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모하와 흑염룡
신나지 않는다. 백갑이 다시 움직일 정도로 시간이 흘렀는데도 이별이 남긴 후유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저팔계랑 대화하다 손오공에게 질문하고, 신기한 광경을 보면 손오공에게 질문하고, 언뜻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손오공에게 질문하고.
금시대붕조의 눈알 두 개는 이미 법력으로 다스리는 걸 끝냈다. 이제 적당히 별룡과 알맞은 기운을 집어넣으면 된다. 하지만 별룡은 까다롭다.
"저는 발가락 세 개에 뿔이 아홉입니다. 차라리 물리력 쪽으로 가려 하니, 힘을 넣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 해주시면 죽어서도 은혜를 계속 갚겠습니다."
현생 환생은 저승을 거치지 않고 하는 환생이다. 백마의 육신을 씌워서 힘이 몹시 약해졌지만, 다시 별룡으로 환생하면 엄청나게 강해질 거다. 수백 년 굶어서 비실거리던 별룡이 아니라 잘 먹고 건강해진 별룡이니까.
형님. 힘을 어떻게 뽑아서 구슬에 넣어야 합니까?
묵묵부답. 기분이 또 우울해졌다. 우울할 땐 단 걸 먹어야 하는데 난 아무것도 못 먹는다. 못 먹으니 더 우울해진다. 우울하니까 단 걸 섭취해야 하는데.
"야, 이 물 엄청 시원하네. 다들 와서 마셔."
삼장과 저팔계 그리고 사오정이 강물을 꿀꺽꿀꺽 삼킨다. 오함마야 은하수 물도 거들떠보지 않고 백갑은 먹고 마시지 않는다. 백마는 내 기분이 가라앉자 눈치 보여서 마시지 않았다.
개태도 혀로 물을 핥듯이 마시더니 아예 머리를 처박는다. 무슨 물이 저렇게 맛있을까?
다가가서 살피니 물고기도 안 보이고 벌레도 안 보인다. 마셔도 되는 물이구나.
살짝 마시니 물이 달다. 내가 우울해서 물이 달게 느껴지는 건가?
"와. 이렇게 달달한 물은 처음이야. 게다가 많이 마셔도 배가 부르지 않아."
저팔계가 감탄하며 강물을 정신없이 들이킨다. 진안법으로 바라봐도 요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단맛이 입안에 맴돌아 더 마시고 싶다. 참지 못하고 몇 모금 더 마셨다.
멀지 않은 곳에 다리가 보여 강을 따라 내려갔다. 다리를 건너서 20리 정도 걸으니 성이 하나 보인다. 성문 위에 군사가 늘어선 걸 보니 통관첩에 도장을 찍으러 가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다들 느릿느릿 움직이다 보니 해가 질 때까지 성에 도착하지 못했다. 사타령에서 석 달 정도 보냈고, 그 뒤로 두 달 정도 더 흘러 가을이 되었다. 서늘한 바람과 나른한 햇살에 다들 느긋해졌다.
"저기 꽤 큰 집이 보여. 저기 가서 하룻밤 묵자꾸나."
삼장이 백마를 타고 앞장서고 내가 오함마를 타고 바로 뒤따랐다. 저팔계와 사오정은 조금 멀리 뒤따랐다.
"계십니까. 지나가던 여행객들입니다. 하룻밤 신세 질 수 없을까요. 사례를 원하신다면 은자로 치르겠습니다."
삼장, 평소에도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면 안 될까?
이빨이 다 빠져 입이 오므라든 할머니가 나와서 우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술을 오물거리며 웃는다.
"다행이다. 우리 집에 먼저 들러서. 바로 저 성으로 갔으면 죽은 목숨인데. 밤바람이 차니까 어서들 들어와."
다시 성을 바라보니, 등불이 조금씩 켜지고 굴뚝들이 연기를 쏟아낸다. 요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보자. 뒤에 둘은 생긴 게 저래서 목숨 부지하겠구나."
안에 들어가니 할머니보다 더 나이 든 할머니들이 십여 명이나 있었다. 그러니까 저 이빨 없는 할머니가 막내라서 손님 받으러 문밖까지 수고한 거였군.
"할머니, 저 성에 요괴라도 삽니까?"
"요괴는 무슨. 생긴 건 저 둘이 요괴처럼 생겼구먼. 저 성에는 여우가 잔뜩 살지."
"여우요? 요괴가 못 된 여우 말씀입니까?"
할머니들이 흐흐 웃는다. 다들 할아버지 같아.
"여기 어딘지 모르고 왔지?"
"여기 어딘데요? 우린 서천으로 가는 길입니다. 혹시 우리가 길 잘못 들어섰나요?"
"맞아, 서천 가는 길. 여긴 여인국이야. 여자들만 사는 나라지."
아마존의 여인 부족처럼 그런 곳인가?
"그럼 할머니들은 쫓겨난 거야?"
저팔계의 질문에 노파가 고개를 저었다.
"저 안에 살려면 세금 내야 해. 우린 세금 낼 힘이 없어서 밖으로 나온 거고."
"부양할 자식 없어?"
"우린 운 나쁘게도 아들만 낳은 불쌍한 여자들이야. 아들 낳으면 저기 강물로 떠내려 보내야 하거든. 딸 낳은 것들이나 성에서 평생 살 수 있지, 우리처럼 박복한 년들은 늘그막에 고생이야."
아마존의 여인 부족도 남자애는 마을 밖으로 내보낸다고 들었다.
"그럼 애들은 애 아빠한테 보내는 거야?"
멍청아. 강물로 떠내려 보낸다고 했잖아. 강 하류에 남자들만 사는 남자 나라가 있겠지.
"광주리에 넣어서 강 하류로 보내면 아이 없는 놈들이 주워다 키워."
"광주리가 뒤집히면 어떡해? 물살이 세던데. 여울도 많고."
저팔계의 말에 노파들이 깔깔 웃어댄다. 저팔계 질문이 그렇게 재밌을까?
"호랑이도 자기 새끼는 안 문다고 했다. 자모하(子母河)가 광주리를 왜 뒤집어?"
이 할미들 노망났구나. 호랑이 새끼랑 강이랑 뭔 상관이야.
"설마 너희 강물 마신 건 아니겠지?"
"마셨는데?"
"빨리 토해. 그 강물 마시면 임신한단 말이야. 물 마시면 안 된다고 커다랗게 적어놨는데, 너희 못 봤어?"
"모르는 글씨라서."
약삭빠른 사오정이 벌써 새끼손가락을 목구멍에 집어넣는다. 평범한 사람도 아닌데 그런다고 나올 것 같아? 법력으로 뽑아내야지. 먼저 물이 어디에 있나 침착하게 느끼고, 당황하지 말고 식도로 역류해서 토해내야지.
당황했다. 내가 마신 자모하의 물은 이미 흑염룡의 알에 흡수되었다. 손오공도 없는데, 흑염룡 풀려나면 어떻게 되지? 여인국은 역사에서 사라지는 건가? 흑염룡이 자모하 물을 마시고 새끼 흑염룡 잔뜩 낳으면 어떡하지?
"시발, 이거 뭐야?"
삼장의 가면이 깨졌다. 삼장 배가 어느새 불렀다. 내가 형 핸드폰에 사진을 다 봤는데, 형수님이 임신 여섯 달 되었을 때 배랑 정말 흡사하다.
"삼장, 사내야 계집이야?"
저팔계 배도 커졌고 사오정 배도 커졌다. 그리고 개태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수컷이니까.
"제천대성, 왜 너만 멀쩡한 거야? 너 혹시 약 있어? 피임약 말이야."
"멍청아. 피임약이 강물 마셔서 임신한 데 효과가 있을 것 같아? 난 그저 배가 커지지 않았을 뿐이야. 나도 새 생명이 약동하고 있다고."
"야, 애 어디로 나오냐? 설마 거시기로 나오는 건 아니겠지?"
"나 정조대 차고 있는데. 애가 나오자마자 죽는 거 아냐?"
난 거시기가 잘렸는데 어떡하지?
"산통이 오면 배를 째야지. 여기서 삼장 빼면 배 짼다고 죽을 놈 없잖아."
"그럼 삼장은?"
"경험 많은 산파에게 자문해야 하지 않을까?"
"멍청아, 남자 임산부를 본 산파가 세상에 어딨어?"
"형님들, 침착합시다."
조용히 있던 사오정이 우리를 안정시키고 노파에게 질문했다.
"이거 다시 돌릴 방법 없습니까? 세상에 자물쇠만 있고 열쇠가 없는 법은 없거든요."
"북쪽 30리 정도에 해양산(解陽山)이라고 있어. 거기 파아동(破兒洞)에 샘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낙태천(落胎泉)이야. 거기 물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원래대로 돌아가."
급하다. 나는 오함마를 타고 바로 출발했다. 흑염룡이 태어나기 전에 낙태천의 물을 마셔야 한다.
해양산은 경치가 참 아름답다. 나무도 멋지고 노란 국화가 산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게다가 여기저기 작은 냇물이 졸졸 흐르고, 사슴과 노루가 뛰놀고 원숭이들이 나무 위에서 재롱을 부린다.
그러나 이러한 풍경들은 눈에만 비추고 끝났다. 나는 눈알을 빠르게 굴리면서 오직 파아동이 어디에 있는지 찾았다.
다행히 목적지가 명확하지 않아 내 길치 속성이 발현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주 쉽게 파아동을 찾았다. 동굴 안에 들어가니 흙탕물로 흐려진 샘물이 하나 보였다.
훌쩍 뛰어가서 물을 마시려는데 공격이 들어온다. 슬쩍 뒤로 물러서니 나를 공격하던 갈고리가 줄어든다. 여의급 법보다.
여의급 법보라고 다 여의금고봉처럼 경천동지한 건 아니다. 다만 여의는 만들기 무척 어려워서 웬만한 신분이나 능력 아니면 가질 수 없다.
그리고 대단한 법보 대부분이 여의어서 조금 부족한 여의 법보들도 능력보다 귀한 대접을 받는다.
"나는 자모하의 물을 잘못 마셔서 낙태천을 찾는 사람이오. 혹시 이 샘물은 마시면 안 되는 것이오?"
"나는 이 낙태천의 주인이다. 샘물을 마시려면 은자를 20냥 내야 한다."
"은자를 두고 왔소. 급하니까 우선 내가 물을 마신 후, 네 사람 몫을 긷고 가서 은자 백 냥을 드리겠소."
"안돼. 어차피 밤에도 문 안 닫으니까 가서 은자 가지고 와."
시발 새끼가. 흑염룡이 태어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아냐고?
질문하잖아. 나는 모르니까 너한테 아냐고 질문하잖아. 왜 대답 안 해?
"그렇게 노려봐도 소용없소. 외상은 절대 안 되니까."
"나 제천대성이오. 내 이름값이면 외상 줄만도 하지 않소?"
갈고리가 내 목을 공격한다. 슬쩍 뒤로 물러서며 여의금고봉을 불렀다. 묵묵부답.
제길, 적응 안 되네. 제천권법의 몸짓으로 공격을 연신 피했다.
"뭐 하는 짓이오?"
"나 우마왕 의형제다. 홍해아를 네가 관음보살한테 팔았다며?"
"관음보살 제자가 된 거요. 온 집안이 모여서 사흘간 잔치할 경사가 아니오?"
"인신매매범들이 항상 그러더라. 아이는 좋은 사람한테 가서 사랑받으며 산다고."
갈고리를 피해 근접했다. 여의답게 갈고리가 짧게 줄어든다. 근접 무기도 되고 중거리 무기도 되고 장병기도 되고. 하지만 내 제천권법은 몇 달 사이에 장족의 진보를 거뒀다고. 육이미후를 만나 완성한 내 권법이 이젠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다.
연속 두 개의 허초에 속아 갈팡질팡하던 상대는 내 추산권에 밀려났다. 우마왕과 원수지기 싫어서 붕천권은 자제했다.
방해꾼을 물리치고 바로 낙태천으로 향했다. 더러운 흙탕물이지만 가릴 계제가 아니다. 입을 대고 물을 마시려는데 내 몸이 쭉 뒤로 끌려간다. 뭐지?
갈고리가 길어져서 내 발목을 걸었다. 그걸 잡고 놈이 나를 끌어내는 거다. 갈고리를 벗기려 했는데, 딴에는 법보라고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너 이름이 뭐야?"
"이름은 네 알 바가 아니고, 친구들은 나를 여의고자(如意鈎子)라고 부른다."
나는 타의고자야. 타의로 고자가 된 남자지.
고자는 갈고리라는 뜻이다. 무기를 별호로 삼는 걸 보니, 저놈은 무기 빼면 별 볼 일 없는 놈이란 뜻이다.
"화는 네놈이 자초한 거다. 지옥에 가서 우마왕 분신 만나더라도 내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나도 모른다. 그러나 서둘러서 낭패 볼 일은 없다. 손오공이 잠시 나를 떠났다고 내가 너무 소심해졌구나. 손오공이 말했지. 하늘이 가벼워지고 땅이 굳은 후 이 손오공이 누굴 용서한 적이 있었냐고.
멋있는 건 따라 해야 한다.
여의고자는 하체가 부실하다. 내 현란한 주먹질에 속은 놈은 내게 발을 밟혔다. 만성용왕과 은각에 이은 세 번째 피해자. 앞선 피해자는 둘 다 죽었는데, 너도 똑같은 결과로 이 법칙을 이어가렴.
붕천권에 얻어맞은 여의고자의 진체가 흔들린다. 뭣도 아닌 놈이 까불고 있어. 반말이나 찍찍해대고. 홍해아 형의 삼촌이라고 해도, 초면에 반말하는 거 아니야.
생각은 생각대로, 주먹은 쉬지 않았다. 손오공 덕분에 요령을 깨달은 붕천권 두 개를 맞은 여의고자는 여의고인이 되었다.
우사인 볼트가 자괴감에 종목을 축구로 바꿀 정도의 속도로 낙태천에 머리를 처박았다. 찌꺼기가 느껴지지만 개의치 않고 꿀꺽꿀꺽 삼켰다. 한 모금만 마시면 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난 신중한 성격이어서 많이 마셨다.
낙태천 물을 한가득 담은 후 여의고자의 무기를 챙겨서 돌아갔다. 내 모습을 확인한 넷이 어미 새를 본 새끼 새처럼 부리를 벌리고 발돋움한다.
나는 넷의 입에 흙탕물을 처넣었다. 낙태천의 물을 마시자마자 넷의 배가 쑥 꺼진다.
"배고파. 뭐 좀 먹어야겠어."
배가 꺼진 저팔계가 음식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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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잘 자지 않던 사오정마저 많이 놀랐는지 눈을 감고 잠들었다. 나는 홀로 밖에서 보름달을 바라봤다. 계수나무를 열심히 찍는 후예의 광배근이 보인다.
후예 활 어떡하지? 저놈 항아 따라 달나라까지 간 집착맨인데. 십살총을 주기에는 내가 너무 손해다. 조류와 대가리 아홉 달린 놈들이 보자마자 바지에 오줌 지리는 법보인데. 진명을 얻기 전의 여의금고봉과 동급이다.
그나저나 슬슬 저쪽 세상에 돌아가야겠다. 공양으로 들어오는 포인트 하락세가 심하다. 경제위기 때 주식 시장과 같다고 할까. 뭔지 모르지만, 그때 그래프가 사정없이 곤두박질쳤던 것 같은데.
설마 내가 없을 때 경제위기가 또 터진 건 아니겠지? 그런데 경제위기 터지면 황금이 비싸지고 신앙심이 두터워진다고 들었는데 왜 공양이 줄었지?
설마, 공양을 올려도 내가 아무것도 안 해줘서?
그런 식이라면, 다른 신들은 뭐 해줬는데? 말해주면 나도 똑같이 해줄게. 후발주자니까 덤까지 쳐서 더 후하게 해줄 의향도 있어.
콕콕. 누군가 내 옆구리를 찌른다.
"누구? 세요?"
너무 이쁘다. 눈이 이쁘고 코도 이쁘고 입도 이쁘고 볼도 이쁘고. 이마도 이쁘고 귀도 이쁘고 머리카락도 이쁘고.
여인국 공주인가?
얼핏 젖살도 빠지지 않은 아이 같기도 하고, 자세히 살피면 교태를 머금은 소녀 같기도 하다. 까만 눈동자는 순진무구한 것 같기도 하고, 지혜가 넘치는 것 같기도 하다.
화장한 것 같지 않은데 오관이 너무 뚜렷하다. 경계가 뚜렷한 얼굴이지만, 모두가 조화롭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흠잡을 데 없는 미인이다.
"나, 흑염룡."
애 떨어지겠다. 분명 낙태천의 물을 마셨는데? 참, 낙태천이 애 떨구는 물이었지.
"네가 물 마시기 전에 이미 나왔어. 몰래 너를 계속 따라다녔지."
"왜?"
"재밌어서."
나쁜 애는 아닌 것 같다. 굳이 근거를 대라면, 이쁘다. 그냥 이쁜 게 아니라 무지 이쁘다.
"나랑 결혼할래?"
숨이 막힌다. 형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안 계신 거 압니다. 이건 그냥 내가 너무 놀라서 습관적으로 하는 습관 같은 거니까. 내가 습관 잘못 들였어요.
"그거 줘. 그리고 우리 결혼하자."
정신이 번쩍 든다. 흑염룡의 손가락을 쭉 연장하면 내 심장이다. 나 심장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줘버리고 결혼할까?
"분천염 줘."
5초 동안 갈등했다. 그리고 분천염을 불러냈다. 잠에서 깬 분천염이 흑염룡과 대화한다. 반 시간 정도 대화하고 나서 분천염이 흑염룡에게 가버렸다. 저 의리 없는 새끼.
"낭군, 내 이름 지어줘."
분천염, 고마워. 네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
"어떤 이름 좋아하는데?"
"낭군이 지어준 이름이면 다 괜찮아."
뇌를 멈췄다. 하찮은 뇌는 저 아름다움에 어울리는 이름을 찾아내지 못해. 내 마음속에서 끄집어내야 해.
"알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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