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14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114

죠셉은 잠시 헛기침을 하고는 얘기를 시작했다. 그는 자기가 알고 있는 얘기 전부를 다 전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주로 로니의 총격에 쓰러졌던 자기가 어떻게 죽다가 살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파비노와 로니에게 복수를 했는지 간략하게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알렉시스가 가진 능력에 대해서도 대충 설명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돈테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반응했다. 반면에 마르코와 까를로는 연신 성호를 그으며 놀라워했다. 돈테는 그들이 그런 행동을 취하는 보고 짜증을 냈다. 그의 눈엔 그들의 행동이 마피아치고는 너무 가볍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자식들아, 좀 적당히 해! 둘 다 뭐하는 거야? 왜 할머니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하는 거야?”

“우린 일단은 카톨릭이라서.....”

“시끄러. 그런 놈들이 나쁜 짓이란 짓은 다 하고 다니냐?”

돈테는 다시 시선을 죠셉에게 돌렸다. 그리고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이것이었다.

“불쉿! 전부 거짓말이야. 그 말을 우리더러 믿으라는 거야?”

“불쉿이라니 뭐가? 내가 뭐하러 여기까지 찾아와서 너희들에게 거짓말을 하겠어? 다 죽어가다가 이렇게 살아 돌아온 게 그 증거잖아?”

“그럼 거짓말이지 않고. 뭐? 하루 만에 총상을 치료해? 그 여자가 총알을 막아? 맨손에서 불을 일으켜? 우리더러 그런 황당한 얘기를 믿으라는 거야? 너 혹시 그 때 옷 안에 불렛프루프 베스트라도 입고 있었던 거 아냐?”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마르코가 돈테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냐. 내가 분명히 봤는데 죠셉은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어. 그것도 많이. 바디 아머는 입지 않았었다고.”

죠셉은 피식 웃었다. 평소 회의적이며 의심 많은 돈테의 성격을 잘 아는 그였다. 그럴 땐 차라리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제대로 보여주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하는 수 없군. 그럼 이번에도 직접 네 두 눈으로 확인해 보던가.”

죠셉은 입고 있던 티셔츠를 위로 들어 올렸다. 자신의 배와 가슴에 새겨져 있는 아직 선명한 색의 상처를 마피아들에게 보여주었다.

“자, 똑똑히 봐. 어때? 이 상처들이 보이지? 돈테와 마르코, 너희 둘은 내가 포인트 블랭크 정도의 거리에서 두 번의 총격을 입은 걸 분명히 봤을 거야. 그런데 난 겨우 이틀 만에 다 나아버렸어. 내가 만약 네 말대로 불렛프루프 베스트를 입고 있었다면 마르코가 봤다는 피도 그리고 이런 상처도 생기지 않았을 거야.”

“그렇다면 과연 기적인가! 오, 신이시여.”

까를로는 또 한 번 성호를 그르며 기도를 드리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이 여전히 거슬렸는지, 돈테는 손을 들어 그의 뒤통수를 한 대 가볍게 때린 후 죠셉에게 말했다.

“네 말대로 우리 둘은 네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걸 분명히 목격했어. 그리고 차 밖으로 달려 나가 널 구할 생각도 하지 못했지. 이상한 괴물들이 날뛰는데다가 한 눈에 봐도 넌 가망이 없어보였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이틀 만에 멀쩡하게 나타나다니 도무지 어찌된 영문인지 난 모르겠다. 그래서 네 말은 하루 만에 기적적으로 몸이 나아져서 파비노와 로니에게 복수하러 왔다는 거야?”

“그래. 엑시큐션 그라운드(execution ground)에서 그들을 모두 해치웠다.”

“그 버려진 웨어하우스. 흐으음. 파비노와 로니 둘을 너 혼자서 다 거기로 끌고 갔을 리는 없었을 테고... 아, 그래. 저 금발 아가씨가 널 도왔다고 했지. 특별한 힘을 이용해서 말이야.”

까를로는 거기까지 함께 얘기를 듣다가 기분이 상했는지, 그만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로서는 죠셉이 보스를 죽인 것을 쉽게 이해하지도, 용서하지도 못하겠다는 마음의 표시였다. 돈테는 까를로를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까를로. 나와 마르코는 죠셉을 이해할 수 있어. 그건 파비노가 먼저 시작한 일이야. 이 녀석을 죽이라고 로니에게 명령을 내렸다고 마르코와 내가 이미 네게 말했줬잖아. 죠셉의 행동은 정당했어.”

“그래도 보스가 그렇게 죽어버렸는데.....”

그러자, 마르코도 까를로를 쳐다보면서 말을 보탰다.

“돈테의 말이 옳아. 나도 죠셉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가 그 때 퀸즈에 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죠셉은 정말 억울한 일을 당했던 거야. 나라도 다시 돌아와서 복수했을 거야. 보스는 죽어 마땅했어.”

“으음. 그래. 나 역시 죠셉을 나무라고 싶은 건 아냐. 그렇긴 하지만 보스가 그렇게 돌아가셔서 지금 내 입장도 좀 곤란.... 에라이, 모르겠다.”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고 편까지 들어주는 돈테와 마르코를 보자 죠셉은 속으로 그들을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까를로까지 그들의 말을 듣고 흔들리자, 이제 자신이 롱아일랜드까지 다시 찾아온 목적을 비로소 얘기할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방금 까를로가 입장이 곤란해졌다고 해서 말인데, 실은 내가 너희들에게 굳이 다시 찾아온 이유가 있다.”

돈테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죠셉을 쳐다보았다.

“그래. 어차피 파비노와 로니를 제거한 건 네가 옳다고 느껴서 한 일일 텐데 굳이 우리들에게 해명할 필요도 없는 거였지. 왜 다시 하루 만에 이 위험한 지역으로 온 거지?”

“돈테, 마르코, 그리고 까를로, 너희 셋의 도움이 필요해. 너희가 날 도와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운을 뗀 죠셉은 세 명의 옛 동료들에게 자신과 아버지인 마리오 보로니의 관계를 짧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가 잔혹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 배경에 브라트바의 파칸, 블라디미르 바빌로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의 입에서 바빌로프의 이름이 나오자, 삼총사는 모두 깜짝 놀라 굳은 표정을 하게 되었다. 마르코가 못 믿겠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물었다.

“잠깐. 바빌로프? 그 크라임 로드를 말하는 거야? 작년에 우리와도 마찰이 있었던 그 갱스터 중에 갱스터를 말하는 거지? 지금 전 뉴욕을 장악하고 있는....”

죠셉은 짧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돈테는 뭔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작년부터 네가 그렇게 그놈들이 하는 일에 큰 관심을 가졌던 거군. 심지어 그놈들의 하는 사업과 경쟁하려고 했지. 너와 함께 빅 마이크가 옆에서 보스에게 하도 충동질을 하는 통에 우리야 싫던 좋던 어쩔 수 없이 함께 행동을 했어야 했지. 가만, 그렇다면 빅 마이크는 네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거군. 그래서 파비노 패밀리 안에서 널 도왔던 거야.”

“그래. 마이클은 다 알고 있었어.”

죠셉의 사정을 들은 까를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죠셉, 넌 파비노 패밀리에겐 그야말로 재앙덩어리였던 거네. 네가 와서 모든 게 변해버렸으니까. 나 역시 어디 갈 데도 없어졌고.”

죠셉은 굳은 표정으로 세 동료를 쳐다보면서 다시 한 번 물었다.

“까를로 말이 맞아. 지나고 보니 내가 모든 변화의 원인이었어. 그런데 그 변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거야. 나와 함께 바빌로프와 브라트바를 치자. 너희들이 도와주면 그렇게 할 수 있어!”

돈테는 콧방귀를 뀌었다.

“하! 무슨 헛소리야? 바빌로프를 제거해? 뭐 군대라도 가지고 있어?”

“군대?”

“그래. 내 생각엔 바빌로프와 브라트바를 밀어버리려면 군대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죠셉의 말은 돈테와 동료들의 귀엔 전부 황당한 헛소리로밖에 들리는 게 당연했다. 브라트바에 몇 명의 조직원이 있을지 파악도 되지 않는 마당에 겨우 동료 세 명에게 자신과 뜻을 함께 해달라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야. 널 죽이라고 암살을 사주한 게 바로 그 바빌로프야. 이렇게 네가 버젓이 살아있고 파비노까지 제거한 것을 알게 되면 널 가만히 놔두겠어? 그런데 우리더러 네 곁에 있어달라고? 우리를 무슨 네 퍼스널 보디가드로 아는 거냐? 군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내가 보기에 넌 군대가 있다고 한들, 그것으로 바빌로프를 없애기는커녕 뉴욕에서 오늘 하루라도 버티는데 군대의 힘을 사용해야 할 거야. 카피쉬?”

“군대라....”

돈테의 날카로운 지적에 죠셉은 잠시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 앞의 세 명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너...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당장 총 치워!”

죠셉은 슬라이드를 뒤로 당기며 대꾸했다.

“군대라... 그래. 직접 보여주는 수밖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