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
힘들고 땀 찬 나날이었다. 손오공이 신의 권한으로 나를 기린이 갇혀있는 세상으로 보냈다. 내 마지막 도겁은 지구 수백 배 크기의 행성에서 뭔가를 찾아 헤매는 기린을 찾는 거였다. 게다가 기린을 찾은 후 그 세상을 자력으로 탈출해야 했다.
마계처럼 특별한 세상이었기에 다른 사람은 따라오지 못했다. 정말 우연이 열 번 이상 겹쳐야 갈 수 있는 세상이니까.
"소금이다. 두 통 먹어."
기린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소금을 입에 털어 넣었다. 오줌을 많이 눠야 할 뿐 아니라 빨리 싸야 한다. 그냥 물을 마신 것보다 소금을 먹고 일정 기간 참은 후 물을 마시면 오줌을 빠르게 많이 눈다는 태백금성의 깨알 지식 덕분에, 기린은 소금을 근 단위로 먹어야 했다.
"오줌 얼마나 더 필요합니까?"
"아직 계산이 안 나왔습니다. 세상이 계속 조각나고 있기도 하고요. 많아서 낭패 볼 일은 없으니 고생 좀 해주시죠."
태백금성은 천궁 설계도를 완성해 탁탑천왕과 저팔계에게 넘겼다. 탁탑천왕이 총괄하고 저팔계는 수달 출신 토지신과 함께 현장 감독을 맡았다. 지금은 기린 오줌의 생산, 저장, 분배, 운반 등을 책임진다.
"신님은 어디 계신가요? 신께서 와서 격려 한 말씀만 해주시면 오줌이 콸콸 쏟아질 것 같습니다."
"신님은 혼돈 무찌르러 가셨습니다. 혼돈을 없앨 수 있는 존재가 신님과 여기 투전성불 두 분밖에 없거든요."
혼돈을 상대하는 건 괴로운 일이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무척 힘들다. 심지어 신이 된 손오공도 힘들어서 가끔 내가 교대해줘야 한다. 이번엔 내가 힘들어서 손오공이 교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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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자."
힐링엔 알지가 최고지. 여자가 되려고 생명수 열매 찾으러 여러 세상을 돌아다니던 알지가 혼돈과 싸우고 돌아온 내게 여행을 제안했다.
음. 일단 여행지는 바다로 둘러싸인 곳으로 해야지. 민박 방은 하나여야 하고, 저녁이 되면 배 끊기는 곳.
"화과산 가자. 거기 맛있는 과일도 이쁜 나무도 많잖아."
대충 내가 생각했던 조건에 맞아떨어지긴 하는데, 왜 안 내키는 거지? 게다가 몇 배로 확충한 놀이동산도 있는데, 왜 전혀 끌리지 않지?
그러나 생각을 달리하면, 첫 여행인데 내가 잘 아는 화과산도 나쁘진 않다. 인터넷으로 조사하기도 힘든 세상인데, 괜히 낯선 곳에 가서 어벙한 모습을 보여 점수 깎일 필욘 없겠지.
그렇게 나와 알지는 단둘이 첫 여행을 가게 되었다. 화과산에서 온갖 종류의 과일을 맛보고 나무 그네도 타고 놀이기구도 즐겼다. 비록 아찔함이 전혀 없는 청룡열차지만, 같이 탄 다른 승객들의 비명을 들으며 분위기를 만끽했다.
"여기 살던 원숭이들은 다 어디 갔어?"
당연히 내가 쫓아냈지.
"와. 촛불 이뻐."
떠나기 전에 내 지시를 충실히 따라 수십만 개의 촛불에 전부 불을 붙이고 나갔다. 커다란 하트 안에 수많은 작은 하트가 있지만, 알지는 그걸 알아채지 못했다.
"알지. 넌 내가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어?"
"응. 운명이니까."
"운명이 아니라면? 그래도 내가 좋았을까?"
"그런 가정은 의미 없어. 우린 운명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야."
"내가 이렇게 생겼는데도 마음에 들어?"
"지금은 좀 그렇지만, 그땐 동글동글 무척 귀여웠어."
응? 내가 동글동글 귀여웠다고?
"원영 말이야. 나 그렇게 동그란 원영 처음 봤거든. 보자마자 마음에 쏙 들어버렸어."
내가 여자 잘 만났네. 겉모습이 아니라 속을 봤구나. 아니지. 내 간에 박혀있으면서 원영이랑 먼저 친해진 거였구나.
술과 과일을 불러 먹고 마시면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다. 알지는 감성 자체가 인간과 무척 다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소녀다웠다. 동그란 걸 귀여워한다든가, 아기 볼 찌르는 걸 좋아한다든가.
시간이 흐르며 촛불이 하나둘 꺼졌다. 내가 법술이 남아있다면 안 꺼지게 유지할 텐데. 알지는 이런 게 무드라는 생각 자체가 없기에 촛불이 꺼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낭군. 저 사과나무는 뭐야?"
내가 복숭아 왕 먹고 씨를 소화하지 못하고 눈 똥에서 자란 사과나무. 한동안 저 나무로 창을 깎으면 나를 죽일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도 했었다. 십살총의 원형인 새총이 바로 봉황이 소화하지 못한 씨가 자란 거니까.
이젠 그게 헛생각임을 잘 안다. 봉황은 새의 지배자고 난 그냥 나니까. 봉황은 바닥에 내려앉지 못하는 등 페널티를 갖고 왕의 권위를 지켜나가지만, 난 그런 제한이 없다. 속박을 받지 않는 진정한 자유인은 특정 약점을 갖추지 않는다.
"이거 내가 심은 거야. 복숭아씨 심었는데 사과나무 자랐어."
사과나무는 무척이나 크게 자랐다. 알지를 따라 사과나무 밑으로 가니 원래 서늘한 수렴동 안에서도 더욱더 시원했다. 게다가 혼돈과 싸우면서 지친 마음도 치유받는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굵은 사과나무 줄기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엄청 좋은 냄새가 나."
알지가 다람쥐처럼 사과나무를 탔다. 백 미터에 가까운 높이의 사과나무지만, 알지가 떨어질 리도 없고 떨어졌다고 다칠 일도 없다.
알지가 평범한 여자라면 내가 안거나 업고 사과나무 타면서 우쭐댈 수 있었을 텐데.
"낭군, 사과 좋아해?"
"사과 달렸어? 왜 내 눈엔 보이지 않았지?"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사과야."
알지가 한입 크게 뚝 떼먹었다. 사각사각 씹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한입 먹어봐. 엄청 맛있어."
사양하지 않고 한입 크게 베어먹었다. 사관데 복숭아 맛이다. 식감은 사과고 맛은 복숭아. 내가 만든 끔찍한 혼종이다. 뭐, 맛만 좋으면 됐지.
"낭군, 합방하자."
"응?"
"이 나무가 생명수야. 나 지금 여자 됐어."
자세히 살피니 가슴과 엉덩이가 좀 더 커지고 허리가 잘록해졌다.
"음. 그래도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우리 양가 부모 없어."
어머니는 내가 혼돈과 싸울 때 돌아가셨다. 알지는 원래 부모가 없고.
"형한테라도 말하고."
"형한테 합방하겠다고 허락받으면 되는 거지?"
당장 형한테 가서 '동생분이랑 아기 만들게요' 할 것 같아서 다급히 말렸다.
"아냐. 그냥 하자."
흑염이 불타올랐다. 밤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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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구나. 애들은 잘 크지?
손오공이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합방 직후 바로 임신한 알지는 수십 년 후에 아홉을 한꺼번에 낳았다. 코밑이 까만 무겸이 손주가 갓난아기를 안고 '할아버지 귀여우세요' 할 땐 체통도 잊고 바닥을 뒹굴었다.
"부족한 게 없이 잘 크고 있죠."
- 나 좀 쉬자.
내게 혼돈을 맡긴 손오공이 뒤로 물러서더니 코를 드렁드렁 골며 잠에 빠졌다.
"수호인, 굳건한 마음으로 세상을 지키자."
[난 늘 굳건해. 너만 굳건하면 돼.]
"남자는 약하지만 아빠는 강하다."
[멍청해 보여.]
거신법으로 몸을 키웠다. 예전에 천궁에서 싸울 때 봤던 반고보다 더 커졌다. 혼돈을 상대하면서 마음이 단련되었고, 덕분에 거신법 재능이 꽃폈다.
"세상과 마누라와 자식을 위하여!"
[창피해.]
혼돈은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일으킨다. 그러니 혼돈을 상대할 땐 신중하지만 최대한 장난스럽게. 정신은 날 세워야 하지만 마음은 늘 홀가분하게.
[너무 몰입했다.]
"돌아갈 때 소연이 선물 사 가야겠다. 잊지 말고 일깨워줘."
싸우다 보면 몰입하게 되고, 몰입하면 혼돈의 영향을 받아 부정적인 감정이 마음을 채운다. 무시하든 대응하든 마음이 괴로워진다.
그럴 때마다 알지나 아이들을 언급하면 많이 나아졌다.
혼돈과 하도 싸워서 이젠 안 그러지만, 예전엔 무턱대고 혼돈에 돌진했다가 죽을뻔한 적도 있었다.
- 덕분에 잘 쉬었다.
"형님, 요즘 혼돈이 출몰하는 빈도가 잦은 것 같은데요?"
- 세대 교체할 때가 된 것 같다.
"세대교체요? 저 지금 천 살도 안 되었는데요?"
- 이 세상을 지탱한 건 처음엔 나였고 다음은 너였다. 그리고 마지막 주자가 등장할 때가 된 것 같다.
"나를 능가하는 천재가 태어날 수 있을까요?"
- 신의 권한으로 잠깐 엿봤는데, 구원자가 너보다는 덜 멍청한 것 같더라.
지금 세상도 나쁘진 않은데 왜 구원자가 필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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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천궁 완공식에 와주신 귀빈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천궁은 질서를 수호하는 첨병 역할에 충실하며..."
탁탑천왕은 마지막 한마디를 무척 길게 했다. 옥황상제 자리에 탁탑천왕이 앉고 저팔계가 탁탑천왕 대신 대원수가 되었다.
치우는 하계 대표로, 무상이 음계 대표로 참석했다. 마계 대표인 마왕 늙은 디아블이 구석에 쭈그려 앉았다. 힘이 전부인 마계 습성이 깊이 배어있어서 알아서 찌그러졌다.
"투전성불. 제 못난 아들 토루(吐壘)입니다. 부족하지만 벽력대제로 불립니다."
내가 예전에 벽력산에서 벽조목을 적잖이 서리했다. 게다가 번개도 포인트 제대로 안 주고 강제로 불러다 썼고. 철없을 적 얘기라지만, 그래도 조금 쫄리긴 하다.
"반가워요. 그런데 그 망치 무척 눈에 익은데요?"
"통천교주의 자전추입니다. 아비로서 자식에게 변변한 법보 하나 못 챙겨준 게 미안했는데, 자전추 덕분에 그나마 체면 살렸습니다. 종속의 인을 새겨서 제 아들 토루 외에는 누구도 들지 못합니다. 아마 투전성불께서도 힘드실 겁니다."
믿지 못하고 도전했다가 개망신당했다. 바닥에 내려놓은 자전추는 아무리 힘줘도 꿈쩍 않았다. 보는 눈이 적으면 수호인 꺼내서 협박할 텐데, 나도 이젠 사회적 체면이 있는 사람이라서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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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에서 연회 즐기다가 손오공의 급작스러운 호출에 부랴부랴 달려갔다. 전에 없는 거대한 혼돈이 덮쳐왔다. 혼자서 막다간 일부라도 세상에 침투할 수 있기에 나를 바로 호출했다.
"형님. 태백금성 예상과 너무 다른데요?"
- 아무래도 세상 합치는 거 서둘러야겠다.
"서둘러도 문젭니다. 다른 세상끼리 갑자기 만나니 서로 적대하고 싸우고 죽이고 난리가 납니다."
- 제길. 신은 아무도 못 때린다는 법은 왜 생겼지?
손오공이 분통을 터뜨렸다. 손오공이 유일하게 때릴 수 있는 건 질서의 세상에 속하지 않는 혼돈뿐이다.
"형님. 설마 신 되기 싫었던 게 사람 못 패서 그런 건 아니죠?"
- 이 추세라면 우리 둘로는 힘들다. 빨리 구원자를 찾아내서 키워야 한다.
난생처음 보는 거대한 혼돈을 힘을 합쳐 물리친 후 집에 돌아왔다. 귓가에는 손오공이 마지막에 남긴 말이 계속 맴돈다.
"아버님, 돌아오셨습니까."
맏이가 동생들을 쭉 거느리고 내게 인사한다. 평소 외출하고 돌아오면 인사하지 않는데, 혼돈을 상대하고 돌아올 때면 늘 이렇게 동생들 데리고 나를 맞이한다. 기특한 놈.
"막내는 학교에서 안 돌아왔어?"
"친구들이랑 동아리 활동한답니다. 곧 돌아올 겁니다."
알지가 낳은 아홉 자식 중 남자 넷 여자 다섯이다. 처음 셋이 아들이고 다음 넷이 딸이고 여덟째가 아들이고 막내가 딸이다.
갓 태어났을 때 이들은 종족을 정했는데, 여덟째까지는 다 용이 되었다. 막내딸만 나를 따라 인간을 선택했다.
그래서 막내만큼은 신분을 감추고 학교로 보냈다. 하지만 부모를 닮은 이쁜 얼굴 때문에 신분을 감춘 보람이 전혀 없다.
"어머니는 어디 가셨어?"
"반상회에 억지로 끌려갔습니다. 저녁에 술도 마셔야 한다면서 우리더러 먼저 밥 먹으라 했습니다."
"뭐 좋은 음식 들어온 거 있구나."
인간을 택한 막내 제외하면 굳이 식사해야 하는 식구가 없다. 그래서 막내 끼니만 챙겨주고 남은 식구는 좋은 음식 들어왔을 때만 식사한다.
"끄지비 님이 황혼버섯을 보냈습니다."
"손질 잘해. 우리 막내 공주님도 먹을 수 있게."
TV를 켰다. 지구를 중심으로 수많은 세상을 합쳤다. 처음엔 괜찮았지만, 세상이 커지고 종족이 많아지면서 천궁 병사들로만 치안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종족 갈등, 인종 차별 등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구야 남자와 여자 두 성별밖에 없지만, 일곱 가지 성별이 있는 세상도 있다. 그 세상에선 성별 갈등 한 번 폭발하면 인구 수십만 줄어든다.
아니나 다를까. 뉴스에서는 어느 세상의 어느 종족과 어느 세상의 어떤 종족이 싸웠다는 내용밖에 없다. 이유나 과정이나 결과는 생략하고 그저 싸웠습니다로 끝이다.
"제길. 저런 뉴스만 내보내니까 세상이 말세로 보이잖아."
"아빠. 소연이 왔어요. 손님 데려왔어요."
용 모습을 했던 아들딸들이 황급히 사람 모습으로 변했다. 집 구석구석에 널린 법보들을 모조리 치웠다. 온갖 잡동사니가 날아다니던 집안이 순식간에 평범한 가정집으로 변했다.
물론, 평범한 가정집이라고 하기엔 아홉 쌍둥이는 좀 심했다. 다행히 생김새는 서로 닮지 않아서 친척이라고 둘러댈 수 있다.
"아빠. 출장 마치고 돌아오셨어요?"
중학교 2학년이 된 막내딸 소연이가 내 허리를 꼭 안고 명치에 머리를 콕콕 박는다. 거의 알지를 복사한 듯한 얼굴이다.
"선물은?"
"너무 커서 택배회사에 맡겼어. 소똥이 삼촌이 저녁에 갖다 줄 거야."
"감사합니다."
선물을 받기도 전인데 이미 받은 것처럼 좋아한다.
"반 친구야?"
"우리 반 반장이예요. 공부 엄청 잘해요."
"안녕하세요."
공부는 잘하는지 몰라도 애가 성격은 좀 나약한 것 같다.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내게 인사한다.
"그래. 나도 반갑다. 얼른 소파에 앉아. 멀뚱멀뚱 서 있지 말고."
소연이 친구 데려온 건 처음이다. 나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와, 대통령이랑 엄청 친하신가 봐요?"
소연이를 할머니라 부르는, 그러니까 무겸이 큰 손자가 지구연합 대통령이다. 법보랑 무기 등 이상한 것에만 신경 쓰느라 가족사진은 미처 숨기지 못했다.
"좀 아는 사이야. 그 꿀물 얼른 마셔. 몸에 엄청 좋은 거야."
감봉밀 한 방울 탄 꿀물을 권했다.
"아빠. 내 남자친구 어때요?"
어느새 내 손목이 잡혔다. 고개를 돌려보니 언제 달려왔는지 내 손목을 꼭 잡은 맏이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무겁게 흔든다.
혼돈 상대하다 돌아와서 예민해서 그래. 아무렴 내가 수호인으로 일반인 때리겠어?
"남. 자. 친. 구?"
"네. 오늘 우리 일일이에요."
"아버님. 건전하게 사귀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꿀물을 단 모금에 쭉 들이킨 도둑놈이 갑자기 무릎 꿇는다.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대를 관찰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나를 잘 아니 상대만 파악하면 된다.
약간 반항적으로 큰 콧구멍. 살짝 째진 눈이 위로 치켜져서 조금 재수 없어 보인다. 그런데 눈매가 선하게 보여서 싫은 인상은 또 아니다.
"소연아, 남자친구 어디가 마음에 들었어?"
넷째딸이 굳은 분위기를 풀었다.
"아빠 닮았어."
다탁에 비친 내 얼굴과 도둑놈 얼굴을 대조했다. 원통하다. 딱히 반박할 수 없구나. 객관적으로 품평하자면, 내가 좀 더 재수 없게 생겼다.
"그래. 이름은 뭐니?"
"제 이름은 구원자라고 합니다."
- 작가의말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다음 글은 여러 소재 중 고민하고 있습니다. 구원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글도 언젠간 펼치겠습니다. 세계관이 너무 방대해 섣불리 시도하진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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