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83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83

돈테는 레스토랑 정문을 열고 들어갔다. 홀에서 직접 서빙하며 손님과 대화하고 있던 파비노는 잔뜩 지저분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의 부하를 보자 기겁을 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요리 접시를 손님의 테이블에 서둘러 갖다 놓고는 돈테를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그는 한껏 지친 모습이지만 왠지 심각한 이야기를 할 듯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흐음.....”

파비노는 그대로 돈테에게 등을 돌리더니 일단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식사하는 손님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돈테의 주의를 끌기 위해 입으로 작게 소리를 냈다.

“프슷!”

돈테가 그 소리를 듣고 반응하자, 그는 자기를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둘은 거의 레스토랑 영업시간이 다 되어 마지막 요리를 준비하는 요리사들을 지나치며 밖으로 연결된 통로를 지나갔다. 파비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온에서 보관하는 식재료들이 놓인 그 통로 끝에 있는 문을 열었다. 그러자 죠셉과 빅 마이클이 담배를 피우면서 대화하던 식당 옆 좁은 골목이 나왔다. 파비노는 밖으로 나오자 마자 수트 안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냈다. 그가 케이스를 열자 가지런히 넣어둔 시가릴로 하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는 문을 통해 나오는 돈테에게 시가릴로 케이스를 건네며 물었다.

“돈테, 너도 한 대 필래?”

“아뇨. 전 그거 안 피워요.”

돈테는 코트 안주머니에서 자기 담뱃갑을 꺼냈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너도 알잖아. 내가 크루들이 홀을 들락날락하는 거 참 싫어한 다는 거.”

“예.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안 하면 오늘 보스와 얘기하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난 오늘 밤 꼭 보스를 만나서 얘기를 해야 되거든요.”

“뭐 그런 이상한 말을 하고 있어? 난 내일도, 모레도, 언제나 레스토랑에 온다는 걸 너도 알고 있잖아? 내일 얘기하면 안 되는 거야?”

“네. 안 돼요. 오늘, 지금 당장 얘기해야 해요.”

돈테에게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파비노는 잠시 대화를 끊을 목적으로 시가릴로 연기 한 모금을 빨았다. 그의 입에서 천천히 담배 연기가 새어 나왔다.

“그래, 그래서 내게 할 말이 뭔데?”

“먼저 보스가 듣고 싶은 얘기를 해드리죠. 죠셉은 죽었습니다. 로마노도요.”

파비노은 눈썹을 찡그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입술도 살짝 떨렸다.

“그래.....?”

그는 다시 한 번 시가릴로를 한 모금 빨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자넨 뭘 알고 얘기를 하는 거겠군. 누가 얘기해 줬나? 로니? 레오?”

“로니가 얘기했습니다. 레오는 죽었어요. 아마도.....”

“아마도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 일이 스무스하게 풀린 게 아니었어?”

“자세한 건 내일 아침 신문이나 뉴스를 보시죠. 지금 상황에선 저도 일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으니까요. 다만, 오늘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아주 많~이요.”

“자꾸 돌려 말하지 말고 속 시원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봐. 내일 신문에 날 정도로 큰 일이 났었다는 거야? 너희들이 내게는 조용히 처리한다고 했었잖아.”

파비노는 화가 났는지 조금 언성을 높였다.

“자세한 건 지금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 로니와 마르코에게 물어보세요. 제가 아는 한 오늘 거기 갔던 인원 중에서 살아남은 건 그들 포함 저까지 해서 단 3 명뿐이니까요. 원래 계획대로 2, 3 명만 갔었다가는 보스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 했을 겁니다. 그나마 죠셉이 그 많은 인원을 끌고 갔길래 결과가 있었던 거죠. 그리고 죠셉, 그 놈은 그렇게.....”

“아니, 잠깐만! 그 많은 머쓸이 다 죽었다는 거야? 지금?”

파비노는 10 명도 넘는 자기 부하가 죽었다는 말에 신경질을 부리며 돈테의 말을 끊었다.

“겨우 로마노, 그 한 놈을 처리하는데 그렇게 많은 애들이 다 죽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냐고?”

“네. 자세한 건 로니에게 들으시라고 했잖아요. 그에게 그런 특별한 임무까지 주실 정도면 저보다는 그에게서 얘기를 듣는 게 낫지 않습니까?”

“나... 이것 참!”

파비노는 손에 들고 있던 시가릴로를 바닥에 던지면서 상스런 욕을 해댔다. 돈테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보스, 전 이제 당신과 일을 같이 못 할 것 같습니다. 그 얘기를 하려고 보스를 만난 거에요. 오늘부터 전 여기 나오지 않겠습니다.”

“뭐...?”

파비노는 인상을 쓰면서 돈테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돈테. 설마 로니에게만 내가 따로 임무를 줘서 그러는 거야? 그건 다른 식구들이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일이어서 일부러....”

“아뇨. 그런 게 아니고요. 이젠 당신과 인연이 다 된 것 같아서, 그런 때가 온 것 같아서 그래요.”

“하... 돈테, 너 혹시 죠셉 때문에 그런 거야? 그 녀석과 넌 잘 어울리지도 않았잖아. 예전에 단 한 번 일을 같이 한 것 말고는 딱히 그 녀석과 오래 일을 하지도 않았고. 진짜 죠셉, 그 녀석 때문에 그런 거냐고?”

“.......”

돈테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정말 그 녀석 때문은 아니지? 너희 둘은 친하지도 않은 직장 동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잖아? 이미 로니에게서 사정을 들었을 텐데, 냉정한 너라면 내가 왜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이해했을 테고. 안 그래?”

“.......”

“돈테, 너 우리와 함께 몇 년을 같이 일했지? 3 년? 4 년?”

“5 년이요.”

“아, 벌써 그렇게 되었군. 그 동안 내가 네게 섭섭하게 하거나 그런 적 있었나? 돈을 떼어 먹거나 널 구박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어? 아니잖아.”

“......”

“그런데 지금 내게 왜 이러는 거야? 우린 패밀리인데 왜 이러는 거냐고?”

돈테는 담배 연기를 뱉으며 천천히 말했다.

“보스, 전 그만 두겠습니다. 그 얘기 말고는 더 할 얘기가 없어요.”

“나 원.... 진짜 돌아버리겠군. 이봐, 돈테, 이러지 마. 지금 머쓸들도 다 죽었고, 앞으로는 일이 잘 될 것만 남았어. 그러면 너 같은 인재가 필요할 텐데, 왜 지금 시점에서 떠나겠다고 하는 거야?”

돈테는 피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며 파비노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보스. 파비노씨. 여기까지에요. 전 떠나겠습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오늘 보수는 됐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는 더 이상 파비노의 대답을 듣지 않고 그대로 등을 돌렸다. 걸어가는 돈테에게 파비노는 말했다.

“돈테! 진짜 너가 필요하다니까! 이제 사업이 커지면 할 일이 많아진단 말이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 말 취소해. 아니, 넌 분명 후회하고 다시 돌아올 거야. 내가 내기하지!”

돈테는 파비노가 떠드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귀를 막고 싶었는지, 코트의 깃을 세웠다. 그리고 피곤한 눈을 반쯤 감으며 생각했다.

‘칫! 패밀리라.... 자기 성공을 위해 자식을 죽이는 아버지가 있는 패밀리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 * *

그가 골목을 벗어나자, 차 밖에 나와 있던 로니가 그를 불렀다.

“돈테, 보스를 만났지? 무슨 얘기를 했어?”

돈테는 로니를 슥 한 번 쳐다보고는 입을 삐죽거렸다.

“별 얘기 아니야. 그냥 일을 관둔다고 했어.”

“뭐? 아니, 왜?”

그는 별 다른 말없이 마르코의 차에 탔다.

“마르코, 너도 피곤하겠지만, 날 집으로 좀 데려다 줘. 내 차는 아까 퀸즈에 두고 와서 말이야. 뭐, 정확히는 그게 내 차도 아니지. 네가 훔쳐서 내게 줬던 거니까. 아무튼 어서 나를 집에 좀...... 아, 너무 피곤해..... 한 마디도 더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알았어.”

로니와 달리 마르코는 돈테에게 그 말만 하고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시동을 걸고는 천천히 차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