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26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26

‘두근두근두근두근....’

심장의 두근거림이 점점 심해지자 건수는 한 손을 가슴에 얹으며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하지만 생각처럼 두근거림은 간단하게 멈추지 않았다.

‘아, 또 심장이 마구 뛰고 있어. 왜 이러지? 꼭 터질 것 같아. 후우... 후우... 후우..... 진정이 안 돼.’

그런데 그의 모습을 본 스라소니와 멧돼지 산신령의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스라소니 산신령은 날카로운 소리로 건수에게 외쳤다.

“캬아앙! 네놈!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거냐! 감히 내 앞에서 발톱을 드러내겠다는 거냐?”

멧돼지 산신령도 뭔가 불쾌했는지,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꿀꿀꿀! 신선, 갑자기 왜 우릴 공격하려 한다?”

두 산신령이 크게 화를 내는 것을 보고 건수는 화들짝 놀라 두 손을 흔들며 뒤로 물러섰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공격이라니요? 제가 왜요?”

그러자 그는 순간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춘 것을 깨닫게 되었다. 스라소니 산신령은 여전히 그를 노려보며 그와 가족들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건수 신선.... 왜 그랬나? 지금 그 살기는 무엇인가? 정말 우리를 공격하려고 했던 것이야?”

건수는 그 말을 듣고 너무 황당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살기라뇨? 제가 왜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거짓말하지 마라! 감히 어디 앞이라고! 캬아아앙!”

스라소니 산신령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건수를 위협했다. 그 모습은 마치 당장이라도 그를 공격할 것만 같았다. 건수의 부모는 두려워 떨면서 울상을 지었다. 두 손을 모아 자신들의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스라소니 산신령에게 빌었다.

“아아아! 저희 아들이 자... 잘못했습니다! 사...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하지만 건수는 용기를 짜내어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스라소니 산신령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전 정말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전 억울합니다. 그리고 제가 무슨 수로 신령님들을 공격한다는 겁니까?”

“자넨 지금 우리를 긴장시킬 정도로 강한 살기를 내뿜었었네. 그런 살기를 내뿜고도 아무 짓도 안 하려고 했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어디 앞이라고 감히 거짓말이야?”

건수는 두 손을 앞으로 뻗어 흔들면서 부인했다. 두려움과 억울함이 밀려와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갑자기 제 심장이 마구 뛰기에 진정시키려고 애쓰고 있었을 뿐입니다! 믿어주세요! 진짜입니다!”

그 말을 듣고 스라소니 산신령이 발걸음을 멈췄다.

“심장이 갑자기 마구 뛰었다고? 그것뿐이야? 흐으음...”

멧돼지 산신령은 건수 쪽으로 다가와서 그의 몸에 큰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킁킁킁.... 스라소니 친구. 여기 건수 신선 말이 맞는 것 같다. 분노의 냄새는 없다. 하지만 분명 살기 있었다. 신선, 우리 공격할 뻔 했다. 우리 모두 깜짝 놀랐다. 킁킁킁....”

그러자 스라소니 산신령도 건수에게 다가와서는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았다.

“자네 말이 맞아. 분노의 향이 느껴지지 않아. 화를 낸 것을 아니었어. 그런데 분명 무서운 살기는 느껴졌다네. 마치 포식자가 먹이를 잡으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지.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혹시 건수 신선의 바뀐 육체가 힘을 가진 우리를 보고 위협을 느껴서 저절로 자신을 방어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멧돼지 산신령은 고개를 기울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를 보고 자신을 방어한다? 왜 그런다? 우린 그냥 말만 하고 있었다.”

“모르겠네. 다만 건수 신선도 우리를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우리도 신선을 공격하려 하지 않았는데, 그런 살기를 내뿜었다고 하니, 우리를 겁주려는 게 아니었는가 싶은 거라네. 본능적으로 우리에게 경고한 거지.”

두 신령의 대화를 떨리는 마음으로 듣고 있던 건수는 다시 손을 흔들며 강하게 부인했다.

“제가 신령님들께 감히 경고를 한다니요? 전 그럴 생각도 없었고 할 줄도 모릅니다! 믿어주세요!”

스라소니 산신령은 건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알고 있네. 자네 잘못이 아니야. 이제 오해는 풀었으니 더는 걱정하지 말게.”

건수는 오해가 풀렸다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금도 깜짝 놀란 마음에 심장이 마구 뛰었다.

“지, 지금도 심장이 마구 뜁니다. 혹시 지금도 제가 살기를 뿜어내고 있나요?”

“아니, 지금은 아니야. 아마 그 살기는 자네가 스스로 내뿜었던 게 아닌 게 분명해. 아무래도 자네 스스로 살기를 조절할 수 없었던 것이었나 보군.”

건수는 다시 다급한 목소리로 스라소니 산신령에게 물었다.

“그, 그럼 방금 전의 전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요? 만약 제 몸이 저절로 그런 살기를 내뿜는다고 하면 앞으로도 신령님들의 오해를 사게 될 거잖아요. 제 진짜 몸은 어디 있을까요? 아아아.... 전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아무 것도 모르겠습니다!”

스라소니 산신령은 숲 쪽으로 고갯짓을 하면서 건수에게 대답했다.

“나도 모르겠네. 하지만 할머니는 알고 있을 지도 모르지. 그녀가 오늘 자네가 여기 오는 것을 예언했으니까 말이야. 저기 숲속에 그녀가 있으니, 나와 함께 가보세. 멧돼지, 여기 건수 신선의 가족들과 함께 있게나. 내가 신선을 데리고 할머니에게 가보겠네.”

“꾸우울. 알았다. 인간들, 나와 여기 함께 있는다.”

아무래도 할머니는 주변 숲속 어디엔가 있는 모양이었다. 스라소니 산신령이 앞장서자, 건수는 그의 뒤를 따랐다. 스라소니 산신령은 여전히 건수를 경계하는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아무리 자네가 스스로 제어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두 번 다시 내게 그런 살기를 뿜지 말게.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자네를 공격할 것 같아서 우려되어 말하는 거야.”

스라소니 산신령은 방금 자기 입으로 건수가 살기를 조절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건 뭐 어떻게든 조절하라고 경고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들은 건수는 풀이 죽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 * *

스라소니 산신령이 건수를 데리고 간 곳은 멧돼지 산신령의 ‘안방’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 숲속이었다. 건수는 자신의 몸에 큰 변화가 생긴 것으로도 모자라, 산신령들을 해칠 생각이라곤 눈곱만큼도 한 적이 없는데, 강한 살기를 내뿜었다고 혼나게 되니까 억울한 마음이 컸다. 너무 황당하고 짜증이 나서, 생각 같아선 당장에라도 이곳을 벗어나서 부모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곳은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그의 맘대로 쉽게 할 수 없는 곳이 아닌가. 그저 산신령들의 뜻을 순순히 따르는 것 외에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스라소니 산신령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따라오던 건수에게 말했다.

“저기 앞에 할머니가 있네. 함 보게.”

건수가 앞으로 나아와 스라소니 산신령과 나란히 서서 앞을 바라보았다.

“아닛! 할... 머니?”

그들이 서 있는 곳에서 10 m 쯤 앞에 땅 위로 목만 내민 채 땅에 묻혀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서 평온한 모습으로 잠든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