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각시대왕
"팔계, 우마왕 사촌 동생 누군지 알아?"
"우마왕이 사촌이 있다는 말 처음 들었는데."
제길. 사돈에 팔촌 줄여서 사촌인 건 아니겠지?
꼴 500만 단이 사실 많은 건 아니다. 1초에 3단 정도 베어 묶을 수 있으니까. 그럼 1시간에 1만은 할 수 있고, 하루면 24만. 혼자서도 대충 20일이면 끝낼 수 있는 양이다.
문제는 한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많이 돌아다녀야 한다. 그리고 저놈들이 꼴 품질이 안 좋다고 퇴짜 놓을 수도 있는 거고.
퇴짜 안 맞으려면 뇌물 먹여야 하는데, 뇌물 먹일 돈 없어서 꼴 베려 하는 거고.
그리고 삼장 정체가 들키면 이 초식 요괴들이 육식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저팔계의 물소도 고기를 넙죽넙죽 잘 받아먹었으니까.
"산을 좀 둘러보고 결정해도 되겠지?"
"왜?"
"꼴이 많은지 확인하고, 없으면 집에 편지 써서 금두 좀 보내 달라고 해야지."
"꼴이 얼마 없어. 그러니 바로 편지 써도 돼."
"그냥 달라고 하면 안 준단 말이야. 꼴이 없는 걸 확실히 확인해야 편지 쓸 수 있어."
"좋아. 그럼 마음껏 둘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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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큭. 자꾸 돼지를 멍청하다고 하는데, 사실 돼지는 소보다 훨씬 총명해."
꼴이 많은지 살핀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끝내 금두산을 벗어났다. 삼장법사 때문에 열흘 만에 산을 겨우 넘었다. 하루에 산길 60리밖에 못 걸은 셈이다.
삼장법사 탓을 할 게 아닌 게, 정식으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 금두산은 우리에게 적대적이었다. 그래서 그냥 산길을 걷는 것보다는 수십 배 힘든 여정이었다.
"멍청이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빨리 도망가자."
일단 금두산을 벗어나니 삼장마저 활기가 넘친다. 지금까지는 자기 영지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미숙한 요괴들만 상대하다가 지배력이 강한 놈을 만나 처음 고생한 거다.
백마가 여섯 다리를 분주하게 놀렸다. 금두산을 넘는 열흘 동안 아무것도 못 먹어서 다시 뼈가 앙상해졌다.
"전투 준비."
나와 저팔계를 제외한 나머지가 삼장을 에워싼다. 백마는 그 틈에 나무껍질을 갉아먹었다. 소 떼가 달려오며 작은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린다.
"나쁜 놈들. 날 속이다니."
눈이 퉁퉁 부은 붉은 소가 원망의 말을 쏟아냈다.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글썽한 걸 보니 죄책감을 느끼기는 개뿔. 멍청한 놈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면서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장안에서 온 삼장법사. 신분을 속이다니. 대왕한테 얻어맞았다."
누구냐고 질문한 적도 없잖아. 저팔계의 말에 정말 공감한다. 소는 돼지보다 멍청하다.
"삼장법사 빼고 다 죽여버려."
붉은 소의 외침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소가 달려왔다. 잠깐, 염소도 있네?
저팔계가 거신법으로 100미터 정도 크기로 변했다. 구치정파가 저팔계의 덩치에 알맞게 변한다. 저팔계는 커다란 구치정파를 바닥에 대고 덤벼오는 소 떼를 향해 쭉 밀었다.
아홉 발 사이로 소들이 빠져나왔다. 멍청하게 구치정파의 발에 부딪힌 소는 얼마 되지 않는다. 돼지와 소, 누가 더 멍청한가?
그래도 완전히 멍청하지 않은 저팔계는 키를 30미터 정도로 줄였다. 구치정파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덤비는 소를 처리했다.
사오정이 급히 주문을 외워 백갑을 방패처럼 세웠다. 힘만 세고 법력이 별로인 백마가 몸으로 백갑을 받쳤다. 개태는 자기 법력을 백갑에게 주입해 방어력을 보강했다.
오함마는 삼매진화를 크게 키워 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래도 불을 무릅쓰고 덤비는 요괴는 뒷발질로 시원하게 날려 보냈다.
제길. 분신술. 그것만 있으면 수천 마리 소 요괴는 뭣도 아닌데.
내 삼매진화는 암세포만 태운다. 그러니 이 요괴들에겐 아무 소용도 없다. 일반인이면 몰라도 요괴를 태우는 능력은 미약하다 못해 무시해도 될 정도니까.
어쩔 수 없이 여의금고봉을 들고 싸웠다. 밤송이가 주는 고통 때문에 동작의 정교함이 부족하다. 그래도 홍수와 싸우면서 강해진 힘 덕분에 원래보다 좀 더 강한 전투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
돌려차기에 발경을 실어 둥그런 뿔로 나를 찌르려던 물소를 쓰러뜨렸다. 축구공 차듯이 쓰러진 물소를 뻥 차버렸다. 덩치가 큰 물소가 빙글빙글 돌면서 다른 소들의 진로를 방해했다.
작은 언덕만 한 코뿔소가 고개를 바닥에 처박더니 뿔로 물소를 쳐버린다. 마치 삽으로 더러운 물건을 버리듯이 멀리 던져버렸다. 우마왕 사촌 동생은 영지 지배력이 강하지만 부하들에 대한 지배력은 약하구나. 멍청한 붉은 소가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수하들이 협동심이 전혀 없는 걸 보면.
- 하계에 내려온 지 얼마 안 되는 요괴일 수도 있다. 지배력이야 타고나지만, 수하를 조련하는 건 하루 이틀에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세상에는 세 가지 소가 가장 무섭다. 미친 소와 꼬리에 불붙은 소 그리고 눈에 뵈는 게 없는 소다. 지금 이 눈에 뵈는 게 없는 소들은 자신의 피해는 살피지도 않고 무작정 돌진한다. 백갑의 등껍질이 저러다 박살 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저팔계, 비켜."
흑풍산에서 흑웅의 수하들을 밀어버릴 때보다 더 굵은 여의금고봉을 만들었다. 크다고 더 무거워지는 건 아니다. 여의금고봉의 약점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저팔계의 구치정파는 크기가 커지면 무게도 무거워진다.
나도 거신법을 사용해서 여의금고봉을 밀었다. 저팔계도 구치정파를 바닥에 버리고 나를 도와 여의금고봉을 민다.
소가 여의금고봉에 깔려 터지는 소리가 듣기 거북했지만, 나와 저팔계는 오히려 더 힘을 냈다. 나 이러다 살인마 되는 거 아닌지 몰라. 점점 쾌감이 느끼진다.
쿵 소리와 함께 여의금고봉이 멈춘다. 언덕 크기의 코뿔소가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여의금고봉을 막느라 뿔이 부러졌고, 뇌진탕이라도 왔는지 바닥에 드러누워 일어나지 못한다.
저팔계가 구치정파를 소환하고 나는 여의금고봉을 작게 변화했다. 물소, 황소, 검정소, 얼룩소, 염소, 코뿔소. 그리고 무슨 소인지 모를 수많은 소가 삼장을 버려두고 나와 저팔계에게 덤벼들었다. 협동심은 엉망이어도 동료의식은 있나 보다.
그때 금두산에서 황금색 구름 하나가 빠르게 다가왔다. 구름 위에는 푸른 갑옷을 입고 뿔 하나가 난 요괴가 점강창을 들고 서 있었다.
"누가 감히 이 독각시대왕(獨角兕大王)의 수하를 괴롭히는가?"
이마가 아닌 코에 뾰족한 뿔이 났다. 이마와 머리에 굳은살이 잔뜩 박혀서 작은 뿔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가리만 봐도 머리로 뭔가 들이받기 좋아하는 놈인 걸 알 수 있다.
눈은 초롱불처럼 어슴푸레 밝다. 휘장 뒤의 등불처럼 은은한 느낌을 준다. 곧게 선 귀는 털이 없고 시커멓다. 혀는 좁고 긴데 자꾸 그걸로 코와 코에 난 뿔을 핥아댄다.
손에 든 점강창은 얼핏 봐도 괜찮은 무기다. 무척 무겁고 튼튼해 보인다.
"너 우마왕 사촌 동생이라며? 난 추산저다."
저팔계가 으름장을 놓자 요괴가 하하 웃는다.
"언제 추산저야? 수도(修道)의 길은 역수지행이라 불진즉퇴라는 말도 몰라? 넌 추산저의 이름을 얻을 때보다 훨씬 약해졌어."
수행의 길은 물을 거슬러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만히 있으면 뒤로 간다는 말이다. 부단히 전진하는 길밖에 없음을 강조하는 격언. 배운 요괴군.
"날 아는 걸 보니 너도 천계 출신인 것 같은데, 이대로 보내주면 안 될까?"
"내가 잠자는 사이에 산을 홀랑 넘어버렸구나. 다행히 늦지 않게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 경을 치를 뻔했다. 오늘 기분 좋으니 선심 쓰지. 삼장법사만 남겨두면 남은 자들은 떠나도 좋다."
- 조심해라. 실력이 쉬이 짐작 가지 않는다.
살아남은 요괴들이 우리를 크게 포위했다. 그리고 금두산에서 먼지를 뽀얗게 일구며 수만 마리 요괴가 발굽에 불붙도록 달려오고 있다.
도망은 이미 물 건너 갔다. 일단 저 우두머리를 처리하고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내가 약해졌다고? 내가 한동안 너무 얌전하게 지냈구나. 멍청한 놈들이 나를 우마왕 밑으로 놓지를 않나. 오늘 이 추산저가 네 금두산을 밀어버리겠다."
저팔계가 눈으로 흉악한 빛을 발하더니 원신을 드러냈다. 예전에도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미처 주의하지 않았다. 구치정파가 저팔계의 꼬리가 되어 원신 꽁무니에 붙었다.
코끼리 같기도 하고 하마 같기도 하고 코뿔소 같기도 한 저팔계의 원신이 거신법을 사용했다. 밤송이 덕분에 10배로 커진 법력이 저팔계의 원신을 키워줬다.
꾸에에엑.
고막이 터질듯한 소리를 지른 저팔계가 금두산을 향해 달려간다. 저팔계의 몸 주변에 검붉은 색 후광이 나타났다. 저팔계는 그대로인데 후광은 점점 덩치를 키웠다.
- 추산저가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방해를 받지 않으면 금두산을 무너뜨릴 수도 있겠다.
미욱하게 저팔계와 부딪친 소들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산산이 흩어졌다. 절구로 감자 칩 빻는 느낌이라고 할까?
독각시대왕이 구름을 돌려 금두산으로 돌아가더니 바닥에 내려 원신을 드러냈다.
코뿔소인 줄 알았는데 조금 다르다. 저팔계 원신의 머리가 몸통 절반 크기라면, 독각시대왕의 머리는 몸통보다 더 크다. 거신법도 안 사용하고 원신만 드러냈는데도 거신법을 사용한 저팔계보다 몸통이 더 컸다. 과장 좀 보태서, 독각시대왕의 머리만 해도 저팔계와 비슷한 크기다.
저팔계의 뻐드렁니가 길어진다. 꼬리를 휘휘 저으니 구치정파가 프로펠러처럼 돌아갔다. 그리고 두 괴수가 끝내 충돌했다.
저팔계는 두 뻐드렁니와 구치정파로 상대를 공격했고, 독각시대왕은 뿔 하나로 막아냈다. 저팔계의 완패다.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던 독각시대왕이 전력으로 돌진한 저팔계를 막아냈다. 산을 밀어버리려는 목적으로 달린 저팔계지만, 독각시대왕의 방어를 넘지 못했다.
- 차라리 산이라면 속성 덕분에 더 쉽게 밀어버렸을 텐데.
수만 마리 소가 환호를 터뜨렸다. 별로 보고 싶은 광경은 아니다. 저 수만 마리 소가 원숭이로 변하면 얼마나 좋을까.
해롱해롱하는 저팔계를 툭 차서 삼장 곁으로 보냈다. 언뜻 저팔계의 눈에 눈물이 맺힌 것 같다. 4품 천봉원수 자리에서 편하게 지내다 보니 급은 자신보다 낮은 신수에게도 져버렸다.
법력이야 천궁에서 숨만 쉬어도 조금씩 늘어난다. 그러니까 물리력이 약해진 거다. 더구나 밤송이로 법력이 무척 강해졌기에, 변명의 여지도 없이 순수한 힘에서 진 거다.
물리력 신수 출신인 저팔계에게는 법력이 아닌 힘에서 졌다는 게 더 수치스러울 거다.
다시 이족보행 형태로 변한 독각시대왕이 점강창을 휘휘 휘두르며 내게 다가왔다. 저팔계와 독각시대왕의 충돌을 지켜보며 끓어올랐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적당한 열기는 반응 속도를 높여준다. 그러나 그게 과하면 오판으로 상대에게 치명적인 요해를 내줄 수 있다.
"최약의 제천대성이라지?"
엥? 최악이 아닌 최약? 이 새끼 도발을 법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네?
"누구 가랑이 밑에서 고생하던 놈인지 모르지만, 이젠 저승에 가서 푹 쉬어라. 지옥 16층의 용암이 엄청 시원하거든. 거기에 몸 담가 그간 받아냈던 똥오줌 다 씻어버리거라."
독각시대왕의 눈에 불이 확 켜졌다. 원래는 휘장이나 초롱의 종이 껍데기에 가려진 것처럼 은은한 불빛이었는데, 내 조롱에 스위치가 확 켜진 모습이다.
깡. 까앙. 까아앙.
좋은 소리가 아니다. 무기 충돌음이 짧을수록 수비가 잘 해내는 거고, 길수록 공격이 잘하는 거다. 지금 충돌음이 점점 길어지고 있고, 나는 수비 태세다.
- 좋지 않다. 무공도 강하고 머리도 똑똑하고 자기 힘과 상대 힘을 정확히 판단해 완급조절도 잘하고 있다. 무공도 강하고 무기는 법보가 아니다. 그저 튼튼하기만 한 무기일 뿐. 여의금고봉 맞춤형 무기라고 할까.
형님. 설마 강신하시려고요?
- 그럼. 이놈 때려죽이면 아주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건 제가 해보겠습니다."
제길. 여유가 없어 생각으로 한다는 게 입으로 말이 튀어 나갔다. 다행히 이불을 걷어찰 정도로 부끄러운 말은 아니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이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인체의 요해는 분명히 뇌와 심장을 비롯한 뼈보다는 살에 가까운 조직들이니까.
그러나 신선의 싸움에서는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게 진리다.
뼈는 상대의 진체고, 살은 내 몸이다. 내 몸을 내주고 상대의 진체를 때리면 된다.
헉, 헉, 헉.
실제로 숨이 차거나 한 건 아니다. 나보다 무공이 훨씬 강한 독각시대왕의 공격에 몰려서 정신적으로 여유가 부족해 가쁜 숨을 몰아쉬는 거다.
- 강신?
아니요. 제 생각에 저놈은 숨겨둔 수가 한두 개 더 있을 것 같아요. 괜히 강신했다가 저놈 못 죽이면 내가 죽어요.
- 날 너무 얕보는구나. 내가 강신하면 저놈은 소멸이다.
형님, 구두충 때랑 말이 너무 다르신데요?
- 그땐 네가 너무 약해서 강신해봤자 어림도 없다. 그리고 소멸이 어렵지 죽이는 게 어렵다고 한 건 아니었고. 지금 넌 법보도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저놈 무조건 소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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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이 지났다. 독각시대왕을 응원하던 소들도 지쳐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되새김질한다. 백마도 눈치껏 바닥에서 나뭇가지를 주워 먹었다. 멀리 못 가서 주변에 씹을 수 있는 걸 다 먹어치웠다.
- 이대로 가면 우리가 이긴다.
사흘 동안 독각시대왕은 똑같은 무위를 자랑했다. 사흘 동안 시종일관 흐트러짐 없이 자기 수준을 고르게 뽑아냈다.
반면, 나는 들쑥날쑥 그 자체다. 실력을 넘어서는 무위를 보이기도 하고, 무공 배웠나 싶을 정도로 엉망인 공격과 수비를 펼치기도 했다.
다른 점이라면, 독각시대왕은 그대로지만 나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거다. 수준 이상의 요괴와 싸우면서 내 무공 재능을 꽃피우고 있다.
형님. 저놈 가끔 뭔가 고민하고 있어요. 숨겨둔 수를 꺼낼까 말까 갈등하는 것 같지 않아요?
- 나도 그런 느낌 받았다. 아무래도 빌려온 법보겠지?
좀 자세히 말해주세요. 지금 제 머리는 아주 단순하게 돌아간단 말이에요.
- 천계 출신이 분명한 저 요괴는 뭔가 의뢰를 받고 내려온 게 틀림없어. 만약 본신 실력으로 삼장을 잡으면 엄청난 선업을 받겠지. 그러나 실력이 부족해 빌려온 법보를 사용하면 선업이 깎이는 거다. 욕심 때문에 계속 주저하는 거지.
솔직히 지금까지는 살을 줄 여력도 없었다. 상대의 뼈를 취하기는커녕, 내 살을 내주려다 뼈를 내줄 판이었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난 가짜 진체로 놈을 속일 여력도 있고, 저놈의 진체를 제대로 때릴 자신도 있다.
그리고 내가 기다리던 느낌이 왔다. 독각시대왕이 절대 거둘 수 없는 공격을 펼쳤고, 나는 그걸 피하는 대신 공격으로 맞불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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