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93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93

둘의 대화를 아무 말 없이 듣던 알렉시스는 손으로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말했다.

“하! 이거 흥미진진하군. 나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네. 이 자리에 텔리님도 계셨으면 좋았을 뻔 했어. 보고 계시는 그 이상한 한국 드라마 보다 훨씬 긴장감 넘치는데 말이지. 일단 여기 뻗어 있는 이 로니란 자식을 깨워야 더 전개가 빨라지겠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 번 발로 기절한 로니를 툭툭 건드렸다.

“야, 일어나! 로니, 일어나! 야, 이 녀석 완전히 세상 편하게 뻗어 있잖아?”

로니가 전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녀는 검지손가락 하나 펴서 그 끝에 힘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곧 ‘화르륵’하며 손가락 끝에 불이 일어났다. 그녀는 허리를 굽히더니 그 손가락으로 쓰러져있는 로니의 왼 팔을 찔렀다. 곧 그가 입은 외투에 불이 붙더니 연기가 나는 것이었다. 로니는 눈을 번쩍 뜨더니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 불! 내 몸에 불이 붙었어! 으아아!”

로니는 그의 팔에 붙은 불을 끄려고 바닥을 구르고 또 굴렀다. 알렉시스는 웃으며 그에게 소리쳤다.

“그러게 재빨리 일어났으면 화상을 입을 이유도 없었을 거 아니냐. 그리고 그건 에피로제님의 불이라서 보통 불과는 다르다. 아마 바닥을 많이 굴러야 꺼질 거야. 아주 많이 구르라고. 호호호.”

파비노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알렉시스가 아무 것도 없이 불을 만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계속해서 바닥을 구르는 로니와 알렉시스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다가 뭔가를 깨달았는지, 알렉시스에게 고함쳤다.

“너! 바로 너였지?! 아까 내 레스토랑에 불을 지른 게?! 너가 그랬던 거지?”

알렉시스는 일부러 약을 올리려고 방금 로니에게 불을 붙였던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마치 촛불을 끄는 듯이 훅 불었다.

“응. 맞아. 내가 그랬어.”

“뭐? 뭐라고! 네가 내 레스토랑에 불을 붙였다고? 이 개 같은 년이! 네 년을 죽여버리겠어!”

그는 용수철처럼 의자에서 튀어 오르며 소리쳤다. 그러자 죠셉이 냉큼 그와 알렉시스 사이로 걸어 들어오며 총구를 겨눴다. 그러자 그는 더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도저히 글로는 옮길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욕을 숨도 쉬지 않고 해댔다. 알렉시스는 피식 웃으며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녀는 이제 겨우 팔에 붙은 불을 끄고 바닥에 앉아서 숨을 돌리고 있는 로니에게 성큼 다가갔다. 그녀가 가까이 오자, 로니는 재빨리 일어나 그녀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녀는 여유롭게 상체만을 움직여 그의 공격을 피한 다음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며 발로 가볍게 그의 뺨을 찼다.

‘퍽!’

“어억!”

그녀의 공격은 다른 사람이 보기엔 동작이 재빨랐을 뿐, 무게가 전혀 실리지 않은 것이었는데, 그걸 맞은 로니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한 번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그는 그 한 방의 공격에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는지, 그녀가 가까이 오자,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흔들었다.

“제발! 제발! 날 살려줘!”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두 손으로 로니의 옷을 잡더니 그대로 그를 가볍게 들어 올려서 파비노가 앉아 있는 곳까지 던졌다. 그걸 본 죠셉은 또 한 번 그녀의 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어떻게 저 체구에서 저런 힘이 나올 수 있는 거지? 외계인이라서 그런가?’

그녀는 죠셉이 입을 벌리고 자신을 바라보자, 마치 대꾸하듯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계속 그런 눈으로 날 괴물 보듯이 본다면 넌 아예 저쪽 벽까지 던져버리겠어!”

“음. 미안.”

죠셉은 고개를 흔들고 다시 그 앞의 두 마피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둘에게 번갈아가며 총구를 겨눈 후 입을 열었다.

“난 여기 오는 길에 딱 한 가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내게 총을 쏜 로니, 그래, 너! 네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 넣겠다는 생각이었지. 그런데 뭐가 좀 이상한 거야. 왜 로니가 동료인 나를 쐈을까? 그게 궁금해졌지. 그래서 너희 둘을 다 데려왔다. 난 둘 중에 내게 더 나쁜 짓을 한 놈, 그래, 그 놈 하나만 죽일 거야. 왜냐면 원래 로니 너 하나만 죽이려고 생각했었으니까.”

총구가 로니에게로 향하자, 그는 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벌벌 떨며 외쳤다.

“죠... 죠셉! 내가 자.... 잘못했어! 하..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나... 난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너도 알 것 아냐. 나로서는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일이잖아! 그러니 제발 날 살려줘! 제발!”

죠셉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명령.... 명령이라.....”

“그래! 보스의 명령이었어. 난 그저 그걸 따른 것 뿌... 뿐이라고!”

로니가 그렇게 얘기해도 죠셉이 들고 있는 총의 총구는 여전히 그를 향해 있었다. 그는 눈을 한 번 질끈 감더니 목청을 돋우어 소리쳤다.

“죠셉! 자.... 잠깐만! 죠셉! 제발 날 쏘지 말아줘! 네... 네가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어! 내... 내가 보스에게서 드... 들은 얘기를 다... 다... 다... 말해줄께! 그러니 제발 나는 사... 살려줘!”

“보스한테서 들은 얘기?”

“그... 그래! 나... 난 이 일에 대해 모... 모든 걸 아... 알고 있어! 내가 다 말해줄께!”

그러자, 파비노는 로니에게 소리 질렀다.

“이 멍청아! 그러고도 네가 무사할 것 같아?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간들, 바빌로프가 널 살려둘 것 같아?”

죠셉은 인상을 찌푸렸다.

“바빌로프?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아? 그 러시안 이름은 귀에 상당히 익은데?”

파비노는 죠셉을 째려보며 말했다.

“그래. 브라트바의 파칸, 바빌로프다. 그가 내 뒤를 봐주고 있다. 어때? 죠셉? 그 이름을 듣고도 내게 계속 총을 겨누고 싶어?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빌로프는 널 죽이려 들 거야. 그의 명령에 따라 이 온 뉴욕의 스컴백(scumbag)들이 다 네 목을 노리게 된다는 의미지. 그래도 과연 네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

로니는 죠셉이 파비노의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혹시 그가 파비노를 살려주고 자신을 죽일까봐 덜컥 겁이 났다. 그는 파비노가 자기보다 먼저 죠셉에게 비밀을 발설할까 싶어서 자신이 먼저 선수를 치기로 마음먹었다.

“죠셉! 자... 잠깐만! 일단 내 말을 듣고 나서 결정해! 난 어제 일뿐만 아니라 다른 일, 그러니까 네 아버지 보로니! 그 일까지 다 말해줄 수 있어. 누가 네 아버지를 주... 죽였는지 알아?”

“뭐? 보로니? 아버지?”

로니의 입에서 보로니란 이름이 튀어나오자 죠셉은 깜짝 놀랐다. 충격을 받았는지, 그의 총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