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8 부. 루시 - 20 화

루시 – 20

“뭐? 진짜 그 곡을 찾았어?”

텔리는 미스터 황의 말을 듣고 빛나는 손을 거두었다. 그가 그의 사제에게 정신을 빼앗기자, 죽음 바로 직전까지 갔던 까를로는 가슴에 손을 얹고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네. Leonard Cohen의 The Future. 저 이탈리아 사람이 흥얼거린 가사 몇 개를 가지고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후딱 나오네요.”

텔리는 기분이 좋아져서 박수를 쳤다.

“그렇지. 바로 이거지. 이래야 내 부하라고 할 수 있지. 훗훗훗.”

미스터 황은 히죽거리며 슬쩍 알렉시스를 쳐다보았다. 마치 자랑하는 듯한 그의 시선을 그녀는 애써 무시했다. 텔리는 껄껄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자, 다들 들었지? 모두 지금 나가서 미스터 황이 말한 그 곡이 들어 있는 앨범을 구해와. 어디 한 번 제대로 들어보자.”

텔리의 말을 듣고 마피아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다 늦은 저녁에 이게 또 무슨 심부름이람. 어째 쉴 틈을 안 주냐. 미스터 황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에이, 그게 무슨 소리에요. 뭔 앨범을 다 구해옵니까?”

“응? 뭔 소리야?”

“인터넷 시대를 살면서 말입니다. 자자, 이렇게 이런 사이트로 가서 해당 앨범이나 곡을 고르고 결제하고 땡! 자, 이제 바로 들어볼 수 있죠.”

“아, 그거. 난 보통 그런 거 잘 안 써봐서 몰라. 어서 노래를 틀어 봐.”

아무래도 텔리는 현대 기술 발전에 좀 어두운 듯했다. 미스터 황이 스마트 폰의 볼륨을 최대로 하고 앱 화면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노래가 흘러나오자 텔리는 노래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도중에 알렉시스의 핸드폰의 벨이 울렸다. 그녀는 전화기를 가지고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 * *

The Future란 곡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은 텔리와 사람들은 다소 혼란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텔리는 손으로 뒤통수를 긁으며 두 눈을 천천히 꿈벅거렸다.

“에, 그러니까······. 이거, 노래가 좀 이상하네. 무슨 가사가 이래? 너희들은 어떻게 들었냐?”

“글쎄요. 좀 지루한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시적인데, 또 그러면서도 왠지 좀 외설적인 부분도 있네요.”

“재밌는 노래네요.”

“난 완전 싫어. 뭔 노래가 이렇게 따분해? 불면증 환자들을 위한 노래 아니야?”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도대체 무슨 가사인지 뜻을 잘 모르겠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텔리도 천천히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며 입을 삐죽였다.

“혹시 내가 이디레이아의 메시지를 너무 확대 해석했나? 그녀는 그저 단순히 자기는 미래를 봤는데, 지가 날 죽이는 미래였다, 뭐 이런 걸 말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너무 집중해서 곡을 들었더니 머리가 아파지네. 아무래도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

하지만, 미스터 황은 고개를 한쪽으로 까닥이며,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했다.

“일단 정확한 뜻도 알 수 없는 이 뭔가 거창해 보이는 노래 가사는 확실히 투 머치이지만 말이에요. 텔리님과 그 여신이 신경전을 이어가는 현재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왠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있네요.”

“응? 뭐가?”

“제가 인터넷에서 가사도 찾았는데요. 일단 함 보세요.”

미스터 황이 The Future의 가사가 나와 있는 스마트 폰의 화면을 텔리에게 보여주었다.

“보세요. 이 부분. ‘Give me absolute control over every living soul’ 부분. 과연 이게 뜻하는 게 뭘까요? 그리고 후렴구 말입니다. 계속 ‘repent’란 부분을 반복하고 있어요. 그 외 다른 부분도 좀 맘에 걸립니다만, 만약 여신이 텔리님께 곡을 통해 직접 메시지를 던지는 거라면 이것보다 더 직접적인 건 없지 않겠어요?”

“잠깐만. 에? 그러고 보니 그러네. 아니, 이 쳐죽일 년이 돌았나? 누구더러 회개하라는 거야? 내가 뭐 언제 죄 지은 거 있어? 앙?!”

텔리는 흥분해서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런데, 그가 죄를 지은 게 없다니? 몇 시간 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죽였던 게 죄가 아니면 무엇이 죄라고 할 수 있을까? 미스터 황과 마피아들은 그의 뻔뻔한 태도가 참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텔리의 눈치만 살폈다. 오직 한 사람, 미스터 황만이 텔리와 대화를 시도했다.

“조금 전 누구의 의견처럼, 곡을 전체적으로 보면, 곡의 가사가 시적인 부분이 많지만요. 제가 받은 느낌은요. 여신이 텔리님께 전하려는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한 것 같아요. 텔리님더러 한 수 접고 들어오라는 것 같........”

“뭐어어어어!”

화가 머리 끝까지 난 텔리는 빛나는 손을 휘둘렀다. 그의 손끝에서 하얗게 빛나는 빛의 실이 뿌려지더니 바닥과 벽을 긁어버렸다. 미스터 황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흥분만 하지 마시고 일단 텔리님 스스로 뜻을 파악해 보시라고요. 그리고 제가 틀릴 수도 있죠. 분명 원작자는 여러 해 전에 그런 뜻으로 곡을 쓴 것도 아닐 거고요!”

마스터 황은 마피아들을 향해 급히 손을 흔들며 자리를 피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들은 눈치 빠르게 알아듣고 후다닥 일어나 한참 뒤로 물러났다. 그때, 전화를 받으러 방으로 들어갔던 알렉시스가 모습을 나타냈다.

“알렉시스! 야, 이리로 와 봐. 그 노래를 자세히 들어봤는데, 가사가 아주 웃기네. 이디레이아가 나더러 반성하고 자신에게 한 수 접고 들어오란다. 여기 미스터 황이 싹 다 자세하게 분석해줬어!”

미스터 황은 눈이 커지면서 손을 흔들었다.

“아녜요. 제가 뭘 자세히 분석했다고 그러세요? 노래를 어떻게 들었냐고 물으시길래, 그냥 제 생각을 얘기한 거죠! 이거 또 제게 뭘 뒤집어씌우시려고 그래요?”

알렉시스는 한껏 흥분한 상태로 서 있는 텔리와 그 옆에서 두려움에 떠는 미스터 황, 그리고 텔리에 의해 골이 파여있는 벽을 한 번씩 살펴본 후, 그녀의 주인에게 나아왔다.

“신이시여, 방금 앤디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앤디 공? 왜 무슨 일인데?”

“아시다시피, 오늘 작업의 뒤처리를 위해 앤디가 늘 부르는 청소 크루도 불렀지 않았습니까?”

“그랬어? 난 보고 받았던 기억이 없는데. 근데 그게 뭐?”

“예, 손이 부족해서 앤디를 통해 그들도 불렀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아까 맨하탄에 왔었을 때 상황이 터진 모양입니다.”

“뭐가 어떻게 되었는데?”

“맨하탄에 들어온 인원 중 몇 명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군요. 그래서 청소반을 거느리고 있는 그들의 사장으로부터 앤디가 협박 전화를 받은 모양입니다. 화가 단단히 나서 자신을 죽이겠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우리 쪽으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아으, 자꾸 귀찮은 일이 생기네.”

텔리가 인상을 구기자, 알렉시스는 고개를 숙이며 그에게 사과했다.

“제가 신을 제대로 모시지 못해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당장 앤디에게 가서 그를 돕고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지금 이 시티 전체가 난리가 났는데 소호에서 무사히 빠져나가서 앤디가 있는 곳까지 빨리 갈 수 있겠어?”

“예,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앤디도 만만치 않은 녀석이라 제가 도착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견딜 수 있을 겁니다.”

텔리가 그녀에게 떠나도 좋다는 손짓을 하자, 그녀는 후다닥 준비를 하고 아파트를 나섰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미스터 황이 생각했다.

‘대단하다. 대단해. 텔리님이 뭘 시키기만 하면 저 여자는 쉬지도 않고 움직이네. 마치 꼭두각시 같은 처지이면서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참 이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