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1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1

삐에뜨로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얘기해주자, 대부분의 마피아들은 하나같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삐에뜨로가 무슨 약이라도 해서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었다. 일부는 고개를 흔들며 실실 웃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콧방귀를 뀌며 삐에뜨로를 비웃기까지 했다. 예를 들면, 돈테 말이다. 반면 죠셉은 낯빛이 계속 누르락푸르락 바뀌며 욕지거리를 뱉어댔다. 주위의 동료들이 보스 앞이라고 말조심하라고 계속 주의를 줬지만 그는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사실 파비노도 지금 죠셉이 보여주는 불경한 태도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잠시 탁자 위의 머리를 쳐다 본 후, 수건으로 덮어버렸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 로마노란 새끼가 맨손으로 사람을 찢어죽이고 목도 자르고 했다는 거 아니야? 그것도 우리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큰 빅 마이크를 말이야. 나... 참.... 너 이 새끼, 정확하게 팩트만 말해. 너 혹시 무슨 약이라도 하고 일하러 갔던 거야?”

삐에뜨로는 손사래를 치면서 대답했다.

“아닙니다. 보스. 전 워... 원래 그러지도 않지만, 이번엔... 마이클과 함께 하는 작업이었다고요. 약은 커녕 수... 술이라도 마시고 일하러 온걸 들키면 그 녀석이 제게 아주 다...단단히 화를 냈을 겁니다.”

“그래, 마이클이라면 그러고도 남았겠지.”

그렇게 대답하고 파비노는 시선을 죠셉에게 돌렸다. 죠셉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하고 지하실 어딘가를 뚫어져다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울려고 하는 건가?

“죠셉, 넌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해? 내 생각엔 러시아 놈들이 한 짓으로 보이는데. 그 놈들이 보로니와 그 패밀리를 쓸어버린 것으로 우린 생각하고 있잖아. 그래서 그 후 그 놈들과 크고 작은 일들도 있었고. 그런데 정작 소문으로만 들리는 놈들의 암살자 놈은 아직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지. 혹시 이번엔 러시아 놈들이 그 놈을 보냈던 것 아닐까? 이 로마노란 새끼 말이야. 그놈이 도살자라고 불리는 그 암살자 놈이 아닐까?”

“아닙니다. 바비 로마노라면 제가 누군지 잘 알고 있습니다. 원래 보로니 패밀리에 있었던 사람입니다. 사실 그 동안 그 녀석을 수소문하고 찾아다녔습니다만,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가 않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오늘 갑자기 나타난 것입니다.”

“그래? 로마노란 놈을 알고 있었던 거야?”

파비노는 죠셉이 하는 말에 관심을 보였다. 죠셉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예. 1 년 전, 저의 보스, 그러니까 미스터 보로니가 당했을 때, 그 녀석은 그의 저택에 있었던 사람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사망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인물이었죠.”

“뭐야? 그럼 그 놈이 설마 뜨라디또레라는 거야 뭐야?”

“저도 처음엔 조금 수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나타나지도 않고 어디로 도망간 흔적도 없어서, 어디서 아무도 모르게 죽었는데 발견되지 않았거나 혹은 실종되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렇게 제 모습을 드러냈으니, 보스 말씀대로 배신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피비 뭐라고 하는 이름의 잡년은 또 뭐야? 로마노와 같이 있었다는 계집 말이다. 듣자하니, 손에 조그만 화염방사기 같은 것도 달고 있었다는 것 같은데? 아니, 세상에. 화염방사기라니..... 뭔 갱단 녀석들이 그렇게 하이테크야? 하여간 러시아 놈들은 아주 이해하기 힘든 족속들이라니까.”

“제가 책임지고 바비 로마노 자식을 찾아서 해결하겠습니다. 보스께서는 그들의 표적임이 분명해졌으니, 한 동안 몸을 피하시기 바랍니다.”

“뭐? 나더러 몸을 피하라고? 얼마나?”

“제게 일주일의 시간을 주십시오. 그 안에 로마노를 잡아 오겠습니다.”

죠셉이 자신만만하게 일주일의 시간을 요구했다. 이미 로마노가 생존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파비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리고 나더러 표적이라고 하는데 말이야. 로마노는 네 이름도 언급했다는 걸 알아둬. 그가 분명히 네게도 볼 일이 있다고 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삐에뜨로가 증언하길, 로마노가 보로니가 죽던 날 밤, 그 병원에서 너와 애들을 봤었다고 말했다는데, 그 얘기는 그 당시부터 쭉 너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 아냐? 널 찾고 있었다고 했어. 알겠지? 그거 명심하라고. 너나 나나 그 로마노 자식을 빨리 찾아서 해치울수록 이득이 되는 거야. 아니면 적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예, 알겠습니다.”

죠셉은 보스와의 대화를 마치고는 지하실에 모여 있는 멤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유심히 쳐다보았다. 앞으로 일 주일동안 그와 함께 움직일 동료를 선택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후, 그는 가장 먼저 돈테에게 다가갔다. 실은 죠셉과 돈테는 마지막으로 함께 페어를 이루어 일을 한지 거의 1 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바로 예전에 주얼러/론 샤크인 제이콥 골드가 의뢰한 일을 말하는 것인데, 그 일을 처리할 때, 둘 사이에서 조금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정했던 죠셉이 자꾸 자기의 신경을 건드리는 돈테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던 것이었다. 둘은 그 이후로 서로 거의 말도 하지 않을 정도로 나쁜 사이가 되었다. 죠셉이 다가오자, 돈테는 고개를 홱 하고 돌렸다. 그의 차가운 태도를 보자, 죠셉은 코를 좌우로 한 번 씰룩거렸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지금 자존심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돈테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사과했다.

“돈테, 사과하고 싶다.”

하지만 돈테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턱을 치켜들면서, 말을 뱉었다.

“뭐야? 너 하고는 볼 일 없어. 꺼져!”

“진심이야. 너에게 사과하고 싶다. 그 땐 내가 너무 심했어. 그날 이후로 쭉 네게 사과하고 싶었다.”

“뭐라는 거야? 미친 새끼.”

돈테는 송곳니가 드러날 정도로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은 죠셉을 비웃는 것이었다.

“너가 내게 아직도 화가 나있는 건 이해하는데, 이번에 마이클에게 일어난 일을 생각해서 나와 함께 팀을 이루자. 마이클은 네게도 좋은 친구였잖아.”

“.......”

“부탁할게. 함께 가자. 우리 중에 너만큼 실력 좋은 녀석은 없어. 그리고 마이클을 저렇게 만든 놈은 병원 어디에선가 나와 까를로, 마이클을 봤었어. 하지만 넌 그 때 그 자리에 없었지. 그러니까 그 놈은 아직 너가 누군지 모를 거야. 그렇다면 바비 로마노를 찾을 때 네게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돈테는 다시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 바비란 놈은 옛날 너와 함께 일하던 놈이라며? 겨우 사람 하나를 찾아내는데, 내 힘이 필요하다고?”

“사실, 그 때 병원에서 좀 이상한 놈을 만났었어. 금발에 콧수염을 길렀던 놈인데, 당시 그 녀석과 마이클이 맞붙었었거든. 그런데 그 녀석이 마이클의 주먹을 망가뜨리고 들어 올려서 던지기까지 했었어. 덕분에 마이클은 한 동안 일을 할 수도 없었지. 그건 너도 기억할 거야. 마이클이 부상당했던 일 말이야.”

“뭐? 마이클을 들어 올려서 던졌다고?”

“내 생각엔 그 놈이 바비와 함께 있는 것 같다. 놈들이 말하는 ‘도살자’는 그 놈인 것 같아. 삐에뜨로는 거의 성실해서 이상한 말을 뱉고 있지만, 바비가 마이클을 저렇게 만들었을 리가 없어. 내가 바비는 잘 알거든. 그 녀석은 겁쟁이야.”

돈테는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럼, 삐에뜨로가 상황을 잘못 설명한 거라는 거냐?”

“아마도. 너무 끔찍한 일을 봐서 잠깐 정신이 살짝 어떻게 됐던 건지도 모르지.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마이클을 저렇게 만든 것은 절대 바비의 짓이 아니라는 거야. 그 때 병원에서 인간을 초월하는 힘을 보인 그 콧수염 자식이 분명해. 마이클이 그 녀석에게 당할 때, 우린 총을 가지고 있었지만, 놈에게 압도된 나머지 한 발도 쏘지 못했어. 녀석도 우리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고.”

“그게 무슨 병신 같은 얘기냐? 총을 가지고도 그 놈을 쏘지 못했다니...”

“병원이었고 또 당시 그곳에는 경찰들도 많았어. 하지만 정확히는 그 괴상한 놈의 분위기에 압도당했기 때문이었어. 그때 너도 있었다면 나와 까를로가 그 녀석에게 느꼈던 공포감을 똑같이 느꼈을 지도 몰라. 게다가 정말 이상한 건, 그 때 그놈이 날 알고 있었다는 거야. 내 이름도 알고 있었고.... 또 내게 이상한 얘기도 해주었었지. 아까 삐에뜨로가 병원 얘기를 꺼내면서 그 괴상한 놈이 나와 마이클을 봤다는 얘기를 듣고 그 녀석이라고 거의 확신하게 되었지. 바비가 아니야. 그 괴상한 놈이야.”

“이상한 얘기?”

“아...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얘기할게. 아무튼 그 놈과 바비는 서로 연관이 있어. 그래서 그 콧수염 녀석이 아직 정체를 모르는 네가 필요해.”

“음.......”

죠셉은 머뭇거리는 돈테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돈테는 다시 한 번 ‘흥’ 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억지로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죠셉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