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비밀
화염산을 떠나 이틀 뒤.
"낭군."
갑자기 나타난 알지가 나를 얼싸안았다. 이젠 오함마마저 사라졌다. 비록 더 대단한 오행인이 되었지만, 먹지도 마시지도 싸지도 않더라도 생명체로 분류되는 오함마와 무생물인 법보는 느낌이 다르다. 나는 지구인이라서 섬세하다고. 그래서 알지의 출현이 무척 반가웠다.
"좋은 냄새."
알지가 내 어깨에 코를 콕 박았다. 알지 얼굴이 다가올 때 키스 타임인 줄 알았는데, 민망해 얼굴을 들 수 없구나.
"낭군 세졌어."
"고마워. 너도 이뻐졌어."
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실제로 자신이 이뻐졌는지 고민하는 거다. 이래서 연애는 글로 배우면 안 된다. 이 말을 하면 여자가 기뻐한다고 한 놈들, 전부 고자 돼라. 공감 누른 놈들도 고자 돼라.
"낭군, 도와줘. 나 선업 없어."
난감하구나. 나 선업 넘기는 편법 모르는데.
"달라는 게 아니고, 난 선업에서 배제됐어. 그러니 다들 내 부탁을 안 들어줘."
알지는 참 순수하고 착한 아이야. 손오공 역시 선업 시스템에서 배제되었다. 그러나 힘으로 용궁에 가서 삥 뜯고 요괴들 법보 빼앗고 저승 애들도 수하처럼 부린다.
"내가 갈 수 없는 세상이 있어. 건너가서 죽일 놈을 죽여야 하는데. 낭군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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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황금색이 아니다. 어두운 황금색인데 무척 존귀해 보인다. 다리는 두 개밖에 없고, 발가락이 각각 12개다. 머리의 뿔도 12개나 된다.
다리가 두 개밖에 없는 점을 제외하면 평범한 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어깨에 해당하는 부위에 달린 두 장의 커다란 날개가 비범함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너는 기린(麒麟)이라 하고 너는 봉황(鳳凰)이라 해라.]
[어머님, 멈추십시오. 우리 둘만이라도 어머님의 염원을 이룰 수 있습니다.]
기린은 큰 뿔 사슴의 몸과 뿔을 가졌다. 머리는 사자와 흡사한데 눈만 호랑이와 판박이다. 소를 닮은 꼬리가 나 있고 온몸에 용과 비슷한 비늘이 덮였다. 용과 다른 점이라면 역린이 없다는 거다.
봉황의 푸른 머리는 닭을 닮았다. 부리와 턱은 제비를 닮았는데 붉은색이다. 목은 뱀과 같고 몸과 날개는 무척 푸짐하다. 꽁지는 다섯 갈래인데 색이 제각각이다. 한 가지 색이 아니고 다섯 색이 계속 바뀌며 눈을 어지럽게 했다. 간청하는 기린과 달리 봉황은 부리를 꾹 닫고 침묵을 지켰다.
[기린은 길짐승을 이끌어 법도를 만들어라. 길짐승은 땅을 흥하게 할 수도 있고 쇠하게 할 수도 있다. 길짐승들이 덕을 잃지 않고 땅을 지키게 해라.]
[봉황은 날짐승을 이끌도록. 하늘을 돌보며 길짐승이 제대로 땅을 관리하는지 감시하도록 해라.]
그때 침묵을 지키던 봉황이 입을 열었다.
[땅은 길짐승이 돌보고 하늘은 날짐승이 돌본다면, 물은 어떡합니까?]
[내가 곧 용을 만들 거다. 물짐승은 용이 관리하면 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습니다. 쥐는 길짐승이라 밤에는 감시할 수 없습니다.]
봉황이 말하자 응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부엉이를 만들었다. 부엉이는 밤에 잠을 자지 않으며 쥐를 잡아먹을 거다. 쥐가 멸종하고 부엉이가 밤말을 들으면 된다.]
봉황이 수긍하고 물러섰다.
응룡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용이 나타났다. 용은 커다란 눈을 뜨고 기린과 봉황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응룡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내가 어머님과 가장 비슷하게 생겼군요.]
[나는 길짐승과 날짐승과 물짐승을 모두 닮았다. 물짐승은 길짐승과 날짐승보다 먼저 생겼으니, 내 모습이 물짐승과 가장 가깝고, 물짐승을 관리해야 할 네가 나랑 가장 닮았을 뿐이다.]
봉황이 용을 보는 눈초리가 곱지 않았다. 기린의 눈에는 슬픔만 남았다.
[이젠 내가 사라질 순서구나. 각자 소임을 다하며 때를 기다려라. 언젠가는 신이 돌아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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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뭐야?"
"용과 봉황과 기린의 탄생 과정."
"그런데 부엉이가 쥐를 멸종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쥐는 아직도 있잖아."
"부엉이가 실패했어. 살아남은 쥐가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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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아직 힘이 남으셨잖아요. 조금만 우리 곁에 더 머물러 주세요.]
기린의 말에 응룡이 미소 지었다.
[덕분에 아직 할 말이 남았음을 깨달았구나.]
[저희에게 지혜를 나눠주시느라 어머님이...]
용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있고, 봉황은 기린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희 셋이 관리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 그런 존재는 그냥 놔두거라.]
[길짐승도 아니고 날짐승도 아니고 물짐승도 아닌 존재가 있습니까?]
[지금은 없지만, 이후 생길 것 같구나. 길짐승인데 네 발로 걷지 않는 존재, 길짐승인데 날개가 달린 존재, 길짐승인데 물에서 사는 존재. 관리하기 어렵거나 구분하기 어려운 자는 무시해라.]
말을 마친 응룡이 희미해지더니 결국 사라졌다. 봉황과 용과 기린은 응룡의 분부대로 각자 소임을 다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문제가 생겼다. 먼저 봉황이 기린을 찾아갔다.
[원숭이라는 길짐승. 왜 날짐승을 잡아먹는 거야? 날짐승이 길짐승을 먹을 수 있지만, 길짐승은 날짐승을 먹어선 안 돼. 당장 그 원숭이라는 종족을 없애버려.]
[원숭이는 두 발로 걷는다. 어머님이 그런 존재는 간섭하지 말고 놔두라고 했다.]
[네가 딴생각 품은 건 아니고?]
둘이 원숭이 문제로 다툴 때, 용도 찾아왔다.
[야, 고래 좀 땅으로 데려가. 왜 길짐승이 물에 와서 물짐승 잡아먹는 거야?]
[어머님이 그냥 놔두라고 하셨잖아.]
[고래 먹성 너무 커. 이러다 물짐승이 멸종할지도 몰라.]
기린을 설득하지 못한 봉황과 용이 만났다.
[힘을 합쳐 기린을 치자. 길짐승을 없애고 땅을 우리가 지배하자.]
[날짐승은 땅에서 살 수 있지만, 물짐승은 땅에서 살 수 없어. 땅을 네가 차지하는 대신 하늘을 내게 넘겨.]
[날치가 하늘을 날지만, 지배할 수는 없어. 하늘은 단순히 난다고 지배하는 게 아니야. 그냥 땅에도 물이 들어올 수 있게 허락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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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린이 사라진 거야? 둘이 기린을 죽여서?"
"아냐. 봉황과 용도 서로 믿지 못했거든. 기린은 죽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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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에 앉은 봉황이 고민한다. 기린이 마음에 안 들지만, 자꾸 하늘을 노리는 용도 고깝다. 비록 날짐승이 가장 강하지만, 물짐승과 길짐승을 동시에 상대할 정도는 아니다.
응룡이 나눠준 지혜를 이용해 그간 수집한 지식을 주물렀다. 지식을 지혜로 주무르면 새로운 지식을 토해내기도 한다. 그리고 운 좋게도 봉황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지식을 얻어냈다.
응룡이 기린과 봉황과 용으로 나뉘던 방법을 흉내 냈다. 응룡은 완전한 셋을 만들고 사라졌다. 하지만 봉황은 그러지 않았다. 봉은 수컷이고 황은 암컷이다. 음양으로 나뉜 둘은 하나이자 둘이고 둘이자 하나다. 독립적이지만 완전하지 않은 두 존재는 서로 의지해야 했다.
봉황이 봉과 황으로 나뉜 덕분에 날짐승은 동시에 길짐승과 물짐승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능력을 얻었다. 그러나 사태는 봉황의 생각처럼 흐르지 않았다.
새로 태어났지만 물짐승의 삶을 동경한 청새가 배신했다. 용에게 봉황이 무슨 짓을 했는지 누설하고 물짐승 청새치가 되었다.
봉황이 둘이 되었다는 말에 겁먹은 용은 바로 기린에게 고자질했다. 불을 무서워하는 날짐승과 길짐승을 잘 다스리라고 응룡은 봉황과 기린에게 봉린화라는 불을 주었다. 이 불은 생명체를 죽이지 않지만, 죄인에게 낙인을 찍어 새까맣게 만들 수 있다. 봉린화에 불탄 짐승은 모든 짐승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물짐승은 물에 살기에 불로 다스릴 수 없다. 그래서 용은 봉린화를 받지 못했다. 봉황이 둘로 나뉘었다는 말에 기린은 급히 자신의 봉린화를 단련했다. 둘의 봉린화를 이길 수 있도록 두 배 이상 강한 봉린화로 만들려 했다.
기린에게 일러바친 후 용도 둘로 나뉘려 했다. 그러나 봉황과 달리 용은 실패했다. 응룡을 가장 닮은 용은 둘이 아닌 셋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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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 부부의 이름은 음답(陰龖)과 양답(陽龖)이야. 내 이름은 검답(黔龘)이고."
뭔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안타깝게도 잡지 못했다. 나 벼락도 잡을 수 있는 남잔데.
"음답과 양답은 나를 가뒀어. 내가 기린 편을 들었거든. 기린과 봉황이 싸우면 어부지리를 얻으려고 나를 가둔 후 둘도 숨었어."
기린은 마마보이, 봉황은 질투 많고 야심이 큰 캐릭터, 용은 얍삽이. 물론 우리 알지는 제외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어. 셋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용이 숨어버렸어. 결국, 기린과 봉황의 싸움에 세상이 조각났어."
그래서 여러 세상이 생겨난 거구나.
"기린은 세상을 다시 하나로 만들 방법을 찾으러 사라졌어. 음답과 양답은 재빨리 물짐승인 미꾸라지와 잉어 그리고 길짐승인 뱀이 용으로 환생할 수 있도록 허락했어. 그렇게 갈라진 모든 세상에 용이 존재하니 신룡 부부는 지배자가 되었어."
"세상이 조각나면서 기린과 봉황 그리고 용은 서로 다른 세상에 떨어졌어. 기린은 사라졌고 용은 지배자가 되어 하늘을 노렸지. 그리고 여의주라는 법보를 만들어서 하늘로 올라갔어. 그런데 신룡 부부의 예상과 달리 그냥 하늘이 아닌 천계로 가버렸고, 그곳을 정복하려 노력하다 결국 실패하고 하계로 돌아왔어."
봉황은 뒤늦게 신룡이 벌인 짓을 듣고 따라 했다. 다만 용과 기타 세력의 방해를 받아 지배 종족이 되지 못했다. 봉린화의 시련을 이겨내면 봉황으로 받아들이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음에도 아직 모든 세상에 봉황을 보내지 못했다.
"그때 조각난 건 하계뿐이야. 천계와 음계는 그대로였지. 음계를 관리하던 십왕은 빠르게 조치했어. 각 세상과 연결된 음계를 독립시키고 무수한 십왕을 만들었지. 반대로 뒤늦게 천궁을 차지한 옥황상제는 세상마다 다른 천계를 운영하는 대신 하나의 천궁으로 모든 세상을 지배하려 했어. 그래서 천만이 넘는 천군을 보유하고도 모든 세상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어."
심동 때 이런 유용한 비밀을 알려줬으면 내가 지옥에서 고생 덜했을 텐데. 알지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내 힘이 성장하고 있다.
"세상이 조각날 때 기린과 나는 홀로 떨어졌어. 봉과 황은 같은 세상에 떨어졌고 음답과 양답은 이 세상에 떨어졌지. 천궁이 나를 잡으려 해서 이쪽으로 도망 왔어. 이 세상에 신룡이 있어서 내 힘이 더 강해지거든."
보통 드라마나 영화는 반전이라도 있지. 천궁은 처음부터 쭉 악역이구나.
"내가 신룡 부부와 다시 합쳐지면 응룡만큼 강해질 수 있어. 그러면 천궁도 나를 두려워해야 해."
"신룡을 제압하는 건 손오공 도움받아야 할 텐데. 내가 서천까지 다녀오기를 기다리면 안 될까? 우리 둘이 신룡을 이긴다는 보장도 없잖아."
"여기 신룡은 너무 강해서 합쳐지면 내가 아닌 새로운 존재가 돼. 천궁이 저쪽 세상에서 신룡을 만들 계획을 진행하고 있어. 그 둘을 먹어야 해."
"천궁이 신룡도 만들 수 있어?"
"나랑 신룡 부부랑 다른 세상에 떨어졌잖아. 원래는 하나니까 당연히 부족함을 느껴. 이 세상에는 백룡이 생겨났고, 저쪽 세상에도 신룡이 될 자질을 품은 존재가 생겨났어. 물론 백룡이 나처럼 성장할 확률이 무척 낮고 저쪽 세상의 신룡 후보가 신룡이 될 확률도 거의 없어. 천궁에서는 나를 잡아 더 확실하게 신룡을 만들려 했던 거고."
잠깐. 머리가 어지럽다. 초석잠을 먹어 뇌 용량이 무한에 가까워졌는데 무슨 핑계 대지?
"내가 정리할게. 기린이랑 봉황이 싸워서 세상에 나뉘었는데, 너는 다른 세상이 있었고 여긴 신룡이 있었어. 그런데 잘린 지렁이처럼 머리와 꼬리가 자라나서 둘 다 완전한 지렁이가 되려고 했다는 말이지?"
착한 알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렁이에 비유해도 화내지 않고. 내가 참 복에 겨운 놈이지.
"천궁에서 너를 잡은 후 신룡을 만들어서 뭔가 하려고 했고. 너는 그걸 피해서 더 강해지는 이 세상에 왔고. 그래서 천궁도 너를 어쩌지 못한 거야?"
"끄덕끄덕."
"말로 하지 마. 이상해."
"이 세상에 오니까 백룡이 있더라고. 무척 기분 나빴어. 그리고 옛날에 싸우던 봉이랑 닮은 놈이 보여서 죽여버렸어. 그런데 백룡이 그걸 삼키고 나처럼 새까매졌어. 운명은 참 무서운 거야."
알고 한 게 아니구나. 손오공처럼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데 일이 잘 풀리는 유형이구나. 뭐, 내가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에 갇혀서 또 세상을 건넜어. 그러다 낭군 만났지. 좋은 냄새 나는 낭군."
오케이. 백룡이 백마가 되어 삼장을 서천에 데려갔다면 아마 알지 대신 신룡과 비견되는 세 번째 용이 되었을 거다. 그런데 우연히 알지가 그날 기분이 나빠서 봉을 죽여버렸고, 백룡 대신 알지가 알이 되어 내게 왔다.
우연, 우연, 우연. 과연 우연일까? 항거할 수 없는 운명이 내 손발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게 아닐까?
"필연이야. 우린 운명이야."
하이고, 심장아. 나잇값 좀 해라.
"내 계획은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서 신룡을 먹어치우는 거야. 그럼 난 완전한 용이 돼. 응룡만큼 강한."
"세상을 넘는 데 선업이 필요한 거야?"
"아니. 지금 저쪽 세상은 내가 돌아갈 수 없게 결계가 되어있어. 그 결계를 파괴해야 해."
"내가 건너갈까?"
"낭군 아직 약해. 그리고 저쪽 세상에 아직 신룡이 없어. 우선 신룡 태어나게 해야 해."
혼자 좀 정리하자.
응룡이 신이 돌아올 때까지 하계를 잘 관리하려고 용이랑 기린이랑 봉황이 되었다. 그 대가로 응룡은 사라졌고. 봉황이 기린과 싸우다가 세상을 박살 냈고, 여섯은 네 세상으로 나뉘었다.
기린은 세상 다시 붙인다고 아교풀 찾으러 사라졌다. 용은 지배 종족이 되었고 봉황도 지배 종족이 되려 노력하고.
천궁이 알지를 이용해 신룡을 만들려 했다. 아무래도 이 세상의 신룡과 대항할 장기 말이 필요했겠지. 알지는 천궁을 당할 수 없어 이 세상으로 도망 왔고.
지금 알지는 돌아가서 만들어진 신룡을 먹어 완전해지려 한다. 그걸 천궁은 물론 이 세상의 신룡도 방해할 거고. 우선 저쪽 세상에 신룡이 만들어지도록 천궁을 도운 후, 알지를 보내서 신룡을 먹게 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아직 약해서 저쪽 세상에 건너가 뭔가 할 깜냥이 안 된다. 그래서 선업이 필요한 거군.
"낭군. 이랑신에게 선업 주고 부탁해. 저쪽 세상에서 신룡이 태어나게 도와달라고."
"얼마나 들까?"
"낭군 거지야?"
아니, 이런 안 이쁜 말은 어디서 배웠지? 분명히 손대기 그 나쁜 놈일 거야.
"무겸이 가르친 거야. 더 나쁜 말도 배웠어."
그런 건 자랑스러워 안 해도 돼. 그나저나 무겸이 벌써 거지를 입에 올릴 정도로 말문이 틔었단 말이지? 장한 녀석. 될성부른 떡잎은 뭐가 달라도 달라.
- 작가의말
이야기가 급하게 다른 데로 빠지지 않습니다. 간섭자의 숨결 때 두 이야기를 번갈아 진행하면서 고생 많았거든요. 서유기 끝난 후 진행할 이야기의 밑밥입니다. 다음 화에 서유기 줄거리로 복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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