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의 횡포
"자세히 말해 보아라."
"우선 대왕께서 홀로 가셔서 저들의 실력을 가늠하셔야 합니다. 대왕 모습도 보여주고요. 다만 짧게 싸우고 바로 퇴각하셔야 합니다."
"기분 좋은 계책은 아니군."
"그리고 변신술에 능한 자들을 뽑아서 대왕 모습을 취하게 한 후 저들에게 싸움을 겁니다. 하나씩 약한 놈부터 유인해서 무리에서 떨어지게 합니다. 그렇게 삼장 하나만 남으면 대왕이 납치해 동굴에 가두면 됩니다. 문 닫아걸고 열매를 먹이고, 열매가 효과 없고 저들이 진짜 강하면 삼장을 곱게 놔주고 도망칩니다. 저들은 서천으로 가야 하기에 오래 쫓지는 않을 겁니다."
두목 요괴는 무릎을 치며 계책을 꾸민 요괴를 칭찬했다.
"내가 무슨 덕이 있다고 너 같은 수하를 얻었을까. 이번 일이 성공하면 삼장 고기를 네게도 나눠주겠다."
"그럼 남은 자들은 동굴로 돌아가고, 대왕은 저들 실력 가늠하러 가시고, 저는 열매 따러 가겠습니다."
슬그머니 물러나서 분신법을 사용했다. 강함이 내 1/30 정도 되는 분신을 만들어서 열매 따러 가는 요괴를 미행하게 했다. 요괴를 죽이고 열매를 가로채 내게 가져오라 시키고 나는 삼장 곁으로 돌아갔다.
얼마 안 지나 요괴가 철을 단조한 굵은 지팡이 하나 들고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저팔계가 구치정파를 뽑아 들고 덤볐다. 사오정을 슬쩍 바라보니 전혀 싸울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요괴는 갑옷 대신 점이 잔뜩 박힌 이상한 디자인의 옷을 입었다. 눈은 시린 빛을 발하고 은빛 수염이 무척 멋들어지다. 광대가 튀어나온 대신 턱이 뾰족하여 사나운 느낌을 주지만, 아까 대화로 알 수 있다시피 무척이나 조심성 많은 요괴다.
구치정파와 몇 번 부딪친 요괴가 갑자기 줄행랑을 놓았다. 저팔계가 쫓아갔지만, 얼마 안 되어 무기를 질질 끌며 돌아왔다. 지형을 잘 모르는 저팔계가 무척 날렵해 보이는 요괴를 놓친 거였다.
요괴가 도망치고 얼마 안 되어 분신이 내게 열매를 가져오고 사라졌다. 열매를 보관한 후 나는 다시 분신술을 펼쳤다. 분신을 내세운 후 장안법을 펼치고 일행과 조금 떨어졌다.
과연, 요괴는 변신술에 능한 수하들을 보내 유인술을 펼쳤다. 저팔계가 제일 먼저 사라졌고, 다음으로 유인당한 건 개태였다. 세 번째로 사라진 건 내 분신이었고 사오정이 네 번째로 유인당했다.
백마와 백갑이 다섯 번째 요괴에게 힘을 합쳐 덤볐다. 그때 진짜 요괴 두목이 나타나서 삼장을 뒤에서 덮쳤다.
딱. 삼장을 움켜쥐고 성공의 희열을 만끽하는 요괴를 내가 뒤통수쳤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오행인으로 뒤통수를 시원하게 깠다.
요괴는 사타령의 세 요괴보다 약했지만, 쉽게 볼 상대는 아니었다. 일대일로는 사타령의 세 요괴도 표범 요괴를 쉽게 처리하지 못했을 거다.
그러나 나는 상대 계책을 미리 알고 그에 상응하는 계획을 세웠으며, 삼장을 내주면서까지 상대가 방심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놈이 등장하고부터 진체를 느끼려 애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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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팔계가 표범 가죽을 무척 탐냈지만, 나는 팔지 않았다. 푸른 사자 가죽과 표범 가죽은 조카에게 옷을 만들어줄 생각이다. 푸른 사자 가죽으론 정장을 만들 생각이고 표범 가죽은 힙합 스타일로 꾸밀 계획이다. 착용자의 몸에 맞춰서 크기가 변하는 여의로 만들 생각이기에 아직 손대지 못했다. 내가 아직 여의를 만들 깜냥은 아니다. 디자인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삼장에게 먹이려 했던 열매는 내가 먹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똥을 쌌다. 이래서 금선이 대라금선이 되기 위해 육신을 버리는 거구나. 나처럼 지옥 18층을 통과하며 단련한 사람도 몸에 버릴 게 남아있으니, 천궁에서 가문의 도움으로 편하게 금선까지 간 놈들 몸은 얼마나 더럽겠어.
삼장도 소원을 이루어 총각이 아니게 된 후부터는 스님이 되어갔다. 고기 먹겠다는 말도 하지 않고 백마 등에서 불경을 외우며 묵묵히 서천으로 향했다. 여자를 보고 일부러 피하면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가 남아있는 거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여자를 그냥 나무나 바위 보듯 대하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삼장이 점잖아지니 여행이 편하지만 심심해졌다. 나야 분신술 익히고 법술과 무공 결합하는 걸 고민하고 물리력 방사하는 걸 연습하느라 조용한 게 좋기는 하지만.
"저기 도시가 보이는구나."
저팔계가 반갑게 외쳤다. 반가운 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지구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니까. 동승신주나 남섬부주 음식은 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서우하주는 상상도 힘든 음식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도시에 가까워갈수록 실망만 커졌다. 들락날락하는 사람이 무척 많아서 번화한 도시인 줄 알았는데, 정작 도시 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야, 여기 왜 이래?"
저팔계의 말에 바삐 갈 길을 가던 남자가 어쩔 수 없이 멈췄다. 무시하고 그냥 가기엔 저팔계 얼굴이 너무 무서우니까.
"몇 년째 비가 내리지 않아 관리나 여자나 아이나 예외 없이 반나절은 먼 곳까지 가서 우물과 강의 물을 길어옵니다."
"기우제는 안 지냈고?"
"아무리 지내도 소용없습니다. 용하다는 자들을 많이 불렀고 부처도 직접 왔는데 다 실패했습니다."
"땅을 파서 강물을 끌어오면 되지."
"이상하게 운하를 파면 물이 바닥에 빠르게 스며들어 왕성까지 오지도 않습니다."
"제천대성, 여기 백성이 가여우니 비를 내리도록 해라."
삼장이 눈물을 글썽이며 내게 간청한다. 이건 이것대로 꼴불견이군.
"소용없어. 내가 내린 건 물이야. 땅에 기운을 주지 못하기에 농사짓는 데 도움이 안 돼."
"너 용왕이랑 친하다며?"
"용왕도 비를 내릴 때 천궁 허락을 받아야 해. 나 천궁이랑 사이 나빠."
그때 지나가던 관리가 끼어든다.
"천궁과 사이가 좋아도 소용없습니다. 천궁에서 일부러 비를 안 내리는 거니깐요."
"그게 무슨 얘기요?"
"여긴 천죽외군 중 하나인 봉선군입니다. 서천의 권위를 인정해 국가가 아닌 군으로 칭하는 거지요. 몇 년 전에 제사 지낼 때 부처에게 올리는 제물이 삼청에게 올리는 제물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외양이 똑같은 쌍둥이 돼지를 제물로 바쳤는데, 부처에게 바친 돼지가 영물이었습니다. 저희야 당연히 몰랐죠. 그 후부터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오해는 풀면 되는 거 아닌가?"
"왕궁에 가보시면 압니다. 천궁에서 해결책이랍시고 던져준 과제가 있거든요."
우리는 관리를 따라 왕궁으로 향했다. 대문으로 들어가니 일반 왕궁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 보였다.
쌀이 산을 이루었다. 과장 아니고 정말 삼각산 크기의 산이다. 왕궁보다 훨씬 큰 산이 왕궁 안에 있지만, 우리는 놀라지 않았다. 그 산에는 주먹만 한 병아리 한 마리가 있었다. 병아리가 꾸벅꾸벅 졸자 누군가가 꽹과리를 친다. 화들짝 놀란 병아리가 눈을 뜨고 모이를 쫀다.
옆에는 잘 삶은 면이 산을 이루었다. 산에는 자그마한 발바리 한 마리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통통한 배가 무척 귀엽다. 누군가 작대기로 쿡쿡 쑤시자 발바리가 억지로 입을 벌려 면을 삼킨다. 그러나 채 몇 번 씹지 않고는 멈췄다. 배가 너무 꽉 차 있는 거다.
그 옆에는 쇠사슬이 언덕을 이루었다. 쇠사슬 밑에 산들바람에 휘청이는 촛불 하나 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꺼질 듯 말듯 사람 애간장을 태운다.
"뭐 하는 거지?"
"저 병아리가 쌀알을 다 쪼아먹고, 저 강아지가 면을 다 삼키고, 저 촛불이 쇠사슬을 다 녹이면 비를 내려준다고 합니다."
천궁 놈들이 밴댕이 소갈딱지인 거야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건 그냥 다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부처한테 말해보지 그랬어?"
"가끔 나한들 보내 대신 물을 길어주기는 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처라도 천궁에 밉보이는 건 두렵겠죠."
거리 이론이 있다. 뭔가에 열광하기에 적당한 거리가 있다는 거다. 그 거리보다 멀면 관심이 없고, 가까우면 실체를 잘 알아서 열광하기 힘들다. 우리는 이미 서천의 실체를 잘 아는 거리에 들어섰다. 관리는 서천과 부처를 객관적으로 잘 판단했다.
"나라면 며칠이면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저팔계의 말에 관리가 고개를 젓는다.
"저 셋을 제외하고 누구라도 개입할 수 없습니다."
저팔계가 면으로 된 산에 다가가서 손으로 면을 움켜쥐려 했으나 실패했다. 마치 허상처럼 손에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이 나라에 무슨 보물이 있지? 내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관리는 자신이 감당할 일이 아니라며 급히 안으로 뛰어갔다. 평범한 인간이 쌀로 된 산을 뚫고 지나가는 모습이 참 기괴하다. 그러나 왕궁 사람들은 이미 익숙한지 쇠사슬이나 쌀과 면으로 된 산을 마구 지나다녔다.
"이 갑옷은 일체형으로 여의급 법보입니다. 공작의 꼬리 깃털로 만든 갑옷이라는 전설이 있죠."
계약으로 가늠했는데 내가 이득이다. 평범한 갑옷은 아니라는 뜻이군. 국왕과 계약을 맺었다. 어디부터 시작할까?
병아리에게 분신술을 사용했다. 반절관음(半截觀音)이라 자처하던 요괴의 비법서 덕분에 익힌 재주다. 병아리가 흐물흐물해지더니 둘이 되었다.
구경하던 왕과 대신들이 감탄을 토했다. 외인이 간섭하지 못하면 당사자를 늘이면 된다. 내 생각에 부처 중에 이런 재주를 가진 자가 적지 않겠지만, 아직 서천과 천궁이 겉으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중얼중얼 주문을 외웠다. 왕과 대신들의 눈에 기대가 듬뿍 서렸다. 난 관종이라 관심 주면 신나서 더 잘한다. 저런 눈빛에 부담을 얻고 실패하는 소심이는 아니다.
넷이 되었던 병아리가 여덟이 되고, 열여섯이 되었다.
"좀 쉬어야겠다. 쉬운 일이 아니네."
본인이나 귀속한 무기에 사용하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나랑 완전히 남남인 병아리에게 사용하려니 너무 힘들다.
마음이 급했는지 대신이 꽹과리를 친다. 화들짝 놀란 병아리들이 모이를 쪼는 속도가 빨라졌다.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어 십살총을 꺼냈다.
십살총에 스트레스를 받은 병아리들이 먹는 거로 풀었다. 저러다 수류탄처럼 꽝 터지는 게 아닐까 걱정할 정도로 병아리들이 먹어댔다. 까딱이는 모습이 마치 나무 쪼는 딱따구리 같았다.
정신력을 충분히 회복한 후 분신술을 사용했다. 병아리가 30이 되었다. 두 마리가 사라졌지만, 내 예상보다는 훨씬 낫다. 더러운 걸 배출하는 열매를 먹은 덕분인 것 같다.
그렇게 병아리가 수백 마리가 되니 밤이 이슥해졌다. 횃불을 켜놓고 구경하던 왕과 대신들도 꾸벅꾸벅 졸았다.
나도 오랜만에 잠을 잘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그만 쉬자고 제안했다. 그때 우리를 왕궁까지 안내한 관리가 다가와서 말했다.
"그 새총처럼 생긴 보물을 빌려주실 수 있습니까. 그게 있으면 병아리들이 더 빨리 먹어치우더군요."
나는 십살총을 관리에게 넘기고 환관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신선이나 요괴 그리고 수련자의 잠은 일반인보다 훨씬 깊다. 정말 들어가도 모를 정도로 잤다. 오행인이 지켜주기에 기습 따위는 걱정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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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로 된 산이 사라지자 왕과 대신들이 눈물을 펑펑 쏟았다. 삼장도 눈을 지그시 감고 합장한 채 불경을 나지막이 외웠다. 무저동 이후 오히려 서천에 일찍 도착하고 싶어했던 삼장이지만, 봉선군 백성의 고난을 쉽게 지나칠 수 없는지 보름 동안 한 번도 나를 재촉한 적이 없었다.
강아지 차례가 되자 난감하다. 병아리는 십살총으로 위협할 수 있지만, 강아지는 그게 어렵다. 호랑이를 데려와도 저 하룻강아지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을 거다.
일단 병아리를 통해 갈고닦은 분신술로 강아지를 만 마리 넘게 만들었다. 본체는 내 말을 안 듣지만 분신은 내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나는 반나절 달리고 반나절 먹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면을 다 먹으면 사라지라는 명령도 잊지 않았다. 병아리는 실수로 사라지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아서 십살총으로 모조리 잡아버렸다. 안 그랬으면 병아리 떼는 폭도가 되어 왕성 창고의 쌀을 다 먹어치웠을 거다.
나랑 상관없는 분신들이어서 내 명령을 제대로 듣지는 않았다. 종일 뛰어다니는 강아지도 있고 먹기만 하는 강아지도 있다. 내가 시킨 대로 뛰는 것과 먹는 것을 5대5로 지키는 강아지는 열도 안 되었다.
그래도 산이 줄어들기만 하고 늘어나지 않으니 시간이 좀 더 걸렸을 뿐 결국 면으로 된 산도 사라졌다. 이 소식이 밖으로 전해졌는지 침체하였던 도시 분위기가 다시 살아났다. 사람은 희망만 있어도 즐거울 수 있는 존재니까.
"이건 어떡하지?"
촛불이 만 개를 넘어 십만도 초과했지만, 쇠사슬은 아무 변화도 없다. 이것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다. 불이 아무리 많아도 쇠사슬을 녹이지 못한다. 필요한 건 온도가 무척 높아 쇠사슬을 녹일 수 있는 불이다.
"은인. 촛불을 겹칠 수 있습니까?"
백마의 말에 고개가 저절로 갸우뚱 기울어진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촛불에 촛불을 겹치면 더 강해지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촛불 여럿이 같은 곳을 동시에 태운다는 말이지? 이거 붕천권의 첩경(疊勁)과 비슷한 원리잖아. 나는 왜 충분한 지혜와 지식을 가지고도 이런 생각을 못 할까?
이건 반절관음의 책에도 없던 내용이다.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만이 넘는 분신이 나와 합쳐진다면?
와씨. 소름 돋았다. 내가 아닌 손오공이 이 방법을 쓴다면? 손오공의 1/48의 강함을 갖춘 분신이 1만 합치면, 대충 200배 강해지는 건가?
뭐 1에 1을 더해서 꼭 2라는 법이 없으니까 강해지는 정도가 200배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이게 2보다 더 크다면?
잠도 자지 않고 휴식도 하지 않고 촛불에 촛불을 겹쳤다. 정신은 피로를 호소하고 마음은 휴식을 외쳤지만, 정신 나간 사람처럼 분신술로 만든 촛불을 겹치는 데 집중했다.
기체 상태의 불이 드디어 액체 상태의 불이 되었다. 삼매진화보다는 격이 한참 떨어지지만, 계속 중첩하면 뭔가 달라지겠지.
계속 겹치다 보니 왕궁은 온통 촛불로 물들어졌다. 겹치다 촛불이 부족하면 분신술로 늘이고, 실패하면 다시 처음부터 겹치고. 매크로 무한 반복이다.
"누구야?"
갑자기 느껴지는 강한 법력에 소리를 질렀다.
"미안하오. 지나가던 나그네인데 잠깐 들렀소. 방해하지 않을 테니 구경만 하게 해주시오."
그때 삼장이 일어나서 공손히 인사했다.
"금선자 환생 삼장법사입니다. 부처님께 인사드립니다."
"저보다 더 높으신 분이 이러시면 제가 감당하기 힘듭니다. 편히 앉으시지요."
"지금은 속세의 태를 쓴 몸. 어찌 예전의 지위로 사람을 함부로 대한다는 말입니까. 저는 지금 그저 경을 취하러 가는 범부일 뿐입니다."
- 작가의말
표범 요괴 파트가 유독 짧습니다. 원작을 보신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원작에서 저 파트가 얼마나 고구마인지.
간략하게 적으면, 손오공이 요괴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저팔계를 속여서 앞에 먹을 게 있다고, 가서 잿밥 좀 얻어오라고 시킵니다. 그러고는 저팔계가 질 것 같으니 화냅니다. 저놈이 지면 속였다고 내게 지랄하겠구나 이러면서. 여기 첫 고구마.
다음 요괴가 수하를 자신으로 분장시킨 후 갑옷을 입혀 유인합니다. 멍청한 손오공이 유인에 당하고, 혼자 남은 삼장이 잡힙니다. 두 번째 고구마.
요괴가 삼장 먹으려는데, 졸개가 말립니다. 그러다 손오공이 화나서 대왕 죽이면 어떡해요? 뭥미? 여기서 세 번째 고구마. 그럼 아예 삼장 잡지나 말던가.
나무로 사람 머리 만들어 동굴 밖으로 던집니다. 그러면서 삼장 이미 먹었다 이래요. 그런데 나무가 바닥에 통통거리며 떨어져서 가짜임이 들킵니다. 그러니까 이번엔 진짜 사람 머리를 던집니다. 손오공이 삼장 죽었다고 울면서 그만 흩어지자 합니다. 네 번째 고구마.
그래서 짧게 바꿨습니다. 솔직히 이 글 준비하면서 서유기 읽다가 억지 전개, 요괴가 손오공이 구출할 때까지 삼장 안 먹는 거, 손오공 무력이 고무줄인 점, 요괴 하나 어쩌지 못해 천궁이나 관음보살에게 도움 청하는 점, 억지 감동, 그 외에도 수많은 고구마 때문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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