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61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61

공을 건네받은 소년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방금 그랬잖아요? 예전에 가졌던 힘이 사라졌다고 아쉽다면서요. 그러니까 그 힘을 다시 되찾고 싶냐고요?”

“아니... 그걸 어떻게...? 혹시 내가 했던 말을 멀리서 들은 거야?”

소년은 공을 가슴에 안고 벤치에 앉았다. 건수가 하는 질문에는 답변은 피하면서 다시 건수에게 물었다.

“내가 먼저 물었잖아요. 그 힘을 되찾고 싶냐고요? 아니, 이렇게 말해야 더 이해하기가 쉬우려나? 잃어버린 옛날 몸을 되찾고 싶냐고요?”

“헉!”

건수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뒤로 몸을 젖혔다. 어떻게 이 소년이 자신의 일을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일까?

“너... 너, 지금 뭐라고 했어?”

“그냥 질문만 했는데 뭘 그렇게 놀라요? 많이 긴장했나 보네. 호호호.”

자기를 보고 이상한 목소리로 웃는 소년을 보고 건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너! 너 이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야? 아니, 누... 누구세요?”

소년은 건수를 보고 한쪽 눈을 찡긋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건수군,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에도 당신의 의식 속에서 나의 의식의 일부를 만나지 않았었나요? 분명히 그녀가 나를 다시 만날 거라고 얘기해줬을 텐데요?”

건수는 또 한 번 깜짝 놀라 움찔거렸다. 소년은 다름아닌 여신 이디레이아였던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그녀가 소년에게 빙의된 것이라고 해야겠지.

“아아앗! 그럼 당신은 이디레이아 여신님!”

“그래요. 당신은 정말 눈치가 없군요. 호호호.”

건수가 벌레라도 씹은 듯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슬금슬금 뒤로 피하려고 하자, 이디레이아가 그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자, 당신의 질문에 내가 먼저 대답했으니, 이젠 당신 차례입니다. 건수군, 당신은 잃어버린 몸을 되찾고 싶지 않나요? 말을 해봐요.”

“그... 그건....”

“되찾고 싶잖아요. 그냥 말만 하면 되는데 왜 망설이나요?”

“자... 잘 모르겠습니다.”

이디레이아는 손으로 이마를 가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왜 마음에 있는 생각을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하는 겁니까? 솔직하게 말해 봐요. 예전의 힘을 되찾고 싶잖아요. 보통 사람보다 몇 배는 강했던 당신의 힘. 그 힘을 되찾고 싶지 않다는 건가요? 그렇게 그냥 잃어버리기엔 너무 아깝지 않아요?”

“그.... 그건.... 제가 노... 노력해서 얻은 힘이.... 아니잖습니까?! 저... 전 그렇게 거저 얻은 힘은 벼... 별로 아쉽지 않습...”

건수가 두려움에 휩싸여 턱을 덜덜거리며 대답하는데, 이디레이아가 그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아니죠. 세상에 거저 얻은 게 전부 잘못 된 건가요? 막대한 부모의 유산을 이어받은 사람들이 다 잘못된 거예요? 로또에 당첨돼서 큰 상금을 받은 사람들은요? 그 사람들이 그것들을 힘들여 얻지 않았다고 해서 다 잘못된 거예요?”

“아... 그건 아... 아니지만....”

아까부터 건수의 목소리가 흔들리는 것을 안 이디레이아는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억울하지 않아요? 8년! 당신은 자그마치 8 년간이나 의식을 잃고 병원에 누워있었어요.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하고 찬란한 그 시절을 송두리째 도둑맞고 얻은 게 그 힘입니다. 그게 아깝지 않아요? 정말?”

“아아아.......”

건수는 너무나 공격적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이디레이아에게 뭐라고 대꾸를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자신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말만 쏟아내고 있는 그녀가 제발 입을 다물 길 바랐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건수군. 당신은 26년이라는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남보다 뛰어나 본 적이 있었나요? 한 번이라도 원하는 것을 가져 본 적이 있었어요? 늘 힘은 연약하고 느리고 머리도 좋은 편이 아니었어요. 주위 사람들 속에서 당신의 존재감은 희미했고, 또 그 때문에 무시를 당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우연히 케르케로우스가 나눠 준 힘 덕분에 남들보다 훨씬 강인한 육체를 가지게 되어서 드디어 남들보다 우세할 수 있었어요. 인생에 있어서 단 한 번 있었던 일이에요. 그런데 그 힘을 그냥 잃어버리겠다는 건가요?”

“저... 전..... 모르겠어요. 아아... 케르케님! 아, 그분이 지금 여기 계셨다면!”

“뭐라고요? 케르케로우스? 호호호호호!”

건수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케르케로우스의 이름이 흘러나오자, 이디레이아는 큰 목소리로 웃었다.

“멍청하긴! 그 늑대는 지금 여기 없어요. 그는 그 자신도 제대로 구하지 못해 도 다시 죽음을 맞이한 후, 지금은 검은 방에서 부활 중입니다. 그런 늑대를 믿고 있다니, 건수군은 정말 못 말리겠군요! 호호호.”

“예? 케르케님이 부활 중이시라고요?”

건수의 질문에 이디레이아는 콧방귀를 뀌더니 대답했다.

“그래요. 그는 지금 부활 중입니다. 그러니 건수군이 부른다고 해서 뛰쳐나올 형편이 못 된답니다. 그나저나 그 어리석은 늑대는 최근 100 년간 꽤나 자주 그러네요. 죽고 또 죽고..... 부활하고 또 부활하고. 여기저기서 공격을 당해 그렇게 자주 죽음을 맞이하니, 정말이지 동네북이 따로 없어요. 호호호.”

“아... 이런....”

건수가 낙심하며 한숨을 쉬자, 이디레이아가 그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건수군이 위기에 빠졌을 때, 그 늑대가 어떻게 했지요? 한 번이라도 제대로 당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적이 있나요? 검은 괴수와 그 부하들이 당신에게 달려들 때 그는 뭘 하고 있었죠? 흉측한 모습의 에뮤니우스가 당신과 당신의 친구들을 공격할 때, 그는 뭘 했습니까?”

“으음.....”

“호호호호.....”

건수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자 이디레이아는 다시 한 번 웃었다.

“내 말이 바로 그거에요. 그가 당신에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에 비해 난 당신을 제대로 도와줄 수 있어요. 첫 번째로 예전의 몸을 되찾아 줄 수 있어요. 네, 당신의 진짜 몸말이에요. 그러니까 말하란 말입니다. 당신의 몸을 되찾고 싶다고. 어서요!”

듣고 보니 그녀의 말 중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건수는 입을 굳게 다물고 현 상황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디레이아는 지금 그가 답하기를 원했다.

“뭘 그렇게 망설입니까? 솔직하게 말하면 되잖아요? 내가 한가로워서 이렇게 당신에게 찾아왔다고 생각하나요? 잘 알아두세요. 이런 기회는 항상 찾아오는 게 아닙니다.”

마음이 혼란하고 또 조급해진 건수는 무거운 마음으로 다시 입술을 열었다.

“저... 그렇다면.... 제 몸을 찾는 것을 여신님께서 도와.....”

건수가 느릿느릿한 속도로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는 그 때였다. 멀리서 건수를 찾는 싸이언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건수야~! 건수야~!”

건수는 말을 하다말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건수의 입술만 바라보고 있던 이디레이아는 눈을 감으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

‘맞아. 이 녀석, 보통 주위가 산만한 게 아니지!’

그녀의 생각대로 건수는 정말이지 주위가 산만한 편이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싸이언스가 서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그를 찾고 있던 싸이언스는 건수를 발견하고는 벤치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건수가 다시 벤치에 앉으며 이디레이아에게 고개를 돌리자, 놀랍게도 그녀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여신님이 어디 가셨지? 여신님? 이디레이아 여신님!”

그는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며 이디레이아를 찾았지만 그녀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