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21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21
집밖에서 아버지는 다시 새로운 담배를 꺼내 물며 어머니에게 말했다.
“여보, 아무래도 뭐가 좀 이상해.”
“아니, 뭐가요? 쟤, 우리 애, 건수가 맞아요.”
아버지는 깊게 담배 연기 한 모금을 빨아들이거니 훅 하고 뱉었다.
“난 아직도 모르겠어. 왠지 너무 이질적인 느낌이 나.”
“아니, 당신은 하나뿐인 아들도 못 알아봐요? 그럼 뭐 하러 밥도 안 먹고 그렇게 계속 질문을 했어요? 그리고 건수는 질문에 다 답했잖아요. 건수가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그런 것까지 전부 알고 있잖아요. 우리 이사 오기 전 집의 소파 색까지 알고 있던데!”
아버지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냐.... 그것 말고. 다른 거. 다른 거 질문했던 거 말이야.”
“아유, 뭔데요?!”
“흠... 아무래도 좀 이상해. 내가 마지막으로 물어봤던 거 있잖아. 건수가 8 년 동안 병원에서 누워 있었던 거에 대해서 물어본 거 말이야. 그 동안 어디에 있었냐고 물어봤는데, 자꾸 횡설수설로 대답 하던 거 말하는 거야.”
“횡설수설이요?”
“그래. 검은 방이니 뭐니, 늑대가 어쩌고 저쩌고. 당신은 그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어?”
“그야, 건수 친구들이 돌아왔을 때, 똑같은 얘기를 했으니까요. 확실히 건수구나 또 확신했죠.”
“아니, 당신 제 정신이야? 녀석 친구들이 하는 그런 전래동화 같은 얘기를 믿었어? 아니, 말이 되냐고. 산신령에 귀신에 외계에서 온 신들과 병사들..... 말이 되는 건 하나도 없잖아. 그리고 우리 앞에 떡 하니 이상한 사람이 나타났어. 건수와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 자기가 우리 아들이래. 그걸 나더러 어떻게 믿으라는 거야?”
“아니, 낳아준 엄마인 나도 건수인걸 알아보겠고 친구들도 다 건수라는데 왜 당신은 못 믿어요?”
아버지는 다시 한 번 담배 한 모금을 빨아들이더니 후우 내뱉으며 대답했다.
“난 못 믿어.”
“예? 그럼 우리 집에 있는 쟤는 누구에요?”
“몰라. 하여간 건수는 아니야.”
어머니는 기가 차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으며 아버지를 바라봤다.
“하... 나 참. 자기 아들도 몰라보는 아버지라니. 그래, 백번 양보해서 당신 말이 맞다고 칩시다. 그럼 저 생전 보지도 못한 청년이 왜 우리 집에 왔다고 생각해요?”
“사이비 종교.”
아버지는 그렇게 툭 뱉듯이 말하면서 고개를 또 갸우뚱거렸다. 어머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라고요? 사이비 종교? 뭐에요? 그런 건 또.”
“모르겠어. 그 생각이 제일 처음으로 내 머릿속에 탁! 하고 생각나더라고. 또 그렇게 생각하니까 모든 게 다 맞아 떨어지잖아. 사라져버린 아들과 친구들. 나중에 친구들은 돌아오지만, 그 후 몇 달이 더 지나서 완전히 다른 어떤 사람이 찾아오더니 자기가 아들이래. 그런데 나 빼고 주위에선 모두 다 그 낯선 이가 내 아들이 맞다고 하네. 증거를 대보라고 했더니 하나같이 말이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어.”
“그야 친구들이 진실을 말하고 있으니까 그렇죠. 아니고서야 세 명이 다 그렇게 똑같이 같은 얘기를 할 수 있겠어요? 실제로 자기들이 같이 경험한 일이니까.....”
“그래, 그거라니까. 건수와 함께 사라졌던 그 친구 녀석들도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함께 단체로 지내면서 세뇌를 당한 거라고. 그러니까 그렇게 신이니 신령이니 외계인이니 하면서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거라니까. 내 말이 맞을 거야. 어떤 종교집단에 끌려갔던 게 분명해. 거기서 단체로 세뇌를 당한 거라고. 그리고 이제 또 이상한 놈을 한 명 우리에게 보내서 우리를 헷갈리게 만든 다음 자기들 소굴로 데려가려고 하는 거야. 그것 말고는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어.”
아버지의 말을 듣자, 어머니도 확신이 흔들렸다.
“이상하다. 분명히 난 쟤가 건수 같은데. 분명 건수의 느낌이 나는데. 그럼..... 건수는 어디 딴 데 있다는 말이에요? 아직 다른 데서 감금되어 있을까요? 살아... 살아있겠죠?”
“쓰읍.....”
아버지는 또 새로운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모르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솔직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자구. 다른 친구들은 벌써 반년도 더 전에 돌아왔잖아. 왜 건수만 안 오고 있었겠어? 지금으로선 그 녀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이 분명해. 그래서 혼자 돌아오지 못했던 거야.”
아버지의 비관적인 전망을 듣자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아.... 그러면 안 돼. 우리 건수는... 건수는 무사해야 하는데..... 으흐흐흑.”
아버지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건수가 무사하건 아니건, 아님 지금 어디에 있건 간에 집에 있는 저 녀석은 건수가 아니야. 내가 그걸 과학적으로 증명하겠어. 내일이라도 저 놈을 병원에 데리고 가서 유전자 검사를 받을 거야. 그 때까지 나도 저 녀석이 건수라고 믿는 척 할 테니까, 당신도 그렇게 행동하라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저 놈이 도망 못 가게 잡아두고 있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 그 때가 되면 저 놈을 족쳐서 건수에게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게 될 거 아냐. 알겠지?”
“으흐흐흑.....”
어머니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버지는 그러는 어머니를 안아주면서 위로했다. 둘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 * *
건수는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았다. 어머니의 말대로 수염이 길게 자라 있었다. 못 되어도 한 일 주일은 기른 정도의 수염이었다. 그리고 수염이 자라는 속도도 속도였지만, 문제는 수염이 나는 곳의 면적이었다. 예전엔 코와 입 근처, 그리고 턱에서만 수염이 났었는데, 지금은 그 부분 외에도 뺨 전체에서 수염이 나고 있었다.
‘어? 신기하네. 난 이렇게까지 수염이 많지 않았는데. 온 몸에 털이 많아졌네.’
그는 무심코 자신의 팔을 들어보았다. 한 눈에 보기에도 털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가슴과 배, 심지어 등과 허리까지 예전보다 털이 많이 보였다.
‘내가 가슴에 털이 나다니.... 서양인.... 아니, 꼭 원시인이 된 느낌이야.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그가 신기해하면서 얼굴을 면도하기 시작하는데, 화장실 문밖에서 ‘우당탕탕’ 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곧 아버지와 어머니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악! 저게 뭐야?”
“엄마야! 여보, 저게 뭐에요?”
건수는 얼굴에 비누거품을 묻힌 채, 한 손에는 면도기를 들고 급히 화장실에서 뛰쳐나왔다.
“무슨 일이에요? 어! 아니!”
그리고 그는 방 안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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