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
기린산 해태동.
왕비를 납치한 요괴의 영지와 거처다. 요괴는 매년 주자국에 궁녀 2명을 요구했다. 매년 궁녀를 요구하는 것으로 왕비가 살아있음을 짐작할 뿐이다.
"뭐야? 이 궁녀는 왜 이렇게 뚱뚱해?"
웬만한 남자보다 덩치가 3배 정도 큰 궁녀가 부르르 떤다. 겁이 나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 꾹 쥔 주먹에서 푸른 핏줄이 사납게 팔딱인다.
"고기가 많으면 좋지 뭘."
"겁 없는 걸 보면 자결하거나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안 죽고 버틴 여자가 딱 한 명이야. 얘들도 별수가 있겠어?"
두 궁녀를 호송하는 요괴들이 떠들어댔다. 나는 장안법을 펼치고 이들 뒤를 조용히 따랐다.
우선 졸개들은 오합지졸이다. 갑옷도 안 입었고 병장기라고 해봤자 경험이 없는 초짜 야장이 만든 어설픈 무기다.
다만 군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궁녀를 잡아먹지 않는 걸 보면 우두머리가 꽤 강한 것 같다. 멍청한 요괴의 본능을 누를 정도로 강한 힘을 갖추지 못했다면 이들은 이미 시체가 됐을 거다. 뚱뚱한 궁녀는 저팔계가 변신술로 변한 거니까.
해태동으로 들어갈 때 저팔계 어깨를 짚고 들어갔다. 저팔계와 진짜 궁녀는 요괴들이 이끄는 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잠자코 따라갔다. 길이 구불구불하고 복잡한 걸 보니 단독으로 행동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금성왕비, 여기 궁녀 둘이 왔다. 우리 간다."
요괴들이 두 궁녀를 두고 바로 나갔다. 마치 왕비를 두려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지 않은 눈썹은 조금 희미하다. 분을 바르지 않은 얼굴은 창백했다. 연지 곤지 찍으면 훨씬 보기 좋겠지만, 왕비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
다듬지 않은 머리는 부스스했고 입술에는 거스러미가 보일 정도다. 옷도 때가 반질반질한 걸 보니 잡혀 온 이후 갈아입지 않은 것 같다.
"너는 본 적이 없구나. 이름이 무엇이더냐?"
"저팔년이라 합니다."
사레들릴 뻔.
"나 때문에 애꿎은 너희가 고생하는구나."
왕비가 눈물을 떨구며 저팔계의 손을 잡았다. 왕비의 손이 닿자 저팔계는 벌에 쏘인 것처럼 뒤로 훌쩍 뛰었다. 감히 비명은 못 지르고 손가락을 입에 넣고 쭉쭉 빨았다.
"네놈, 요괴였구나. 이 육시할 놈이."
유일하게 자결하지 않고 살아남은 궁녀는 대가 무척 셌다. 닭 모가지 비틀 힘도 없어 보이는데 저팔계에게 삿대질하며 욕했다.
"제길. 요기를 없애면 약해진다고. 요괴는 아냐."
저팔계의 말에 왕비가 관심을 표했다.
"궁녀는 아닌 것 같은데, 무슨 꿍꿍이냐?"
"국왕이 왕비 구하고 요괴 퇴치하라고 해서 왔소. 우선 요괴 정보부터 주시오."
"잠깐. 왕비께서는 말씀을 아끼십시오. 간악한 요괴의 수작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 오채하상을 입은 후 요괴는 내게 손끝도 대지 못합니다. 그러니 무슨 수작을 부릴 수 있겠습니까. 일국의 왕비로서 차마 자결하지 못하고 치욕스럽게 살아가느니, 요괴 손에 죽는 게 오히려 낫겠습니다."
저 때가 꼬질꼬질한 더러운 옷이 요괴를 막아주는 오채하상(五彩霞裳)이라니.
"왕비께서는 가만히 계시지요. 요괴에 대해서는 제가 말하겠습니다."
궁녀는 저팔계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그저 뚱뚱한 궁녀다. 갈등이 심한지 입을 몇 번이나 달싹거렸다.
"요괴는 이름이 새태세(賽太歲)라 한다. 무기는 자루가 기다란 도끼를 사용하는데 무공은 강한지 약한지 모르겠다. 금으로 만든 방울 세 개가 있는데, 하나는 흔들면 불로 상대를 태우고, 하나는 연기로 상대를 숨 막히게 하고, 하나는 모래바람으로 상대의 시야를 가린다. 수천 명 규모의 군대도 방울 세 개로 간단히 물리쳤다."
"팔계. 내가 밖에 나가서 싸움을 걸겠다. 저놈을 잡아둔 사이 네가 왕비를 데리고 도망쳐라. 왕비를 구하면 저놈이 영지를 벗어날 거다. 그때 간단히 때려죽이면 될 것 같구나."
내가 갑자기 나타나자 왕비와 궁녀가 깜짝 놀란다. 저팔계와 함께 온 궁녀도 미리 귀띔을 받지 못했기에 똑같이 놀랐다.
"때려죽일 자신은 없고?"
"노력해 보겠지만, 그건 힘들 것 같구나. 왕비에게 오채하상을 준 것만 봐도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 않으냐."
왕이 병에 걸려서 왕비가 제사를 지내러 왕성을 떠났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요괴에게 잡혔다. 그런데 요괴에게 잡히기 전에 누군가가 오채하상을 왕비에게 줬다.
왠지 영화처럼 각본이 딱 짜인 느낌이다. 잘하면 요괴를 죽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엔 느낌이 좀 그렇다.
왕비는 물론 궁녀들도 바지로 갈아입고 도망칠 준비를 했다. 미리 축소술로 작게 만들었던 수레를 정상적인 크기로 변화했다. 주자국에서 가장 튼튼한 수레를 철과 단단한 나무로 보강했고, 저팔계가 끌기 좋게 개조했다. 법술로 소리가 멀리 퍼지지 않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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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태세 이 멍청한 요괴 놈아. 어서 나와 형아한테 볼기짝 좀 맞아라."
선화부(宣花斧)를 든 새태세가 씩씩거리며 나왔다. 도끼를 사용한다고 해서 덩치가 살벌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작고 날씬한 요괴다.
머리와 가슴에 불덩이를 품은 듯 유난히 붉다. 구레나룻마저 불타는 듯이 붉은색이어서 무척 성질이 더러워 보인다.
툭 튀어나온 방울 같은 눈이 뒤룩거리며 나를 훑어본다. 나처럼 평범하게 생긴 수련자를 처음 보지? 반박귀진이라서 그래. 형아도 어릴 땐 귀엽다는 소리 많이 들었어.
오행인은 꺼내지 않았다. 일격필살. 싸우다 절대의 기회가 나와야 꺼낼 작정이다. 안 그러면 누군가가 방해할 것 같단 말이지.
요괴는 자기 키의 몇 배나 되는 선화부를 한 손으로 가볍게 다뤘다. 몇 합 겨룬 후 오행인을 꺼낼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놈의 무공도 무공이지만, 선화부를 휘두를 때마다 바람의 칼날이 생성되어 나를 향해 조용히 날아왔다.
내 몸에는 딱히 주는 피해가 없지만, 법보가 아닌 내 옷은 이미 예술품이 되었다. 빈티지도 이런 빈티지가 없을 정도로 옷이 엉망으로 찢어졌다.
"누구냐? 어디서 주먹질 좀 한 놈 같은데."
"네놈이야말로 누구냐? 마구 구르던 요괴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먼저 물었다."
"그러니까 먼저 대답해. 뭐나 다 먼저 해야지."
"그럼 내가 먼저 때리마."
"먼저 맞는 것도 괜찮아."
여유가 있는 건 나뿐이 아니었다. 나는 진체를 느끼기 전까지 전력을 기울일 생각이 없고, 요괴는 궁녀가 말한 방울을 믿는 것 같다. 제길, 요괴 따위도 방울이 세 개나 있는데.
몸이 풀리며 내 공격에 점점 힘이 실렸다. 요괴의 도끼도 점점 빨라졌다. 요괴는 점점 싸움에 빠져드는 것 같다. 나도 모든 걸 잊고 싸움에 임하고 싶어졌다.
저팔계에게 신호를 보내고, 저팔계가 왕비를 데리고 몰래 도망치는 걸 확인했다. 요괴의 졸개들은 오합지졸이고, 요괴는 나와 싸우는 데 푹 빠져서 왕비가 도망가는 것도 몰랐다. 저팔계가 충분히 멀리 간 걸 확인한 나도 잡념을 지우고 싸움에 빠져들었다.
"대왕. 왕비 없다. 왕비 못 찾았다."
한참 신나게 싸우는데 멍청한 놈이 찬물을 뿌렸다. 요괴가 멈칫하는 사이에 나는 어깨를 털었다. 분신술이 펼쳐지며 둘이 되었다. 미처 요괴가 반응할 사이도 없이 엉덩이를 씰룩였다. 순식간에 넷이 되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요괴가 나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분신술을 사용할 틈은 없지만, 나는 느긋하다. 나는 요괴와 싸우고 분신 셋은 졸개 요괴를 족치게 했다. 죽이는 것보다 저팔계를 쫓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데 주력하라 분부했다.
"너 설마? 동래 밑에 분신술 잘하는 놈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너냐?"
"미륵불 밑에 있는 동자까지 아는 걸 보면 서천 쪽이구나. 너 누구 편이야? 네 대답에 따라 널 죽일지 말지 정한다."
요괴가 아차 싶었는지 입을 꾹 다물고 커다란 눈만 요란하게 굴렸다. 졸개 요괴들이 비명을 지르며 하나둘 황천길에 오르자 새태세도 점점 다급해졌다.
왕성은 지선에 속하는 성황신들이 보호한다. 주자국의 왕은 대신과 백성의 존경을 받는 좋은 왕이어서 급이 높은 성황신들이 지킨다. 요괴가 굳이 밖에 나온 왕비를 납치한 것도 그 이유다. 궁녀를 요구한 거야 싸우러 간 게 아니어서 성황신들도 개입하지 못했지만, 다시 왕비를 잡으려면 왕궁으로 돌아가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
"너, 누가 보낸 거야?"
"주자국 국왕의 의뢰. 너는 누가 보냈지?"
"그것까지 알아내라더냐?"
"아냐. 네 목적을 알 것 같아서 말이지."
요괴의 도끼가 섬찟한 선을 그린다. 그러나 내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누굴 목표로 한 거냐? 딱 보니 천계의 누군가를 하계로 끌어내려는 것 같은데. 그냥 끌어내리는 게 아니라 영원히 끌어내리려고 너 같은 신수가 요기를 묻히기까지 하고."
뇌 용량이 커지고 지혜를 얻으니 참 좋다. 떠올리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규목랑의 일을 참조하면 답이 나온다. 이놈은 왕비를 임신시킨 후 천궁의 누군가를 하계로 끌어내리려는 거다. 그냥 끌어오면 수련해서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요기를 묻혀 하늘로 쉽게 올라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려는 거다.
요괴와도 인연이 있고 왕비와도 인연이 있는 누군가는 왕비가 임신하면 반드시 끌려온다. 천계의 누군가와 인연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이 요괴도 신수 출신이다.
지금 보이는 요기는 이번 일 때문에 일부러 몸에 담은 거다. 요기를 다루는 수련자는 일반 수련자보다 더 충동적이다. 수련 과정에 실수할 가능성도 크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경향이 심하다.
저팔계가 천봉원수까지 지내고도 하계의 육신을 쓴 바람에 식탐이 대단한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실수를 거듭해 천계로 복귀하지 못할 가능성이 무척 크다.
"너 뭐 하는 놈이야?"
정곡을 찔린 요괴가 화낸다.
"네가 어느 쪽인지나 말해. 그래야 죽일지 말지 결정하지."
내 말이 도화선이 되어 요괴가 폭발했다. 도끼를 마구 휘둘러 바람의 칼날을 한가득 만들어낸 후 훌쩍 물러서서 품에 손을 넣는다.
엄지와 식지, 식지와 중지, 중지와 무명지 사이에 방울 하나씩 끼웠다. 내가 미처 접근하기도 전에 요괴가 방울 세 개를 한꺼번에 흔들었다.
황사를 실은 바람이 아니라, 바람을 묻힌 황사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건 숫제 모래가 부는 거다. 시야를 심하게 가려서 내 손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검은 연기가 꽉 차며 호흡을 못 하게 한다. 그리고 불길이 나를 감싸고 태웠다. 황사 바람을 제외하고 남은 둘은 내게 딱히 피해를 주지 못했다. 딱히라고 한 건, 이놈 때문에 내가 벌거숭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옷은 전부 불에 탔다.
"제천대성, 손에 사정을 두시오."
헐. 관음보살이다. 나는 급히 사타구니로 손을 가져가다가 멈췄다. 결정장애가 나를 덮쳤다. 안 가리자니 이상하고, 가리자니 더 이상하고. 그렇다고 안 가릴 수도 없고. 하지만 뭘 가려야 할지 모르겠고.
"옷입니다."
연기와 불은 이미 사라졌고, 흰옷이 황사를 뚫고 내게 입혀졌다. 법력이 전혀 없는 일반 옷인데도 황사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법술 재능은 내가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겠구나.
"제천대성, 여기서 멈춥시다."
황사 바람이 사라지니 요괴가 바닥에 엎드렸고 관음보살이 그 앞에 서 있다. 정병에서 버드나무 가지 하나 뽑아 든 관음이 살짝 털었다. 물방울 하나가 새태세 몸에 떨어지더니 요기가 가신 듯 사라졌다.
"제 탈것인 금모사리손(金毛猞猁狲)입니다."
황금색 털을 한 스라소니가 내게 공손히 고개를 숙인다. 요괴 때와는 완전 딴판이다.
"그럼 궁금증이나 풀어주시죠. 누굴 끌어내려고 한 겁니까?"
"숨겨서 뭐하겠습니까. 태상노군 환생체 중 하나입니다. 하계에 700년 머무른 자로서, 왕비가 환생하고 사리손이 하계로 내려오면서 인연의 실이 다시 굵어졌습니다. 이런 기회는 정말 드문데, 천궁 쪽에서 먼저 왕비에게 옷을 입혔습니다."
"그럼 바로 포기하시지 그랬습니까?"
"왕비를 구슬려서 옷을 벗기려 했습니다. 왕비 곁에 있던 궁녀는 이미 매수되었습니다. 몇 년 더 여유가 있었다면 분명히 성공했을 겁니다. 잠시라도 옷을 벗으면 성공할 수 있는 계획입니다."
"이젠 계획을 완전히 멈출 거죠? 난 국왕이랑 계약이 있는 몸이라서. 만약 내 계약이 완성되지 못하면 무척 화날 겁니다."
"선업이라면 우리가 더 많이 줄 수 있습니다."
"선업 1과 선업 1의 무게가 다릅니다. 잘 아실 텐데요."
"원칙 있는 모습, 인상적입니다. 늘 이런 마음가짐을 유지하기 바랍니다. 저희와 성향이 흡사하니 이후 마찰보다는 협력할 기회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관음보살은 연꽃 구름 대신 스라소니를 타고 떠났다. 나는 해태동을 수색했다. 왜 하필이면 산 이름이 기린산일까? 알지 이야기를 듣기 전이라면 그저 그러려니 했을 텐데, 현재 기린에게 호감이 생기고 호기심이 생긴 상태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뭔가 눈길을 끄는 게 없다. 이후 알지와 함께 다시 와보기로 하고 해태동을 폭파했다. 이젠 이것도 능숙해져서 벽조목의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오행인으로 부숴도 되지만, 그러면 산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단지 거처의 법력만 흩어놓는 목적으로 벽조목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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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한테 사정 다 들었다."
왕비를 쭉 모시던 궁녀가 바들바들 떨면서 무릎을 꿇었다.
"자비심 때문에 누설하진 않겠다. 건강이나 다른 사유를 핑계로 왕궁에서 나가거라."
요괴에게 매수되어 왕비의 옷을 벗기기로 했던 궁녀는 그날 밤 자결했다.
왕비를 구슬려 옷을 벗기려다 실패했다. 그래서 다른 궁녀를 설득하려 했는데 매수에 실패하고 요괴의 도움으로 자결로 꾸몄다. 자주 하면 의심받으니 일 년에 둘씩 데려갔다.
태상노군 환생체에게는 천만다행으로, 변절한 궁녀 하나만 제외하고 남은 자들은 목숨을 버릴 정도로 왕과 왕비를 위했다.
사실 나도 저기까진 몰랐다. 궁녀가 죽기 전에 속죄한다고 편지로 남기지 않았다면 아마 누구도 몰랐을 거다.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왕궁을 떠났다면 누구도 몰랐을 일이지만, 궁녀는 겁먹어서인지 양심의 가책을 받았는지 죄를 실토하고 자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야, 천천히 걸어. 얘가 왜 갑자기 이렇게 힘이 넘치는 거야?"
서천 가기 싫은 삼장이 전보다 빨라진 백마를 나무랐다. 갑자기 힘이 강해져 조절이 어려운 백마는 며칠 동안 힘자랑을 여한이 없이 해댔다.
달리며 땅을 걷어찰 때 힘이 과해 조약돌을 부수고 바위를 깼다. 힘이 넘쳐나 주체하지 못해 가끔 발굽으로 나무를 걷어차 부러뜨리기도 했다. 그렇게 발산하지 않으면 참기 힘들 정도로 힘이 끓어오른 거다.
형천의 힘을 갓 얻었을 때 나도 잠깐 저랬었다. 다행히 그때는 수렴동이어서 바로바로 복구되었지.
- 작가의말
궁녀는 죽음이 두려워 요괴에게 협력했지만, 계속 갈등상태였습니다. 대신 해마다 데려오는 궁녀의 목숨을 제물 삼아 자기 생명을 연장했죠. 그래서 도망칠 기회가 생긴 듯하여지자 적극적으로 협조했습니다.
본문에 적기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여기 적습니다. 혹시 궁녀가 왜 도망치는 일을 요괴에게 밀고하지 않았을까 궁금하신 분이 계실 것 같아서요.
이 글은 12월에 완결 날 것 같습니다. 다음 글은 장르 불문하고 좀 뻔한 설정으로 쓰고 싶습니다. 고민 중인 소재가 여럿인데, 뭐가 됐든 필력과 연출에 신경 쓰며 쉬운 설정으로 써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시급히 끌어올려야 할 제 부족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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