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하얗던 세상이 여러 색으로 물들여졌다. 감각이 돌아오고 나서야 내 몸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음을 알아챘다. 천멸을 여의금고봉이 대신 맞아줘서 비교가 힘들지만, 그땐 훨씬 절망적인 상황이었는데도 지금처럼 떨리진 않았다.
그땐 내가 하룻강아지여서 무서운 줄도 몰랐던 건가?
저팔계는 바비큐가 되었다. 뻐끔거리는 입에서 연기가 몰몰 피어난다. 벼락의 여파가 남은 건지 발악하는 건지, 눈을 가끔 끔뻑이고 귀도 펄떡인다.
합체 요괴는 사라졌다. 개체가 아니라 결합체여서 결속력이 가장 약하다. 벼락 때문에 결속력이 사라지고 나니, 그저 그런 졸개 요괴 몇만일 뿐이었다. 재라도 남긴 놈 있으면 전생에 세상을 구한 덕이다.
여섯 사자는 모두 살아있었다. 놀랍게도 가죽 하나 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차라리 엉망진창인 저팔계가 저들보다 낫다. 저들은 겉만 멀쩡하지 속은 저팔계보다 더 많이 상했다.
"멍청한 놈들. 너희들이 구천신뢰에 대항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느냐? 감히 진체를 꺼내서 맞서다니."
여섯 사자는 그 찰나의 시간에 합심하여 도박을 벌였다. 진체를 밖으로 꺼내 벼락에 대항한 거다. 이건 전부 아니면 전무의 도박이다. 이기면 진체에 아무 손상도 받지 않고 실력을 보존해 구령과 싸울 수 있고, 지면 육체의 보호를 받지 못한 진체가 타격을 최대치로 받아버린다.
구천신뢰를 불러온 구령도 기진맥진했다. 그게 아니라면 바닥에 내려서 한 걸음씩 느리게 다가가진 않았을 거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증거는, 구령의 진체가 지금 내게 느껴지고 있다. 힘이 많이 빠져서 진체가 더 확연히 보인다.
"너희 여섯의 재주를 다 흡수하면, 난 손오공을 능가하는 요왕이 될 수 있을 거야. 황사괴가 사라진 건 아쉽지만, 여섯으로라도 만족해야지."
아군 적군 가리지 않고 미치광이로 만들어서 부리는 법술, 적이 서로 싸우게 하는 법술, 죽은 자를 일으켜서 싸우게 하는 법술, 상대 진체를 비추어 드러나게 하는 법술, 수비력을 어마어마하게 끌어올리는 변신술에 가까운 법술, 천산갑의 산을 뚫는 기술을 흉내 낸 법술. 황사괴의 것은 황사로 자신을 보호하는 법술이다.
저 일곱을 다 갖출 수 있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상대가 하나든 열이든 백이든 두려울 게 없다. 물론 법력 소모가 어마어마하겠지만, 법력 걱정은 없다. 난 요괴의 법력을 쉽게 빼앗을 수 있으니까.
"내가 흡수할 거야.","내 몫이야.","주문은 내가 제일 열성적으로 외웠어.","내가 법력 가장 많이 끌어냈다."
아니나 다를까. 아홉 머리가 또 다투기 시작했다. 사자는 여섯이고 머리는 아홉이니까.
그때 머리 하나가 소리쳤다.
"제길. 우린 아홉이지만, 세 개밖에 흡수하지 못해."
"왜? 우린 아홉인데?","우린 사실 아홉 아니고 셋인 거 아닐까?","아홉하고 셋이 같을 수 없어. 우린 아홉이 분명해."
- 오랜만이다.
헐. 손오공 형님이 돌아오셨다.
- 흑염룡이 부화했더구나. 나를 찾아와서 대화도 나눴다.
형님. 이젠 식구니까 사이좋게 지냅시다.
- 저놈이 셋 흡수할 때까지 기다려라. 능력을 흡수하려면 진체를 꺼내야 한다. 능력 흡수가 끝났을 때 진체가 가장 많이 노출되는 시기이니 그때 십살총으로 공격해라.
형님. 저 능력 내가 흡수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 넌 하나밖에 흡수하지 못한다. 저놈은 아홉이라서 그나마 세 개 흡수할 수 있는 거다.
구령의 아홉 머리는 어떤 능력을 흡수할지 다투기 시작했다. 내가 비록 학력이 중2에 머물렀지만, 6에 5에 4를 곱하고 6으로 나눠서 20가지 조합이 있다는 정도는 안다.
"공격력은 충분해. 그러니까 검은 사자의 방어력을 흡수해야 한다고. 남은 둘은 졸개를 강화하는 붉은 사자 능력과 죽은 자도 싸우게 하는 회색 사자 걸 빼앗아야 해."
"검은 사자의 방어력보다는 황사괴 가죽을 찾아서 황사 능력을 얻는 게 나아. 그러니까 둘만 흡수하자."
"황사괴가 어디서 죽었는지 어떻게 알고 찾는다는 거야? 졸개도 다 죽어서 부릴 놈도 없는데."
"청룡산에 50만 있다. 거기 세 대왕이 합쳐봐야 사자 여섯 수준인데, 청룡산 가서 태대왕 노릇 계속하면 되지."
결국, 구령은 여섯 사자 가죽을 모두 벗겨놓고 제비뽑기를 했다. 붉은 가죽과 보라 가죽 그리고 검은 가죽이 당첨되었다.
"아니야. 검은 가죽은 회색 가죽으로 바꾸자. 세 법술이 결합하면 우리도 골치 아픈 괴물을 만들 수 있어. 구천신뢰가 아니었으면 우리도 고전했을 거야."
아홉 머리는 한참 다투다가 다수결로 회색 가죽을 선택했다. 머리가 여덟이나 열이라면 아마 결정장애로 평생 고생했을 거다. 세 가죽을 정한 구령은 가죽 하나에 대가리 셋씩 박고 능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가죽들의 색이 점점 옅어졌다. 나는 침착하게 손오공의 지시를 기다렸다. 봉황 잡을 때 내가 경거망동하여 일을 망칠 뻔했다.
가죽이 점점 투명해지다가, 결국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어졌다. 그런데도 손오공은 신호를 주지 않았다.
형님, 혹시 주무세요?
- 아직 아니다. 지금은 능력을 빼앗은 거다. 아직 흡수를 시작하지 않았다.
차분하게 기다렸다. 구령의 대가리들이 울긋불긋 색이 다채롭게 변했다. 그리고 구령의 진체가 손만 내밀면 만져질 것처럼 선명히 느껴질 때, 손오공이 신호를 주었다.
- 지금이다. 만궁으로 쏘아라.
새총이니 만궁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지만, 의미는 전달되었다. 십살총을 꺼내 힘이 허락하는 대로 뒤로 당긴 후 빠르게 놓았다.
총알 아홉이 대가리 하나씩 박살 냈다. 그리고 열 번째 총알이 구령의 진체를 박살 냈다.
- 빨리. 법력이 흩어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무척 서둘렀는데도 대부분 법력을 아깝게 놓쳤다. 십살총으로만 부족할 줄 알고 오행인을 꺼내려는 생각에 반응이 조금 느렸다.
- 이 정도 신수가 챙길 게 아무것도 없다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딱 맞는구나.
이 거지 같은 구령은 챙길 게 아무도 없었다. 상아랑 가죽이랑 눈알을 내놓았던 사타령 요괴들과 참 비교된다.
"제천대성, 살려줘. 선업 얼마 들어도 괜찮아."
"알았어,"
남은 가죽 석 장을 수습하고 바로 저팔계를 안고 축지법으로 천지일선에 갔다. 장수구리를 불러 돌을 가져오게 했다. 고작 반나절도 안 되어 건곤옥로 한 방울 얻었다.
급히 저팔계 입에 넣어줬다.
"난 네가 날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미욱한 돼지가 눈치는 있군. 서유기랑 많이 다르게 가려고 내가 초반에 저팔계랑 사오정이 죽었으면 했다. 그러나 힘이 강해지고 손오공의 위용을 직접 확인한 후에는 그럴 필요가 느껴지지 않았다.
"포인트 때문에 살려주는 거야. 지금도 싫어해."
뻐드렁니를 내놓고 히죽 웃는 저팔계가 이상하게 밉지 않았다.
"가죽 하나 넘겨. 그 천산갑 능력이 있는 가죽. 선업 얼마가 들어도 괜찮아."
- 가죽 그냥 주고, 살려준 것도 공짜로 해. 대신 저팔계에게 우릴 도와달라고 해. 너랑 내가 따로 움직여야 할 때 저팔계 도움을 받으면 좋을 거야. 방향도 잘 구분하고 실력도 괜찮고.
"그냥 줄게. 대신 내가 하려는 일 좀 도와줘."
"알았어. 천궁과 싸우는 일이라면 나도 즐겁지."
손오공이 많이 달라졌다. 진심으로 천궁과 끝장을 보려는 건지, 저팔계마저 끌어들였다.
형님, 이랑신이 화해하자고 그러던데요?
- 내가 여의금고봉 진명 알아낸 거 말한 적 있어?
아니요.
- 그럼 진심인가 보구나. 화해하면 되지. 효천견 고기를 삶아 먹으면서 술 한잔하자고 전해.
진짜 그대로 전해요?
- 농담이야. 같은 편이 많으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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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 사부님."
건곤옥로를 먹고 건강해진 저팔계는 가죽의 힘을 흡수하고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그러나 다시 일행을 찾아내고 얼굴이 험악해졌다.
"도대체 누가?"
삼장과 사오정 그리고 개태와 백마가 잡혀갔다. 돌로 변한 백갑과 세 왕자는 그대로 버려지고.
"알고 잡아간 거야 아니면 모르고 잡아간 거야?"
"알고 잡아간 것 같습니다. 돌아가서 구령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저팔계, 네가 셋을 봉선군까지 보내줘라. 나는 청룡산에 가서 상황을 알아볼게. 셋을 왕궁에 내려놓고 너도 바로 청룡산으로 와."
죽절산과 동맹 관계라던 청룡산이 틀림없다. 잔챙이 요괴라면 구령의 손에 들어간 삼장을 빼낼 궁리도 못 했을 테니.
청룡산에 도착하니 숨이 막혀온다. 죽절산의 요괴들은 덩치가 별로 크지 않았다. 그런데 청룡산의 요괴들은 하나하나가 집채만큼 크다.
종족이 잡다한 죽절산과 달리 청룡산의 요괴들은 모습이 비슷하다. 이는 청룡산이 종족을 위한 영지임을 뜻한다.
종족을 위한 영지는 졸개들이 단합이 잘 되어있다. 먹을 게 풍족하기에 다툴 일도 없고, 두루두루 따져보면 몇 대 전에는 같은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두고 있다.
- 저건 투석기 같은데? 대형 쇠뇌도 보이고.
저들은 구령을 적으로 상정하고 군대를 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름드리나무까지는 아니지만, 건장한 성인 허벅지 굵기는 되는 나무로 목책도 세웠다.
완장을 찬 놈들이 수하를 인솔하고 부지런히 순찰도 했다. 마른 똥이 가득한 봉화대가 일정 거리마다 하나씩 있어 소식도 무척 빠르게 전할 것 같았다.
게다가 요괴의 거처로 보이는 곳은 삼면이 절벽이다. 대왕급 요괴에게야 절벽이든 골짜기든 상관없지만, 일반 졸개 요괴는 날개가 달리지 않고는 접근조차 어렵다.
푸른 힘줄이 튀어나온 졸개 요괴들이 망치와 정을 들고 바위를 다듬는다. 최대한 둥글게 깎아 가파른 산비탈로 굴리면 수준 낮은 요괴는 그대로 즉사할 정도 크기다. 집채만 한 요괴보다 작지만, 최소 만 근은 넘을 것 같다.
형님, 여의금고봉 커지면 무게도 늘어요?
- 그럼. 크기와 모양뿐 아니라 무게도 내 마음에 따라 변화한다. 이젠 완벽한 무기가 되었어.
법술 못 새기는 것도 해결했나요?
- 그건 안 돼. 여의금고봉은 모든 법술을 무로 돌리는 능력이 있어. 그래서 법술을 새길 수 없어.
오행인은 아직도 안정화 작업 중이다. 일단 오함마는 더러운 것, 부정한 것을 태우는 삼매진화를 사용할 수 있다. 현무갑은 세상의 모든 물을 가둘 수 있고 그걸 다시 꺼내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고흠환은 나를 공격하는 무기를 가두는 능력이 있다. 구규정은 무게를 마음대로 변화할 수 있고 무척 단단하다. 화기를 흡수해서 토기를 생산할 수도 있고.
태는 뭐든 가둘 수 있다. 내 마음에 따라 죽일 수도 있고 살려둘 수도 있다. 금강탁 정도의 법보에 혼돈을 코팅해서 존재를 숨길 수도 있었다. 음양이기를 흡수한 후 위력이 더 강해졌다.
그러나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꼭 둘인 건 아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능력들이 섞이면서 오히려 별 볼 일 없는 능력이 될 수도 있다. 제발 내 행운이 오행인 만들 때 다 써버린 게 아니기를 빌 뿐이다.
- 저팔계 오는 것 같다.
나는 뒤로 물러나서 저팔계와 합류했다. 그 바쁜 와중에 저팔계는 먹을 걸 잔뜩 짊어지고 왔다. 과일 일부는 삼장에게 먹이기 위해 남겨두고 남은 음식은 저팔계가 다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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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불러야 해. 이 많은 놈을 해결할 수 없어."
저팔계가 천봉원수 경력을 자랑하며 둘이서 어떻게 해볼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내가 분신술 써도 안 될까? 만 개 정도는 만들 수 있는데."
"상대는 50만이야. 너 잘 모르는 것 같은데, 50은 5보다 100배 강해. 500은 50보다 또 백 배 강하고. 네 분신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지만, 50만은 1만의 50배가 아닌 500배라고 봐야 하는 거야."
'배운 돼지' 저팔계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적을 천 죽이려면 아군도 팔백의 사상은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더구나 청룡산의 세 대왕은 여섯 사자와 맞먹는 실력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혼자서 사자 두 마리 강함은 보유했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사자들처럼 뭔가 이상한 재주를 타고났다면 훨씬 까다롭다. 내 분신들이 50만을 묶어둔다고 해도 나랑 저팔계가 그 셋을 해치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팔계. 너 천봉원수 지낼 때 옛 부하들 불러올 수 있어?"
"천계에는 정이 없어. 내가 불러도 당연히 안 오지."
"하계에 친한 요괴는 없고?"
"없어. 천궁에 있을 때 하계 요괴에 관한 안 좋은 교육을 너무 받아서 누구랑 친해질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어."
- 분신술로 승산이 있을 것 같은데. 네 분신에게 오행인이라는 무기를 쥐여주면 졸개 요괴는 쉽게 해치울 것 같아.
분신술로 만든 오행인 역시 실제 오행인보다 약하다. 그런데 워낙 어마어마한 놈이라서 약해져도 웬만한 법보 저리 가라 할 정도다.
다만 찝찝한 건 세 대왕급 요괴다. 나와 저팔계가 셋을 이길 수 있을까?
"너 몰래 들어가서 염탐하면 안 돼?"
저팔계 이 돼지머리야. 네가 생각할 수 있는 일을 내가 안 해봤겠어? 거처는커녕 영지 초입에서 들켜버렸다. 내 정체까지 들킨 건 아니지만, 누군가 침입했다고 순찰대들이 눈에 쌍불을 켰다. 영지 지배력이 장난 아닌 요괴들이었다.
"그럼 그냥 싸울까?"
이걸 확. 군대 불러야 한다고 호들갑 떤 것도 이놈이다. 나는 천봉원수 경력을 존중해서 이놈 말을 귀담아들었던 거고. 그런데 결국 저팔계가 내린 결론은 그냥 싸우자였다.
"그냥 싸우는 게 어딨어. 그래도 뭔가 계획을 세워야지."
"내가 원신 드러내고 추산저와 천산갑의 두 재주를 합쳐서 청룡산을 공격할 거야. 넌 분신으로 졸개들만 공격해. 저쪽은 구령을 생각하고 꼭꼭 숨어있는데, 우리가 공격하면 밖으로 나올 수도 있어."
"나오면?"
"죽일 수 있으면 죽이고, 죽일 수 없으면 계속 싸우는 거지."
저팔계가 말실수해서 쫓겨난 게 아니라 무능해서 쫓겨난 거 아닐까? 군대는커녕 훈련소도 안 가본 나도 생각할 수 있는 걸 계획이랍시고 내놓는 꼴을 보니, 후자에 무게를 더 실어주고 싶다.
그러나 딱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야 상대 계책을 듣고 거기에 맞춰 대비책도 세우고 하면서 상대적으로 쉽게 싸웠지만, 이번엔 침투가 힘드니 힘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손오공도 딱히 좋은 계책이 없고.
- 이거 나 가르쳐줄 수 있어?
분신술을 펼친 후 분신끼리 겹쳤다. 다시 분신술을 펼치고 또 겹쳤다. 분신이 강할수록 분신술을 펼칠 때 사라질 가능성이 작다. 비록 시간은 반나절이나 걸렸지만, 안정적으로 강한 분신을 만들어냈다.
손오공에게 요령을 말해주니 바로 알겠다며 기뻐했다. 역시 난 가르치는 재주가 뛰어난 것 같다.
"좋아. 본때를 보여주지."
저팔계가 기세등등하게 외쳤으나 우리의 어설픈 계획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누군가가 홀몸으로 청룡산에 먼저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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