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쓰는 놈이 손해
둘이서 수만 명의 적을 상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체도 들키지 말아야 하고.
"남쪽 지키는 애들이 그러는데, 북쪽 애들은 맨날 하는 일 없이 놀기만 한다고. 게으름뱅이들만 모였다고 그러던데."
"어느 멍청한 놈이 그런 말을 해? 북쪽은 남쪽보다 먹을 것도 적고, 짐승들이 훨씬 포악하다고. 진짜 편하게 지내는 놈이 누군데."
남북 갈등을 부추겼다.
"야. 동쪽 애들이 친선비무 한 번 하자던데. 요즘 심심하니까 서쪽 애들 좀 갖고 놀아야겠다고 모두 벼르더라고."
"개새끼들. 지들은 발톱 있다고 맨날 친선비무 하재. 무기 들면 오줌 질질 싸는 새끼들이."
동쪽은 청모사왕 수하들이라 맹수가 대부분이고 서쪽은 황아백상 수하들이라 초식이 대부분이다. 인종차별과 종족 모순을 심화했다.
"야. 음식 만드는 애들이 요즘 얼굴이 살판났어. 병신같은 놈들이 식자재 못 구해오니까 자기들만 편하다고. 그놈들은 음식 만들면서 맛본다고 배를 먼저 채우잖아."
"음식 떨어지면 제일 먼저 잡아먹힐 놈들이 자기들 처지 모르고 주둥이 마구 놀리는구나. 언젠가 한 번 손봐줘야겠어."
부서 간 모순을 극대화했다.
매일 몇 마리에서 십여 마리가 죽음에 이르는 사고를 당한다. 일부는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죽는 거지만, 대부분은 나와 저팔계 짓이다. 이간질에 바쁜 저팔계보다 내가 더 많이 해치운 건 두말하면 입 아플 일.
게다가 상황은 우리에게 웃어줬다. 사타령은 원래 청모사왕의 영지다. 그걸 황아백상이 졸개를 거느리고 와서 빼앗으려 했다. 세력은 황아백상이 더 강했지만, 청모사왕은 홈 버프로 든든하게 버텨냈다.
서로 어쩌지 못할 때, 원래부터 청모사왕과 친분이 있는 대붕이 와서 둘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둘은 아예 힘을 합치기로 하고 청모사왕이 첫째가 되고 황아백상이 둘째가 되었다.
비록 우두머리들은 화해했지만, 밑에 요괴들은 아직도 티격태격을 멈추지 않았다.
게다가 셋째 대왕인 대붕은 사타령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주로 지낸다. 셋이면 균형을 이루기 쉬운데 둘이 남으니 은근한 힘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제천대성, 오늘 동쪽 애들과 서쪽 애들이 대규모로 붙었다. 맨손으로 하다가 서쪽이 밀리니까 결국 무기를 들었고, 죽은 놈은 없지만 크게 다친 놈이 백이 넘는다."
"졸개들이 맨날 싸우는데 왜 두 대왕은 가만히 있을까?"
"머릿수 줄이려는 거 아닐까? 저놈들이 맨날 먹고 싸는 양을 생각해봐."
화과산은 원숭이를 위한 영지다. 십수만 마리 원숭이를 먹여 살릴 음식이 나무에 달린다. 봉황령 역시 새를 위한 영지여서 먹이가 넘쳐났다.
금두산은 소를 위한 영지여서 16만 마리나 되는 소들이 배를 굶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사타령은 특정 종족을 위한 영지가 아니다. 그래서 먹을 게 늘 부족하다.
- 찝찝하다. 뭔가 기운이 이상해.
저팔계의 말에 수긍하려 했는데 손오공이 내 의심을 부추겼다.
"저팔계, 우리 여기 온 지 며칠 됐지?"
"35일 정도 되었다. 이미 요괴들이 사분오열되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서 우두머리 해치우면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정신없을 거야."
"돌아가 다들 잘 있는지 확인할까?"
"가자. 그동안 밥 배부르게 먹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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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꾀에 넘어갔구나."
낯이 화끈화끈 달아오른다.
"삼장법사 말을 듣는 게 아니었어. 그놈답지 않게 머리 굴린다 했더니."
저팔계가 무책임하게 삼장 탓으로 돌렸다. 난 저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영지가 수백 리 되고 밑에 수만 요괴를 거느린 놈들이 얌전하게 기다릴 거로 생각한 게 잘못이지."
"분명히 저 성에 요괴 끄나풀이 있어."
나와 저팔계가 요괴를 분열시키느라 애쓰는 사이에 삼장이 잡혀갔다. 개미굴 안에는 돌로 변한 백갑만 덩그러니 남았다.
백갑을 위로 끌어낸 후 개미굴을 터뜨렸다. 개미굴의 법력이 퍼지자 토지신들이 나와서 눈물을 뚝뚝 떨군다. 개미굴 때문에 흙에 기운이 고이지 못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황무지가 되었다. 그래서 이 땅을 관리하는 토지신들의 힘도 약해졌다.
"요괴들이 언제 와서 저 안에 있는 스님을 잡아갔지?"
"30일 전입니다."
제길. 19일 남았다. 안전하게 18일.
"그냥 가서 다 죽여버리자. 머리 쓰는 건 우리랑 어울리지 않아."
은근슬쩍 나는 왜 끌어들이는데? 대부분 아이디어는 너랑 삼장이 낸 건데.
"그래. 처음부터 정면으로 맞서는 거였어."
결국, 머리를 비우고 힘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위급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속이 후련하다. 호랑이는 풀을 뜯는 게 아니야.
사타령에 도착하자마자 저팔계가 원신을 드러냈다. 엉덩이에 살이 너무 많아서 코끼리랑 하마랑 코뿔소랑 헷갈리던 저팔계가 아니다. 물론, 지금도 딱히 멧돼지라고 생각하는 건 무리다. 살이 쪄서가 아니라, 저팔계의 원신 자체가 평소 보는 멧돼지와 많이 차이가 난다.
"천계에서는 추산저보다 이산수를 위에 놓지. 비록 사타왕 본인은 아니지만, 오늘 사타왕의 손자를 이겨서 내 실력을 증명하겠다."
저팔계의 원신은 크지 않았다. 대형 화물차 두 대가 나란히 선 크기다. 그러나 위력은 혼세마왕 따위가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저팔계가 한 번 돌진하니 미처 피하지 못한 요괴 수십 마리가 황천길에 올랐다.
"청모사왕, 나 네 할아버지 친구 추산저다. 어서 나와서 나랑 겨루자."
사타동(獅駝洞)에서 푸른 털의 사자 한 마리가 네발로 걸어 나왔다. 저팔계를 보더니 사자후를 내지른다.
이빨 하나하나가 돌을 깎는 정처럼 생겼다. 그런 이빨이 줄을 지어 톱날처럼 엇갈렸다. 머리는 둥그런데 얼굴은 평평하다. 눈에는 벼락이라도 품은 듯 정광이 번득이고 유일하게 붉은 눈썹이 불길처럼 흩날린다. 커다란 콧구멍이 연신 콧김을 뿜으며 저팔계를 깔아본다.
"자부심을 잊고 옥황상제 졸개가 된 추산저로군. 주둥이 잘못 놀려서 쫓겨났다며?"
"생긴 건 사자인데 개소리하는구나."
청모사왕이 굽혔던 뒷다리를 시원하게 뻗으며 저팔계를 덮친다. 저팔계 역시 눈에 불을 일구며 허공으로 점프했다. 자기 등을 노리는 발톱을 무시하고 뻐드렁니로 청모사왕의 배를 노렸다.
"흐압."
만근추로 저팔계 등에 붙어있었다. 청모사왕이 저팔계에게 강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하는 순간, 여의금고봉으로 청모사왕의 두 앞발을 두드렸다. 의심할 여지조차 없어 생각이 굳어졌을 때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반응이 느려진다. 청모사왕이 황급히 몸을 움츠렸으나,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저팔계의 뻐드렁니가 청모사왕의 연한 뱃가죽에 푹 박힌다. 배에 구멍 두 개 났다고 죽을 만큼 약한 요괴가 아니다. 그러나 나와 저팔계의 연타에 몸이 경직된 청모사왕은 대가리를 때리는 내 여의금고봉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뎅. 여의금고봉에 맞은 청모사왕의 머리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바닥으로 떨어지며 청모사왕이 소리 지른다.
"제천대성이랑 추산저 모두 여기 있다. 빨리 나와 나를 도와줘."
아하. 이놈들은 저팔계가 시선을 끌고 내가 몰래 잠입할 줄 알고 둘을 동굴에 남겨 함정을 팠구나. 이건 뭐, 머리 쓰는 놈이 손해 보는 이상한 대결인데?
퍽. 저팔계의 돌진을 피하지 못한 사자가 2백 미터를 굴렀다.
"멍청이, 네가 잡아두고 내가 때려야지. 방금 건 타격이 얼마 안 들어갔어."
저팔계가 2백 미터 밖의 사자를 향해 돌진하며 말했다.
"이번엔 내가 저놈을 바닥으로 받아버릴 거야. 다리 하나 작살 내버려."
저팔계는 말대로 내리박았다. 사자의 몸은 겨우 5미터 정도 밀려나고 저팔계에게 꽉 잡혔다. 사자가 앞발 발톱으로 마구 긁는데도 저팔계는 눈을 감지 않았다.
뒷다리가 때리기 딱 좋구나. 여의금고봉을 5미터 길이로 만들었다. 길수록 무게 중심이 밖으로 간다. 그간 수련과 연구를 통해 적과의 거리에 따라 여의금고봉 길이를 얼마로 해야 할지 감을 확실히 잡았다.
퉁. 이건 관음보살 버드나무 가지와 부딪칠 때 느낌과 너무 흡사한데?
황금빛 상아가 눈길을 확 끄는 코끼리다. 검은 눈동자와 황금색 상아를 제외하면 온몸이 하얗다. 외관만 보면 요괴가 아니라 무척 상서로운 동물로 보인다.
코끼리의 코가 내 여의금고봉을 막아냈다. 셋 중에서 제일 약하다고 평가받는 코끼리인데, 내 전력을 다한 여의금고봉을 막아냈다.
저팔계가 몸을 돌리더니 급발진한 자동차처럼 튀어 나갔다. 그 방향에는 대붕이 있다. 이 정도 가까운 거리에서 아무리 날개 달린 새라도 저팔계의 돌진을 피하기 힘들다. 그게 아니라면 새들이 고양이나 원숭이에게 잡아 먹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대붕은 날개를 움직이지도 않고 하늘로 떠버렸다. 대붕의 몸이 떠오르는 순간 저팔계도 점프했지만, 깃털 하나 스치지 못했다.
하지만 나이스.
십살총을 꺼내 힘껏 당겼다. 커다란 눈과 비교해 엄청 작게 보이던 대붕의 눈동자가 몇 배로 확장되었다. 봉황 눈알도 터뜨린 새총이다. 한번 맞아봐라.
"형님."
내가 손오공 부른 것도 아니고, 사오정이 갑자기 나타난 것도 아니다. 대붕이 부리로 외친 소리다.
형님이라고 부르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 너 같은 동생 둔 적 없어.
오른손 엄지와 식지가 쿨하게 이별했다. 둘 사이에서 자유를 구속받았던 총알집이 열 발의 총알을 쏘아냈다.
내가 신경 쓸 필요도 없이 알아서 대붕의 몸에 있는 약점들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퍼버벅, 퍼벅. 우엥.
대붕이 부른 형님은 코끼리였다. 망할 놈의 코끼리가 귀를 펄럭이며 날아와서 대붕 대신 탄알 열 개를 다 맞았다. 우연히 하나가 코끼리 거기에 맞았고, 코끼리가 우엥 하고 비명을 질렀다.
십살총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뒤에서 덮쳐오는 사자를 모른 척 속였다. 내가 완전 무방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철판교로 뒤로 누웠다. 제천권법의 오의 붕천권 한 방을 사자 배에 선물했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미처 위력을 조절하지 못했다. 날것 그대로의 붕천권이라 더 아플 거야.
"아이고, 내 허리야."
사자가 덮치고 내가 붕천권 쓰느라 진각까지 펼친 바람에 저팔계가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그래도 사자 한 놈을 당분간 전투력을 상실하게 했으니 믿진 장사는 아니다.
저팔계 등을 떠났다. 내가 바닥에 내리자 저팔계는 주변에 몰려든 새끼 요괴들을 향해 돌진했다. 내가 셋을 잡아둘 수 있다면 저팔계가 사타동에 침입해서 삼장을 구하기로 사전에 계획했다.
나는 저팔계와 반대 방향으로 뛰어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청모사왕을 덮쳤다. 코끼리가 황급히 달려와서 수비를 돕는다. 둘이 사이 나쁘다는 거 다 거짓말이었어?
대붕이 저팔계를 쫓는다. 나는 십살총을 꺼내 대붕을 겨눴다. 황아백상이 뒤에서 나를 공격했지만, 무시했다. 과연, 십살총을 발사하자 코끼리가 급하게 내 앞으로 와서 총알을 몸으로 막는다.
바로 몸을 돌려 여의금고봉으로 청사마왕을 때렸다. 미처 반응하지 못한 코끼리가 한발 늦었고, 내 여의금고봉은 사자의 앞다리를 분질러버렸다.
"셋째. 저팔계 놔두고 이놈부터 해결하자. 이놈 잡으면 저팔계 따위는 금방이야."
저팔계가 삼장을 구하든 말든 상관 안 하겠다는 뜻이다.
"팔계야. 삼장 구하면 음식부터 먹여."
이미 30일 굶긴 걸 소용없게 만들려는 계획이다. 과연, 내 외침에 요괴 셋 다 당황했다.
나를 빠르게 제압하기는커녕 마음이 딴 데 가 있어서 오히려 내게 밀렸다. 바닥에서 못 일어나는 청모사왕을 보호해야 하니까.
"날 상관하지 말고 저놈을 잡아."
그래? 그럼 우선 너부터 죽이고 보자. 대붕은 십살총을 두려워하고, 코끼리는 수비력만 강하고 공격은 평범하다. 게다가 쥐를 무서워하는 약점도 있다. 이십팔수의 허일성군을 불러오면 쉽게 해치울 수 있을 거다. 묘일성군이 닭이라면 허일성군은 쥐니까.
기회만 되면 청모사왕을 집요하게 노렸다. 그러면서 사자와 코끼리의 진체를 느끼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나보다 경지가 더 높은 놈의 진체를 놈의 영지에서 느끼려고 하니 정말 힘들다.
그래도 내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부상이 심한 청모사왕의 진체가 조금씩 느껴진다. 미친놈처럼 금고봉을 쉴 새 없이 휘두르며 기회만 엿봤다. 그리고 그 기회를 어렵게 얻어냈다.
황아백상은 사자와 대붕을 동시에 보호해야 한다. 나는 미친놈처럼 뛰어다니며 둘 중 하나를 공격했고. 그러다 내가 사자를 공격하는 걸 수비하느라 대붕이 코끼리의 보호 범위를 벗어났다. 나는 사자를 공격하던 여의금고봉을 놓고 십살총을 꺼냈다.
이제 코끼리는 선택해야 한다. 십살총을 막으러 움직이면 나는 다시 금고봉을 잡고 사자의 진체를 때린다. 사자를 계속 보호하면 대붕이 전투력을 잃는다. 나는 코끼리가 사자를 버리고 대붕을 보호할 거로 예측했다. 그래야 전투력을 조금이라도 보존할 수 있으니까.
멍청이. 사자의 확신을 이용해 초반에 큰 이득을 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과한 확신으로 일을 망쳤다. 대붕은 수십 개의 날개로 자기 몸을 감쌌다. 붕마왕은 날개가 십만팔천 개라고 했다. 대붕도 날개가 꽤 많은 편인가 보다.
십살총에 적중당한 대붕은 고춧가루를 흡입한 닭처럼 퍼드덕거렸다. 그리고 나도 코끼리의 코에 감겼다. 내가 공격할 생각만 했지, 코끼리가 나를 공격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왜냐면 코끼리는 딱 한 번 공격하려 했었고, 그것도 내가 대붕을 공격하는 바람에 포기했다.
대붕이 비칠거리며 부리로 법보를 토해냈다. 저게 바로 음양이기병이구나. 붉은색과 푸른색이 조화롭게 섞인 외관만 봐도 아우라가 느껴진다.
아가리를 내게 조준한 대붕이 병뚜껑을 딴다. 강한 흡력이 나를 빨아들였다. 코끼리 코가 꿈틀거리더니 나를 병으로 훌쩍 던졌다.
만근추 사용해야 했는데. 하나가 내 예상을 벗어나니 그 뒤로 줄줄이 실수했다. 맨날 저팔계를 전투 경험이 없다고 핀잔 줬는데, 사실 나도 강한 상대와 싸운 경험은 얼마 되지 않는다.
- 음양이기병. 혼돈이 아니니 분천염도 소용없구나.
이건 여의금고봉으로 깨고 나가야 할 것 같네요.
- 싸움이 너무 긴박해서 끼어들 틈도 없더구나. 무공은 이만하면 되었다. 이젠 법술에 열중해라. 최종 목표는 무공과 법술의 결합이다.
형님. 지금 실패하게 생겼는데 앞날을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습니까.
-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에 더욱 앞날을 생각해야지. 성공할 미래가 있으면 굳이 앞날을 준비할 필요 있겠느냐.
실패하면 어떻게 할 건가요?
- 천궁 뒤엎고 힘으로 내 꼬리 찾아와야지. 실패하면 꼬리를 포기한다는 사항은 계약에 없었거든.
음양이기병의 뜨겁고 차갑고, 가볍고 무거운 두 기운이 나를 공격했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나 무극일기거든. 무극은 태극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라고. 어디서 음양이기 따위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아도 분수가 있지.
- 작가의말
무협의 거장 김용 선생님이 향년 94세로 세상과 작별하셨습니다.
강호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지만, 협의는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아있을 겁니다.
좋은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무협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이런 소식을 접하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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