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대성
나는 비범한 아이였다. 어릴 적부터.
나는 내 특별함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이 없는 듯했다. 조롱과 무시, 무고와 중상, 비방과 비난. 끊임없이 나를 시련에 빠뜨렸고, 자신을 평범하다 여기도록 핍박했다.
각박한 세상에 굴하지 않았다. 가끔 흔들린 적도 있고 바닥까지 주저앉은 적도 있었다. 특히 15세가 되고 중2병이라는 병명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의심하며 끝없이 괴로워했다.
그러던 오늘, 내겐 확신이 생겼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난 게임에 빠져있었다. 군대 간 형의 핸드폰과 형의 계정으로.
튜토리얼 보상으로 신화급 아이템 '마룡의 알', 신화급 소환수 황금갑옷을 입은 원숭이를 얻었다.
뜻밖의 행운으로 기쁨에 겨워, 홀로 침묵의 포효를 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게임을 계속하려는데 어느새 핸드폰이 고장 났다. 잠들기 전까지 승강이질했지만 다신 켜지지 않았다. 찝찝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고, 감자마자 뜬 눈은 내게 새로운 세상을 펼쳤다.
따스한 햇볕이 오른 볼을 핥고 시린 달빛이 왼뺨을 어루만진다.
흰 껍데기의 알이 애교 부리듯 몸을 떨고 검고 단단한 바위가 목놓아 호소한다.
높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웅장한 바위산이 웅크린 채 흥미진진하게 팝콘 통을 더듬거리고, 넘실넘실 춤추던 흰 바다가 구경났는지 자꾸 기웃거린다.
이건 꿈이 아니야.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당황이 아닌 기쁨 때문에.
평범한 15세들과 다른, 나만의 특별함이 끝내 발현했다. 매일 상상하던, 일상적이지 않은 마법 같은 하루. 기어이 기다려냈다. 내가 간절히 기다리고 소망하던 이 날.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일은 하나. 선택. 침착하자.
알에는 마룡, 바위에는 원숭이. 황금갑옷 원숭이가 서유기에 출연한 손오공이 틀림없다고 장담한다.
바위를 선택하면 손오공이 내 사부가 되고, 알을 선택하면 마룡을 정복해야겠지. 내 평소 상상이랑 다른 상황. 생소함에 당황하지 말자.
고민하자. 긴장을 잊고 냉철하게.
하나는 편하게 승승장구 달리는 길, 하나는 고난의 연속인 길. 평소 나라면 마룡의 알을 선택해서 고난의 길을 걸었겠지. 만약 다른 선택지가 손오공이 아니었다면.
고민은 짧았다. 나는 바위를 어루만졌다. 팬까지는 아니지만, 서유기 읽으면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다. 제일 싫은 건 삼장법사, 다음으로 싫은 건 저팔계. 사오정은 공기 같은 존재.
알을 비추던 달빛이 바위로 옮겨갔다. 잽싸게 눈길을 돌렸지만 늦었다. 파도에 쓸려갔는지 모래 속으로 기어들어 갔는지. 그냥 사라진 거였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쉬울 리가.
햇빛과 달빛 모두 핀 라이트처럼 바위에만 집중했다. 땅에서 모래가 뭉쳐 올라와 바위를 받쳤다. 물줄기가 적시고, 불덩이가 데웠다. 나무가 우후죽순처럼 자라났고, 가위가 나무를 싹둑싹둑 잘랐다.
도자기 만드는 것처럼, 모래 뭉치가 바위를 뱅글뱅글 돌렸다. 돌릴수록 바위는 점점 작아졌다. 바위 부스러기들이 바닥에 후두두 떨어졌다.
두 눈 부릅뜨고 주시했다. 숨소리마저 죽였다.
시간이 고요히 흐른다. 바위만 남고 모두 사라졌다. 햇빛과 달빛도 바위를 피해 다른 곳만 비췄다. 바위는 아까 마룡의 알 크기로 작아졌다.
뭘 선택하든 마룡이 튀어나오는 걸까? 쓸데없는 상상이 내 불안을 부추긴다. 심호흡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머리를 세게 흔들어 잡념을 털어냈다.
내 불안을 딛고 바위가 쪼개졌다. 숨이 탁 풀린다.
비록 황금갑옷도 없고 피처럼 붉은 부츠도 안 신었지만, 아까 봤던 원숭이가 틀림없다. 돌 원숭이가 나를 향해 반갑게 뛰어왔다.
내 순결. 첫 키스. 원숭이는 다짜고짜로 나랑 입을 맞췄다. 이게 꿈이었으면. 입술이 전해오는 따뜻한 감촉이 나를 잔인하게 괴롭혔다.
혀는 서로 안 닿았으니 이건 뽀뽀다. 내 첫 키스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렇게 위안해보지만,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아프고 허전하다.
- 나는 혼원일기상방태을금선미후왕제천대성 손오공이다.
混元一氣上方太乙金仙美㺅王齊天大聖 孫悟空
혼원일기는 손오공이 태초에 생겨나서 붙은 거고, 상방은 삼계 위에 존재함을 뜻한다.
서유기는 태을금선이 뭔지 안 알려줬다.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아이였다. 어렵게 중국 사이트에서 검색하고 번역기를 돌렸었지. 번역기가 후져서 정확히 알아내지 못했지만, 중국인들은 태을금선이 대라금선보다 조금 더 위라고 여기는 듯했다.
미후왕은 아름다운 원숭이 왕이라는 뜻으로, 손오공이 초반부터 사용한 별호.
마지막 제천대성. 내 게임 캐릭터 이름이기도 하다. 나는 충북 제천시 대성중학교 2학년 3반 18번 손대성. 비범한 아이다.
- 자, 수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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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왜 푸를까? 어려서부터 궁금했는데 인제 와서 풀렸다. 바닷물 성분 어쩌고 햇빛의 산란 어쩌고는 다 개소리. 바다는 푸르고 싶어서 푸르다.
발에 밟히는 모래가 알알이 다 느껴진다. 오른편에 있는 바다는 흰색. 만약 바닷물 성분 어쩌고 햇빛 산란 어쩌고 하면 저 바다도 푸르러야 한다. 그러나 저 바다는 희고 싶어 했고, 그래서 희다.
감촉이 달라졌다. 콕콕 찌르는 모래 대신, 탁탁 때리는 바위가 밟힌다. 이미 화과산을 20만 바퀴 이상 돌았다.
발에서 전해지는 통증이 내 발걸음을 멈추려 한다. 멈추면 실패. 배가 너무 아파 똥을 쌌더니 실패했다. 웬만하면 참았겠지만, 격투기 챔피언이랑 복싱 챔피언이 아픔을 합쳐서 때린 듯한 고통은 견디기 힘들었다.
다시 감촉이 달라진다. 포근한 이끼들이 내 발을 편하게 감쌌다. 왼쪽에서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폭포 덕분인지 이쪽은 푸른 이끼가 바위를 덮어서 보기가 좋다. 저쪽은 풀과 관목이 군데군데 있지만, 전체적으로 황량한 느낌을 준다. 이끼는 미끄러울 거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부수고, 내 발을 편하게 보듬어줬다.
다시 감촉이 모래로 바뀌자 나는 멈춰 섰다. 자신 있게 외친다.
"천 바퀴 완성."
- 998. 다시 뛴다.
손오공은 사부가 아닌 형이 되었다. 의뢰를 끝내야 진짜 형이다. 지금은 그저 동네 형 부르듯 호칭만 형.
저승에 가면 십왕이 무릎 꿇고 영접하고, 용궁에 가면 바다가 들썩인다. 천계에 가면 신선들이 피해 다니고 하계에 내려가면 모든 요괴가 소굴에 들어박혀 나올 엄두를 못 낸다.
이게 바로 제천대성 손오공. 그런 손오공의 동생이 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내가 의뢰를 완수하는 순간, 세상이 내게 꿇으리라.
이런 메리트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수련에 열심히 임했을까? 답은 '예'. 나는 특별한 아이였지만 평범한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특별함을 찾으려 노력했고, 언제나 실패했다.
내가 내린 결론을 말하자면, 노력 없이 특별해질 수 없는 법. 기회가 주어진 지금, 그 기회를 질식할 정도로 꽉 부둥켜안겠다.
잡념으로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발을 헛디뎠다. 몇 바퀴 돌았던지 까먹었다. 개의치 말고 계속 뛰자. 감으로 천 바퀴라고 생각될 때, 모래사장에 멈췄다. 천 바퀴를 외치는 내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 다시 뛴다.
모래, 바위, 이끼. 모래, 바위, 이끼.
열심히 뛰다가 갑자기 멈췄다. 무슨 정신인지 세지 않고 그냥 뛰었다. 러닝 하이인가?
- 천 바퀴 달리기 완성. 다음 수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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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푸, 어푸.
차가운 바닷물이 나를 차갑게 밀어냈다.
두 번째 수련은 어려웠다. 이 바다는 좀 이상하다. 꼬집어 말하기 힘들지만, 이 바다는 어딘가 특별하다.
- 자, 장안법(障眼法)을 네게 가르쳐주마.
몇 번이나 해변으로 떠밀려오고 나서야 손오공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다는 내 생기를 빨아간다. 생기가 빨린 나는 저항도 못 하고 해변으로 떠밀려왔다.
- 장안법은 늘 펼치고 있어야 한다.
특별한 존재들로부터 몸을 숨기는 방법. 신선과 부처, 요괴랑 귀신의 눈을 피하는 법술이다.
장안법은 전투기의 스텔스 코팅, 군인의 위장 색, 여자의 화장 같다. 장안법은 상대의 인식을 흐린다. 싸울 때 장안법을 꿰뚫어 보지 못하면 정확한 타격이 어렵다.
- 장안법을 펼치고 헤엄쳐라. 바다가 너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손오공은 72가지 법술이 있고, 유일하게 법력이 없어도 펼칠 수 있는 게 장안법이다. 법력이 있다면 위력이 더 강해지고.
내겐 장안법이 무척 쉬웠다. 순식간에 배워냈고 자신 있게 바다로 나갔다. 마음과 달리 힘이 빠지거나 장안법이 풀리면서 거듭 해변으로 밀려났다. 자만하지 말라는 금기를 또 어겨버렸다. 흥분하지 말자.
- 바다는 네 체력을 강하게 해준다.
흰 바다는 생물의 생기를 빨아먹고 산다. 빼먹기만 하면 아무도 찾지 않는 바다가 된다.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바다는 생물의 체력을 강화해줬다. 생기야 음식을 섭취해서 회복할 수 있기에 많은 요괴 및 신선 지망생이 바다를 찾았다.
나는 원숭이들이 던져주는 사과나 살구 따위를 우적우적 씹었다. 당도가 대박. 설탕을 봉지째 입에 들이부어도 이렇게 달지 않다.
해변으로 얼마나 밀려났는지 모르겠다. 세는 걸 포기했다. 도전을 거듭할수록 목적지인 섬이 조금씩 크게 보이는 거로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체감했다. 힘이 빠져서 더 전진할 수 없을 때마다 몰려오는 허탈감이 괴롭다. 난 더 특별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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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뛰는 심장을 달랬다. 자신만만해서 출발했는데 섬 근처에서 요괴를 발견했다. 고민 끝에 유턴했다.
"수면에 드러난 등 껍데기만 해도 지름 30미터가 넘어요. 꼬리는 20미터 정도이고 대가리는 나보다 더 커요."
- 장안법으로 피해 가든가. 죽여서 법력을 뺏든가. 아니면 그냥 죽든가.
무정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기분이 상쾌하다. 가슴이 세차게 방망이질하는 바람에 센티한 감상에 빠질 겨를조차 없다. 죽여서 법력을 빼앗으라고? 드디어 약육강식의 야생에 내가 던져졌구나 실감 난다.
적당한 돌멩이를 찾아 바위에 던졌다. 던지고 갈고, 던지고 갈고. 쓸만한 돌칼 세 개가 나왔다. 마음에 꼭 드는 놈은 없지만, 입에 하나 물고 양손에 하나씩 든 채 거북 요괴를 향해 돌진했다. 얼마 후 돌칼을 버리고 화과산으로 전략적 후퇴를 감행했다. 뜨겁던 심장이 싸늘하게 식었다.
- 악귀(鰐龜)는 모든 법력이 꼬리에 있다. 힘으로 꼬리를 뽑아라.
"힘으로요?"
- 마음의 힘으로. 먼저 포기하는 놈이 진다.
그래. 마음의 굳건함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조롱, 무시, 비난, 비방에도 난 꿋꿋이 버텨왔다. 요괴라고 해서 내가 질쏘냐.
전략을 바꿨다. 장안법을 펼친 채 악어거북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용기와 만용을 구분해야 한다. 들키지 않게 접근하는 건 용기고, 무작정 돌진하는 건 만용이다.
와이퍼처럼 수면을 휘휘 젓는 꼬리를 피해, 잠수해서 엉덩이 쪽에 접근했다. 기회를 엿보다가 수면으로 솟으며 꼬리를 덥석 잡았다. 재빨리 허리를 튕겨 두 발로 거북 엉덩이를 힘껏 밟았다. 허리와 허벅지에 힘을 주며 요동쳤지만, 꼬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무처럼 쑥 뽑혀 나오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이제부터 누가 잘 버티나 내기하는 거다. 먼저 마음이 약해지는 놈이 지는 내기. 패자는 거북에 내 목숨을 건다.
거북의 뒷발 발톱이 허벅지를 스쳤다. 나는 움쩍도 하지 않았다. 피가 흐르지 않아 다행이다. 장안법 덕분에 나를 제대로 타격하지 못한 듯하다. 뒷발질로 예상한 결과를 얻지 못한 거북은 목을 뒤로 빼서 나를 물려고 했다.
목을 아무리 빼도 내게 닿을 리 없다. 머리로 생각하면 알 일을 굳이 행동으로 확인하는 거북에게 비웃음을 날렸다. 거북은 내 썩소에 열 받았는지 혀를 쑥 내밀었다. 늘어난 혀가 내 오른팔을 감았다. 몰려오는 통증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콱. 거북의 혀를 필사적으로 물어뜯었다. 미끌미끌해서 물기 힘들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질근질근. 혀는 껌보다 탄력이 훨씬 좋았다. 앞니로 씹다 송곳니가 교체 출전했다. 다른 이도 열일했지만, 이 둘의 공헌도가 가장 높다. 번외 게임으로, 내 팔이 먼저 끊어지나 거북 혀가 먼저 끊어지나 겨루게 되었다.
거북의 인내심도 나 못지않다. 하긴, 인내심 하면 거북이지. 토끼도 이겼잖아. 거북에게 불행한 점은 내가 토끼가 아니라는 것. 난 세상과 맞서 싸웠던 맹수다.
혀가 풀렸다. 내가 이겼다. 팔은 아마 멍이 시퍼렇게 들었겠지. 근육과 뼈가 혀의 조임을 버텨낸 게 신기하다. 장안법 덕이겠지. 아까 돌칼을 갈다 손이 쓸려 피가 나기도 했다. 내 몸 내구는 평범한 인간과 다를 바 없다.
거북의 몸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나는 바다에 잠기기 전에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이기지 못하면 그냥 익사할 생각. 첫 관문도 넘지 못한다면 특별할 자격조차 없다. 내 마음은 천년 거암처럼 굳건하다.
바닷속은 화과산의 뒷면 같았다. 난 폭포가 있는 쪽을 앞면이라 정하고 바다와 인접한 곳을 뒷면으로 칭했다. 화과산 뒷면은 황량하다. 바닷속도 하얀 모래와 바닷물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없었다.
알록달록 이쁜 산호초도, 형형색색 아름다운 물고기도, 하늘하늘 춤추는 해초도, 조금 걱정했던 상어와 같은 바다의 포식자도.
수족관 입장료 더 올려도 될 것 같다. 전 세계 바다가 다 이모냥이라면.
괜한 걱정 했다. 숨을 안 쉬는데도 전혀 힘들지 않다. 나는 장안법이 안 풀리게 주의하면서 손아귀에 힘을 보탰다. 손아귀가 너무 아프다.
수면 위에서도 바닷속에서도 날 떼지 못한 거북은, 최후의 선택으로 뭍을 찍었다. 섬에 올라간 거북은 빠르게 질주했다. 고르지 않은 땅을 막무가내로 달리니 몸이 큰 폭으로 들썩였다.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결국 손아귀가 풀려버렸다. 트럭과 충돌한 것 같은 충격이 나를 덮쳤다. 하늘땅이 빙글빙글 돈다. 어지러운 머리를 털며 잽싸게 일어서서 경계하니, 내가 걱정하던 악어거북은 발라당 뒤집혀있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껍데기가 바닥으로 향하고 배가 하늘로 향했다.
혹시라도 거북이 다시 일어날까 봐 잽싸게 달려가서 꼬리를 허리에 감아 동여맸다. 마음은 급한데 손이 덜덜 떨려서 짜증이 머리끝까지 솟았다. 겨우 거북의 꼬리를 허리에 동여맨 나는 허벅지 근육을 팽창시켰다.
등껍질의 마찰계수가 낮은지 거북은 내게 질질 끌려왔다. 바위 두 개 사이로 지나가니 거북이 걸렸다.
삼일 밤낮을 대치했다. 화과산은 해와 달이 함께 떠 있어 밤낮의 구분이 없고 밝기가 일정하다. 섬은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뜨는 상식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꼬리가 쑥 뽑혔다. 내가 승자다. 폐를 찢을 것처럼 고함을 지른 후, 거북꼬리를 허리에 둘둘 감고 장안법을 펼친 채 멀리 보이는 화과산을 향해 헤엄쳤다. 섬까지 수영으로 왕복하는 두 번째 수련도 통과.
나는 특별해질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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