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30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30
할머니는 당황하면서 멧돼지 산신령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신령님, 건수에게 일이 좀..... 건수를 좀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꾸울.... 무슨 일이다? 어디 내가 좀 보겠다.”
멧돼지 산신령은 집채만한 몸을 일으켜서 신음하며 괴로워하고 있는 건수에게로 다가왔다. 그가 큰 코를 건수의 얼굴에 대고 킁킁 대며 냄새를 맡았다.
“꿀꿀? 이상하다. 건수 신선의 몸에서 그 여자 신령의 냄새가 난다. 여자 신령이 신선의 몸 안에 있다.”
그러자 할머니는 강원도 아저씨에게 소리쳤다.
“오선생, 빨리 땅을 파! 그리고 어서 건수를 그 안에 집어넣어! 어서!”
“에엥? 땅을 파라뇨? 그건 또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립니까?”
“설명할 시간이 없어. 저기, 건수 아버지, 어머니! 어서 오선생과 함께 땅을 파! 늦으면 다시는 당신들 아들은 못 볼 줄 알아!”
그 얘기를 들은 건수의 부모도 강원도 아저씨와 함께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본 스라소니 산신령도 그들과 도왔다.
“으어어어......”
그런데 건수는 신음하기를 멈추고 정신을 잃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크게 당황하며 건수의 뺨을 치며 정신을 잃지 않도록 했다.
“건수야, 이눔아! 정신을 잃으면 안 돼! 이디레이아 신령님께 네 몸을 드리면 안 된단 말이다. 정신 차려봐! 건수야! 건수야!”
건수의 아버지는 손으로는 부지런히 땅을 파면서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이게 지금 무슨 일이에요? 건수가 왜 정신을 잃는 건가요?”
“어떤 신령님께서 건수의 몸에 들어가려고 하신다. 아주 지독한 분이셔서 한 번 건수의 몸을 가져가시면 다신 놓아주지 않으실 지도 몰라! 설명은 나중에 할테니, 자네들은 열심히 땅을 파란 말이야! 늦으면 영영 건수는 안 돌아 올 지도 몰라!”
“예? 뭐요? 건수를 신령한테 빼앗긴다고요? 아이고, 내 아들 건수야!”
건수의 부모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영문은 알지도 못한 채, 꿇어앉아 열심히 땅을 팠다. 어머니는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흘렸다.
10분이 흘렀다. 스라소니 산신령과 사람들이 어느 정도 땅을 깊게 파내려 간 것을 본 할머니는 강원도 아저씨와 건수 아버지에게 말했다.
“어서 건수를 그 안에 넣고 흙으로 덮어. 멧돼지 산신령님, 건수를 살려주세요.”
“꿀!”
두 사람이 건수를 땅 속에 넣고 흙으로 덮기 시작하자, 멧돼지 산신령은 그 앞에 서서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꿀.... 꾸울..... 꿀꿀......”
그의 큰 코에서 빛이 나더니, 곧 그들이 있는 공간의 온 사방에서 벼락이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쿠르르릉-!’
건수의 부모는 혹시 그들 머리 위로 벼락이 치는 것을 무서웠는지 서로 부둥켜안고 벌벌 떨었다,
“아드드드.....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진짜! 어히구.... 어히.... 구....”
“여보, 우리 건수는 무사할까요? 여보! 우리 건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해요!”
그때였다. 그들의 있는 곳 주변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건수가 대충 흙에 덮인 것을 보고 사람들에게 외쳤다.
“벼락이 떨어질 거야! 모두 어서 뒤로 멀찌감치 물러서!”
스라소니 산신령을 비롯한 사람들이 일시에 뒤로 물러섰다.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멧돼지 산신령이 고개를 위로 쳐들고 기괴한 소리로 울었다. 그러자 건수를 땅에 묻은 곳 주위로 번개가 몇 번이나 번쩍이며 떨어졌다.
‘츠파파-! 츠팟!’
‘쿠르르릉!’
바로 뒤 이어 들려오는 천둥소리는 너무 시끄러워서 그 곳의 있는 모두의 귀를 멀어버리게 만들 정도였다. 번개는 교묘하게도 건수와 멧돼지 산신령이 있는 곳을 피해서 아주 가까이에 떨어졌다. 마치 산신령이 번개를 조종하는 것처럼 말이다.
“꿀.. 꿀꿀꿀... 꾸우우울-!”
멧돼지 산신령이 건수를 바라보며 몇 번이나 울어댔다. 그러자 번개를 맞아 시커멓게 타버린 땅에서부터 하얀 빛이 서서히 올라오더니 건수가 있는 땅 주변을 향해 옮겨가는 것이었다. 건수가 있는 땅 주변이 하얀 빛으로 물들게 되었다. 이제 멧돼지 산신령은 건수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몇 걸음 걸어가다가 박자에 맞춰 뒷발을 차올렸다. 혹시 멧돼지 산신령은 춤을 추고 있는 것일까? 세상에..... 사람을 땅에 파묻고 거대한 몸집의 짐승이 그 주위를 빙빙 돌며 춤 비슷한 것을 추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니. 건수의 부모는 자신들의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괴의한 장면을 보고 도저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지금 멧돼지 산신령이 하고 있는 걸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 그것은 마치 미국 원주민 부족의 메디슨 맨이 하는 레인 댄스 의식 같아 보였다.
“꿀.... 꿀.... 허차! 허차! 꿀꿀꿀.... 꿀꿀! 허차! 허차!”
그렇게 추임새까지 넣어가며 건수의 주변을 몇 분 동안이나 돌던 멧돼지 산신령은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스라소니 산신령과 사람들을 보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냥 이상한 춤만 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아니, 상당히 정신을 집중해서 의식을 치렀던 것이다. 의식이 끝나자 멧돼지 산신령은 거친 숨을 쉬면서 멀리 떨어져 보고 있던 사람들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후욱. 후욱. 후욱..... 끝났다. 난 최선을 다 했다. 이제 어떻게 되나 지켜본다. 후욱... 후욱.”
그 말을 듣고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다시 건수 주위로 모였다. 하지만 그들이 본 건 땅에 파놓은 구멍 속에서 여전히 정신을 잃고 있는 건수였다. 그의 부모의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해졌다.
* * *
건수는 잠에서 깨어났다. 언제부터 정신을 잃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을 떴는데도 그의 눈앞이 깜깜했다. 그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방이 어둠으로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
“여긴.... 설마 검은 방? 내가 또 이곳으로 불려온 건가?”
그는 주변을 손으로 더듬었다. 차가운 바닥이 느껴졌다.
“차가워. 검은 방의 바닥 같다. 내가 어떻게 다시 여기에 온 거지?”
검은 방의 입구를 들어온 기억도, 밤하늘에 뜬 보름달을 본 기억도 없었다. 할머니가 뭐라고 하는 말을 듣고 정신을 잃었던 것까지는 기억해냈다.
“그래, 맞아. 할머니께서 뭐라고 하셨는데, 그걸 듣자마자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더니 정신을 잃고 말았어. 분명 이디레이아님의 말씀을 전하신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뭐라고 하셨더라...? 산사... 산... 산...”
그때였다. 어둠 속 어디에선가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산쌀 코 초홀 비나 함 프라부 코 네힌 빠 샄떼.”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