충격을 잘 버티지 못한 거지. 아무래도 순이에게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구해보라고 해야겠어.”

건수와 싸이언스는 열심히 시합 내용을 분석하는 도원광을 보고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들이 방금 겪은 일을 그에게 설명한다고 해도 믿어줄까 싶었다. 왠지 믿지 못할 것 같았다.

“하아.... 어떻게 이런 이상한 일이 생기다니......”

둘은 다시 서로의 얼굴을 한 번 슥 바라보더니, 계속 그 자리에 서서 한참동안 링 위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