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훈련 개시
백기가 나타난 후, 중국 측에서 설치한 카메라들이 모조리 고장 났다. 드론 몇 개를 날렸다가 전부 추락한 후 더는 귀찮게 굴지 않았다.
중간에 통화 몇 번 했는데, 위성으로 지켜보려다가 위성과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백기 좀 짱인듯.
[영웅과 이어진 분이 바로 그분인가요? 허상뿐인데도 힘이 정말 장대하시군요.]
인연의 끈이 적어지면서 백기의 감각도 예민해졌다. 우두룡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던 손오공을 감지해냈다.
이곳이 백기의 거처여서 버프가 있다는 점을 참작해도, 꽤 대단한 귀신이다.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저승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수많은 저승의 십왕 자리가 비워졌고, 저승사자들이 그 자리를 메꿔야 했습니다. 저도 이것밖에 모릅니다. 저는 그 후에 태어났거든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굵은 줄들만 남았다. 약한 고리가 느껴지자 몸이 알아서 움직였다.
서걱 소리가 귀에 들린다. 물론 환청이다. 정신을 너무 집중해서 없는 소리까지 만들어낸 거다.
갓 잡아 올린 장어처럼 펄떡거리며 다시 이어지려는 인연의 줄을 잡고 법력을 쏟아부었다.
치지직 소리가 나며 줄이 타버린다. 이건 환청이 아니다.
[대단하십니다. 인연의 실을 함부로 자르면, 자른 사람에게 엉겨 붙습니다. 저승에서도 감히 못 하는 일인데 영웅께서는 정말 쉽게 해내시네요.]
"제가 인연이 잘 얽히지 않는 체질이라서요."
손오공의 대리자이기에 새 인연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가족이나 회장님 그리고 협회의 할아버지와 형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조금 쉴게요. 발버둥이 버겁네요."
인연의 끈은 끊어지면서 엄청나게 투정질을 부린다. 그 투정을 다 받으니 홀로 유치원 하나 떠맡은 느낌이다. 힘든 것보다 지친다고 해야 하나.
내가 말한 보름이 되는 날. 인연의 끈 하나를 남겨두고 백기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원한이 아닌 인연에 묶여 이승에서 2천여 년을 고통받았으니. 제 잘못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저승에 가서 벌을 받았으면 마음이라도 편했을 거다.
[이 은혜 두고두고 갚겠습니다.]
"계약인데요 뭘."
톡 하고 마지막 인연이 끊겼다. 능숙하게 줄을 잡고 법력을 쏟는다. 가장 굵은 줄인데도 이미 능숙해진 내게는 거미줄처럼 느껴졌다. 투정을 얼마 못 부리고 줄이 다 타버렸다.
[고객님. 감사드립니다.]
갑정무갑이 갑자기 나타났다. 너님은 또 왜요?
[갑갑갑갑 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저에게 염라전까지 안내할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뒷말은 백기에게 한 거다. 백기가 1급 공무원이었어?
[염라대왕의 큰아들입니다.]
"염라대왕 백 씨였어요?"
[아뇨. 백기는 양계의 이름이죠.]
어느새 백무상 차림으로 바뀐 백기의 등 뒤에 커다란 깃발이 나타난다. 갑정무갑이나 실수로 나를 저승으로 부른 품번도 받지 못한 백무상의 초혼번과는 격이 다르다.
백기가 초혼번을 휘두르자, 40만 정도 되는 귀신이 몰려왔다.
[영웅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후 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갑정무갑이 앞장서고, 갑갑갑갑이 뒤따랐다. 그 뒤로 40만이 넘는 귀신이 따랐고.
"여보세요. 일 모두 끝났습니다. 법보 재료 고르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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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어디 아프시면 제가 드린 염주 힘껏 문지르세요. 절 생각하면서. 그럼 멀리서도 어머니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요."
"아들 키워봤자. 어미만 어미고 아비는 남이야. 둘째는 딸로 낳았어야 했는데."
그러잖아도 저쪽 세상에서는 딸 비스름하게 됐거든요.
"아버지는 액이 없다니까요. 형도 마찬가지고. 어머니는 병환이 하나 남아있다고 했어요."
"누가 그래?"
"염라요."
아버지가 목소리를 낮추신다.
"너 염라대왕이랑 친해?"
"안 친해요."
"아빠 수명 좀 늘리면 안 될까?"
"그거 아빠 70 넘은 뒤에 다시 얘기하죠. 아직 환갑도 안 되셨는데요."
"세혼무 혹시 고급 버전 없어?"
"당신. 수련 떠나는 애 심란하게 자꾸 이상한 얘기만 할 거예요?"
"형수님. 모지리 형 잘 부탁드립니다. 조카 순산하시고, 돌아와서 좋은 선물 드릴게요."
"말씀 감사해요. 도련님."
손대기 이 짐승. 결혼한 지 몇 달이라고 벌써 임신이야?
"나한테는 뭐 없어?"
"형수님으로 만족이 안 되시나 봐요. 손 검사님."
"우리 사랑은 네 세 치 혀로 갈라놓을 수 없다."
"세계정복 도와드릴까요?"
형이 쭈그러들었다. 그러니까 일기 쓰실 때 좀 신중하셨어야죠.
형 중2 때 일기책은 내가 보존 속성을 부여했다. 찢어지지도 태워지지도 않는다. 법보 재료 하나 소모했다. 하나도 안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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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들렸던 토지묘보다 조금 더 큰 곳에 도착했다. 일단 쉬자.
공간을 찢고 토지묘에 도착하니 벌써 힘들다. 정상적인 경로로 저승에 가는 게 아니어서 저승이 내게 적대적이다.
어차피 수련하러 가는 것이기에, 환경이 적대적일수록 좋다. 운동선수들이야 편한 환경에서 훈련해야 하지만, 나는 기량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환골탈태하러 가는 거니까.
- 자. 황천길 오르자.
어감이 좀 그렇다. 최종 목적지가 지옥이기는 하지만, 웬만하면 황천길, 지옥 같은 말은 안 들었으면 좋겠다.
손에 법력을 두르고 공간을 찢었다. 수많은 공간이 보인다. 황천길이 느껴진다. 비집고 들어갔다.
50미터를 걷고 다시 공간을 찢었다.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망천하가 확연히 느껴진다. 장안법을 펼친 채 어쩔 다리를 건넜다.
망향대를 지나친 후 악구령 앞에 섰다. 여의금고봉을 꺼내 들었다.
- 뭐 하려고?
형님. 저놈들이 내 어디를 물려고 할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저 지금 총각인데, 거기를 물려는 강아지 있나 궁금해서요.
- 저승에 침입을 들키려고?
어차피 내가 지옥 들어가면 다 아는 거 아닌가요?
- 인마. 지옥에서 네가 모습을 드러내면 어떻게 지옥까지 갔는지 모르잖아. 그런데 지금부터 모습을 드러내면, 네가 어디쯤으로 지옥에 갔는지 알아내려고 샅샅이 수색할 거 아냐. 이 통로는 나밖에 모르는데.
여의금고봉을 도로 넣어두었다. 내가 어떤 죄들을 지었는지 악구령에서 조금 알아보려 했는데,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금계산도 지나서 야귀촌에 도착했다. 온갖 해괴망측한 귀신들이 세혼무를 열심히 추고 있다. 몸이 성한 데 하나 없이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놈도 있다. 너 다음 생에는 송충이로 태어날 것 같구나.
- 저기 우물 보이지?
안 보이는데요.
- 마음으로 봐.
형님. 가장 낮은 곳이라고 말씀하시죠. 굳이 왜 우물이라는 이름을 붙이십니까.
- 내겐 우물로 보이니까. 너는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야귀촌 귀퉁이에 푹 파인 곳이 있다. 나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중간에 턱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손에 법력을 모아 방해하는 막을 찢었다. 몸이 쑥 빨려 들어간다.
안녕. 지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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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1층. 이름은 집게 지옥.
채새국의 대해강에서 봤던 게 장군과 비슷한 크기의 무쇠 게가 득실거린다. 둥근 앉은뱅이 밥상 크기에 몸이 금속으로 된 게들이 협동해서 영혼을 잡아둔다.
집게발을 입에 비집어 넣은 후 벌린다. 입을 애호박이 들어갈 만큼 크게 벌린 후, 작은 집게발이 혀를 끄집어낸다.
오른 집게발은 크고 왼쪽 집게발은 작다.
잔인한 게들은 혀를 단숨에 뽑아내는 게 아니라, 당겼다가 좌우로 찢었다가, 위아래로 흔들다가 놔주기도 하고. 한참 가지고 놀다가 혀를 뽑아낸다. 쑥 뽑는 게 아니라 살살 당겨서.
혀를 뽑아냈다고 끝이 아니다. 뽑힌 자리에서 더 긴 혀가 자라난다. 그럼 게들은 새로 자란 혀를 당기고 찢으며 유린하다가 또 뽑아낸다.
평생 혀로 죄를 몇 번 지었으면 혀가 몇 번 자란다.
오공이 형님.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요?
- 너무할 게 뭐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해서 지옥에 안 떨어지면 되지. 지옥에 안 오는 영혼이라고 평생 죄를 안 지었을까. 죄보다 공이 훨씬 크니까 벌 안 받고 넘어가는 거지.
그럼 지옥에 직접 발을 들인 나는 뭐지? 내가 상상한 지옥은 이런 아수라장이 아니었다. 용암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유황 연기가 자욱한 곳. 거기에서 내가 책상다리를 하고 눈을 감고 고요히 명상하며 수련하는 장면이었다.
- 여의금고봉 꺼내고 장안법이나 풀어. 너 무공수련 하고 싶다고 타령을 불렀잖아.
그 말을 한 내 혀를 뽑아버리고 싶다. 물론 자력으로. 저 무시무시한 무쇠 게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전혀 없다.
장안법을 풀자 게 몇 마리가 몰려온다. 이것들이 사람을 뭐로 보고.
나를 잡으려는 게들을 여의금고봉으로 때렸다. 찌그러진 게들이 옆으로 달려 도망친다. 바닥에 버려진 뽑힌 혀를 집게발로 집어서 입에 넣는다. 찌그러진 등딱지가 슬슬 다시 부풀어 오른다.
- 집게발을 공격해.
마구잡이로 휘두르던 금고봉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시각에 원하는 힘 크기로 원하는 목표에 적중해야 한다.
무공은 간단하다. 시간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 그걸 통해 상대를 타격하거나 나를 보호하는 목적에 도달하는 것.
억지로 집게발을 의식하며 금고봉을 휘둘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머리가 비워졌다. 남의 일 구경하듯 내가 싸우는 모습을 내가 지켜본다.
마치 자각몽을 꾸는 듯한 아슬아슬한 모습이다. 자칫하면 지금 상태가 깨질 것 같아서 무척 조심스럽다. 여의금고봉이 휘둘러질 때 소리가 거의 안 나고, 열 마리 게에 에워싸여도 전혀 파탄을 드러내지 않고 대응했다.
여의금고봉에 집게발이 찌그러진 게들이 한쪽 구석에 몰렸다. 와작와작 서로 씹어먹는다. 그러더니 훨씬 큰 무쇠 게가 되어 다시 덤볐다. 덩치가 커진 만큼 밥상 크기 게들의 방해를 안 받고 훨씬 먼 곳에서 나를 공격했다. 마냥 집게로 집으려는 밥상 게들과 달리, 합체로 커진 게는 집게발을 휘둘러 나를 타격했다.
- 몸도 사용해야지.
팔꿈치나 주먹 심지어 발등으로 작은 게들의 집게발을 쳐냈다. 여의금고봉은 큰 게의 집게발을 쳐내는 데 집중했다. 통배권과 장권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권법이 점점 내 몸에 녹아들었다.
내 몸통 몇 배나 되는 집게발이 운석처럼 머리로 떨어진다. 그런 집게발이 세 개나 된다. 몸을 움직여 피하기에는 내 주변에 게가 너무 많다.
여의금고봉을 휘둘렀다. 마치 미국 모 스포츠 브랜드의 로고처럼, 매끈한 곡선을 그리며 가장 먼저 도착한 집게발을 후려쳤다.
여의금고봉에 맞은 집게발이 튕기며 남은 두 집게발의 경로를 교묘하게 방해했다. 세 집게발이 충돌하고 엉켰다. 둘은 무사했지만, 하나는 몸통에서 분리되었다.
연환퇴로 작은 집게발 세 개를 연속 걷어찼다. 그 틈에 몸에 가까워진 집게발들은 어깨와 팔꿈치로 튕겼다. 몸에 닿은 집게발들은 손가락으로 튕기거나 몸을 털어서 떨쳐냈다.
작은 틈이 생기자 여의금고봉을 휘둘렀다. 한 번 휘두르니 집게발 십여 개가 허공으로 날아간다. 집게발을 잃은 게들이 옆걸음으로 전장을 이탈. 어느 정도 숫자가 모이면 자기들끼리 씹어 삼키며 큰 게로 변한다.
- 잘하고 있어. 난 네가 혀를 세 번은 뽑힐 거로 생각했는데.
솔직히 나도 의외다. 손오공이 예전에 말한 것처럼 난 무공에 재질이 없다. 법술도 분신술이나 거신법이나 변신술 등 몸과 관련한 법술은 재능이 부족하다.
- 구엽영지초 덕분인 것 같기는 한데. 아무렴 어때. 네가 무공도 잘하면 좋은 거지.
처음 만났을 때는 손오공이 무척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니 슬슬 밑천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난 공부 열심히 해야지. 협회 사람들에게 밑천 안 들키려면.
무아지경에 가깝게 움직이는데, 공격이 멈췄다. 뭐지 싶었는데. 뭔지 바로 알겠다.
커다란 게들이 몰려가서 서로 씹어 삼키고 있다. 더 커지려고? 더 커져서 어쩌려고?
게 고기가 상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내가 10년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무쇠 게가 등장했다. 최종 보스?
- 저놈을 쓰러뜨리면 다음 지옥으로 갈 수 있다.
왜요? 게임도 아니고. 왜 보스몹을 만들어놓는 거죠?
- 이 지옥에서 너를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저놈마저 실패하면 너를 다음 지옥으로 쫓아 보내는 거지.
바이러스가 된 느낌이다. 항체들이 나를 어쩌지 못하자 다른 곳으로 쫓아 보낸다. 나를 계속 붙잡고 있다가는 다른 죄인들 혀를 뽑는 작업에 영향을 받을 테니까.
안 그래도 내가 등장한 후 갖고 놀지 않고 혀를 쑥쑥 뽑아내고 있다. 많은 게가 나 때문에 집게발을 잃었거나 내게 묶여있으니까.
형님. 투지가 전혀 안 느껴지는데요?
- 그냥 져주고 널 빨리 쫓아 보내자는 생각인 것 같다.
지옥 실망인데요. 저는 지옥 훈련 각오하고 왔는데, 얘네는 투지조차 없네요.
- 얘네는 이게 일이야. 이걸로 음덕을 쌓아서 저승사자가 되는 게 꿈인 애들이라고. 왜 네 수련을 도우려고 투지까지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세상 자체가 승진을 위해 돌아가는구나. 천계도 그렇고 음계도 그렇고. 용궁에서도 관직 얻으려고 뇌물을 대놓고 바치고. 하계도 뭐 청렴이요 부패 척결이요 하지만 결국 뇌물로 세상이 돌아가고.
게가 옆으로 걸어온다. 이건 정말 적응되지 않는다. 집게발 두 개를 높이 쳐든 게가 기회를 엿본다. 투지는 없지만, 작두에 모가지를 들이밀 정도는 아니었다. 이기면 좋고 못 이기면 말고 이지, 빨리 져버리자는 마음가짐은 아닌 것 같다.
자. 깔끔하게 끝내려면 머리를 써야지.
집게발은 주로 내려치는 공격과 찌르는 공격, 찔러오다가 덥석 집는 공격 총 세 가지다.
나는 혀를 쑥 내밀었다. 내 빈틈을 노리던 게는 내가 내민 혀의 유혹을 참아내지 못했다. 내 혀가 얼마나 섹시했으면, 혀끝을 날름하자마자 집게발 둘이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에 떨어질까?
형천의 순수한 물리력 수십만 근을 법력의 도움으로 더 키웠다. 허리를 돌리고 허벅지에 힘을 주면서 금고봉에 회전력을 살짝 보탰다. 빌딩 크기만 한 집게발 두 개가 동시에 길어진 여의금고봉과 충돌했다.
쩌적 소리와 함께 집게발이 부서졌다. 급속 조각이 비처럼 떨어진다. 집게발을 잃은 게가 몸으로 날 깔아뭉개려고 넙죽 뛰어온다. 이놈, 앞으로 뛸 줄도 알잖아.
골프로 원거리 샷 날리는 것처럼, 몸을 180도 돌리면서 여의금고봉으로 게의 몸통을 두드렸다. 게의 몸통도 집게발과 마찬가지로 금속 조각이 되어 비처럼 내렸다.
바닥에 떨어진 금속 조각들이 꾸물거리며 도망친다. 내가 뭐 어쩌겠다는 것도 아닌데, 역병 걸린 놈 피하는 것처럼 다급하다. 죄인의 혀를 뽑던 게들도, 죄인을 끌고 내게서 멀어진다.
허공에 검은 점이 하나 나타났다. 점점 커지더니 나를 빨아들인다. 일단 버텼다. 흡력이 점점 강해진다.
- 힘 풀어. 2층 지옥으로 가는 통로야.
잽싸게 장안법을 펼친 후 힘을 풀었다. 블랙홀이 연상되는 구멍에 쑥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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