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8 부. 루시 - 17 화

루시 – 17

차량에서 3조가 내리자, 죠셉과 돈테는 환호하며 다가와 마르코와 까를로를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이 자식들. 끝내 무사히 돌아왔구나. 어디 보자. 팔, 다리 잘린 데 없이 한 덩어리구만. 걱정했잖아. 하하하.”

동료를 다시 만나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죠셉과 돈테와는 달리 3조의 마르코와 까를로는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억지로 희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뭣 땜에 이렇게 늦었어?”

죠셉의 질문에 마르코는 고개를 뒤로 살짝 돌려 턱으로 텔리의 분신을 가리켰다. 죠셉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까를로는 초조한 눈빛으로 죠셉을 쳐다보며 말했다.

“죠셉. 내가 뭘 말하든 넌 믿지 못할 거야. 저자, 아니, 스스로 신이라고 하는 자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죠셉은 손으로 가볍게 까를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니,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겠어. 알잖아. 나도 저 세쌍둥이 중 하나와 함께 행동했다는 거. 내가 갔던 곳은 흡사 전쟁터 같았어. 평생 별별 꼴을 다 보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끔찍한 광경은 처음이었지. 분명 네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야.”

그 말을 들은 까를로는 맥이 풀린 표정으로 죠셉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 시체들······ 그리고 좀비들······ 그때 플러슁에서 봤던 좀비들과 비슷한 괴물들이 다시 나타나서 차를 타고 도망치던 두 사람을 에워쌌고······. 아아아, 끔찍했어.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고.”

“그래. 알아. 알아.”

마르코가 입을 열었다.

“이봐, 죠셉. 돈테. 내 생각엔 저 이상한 사람들과 뭔가 같이 하자는 거 말이야. 그건 정말 좋지 않은 아이디어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여기 차로 함께 빠져나가자. 이대로 가다간 사업은커녕 목숨을 지키기도 쉽지 않겠어.”

“끄으으응······. 바보야. 그렇게 말하지 마.”

돈테는 아까 다쳤던 팔이 아픈지 신음했다. 마르코가 돈테를 살펴보며 말했다.

“돈테, 이 자식은 또 왜 이래? 혹시 일하다 다친 거야? 봐봐. 내 말이 맞잖아. 저 사람들과 함께 있을수록 위험해지는 거라고.”

“아니야. 이건 조금 전 돈테가......”

돈테는 죠셉을 흘겨봤다. 미스터 황에게 까불다가 얻어맞아서 이렇게 되었다는 부끄러운 진실을 발설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죠셉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 아냐. 돈테가 팔을 조금 다치긴 했어도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일로 다친 건 아니야. 아무튼, 너희가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잘 됐다.”

“잠깐만. 지금 내가 한 말을 제대로 듣긴 한 거야? 저들과 조금 떨어져 있는 지금이라면 이 차를 타고 도망갈 수 있어. 까를로가 운전하는 차라면 세상 그 누구도 못 쫓아와.”

마르코는 귀에 들릴락 말락 한목소리로 죠셉과 돈테에게 말했다. 그러자 죠셉과 돈테가 동시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돼. 우리가 차이니즈들의 금고에서 가져온 돈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그걸 두고 어딜 가자는 거야? 설마 롱아일랜드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겠지?”

“죠셉 말이 맞아. 롱아일랜드에서 그 난리를 피웠는데 어디로 가자는 거야? 과연 우리가 돌아갈 곳이 있기나 해? 죠셉은 파비노와 로니를 해치웠고 그의 금고에서 물건도 다 털었잖아. 그리고 우린 그 뒤로 쭉 죠셉과 함께 행동했어. 어쩌면 이미 누군가 파비노의 죽음 뒤 일시에 사라진 우리를 의심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혹시라도 사실이 알려지면, 롱아일랜드 여기저기서 우릴 노릴 거야. 우리 목에 현상금이 걸리고 우린 사냥꾼을 피해 다니는 짐승 같은 신세가 될 거야. 그러니까 거기야말로 우리가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곳이야.”

죠셉과 돈테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애초에 롱아일랜드의 마피아 패밀리의 두목인 파비노와 그의 부하, 로니의 죽음은 죠셉이 원인이었지만, 그 이후, 돈테와 두 친구는 그와 함께 뜻을 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함께 엮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마르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따지듯이 죠셉과 돈테에게 물었다.

“이 자식들아, 그럼 뭘 어쩌자는 거야? 너 저기 검은 옷을 입은 뚱보가 얼마나 무서운 녀석인지 알기나 해?”

그는 텔리 본체와 분신에게 건들거리며 걸어가는 또 다른 분신을 손가락으로 슬쩍 가리켰다.

“저런 싸이코 킬러 녀석들이 하나도 아니고 자그마치 셋이야. 셋! 아, 잠깐만. 그러고 보니 저 싸이코 뚱보가 어쩌다 세쌍둥이가 되었지? 분명 처음 봤을 땐 한 명 아니었어?”

“맞아. 한 명. 너도 아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네 눈으로 확인했잖아.”

마르코는 두 손으로 머리를 박박 긁었다.

“아아악. 미치겠네. 됐어. 난 여기서 나갈 거야. 나 혼자라도 갈 거라고.”

죠셉은 폭주하기 일보 직전인 마르코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좋아. 다 좋은데 지금은 안 돼. 가더라도 나중에 기회를 봐서 혼자 몰래 가.”

“왜?”

“왜냐면, 저 신 앞에서 네가 마음대로 도망가 버리면 우리 모두 위험해져. 알아? 저분은 정말 위험하단 말이야. 한 번 기분을 거슬리게 하면 우린 살아남기 힘들어.”

돈테도 죠셉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까를로도 일단은 그렇게 하자며 마르코를 말렸다. 맞다. 일단은 살고 봐야지.

* * *

텔리와 두 분신이 몇 시간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었는데 셋이나 한꺼번에 나섰으니 그야말로 겨우 몇 시간 만에 맨하탄 이곳저곳을 생지옥으로 만든 셈이었다. 알렉시스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었지만 하나도 그녀의 계획대로 이뤄진 것이 없었다. 그녀는 그동안의 경험과 자신의 능력만으로 충분히 혼란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끔찍하게 실패했다. 그녀가 텔리에게 일을 마친 후 일부 사람들을 하익티스를 만들어 달라고 했던 것은 자신이 증거를 없애는 작업에 도움을 줄 수준의 소란을 만들어달라고 했던 정도였지, 일대를 전부 마비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텔리의 광기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몰랐던 탓이었다. 오직 한 지역에서만 그녀의 주문대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워낙 범위를 넓게 잡아서 실행했고 또 인구가 집중된 도시여서 그랬는지 예상보다 훨씬 큰 난리를 만들었다. 그래서, 알렉시스는 수월하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은커녕, 자신도 맨하탄에서 겨우 빠져나오게 되었을 때 한 번 후회했고, 차 안에서 라디오의 속보를 들었을 때 크게 후회했으며, 마지막으로 지금 그녀의 눈앞에서 세 명의 텔리가 서로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두드려 주는 것을 목격했을 땐, 스스로 죽고 싶을 만큼 후회하게 되었다.

텔리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면서 어디론가 걸어가 모습을 감췄다. 몇 분 후,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땐, 셋이 아니라 한 명이었다. 분신을 흡수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