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
제1회 화과산 미인대회.
내가 주최한 대회이고, 가야국과 말래국 그리고 오래국이 참여했다. 조금 거리가 먼 나라들은, 말을 탈 형편이 되는 왕이나 왕자들만 구경하러 왔다.
미인대회의 진행방식은 나도 잘 모른다. 그래서 처음에는 민낯으로 시작했다. 다음 궁장을 갖춰 입은 모습으로 순위를 매기고, 그다음에는 화장을 허용했다.
여자들은 연지석만을 이용해서 온갖 기상천외한 화장을 보여주었다. 국왕과 왕자들이 심사위원이 되어 점수를 매겼다.
한편.
장안법과 투명술을 펼친 원영이 33천에 무사히 도착했다. 원영은 나면서도 내가 아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엉뚱한 짓을 안 하고 얌전히 내 뜻에 따랐다.
첫 목표는 서왕모의 반도원. 반도원 정문에 도착하니 문이 닫혀있다. 난감하다.
담을 넘으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여긴 천궁이다. 문이 아닌 곳으로 특정 공간에 침입하려면 손오공 정도 레벨이 되어야 한다. 난 아직 도겁도 겪지 못한 쪼렙이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다. 반드시 복숭아, 금단, 술 순서로 먹어야 한다. 순서가 틀리면 나는 소멸하고 만다. 손오공이 부활시켜준다고 해도, 축기부터 다시 수련해야 한다. 실패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반도원 정문에서 죽치고 있는 사이, 미인대회가 허무하게 끝났다. 플랜B를 준비했었어야 했는데, 경험 부족으로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어떡하지?
화과산에는 성성이들로부터 받은 희귀한 나무가 많다. 화과산에도 없었고 용궁 연회에서도 본 적이 없는 과일을 잔뜩 따가지고 용궁으로 갔다.
일단 오광하고 친분 쌓는 척하며 알리바이를 만들 생각이다.
장안법과 투명술이 안 풀리게 조심하며 반도원 앞에서 하염없이 죽치고 있는데, 새가 지저귀는 듯한 아름답고 영롱한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제발. 반도원 찾는 손님이었으면. 어떻게든 문만 열어줬으면.
홍의, 청의, 소의, 조의, 자의, 황의, 녹의.
소의는 흰 날개옷이고 조의는 검은 날개옷이다.
칠선녀. 조금 실망이다. 안 이쁜 건 아닌데, 헉 소리 나는 미인은 아니다. 그저 오관이 단정하고 눈에 생기가 넘쳐날 뿐.
이들은 천계에서 태어나서 신선이 못 되고 선녀가 된 여자들이다. 그러니까 내가 필마온 할 때 밑에서 데리고 있던 일꾼들보다도 한 단계 더 낮은 신분이다. 그놈들은 법력도 형편없고 힘도 약하지만, 그래도 천선의 지위를 얻었다. 열심히 수련해서 금선만 되면 관직을 얻을 희망이 있다. 칠선녀는 천계에서 태어났음에도 천선의 신분조차 못 얻은 시녀 신분이다.
차라리 항아처럼 너무 이뻐서 천계로 올린 여자들이 수천 배는 이쁘다.
칠선녀가 똑똑 두드리자 정문이 열렸다. 원영이 잽싸게 칠선녀들 사이에 끼어 반도원에 들어갔다. 칠선녀들이 갑자기 이뻐 보인다.
"언니, 어떤 복숭아를 따야 해요?"
"이번 연회는 태상노군도 참가하신다고 하니, 가장 뒷줄에서 따도록 하자."
반도원에는 3천6백 그루 복숭아나무가 있다. 그중 1/3은 3천 년에 한 번 익고 1/3은 6천 년에 한 번 익는다. 그리고 뒷줄의 1/3은 9천 년에 한 번 익는다.
"조심해야 할 게 있다. 도왕(桃王)은 손끝으로 건드려도 안 돼. 이미 3만 년 사신 분이다. 우리보다 나이도 더 드신 분이니 실례하면 큰일 나. 다른 복숭아들보다 훨씬 크시고, 금빛이 번쩍이는 복숭아가 도왕이니 가까이 가지도 말아."
싸늘하다. 이건 왠지 나보고 복숭아 왕을 따먹으라고 유인하는 느낌이다. 우연인가 함정인가. 갈등이 멈추지 않는다.
욕심 때문에 귀신 따위에게 당한 게 벌써 몇 번이던가. 괜히 도왕을 욕심내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은 내 편이 아니다. 칠선녀가 나갈 때 함께 나가야 한다. 안에서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는 건 인간계의 상식이다. 천궁에서는 열어주지 않으면 나가기도 어렵다.
천계에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정말 많다. 은하수는 강물이다. 그런데 그 강물로 천을 짤 수 있다.
은하수는 33천의 표면에 흐른다. 가끔 은하수가 경로를 바꾸기도 하는데, 은하수가 떠난 자리는 전혀 파이지 않고 평평하다.
은하수는 끝이 없다. 아무리 긴 작대기를 들이밀어도 바닥에 안 닿는다. 그런데 바닥이 있다. 그 바닥에서 여의금고봉을 만든 신진철도 발견했다.
은하수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은하수를 따라 한쪽으로 아무리 가도 시작이나 끝을 볼 수 없다.
- 잡념이 많다. 머리를 굴리지 말고 네 마음에 집중해라.
오광과 수다를 떨다가 다시 화과산에 돌아왔다. 너무 오래 있는 것도 작위적이라서.
과일을 따고 남해용왕인 오흠을 찾아갈 생각이다. 오흠의 산호궁도 구경하고 친분도 쌓아두고.
화과산에 도착하자 손오공이 나를 질책했다. 용궁을 떠난 나를 통해 원영의 상태를 알아차린 거다. 원영은 내가 아니지만, 나다. 훨씬 더 솔직한 나.
그래, 결심했다. 그래도 조금 기다려. 알리바이 만들어야 하니까.
남해의 산호궁. 수정궁은 수정으로 만들어졌으니까 산호궁은 산호로 만들어진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죽은 산호가 아니라 살아있는 산호충으로 만들어진 궁전이었다.
수정궁이 그저 투명하다면, 산호궁은 색이 계속 변화한다. 남해용왕 오흠은 오광으로부터 내 소문을 들었는지 무척 환대했다. 격식을 차리는 오광과 다르게 오흠은 사람을 편하게 대했다.
동해용궁에서는 전통무용 같은 바다뱀과 가재들의 춤을 구경했다. 남해용궁의 춤은 약간 막춤 느낌이 난다. 만년 산호에 고인다는 산호수. 생명력이 전혀 깃들어있지 않고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는 산호수를 마시며 남해 수족들의 춤을 구경했다.
내가 남해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영이 도왕을 찾아냈다. 원영은 금단을 갉아먹던 것처럼 도왕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금단을 먹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도왕은 순식간에 원영에게 흡수되었다.
배가 아프다. 왜 원영이 복숭아를 먹었는데 내 배가 아프지?
답을 모르는 건 아니다. 원영을 통해 복숭아가 내게로 전해졌으니까. 그런데 배가 너무 아파서 저도 모르게 원망하게 된다. 화과산이라면 이렇게까지 아프지 않았을 텐데. 이래서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생겼구나.
다행히 땀을 흘리지 않는 몸이라서 표정만 잘 관리하면 된다. 그리고 원영이 통증으로 장안법 혹은 투명술이 깨지는 것보다, 내가 아픈 게 낫다.
"천천히 따. 괜히 안 이쁜 복숭아를 따면 꾸지람 받을 거야."
칠선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실망이 원망으로 바뀐다. 빨리 나가라고. 그래야 나도 남해용왕과 작별하고 화과산으로 돌아가지. 복통을 참으며 이들이 원하는 만큼 복숭아를 다 딸 때까지 고생했다.
반도원의 문이 다시 잠기자, 원영은 태상노군의 거처인 도솔궁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남해용왕과 웃는 얼굴로 작별한 후 비행술로 땅을 밟고 축지법으로 오래국에 갔다. 무척 빠른 속도로 화과산에 도착한 나는 수렴동으로 들어갔다.
배가 여전히 아프다. 이거 정상이 아닌데. 도왕이 사실 독왕이었던 건가? 이쁜 장미는 가시가 있고, 화려한 뱀은 독을 품는다.
그게 아니라면, 3만 년이나 되어서 속이 썩은 건가? 그런데 서왕모의 복숭아가 썩는다는 게 말이 돼?
갑자기 신호가 와서 바지를 벗었다. 수박만큼 큰 게 나올 줄 알았는데, 복숭아씨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복통이 씻은 듯이 가셨다.
바지를 추스르고 돌아보니, 복숭아씨가 수렴동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도 만들었다. 곧 가지를 뻗더니, 사과나무로 자랐다.
증거인멸을 위해 복숭아나무를 태울 생각도 했다. 오함마의 삼매진화라면 재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태울 수 있다. 그런데 이놈은 영리하게도 사과나무로 자랐다.
설마 내일 지구가 멸망하는 건 아니겠지? 오늘 내가 사과나무 심었다고.
다시 과일을 따서 북해용궁으로 출발했다. 원영은 도솔궁 앞에서 죽돌이가 되었다. 급할 게 없어서 천천히 걸었다. 용궁도 둘밖에 남지 않아서 아껴야 한다.
원래 도솔궁의 문은 항상 열려있었다. 태상노군의 제자들은 관직을 얻어 자기 거처가 있다. 수발을 드는 동자들은 능력이 부족한 몇백 살짜리 꼬마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법력도 부족하고 법술도 어설퍼서 도솔궁의 문을 여닫지 못한다. 그래서 도솔궁은 늘 문을 열어두었다. 천궁에서 감히 도솔궁에 와서 도둑질할 담이 큰 작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내가 천궁에 불리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반도원과 도솔궁의 문이 닫혔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규정이 생겼고, 열쇠가 있거나 미리 허락받은 자만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등장하자마자 천계에 나만큼 영향력을 끼친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안타깝게도 천계에는 타임스지가 없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표지를 장식했을 수도 있을 텐데.
희대의 풍운아 손대성. 천계의 질서를 바꾸다.
"야, 이거 걸리면 하계 추방이야."
"안 걸려. 딱 금단 한 알만 먹고 열쇠를 도로 갖다 놓으면 돼."
"들키면 천후 사형이 경치지 않을까?"
"그게 우리랑 뭔 상관이야. 우리 계파도 아닌데. 그리고 금단이 수만 개나 있는데 고작 두 알 사라졌다고 티가 나겠어?"
축지법. 순식간에 북해에 도착해서 바다에 뛰어들었다. 빙궁에 도착하니 북해용왕 오순이 나를 반긴다.
빙궁이라 해서 무척 추운 줄 알았는데, 빙궁 안이 오히려 따뜻했다. 얼음이 투명할 거라는 편견을 깨고, 하얀색 얼음 벽돌과 얼음 기와가 빙궁을 하얗게 단장했다. 유일하게 투명한 건 북해빙궁의 기둥들이었다. 기둥을 북해 말로 고드름이라고 부른다.
추운 곳에서 살아서 그런지, 오순은 무척 열정적이었다. 굳이 나를 끌고 바다 사냥을 했다. 바다에 살지만 포유류인 고래나 물개들이 사냥 대상이다.
한편. 한참이나 옥신각신하던 두 동자는 결국 도솔궁 문으로 다가갔다. 품에서 꺼낸 둥그런 쇠판은 내가 잠깐 소유했던 동전보다 조금 더 크고 구멍이 없다.
가운데 태극이 그려져 있고 팔방에 팔괘가 새겨졌다. 열쇠를 가까이 대자 도솔궁 문이 열렸다. 원영이 잽싸게 두 동자 사이에 끼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 등급의 금단을 먹을까?"
밖에서 말리는 척하던 동자가 안에서는 훨씬 적극적이다.
"3등급으로 하자. 그건 수천 알이 있어서 두 알은 티도 안 날 거야."
"2등급도 수백 알이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둘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금단을 담은 수많은 호리병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상대가 있었다. 붉은 호리병의 이름은 자금홍호로(紫金紅葫蘆). 여의금고봉과 동급의 법보다. 굳이 따지자면, 먼저 만들어졌기에 여의금고봉보다 격이 조금 더 높다.
원영이 홀린 듯 다가가서 뚜껑을 딴다. 안에는 특급 금단이 세 알이나 있었다. 제발, 한 알만 먹자. 세 알은 감당하기 힘들다고.
원영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원영은 또 다른 나. 아마 내가 한 알만을 외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세 알 다 먹기를 바랐던 것 같다.
예상외로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일반 복숭아 대신 도왕을 먹어서 괜찮은 건가? 내가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사냥은 계속되었다. 내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자, 오순은 서해용궁으로 놀러 가자고 제안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서해용궁은 진주궁이다. 진주를 쌓아서 어떻게 궁전을 만들지 궁금했는데, 진주궁에는 진주가 한 알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진주의 영롱한 빛을 빚어서 궁전을 만들었다.
네 용궁을 다 돌아다녔지만, 개인적으로 진주궁에 가장 점수를 주고 싶다. 가장 상상외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가장 아름다운 궁전이 진주궁이다.
빛으로 만든 궁전인데, 눈이 아프지 않고 오히려 시원하다.
서해용왕 오윤은 세 용왕을 섞은 모습이다. 연회에서 음식 올리는 순서마저 엄격히 정한 모습은 오광과 비슷했고 나와 오순을 반갑게 맞아주는 모습은 열정적인 오순과 닮았다.
그러나 친해진 후 말을 편하게 하고 농을 건네는 모습에서는 오흠의 느낌이 난다.
오순이 졸라서 연회가 끝난 후 우리는 창수염고래 사냥도 했다. 오순이나 오윤은 법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사냥에 임했다. 줄을 묶은 작살을 던져 고래를 명중하고, 그걸로 고래를 발버둥질하게 해서 출혈을 유도하는, 내 느낌으로는 아주 원시적인 사냥방식이었다.
"이놈들은 너무 많이 먹어서 정기적으로 숫자를 줄여줘야 합니다. 천적도 없고 해서 완전 무법자지요. 예전에는 상어들이 고래를 잡아먹었는데, 인간들이 상어 사냥을 시작하며 상어가 무척 줄었습니다."
"인간들이 상어를 못 잡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인간은 천계의 비호를 받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일은 저희가 다 양보합니다."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속에 진 응어리가 느껴진다. 천계는 옥황상제 소관, 땅은 지선들 소관, 바다와 강과 호수 그리고 우물 등은 용왕 소관이다.
그러나 용왕은 인간들이 낚시하고 물을 가져다 쓰는 걸 제지할 수 없다. 더러운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막지 못한다. 지배가 아닌 관리의 개념인 것이다.
천궁이 천계를 꽉 잡고, 저승의 십왕이 음계를 지배하는 것과 달리, 지선과 용왕들은 지배보다 관리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그리고 용왕들이 바다에 대한 지배력은 지선들이 땅에 대한 지배력보다 못하다. 용궁이라는 공간에서만 100% 지배력을 발휘한다.
격렬한 논의 끝에 2급 금단을 하나씩 도둑질해 먹은 두 동자가 열쇠로 문을 다시 열었다. 원영이 살짝 심술을 부렸다. 법력을 꼬아서 만든 실로 2급 금단을 넣은 호리병을 휙 당겼다. 미리 뚜껑을 열어놓았기에, 안에 있던 수십 알의 금단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깜짝 놀라서 금단을 주워 담으러 간 동자들을 뒤로하고, 원영은 열린 문으로 유유히 나갔다.
원영이 도솔궁을 떠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오순과 오윤과 작별했다. 복숭아는 오광과 오흠이, 금단은 오순과 오윤이 현장부재증명을 해줄 수 있다. 옥황상제의 술이야 먹으라고 내놓는 물건이니 사라져도 추궁받지 않을 거다. 앞의 둘과 비교하면 귀한 물건도 아니고.
달리기와 비행술과 축지법을 거듭 사용하여 화과산에 도착했다. 손오공이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벌써 내 상황을 다 파악했다.
- 넌 언제나 상상 이상의 성과를 내는구나. 그나저나 너, 술 잘 마셔?
"마셔본 적이 없어요."
- 네가 술이 셌으면 좋겠다.
"도둑질이 생각보다 쉬운데요."
- 금단까지 먹은 후 네 잡념이 많이 사라졌다. 분신의 경지씩이나 되어서도 자기 마음조차 다스리지 못하다니. 심동의 경지를 편법으로 넘은 벌인가?
"형님도 몰라요?"
- 당연하지. 난 돌에서 태어날 때 이미 대승(大乘)의 경지였어. 낮은 경지들은 난 겪어본 적도 없어서 뭐가 뭔지 잘 몰라.
실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원영이 기다리던 자가 나타났다. 적각대선(赤脚大仙)이 주릉각으로 향하는 길목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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