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선과 오지산
예전에는 불길이 어슬렁거렸는데, 지금은 불을 곱게 가루 내서 연단로 안에 고르게 뿌린 느낌이다. 불 가루가 고르게 꽉 차서, 마치 불에 잠수한 것 같은 느낌.
오히려 좋다. 불길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릴 때는 삼키는 게 불편했는데, 지금은 아이스크림 핥아 먹듯이 쉽게 넘길 수 있다.
무념에 무상. 그리고 장안법이 펼쳐졌다. 멍청한. 장안법은 법력이 없어도 펼칠 수 있는 거였는데. 항요승이 불탄 후 바로 펼쳤으면 더 쉽게 버텼을 텐데.
시종 굳어있던 법력이 움직인다. 투명술이 펼쳐졌다. 나는 삼매진화를 삼킬 수 있는데, 삼매진화가 나를 태우지 못한다.
왜냐면 삼매진화는 하나가 아니거든. 내가 삼킨 놈들이랑 남아있는 놈들이랑 서로 남남이다. 내게 공격받은 놈들이 뱃속에서 나를 인지하고 공격하지만, 내가 삼키지 못한 놈들은 여전히 나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랑신을 불러라. 저놈의 은신술을 깨야겠다."
오. 내 친구. 여의금고봉을 삼킨 일을 고자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내가 큰 은혜를 입었다. 이랑신이 알고 한 건지 모르고 한 건지 상관없다. 이랑신이 무슨 생각인지를 떠나서 내가 목숨뿐 아니라 영혼마저 구원받았으니까.
"노군이 이 하찮은 놈은 왜 부르셨소? 선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려오긴 했지만, 별로 일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라서."
"저놈이 특별한 은신술을 펼쳤다. 그걸 깨라."
태상노군의 말투가 무척 강압적이다. 둘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나 보네. 뭔가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랑신이 진안을 뜬 건가?
"장안법과 투명술을 펼치고 있습니다. 투명술만 깨면 됩니다. 1급 금단 세 개에 선업 삼천만."
오독오독 소리가 들린다. 이건 뭐지? 금단 씹는 소리?
이 또라이가 의뢰로 받은 금단을 보란 듯이 씹고 있다. 저런 놈이랑 친구 하면 나도 물들지 않을까? 어머니가 친구 가려서 사귀라고 그랬는데.
작은 개울에 아주 얇게 덮인 얼음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귀에 울렸다. 나는 내가 다시는 투명술을 펼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길. 지구에서는 투명술이 훨씬 소중한데. 장안법은 카메라를 속이지 못한단 말이야. 사채업자랑 조폭 사무실 털려던 계획은 이대로 물거품이 되고 마는 건가.
그 후로 머리를 비우고 마음도 비웠다. 들리는 소리는 내 마음에 닿지 않았고, 느껴지는 감각도 내 마음을 흔들지 못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삼매진화의 괴롭힘을 꿋꿋이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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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런두런.
정신을 차리니 말소리가 들린다. 삼매진화는 다 사라졌다. 손을 움직여 나를 만졌다.
다행히도 둥글지 않다. 내가 금단으로 변한 게 아닌가 잠깐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꿈인가? 손을 가랑이로 집어넣었다. 반들반들하다. 생시구나. 규목랑이 자른 물건이 다시 자라나지 않았구나.
손으로 더듬거리니 연단로 안이다. 내가 해석에 실패한 법문들이 손으로 만져진다. 연단로가 흔들거리는 걸 보니, 지금 이동 중인 것 같은데.
"사부님. 진짜 천지일선(天地一線)이라는 곳이 있나요?"
"나도 들어만 봤지 이번이 처음이다. 그나저나, 이번 손오공은 경지가 무척 낮아서 소멸할 거라고 하더니, 결국 우리가 의뢰를 받게 되었구나."
"천멸은 여의금고봉이 대신 맞아준 거고, 연단로에서 살아남은 것도 본신 실력은 아닐 거라면서요."
"넌 상대 법보에 지면 패배가 아니라고 우길 거야?"
택배 아저씨들. 정보 좀 줘. 잡담하지 말고.
"사부님. 왜 유독 이자만 다른 곳으로 보내는데요? 남섬부주에서 삼장법사와 가까운 곳에 데려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앞에 아홉은 다 남섬부주여서 일이 편했는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먼 길을 가야 해요? 의뢰비는 똑같구먼."
"합당하다면 의뢰를 받고, 받았으면 수행한다. 그 외에 다른 건 생각할 필요 없다."
"근데 천지일선으로 데려가면 삼장법사가 이자를 어떻게 찾아요?"
"내 추측이긴 한데. 천계에서는 삼장법사 만나기 전에 이자를 죽이려는 것 같다. 천지일선은 하늘과 땅이 붙어있는 곳이야. 모든 물건이 무거워지는 천지일선에서 오지산으로 이자를 깔아 죽일 생각인 것 같다."
그러니까. 우선 자축부터 하자. 난 연단로를 이겨냈다. 이유는 모르지만.
삼장법사는 남섬부주에서 태어난다. 그러니까 다른 아홉 팀도 연단로를 다 이겨냈다는 말이군. 나만 손오공에게 몸을 빼앗기지 않았다고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건가?
내가 오지산에 깔린 후 500년 안에 삼장법사가 나를 찾아내면, 나는 긴고아를 쓰고 서천으로 가야 한다. 무일푼으로 보디가드 역할을 해야 하는 거다.
500년 안에 삼장법사가 나를 찾아내지 못하면 손오공의 승리다. 그래서 천계의 것들은 손오공을 일부러 삼장법사랑 가까운 곳에 보냈다. 꼼짝달싹 못 하게 오지산으로 깔아서.
근데 나는 왜 특별대우지? 나는 왜 죽이려 하는 건데? 그냥 죽이는 거면 나도 이해해줄 생각 있어. 사람마다 입장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런데 왜 소멸하려고 애쓰는데? 환생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부활도 어렵게 하느냐고.
"오지산에 깔려도 안 죽으면요? 또 모종의 이유로 버텨낼지도 모르잖아요."
"삼장법사에게 사람 붙여서 찾아내게 하겠지. 그 의뢰는 우리가 받을 가능성이 크고 말이야."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누군가가 벌을 받지 않을까요?"
"누군가가 책임을 떠안겠지. 그러나 우리는 계약에 따라 움직이는 거라 걱정 안 해도 돼."
손오공은 산 세 개를 업고 걸을 수 있고, 네 개면 걷기 힘들지만 빠져나올 수 있다. 다섯 개의 산이어야 꼼짝 못 하고 깔린다.
그리고 법칙에 따라, 한 존재에게 산 다섯 개 이상을 얹지 못한다.
그러니까 이것들이 천지일선이라는 곳으로 보내, 강해진 중력으로 나를 깔아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 이거지?
여의금고봉. 나와라.
몸 상태가 정상이고, 법력도 원활하게 움직인다. 그런데도 여의금고봉이 여전히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연단로가 어마어마한 법보인 모양이다. 통배권으로 때리고 소리를 지르고 해도 밖에서는 아무 반응 없다. 심심해서 연단로의 법문을 더듬거렸다. 혹시 법문이 바뀐 거 없나 확인했는데, 삼매진화의 불빛을 빌어서 봤던 그 법문 그대로다. 의미는 여전히 모르겠고.
"저기에 놓으면 될까요?"
제자가 헐떡이며 말했다. 천지일선이라는 곳에 도착한 모양이다.
"토지신을 불러 물어보자. 괜히 잘못 놓으면 의뢰비 깎인다."
둘은 토지신을 불러서 가장 무거워지는 곳을 확인한 후, 연단로를 굴렸다. 구형이라서 쉽게 굴릴 줄 알았는데, 둘이 헉헉대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사부님. 사람 불러야겠어요. 둘이서 저기까지 힘들 것 같네요."
"느리더라도 둘이서 끝장 보자. 다른 사람 부르면 점수 나눠줘야 한다."
조금 굴리고 쉬고, 쉬고 조금 굴리고. 둘이 헉헉대는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연단로 안에 있는 나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았지만, 저 둘은 중력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이라고 했지. 공간의 중첩과 이중 소속 때문에 중력이 강해진 건가?
"제자야. 조금 이쪽으로 치우친 것 같지?"
"사부님. 제가 보기엔 딱 정확한 위치 같습니다. 그냥 의뢰 완수를 선포하시죠."
"아니야. 조금 움직여보자. 더 좋은 위치가 있을 수도 있어. 괜히 실수해서 의뢰비 깎이면 안 돼. 천계에서 무척 중요시하는 일이야."
제길. 사부라는 작자는 짜증 날 정도로 조심스럽다. 위치 조절만 벌써 수백 번은 했다. 아마 또 의뢰서를 꺼내서 위치가 맞는지 확인하고 있는 듯하다.
"사부님. 그런데 왜 천계에서는 우리에게 의뢰하나요? 우리 마교랑 천계가 사이가 별로인 걸로 아는데. 혹시 이걸 빌미로 우리에게 해코지하려는 거 아닐까요?"
"아냐. 천계 사람들보다 내가 의뢰에 훨씬 적합하기 때문이야. 이 연단로는 특별한 법보다. 이걸 33천에서부터 하계까지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얼마 없고, 그중에서 내가 가장 빠르고 확실하지."
빠른 건 모르겠는데, 확실한 건 느껴진다. 1밀리 단위로 연단로 위치를 조정한 게 수백 번이니.
"태상노군이 직접 하면 안 돼요?"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비밀인데. 이 연단로는 태상노군 소유가 아니야. 태상노군은 그저 이걸 이용해서 연단하거나 법보를 만들 뿐이다. 그러니 태상노군도 이 연단로를 함부로 움직이지 못해."
"그런데 왜 깨뜨리면 도솔궁의 연단실로 돌아가나요?"
"나도 몰라. 나라고 다 알 수가 있나. 이 연단로는 주인이 없고, 태상노군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밖에 몰라."
"사부님. 더 버티다가는 죽을 것 같아요. 그만 의뢰 완수를 선포하세요. 선업 점수 깎이면, 제 것만 깎으라고 할게요."
사부라는 작자가 끝내 의뢰 완수를 선포했다. 하늘에서 누군가가 내려와서 둘과 대화를 나눈다. 목소리랑 말투가 살짝 귀에 익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장군께서도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둘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떠나는 게 느껴진다. 중력이 얼마나 강했으면 코끼리 떼가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질까.
"네놈 때문에 자꾸 밑으로 법력이 새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거 치료하느라 선업 많이 소모했다. 오늘 네놈이 오지산에 깔려 죽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지켜봐야겠다."
여의금고침의 첫 희생자 거령신. 수면충으로 잠재웠을 때, 이놈만큼은 죽여버렸을 걸 그랬다.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 속 좁은 놈은 아직도 담아두고 있다. 밴댕이 소갈딱지.
화과산에서 싸울 때와 달리, 도끼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크다. 거령신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곳의 중력이 강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지.
쩌적. 연단로가 쪼개졌다. 나는 급히 여의금고봉을 토해냈다. 거령신을 한 대 후려친 후 도망치려는 생각이었는데, 여의금고봉을 꺼내기 무섭게 오지산이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네놈이 칠공으로 피를 흘리며 죽는 꼴을 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정통으로 깔렸구나."
숨이 막힌다. 제길. 의뢰를 받은 마교 놈이 너무 정확한 위치에 나를 내려놓았다. 서유기에서처럼 머리는 밖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산 중간에 깔렸다. 사방이 캄캄하다.
연단로 안에 있을 때는 삼매진화가 기승을 부려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오지산이 짓누르자 숨이 막히고 가슴이 갑갑하다.
제길. 이거 중력이 강하기도 하지만, 조금 이상하다.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힘이 아니라, 사방에서 나를 향해 짓쳐 드는 힘이다. 마치 내가 지구의 핵이라도 된 듯한 느낌.
'고맙다. 여의금고봉.'
여의금고봉이 오지산의 무게를 일부 분담했다. 천계 놈들도 멍청하지 않으니, 아마 강화된 오지산의 무게라면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섰을 거다. 하지만 내가 여의금고봉을 그렇게 빠르게 토해낼 줄은 몰랐겠지.
그러나 여기까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고 머리와 몸이 파업했다. 막막하다. 오지산이 내 몸만 누르는 게 아니라, 내 마음과 영혼마저 가쁘게 짓누르는 느낌이다.
- 장하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아하. 손오공이 찾아왔다. 몸은 여전히 무력하지만, 마음이 살아났다.
형님. 방법 없어요? 나 꼭 이겨내고 싶어요. 오지산을 뒤집고 천궁도 뒤집고, 세상을 다 뒤집어버리고 싶어요.
- 이걸 수련 기회라 생각하고 형천의 힘을 최대한 끌어내라. 오지산 꼭대기에 법력을 누르는 부적들이 붙어있어서 네 법력이 모두 동결되었다.
형님. 제가 뭘 버텨냈는지 알아요? 천멸을 버텨내고 삼매진화도 버텨냈어요. 이깟 오지산, 버텨내는 걸 넘어서 꼭 뒤집어 버리겠어요.
- 네가 천멸을 여의금고봉으로 이겨냈다는 소문이 삼계에 널리 퍼졌다. 합체에도 못 이른 놈이 오뢰를 합친 천멸을 버티는 바람에, 세상의 법칙이 크게 흔들렸다.
뭔지 모르겠지만, 제가 장한 건 맞죠? 그런데 연단로에서는 어떻게 버텼죠?
- 구엽영지초.
후후. 확신한다. 난 특별한 아이였고, 지금도 특별하고, 앞으로는 더 특별해질 거다. 난 주인공이다. 우연히 찾아간 곳에서 구엽영지초를 얻었고, 겁도 없이 삼켰다. 이랑신에게 잡혀갔을 때 운명에 항거할 수 없다는 갑갑함을 느꼈는데, 운명이 내 편이었어.
- 우리만 남았다. 앞에 아홉은 전부 실패했다. 그 탓에 천계에서 반동을 각오하고 너를 죽이려 마음먹은 거지. 너를 소멸하면 내가 혼원대라금선이 될 자격을 박탈당할 테니.
운명이 그렇게 흐르지 않을 거예요. 내가 힘낼게요.
- 자. 네 안에 있는 힘을 최대한 끌어내라. 지금 너는 오지산과 석가여래의 법력으로 눌리고 있다. 석가여래의 법력은 여의금고봉이 부담하고 있지만, 산의 무게는 네가 지탱하고 있다. 우선 산의 무게를 이겨낸 다음, 여의금고봉을 도와 여래불의 힘도 이겨내자.
머리를 비웠다. 준비 없이 급하게, 혹은 머리를 비우고 움직일 때 항상 최선의 결과가 나왔으니까.
구엽영지초. 삼매진화로 노릇노릇 익힌 구엽영지초가 내게 힘을 보태줬다. 연단로는 나 말고 구엽영지초를 단련한 셈이다. 내가 흡수하기 딱 좋게.
미처 내가 흡수하지 못했던 복숭아와 금단의 기운이 구엽영지초와 함께 내 몸에 솔솔 흡수된다. 원기도 키워주고 법력도 키워주고 힘도 키워준다.
형천은 원래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황제에게 머리를 잘리고 형천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형천(刑天)은 머리를 잘리는 벌을 받았다는 뜻이다. 인간에게 하늘이라고 할 수 있는 머리를 잘리고도 계속 투쟁한 형천은 전신 혹은 투신으로 불린다.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형천. 지금 부당하게 중력이 수십 배 되는 천지일선에서, 오지산도 모자라 여래불의 법력에까지 깔리는 상황에, 그 힘을 깨웠다.
합체의 경지에 이르러야 소화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형천의 힘이 모두 깨어났다. 사지와 백해를 맴돌며 힘을 보탰다.
- 삼매진화가 네 근골을 훌륭하게 다졌구나. 정화만 뽑아내서 금단으로 압축하려고 한 바람에, 네 몸이 예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아졌다.
연단로 안에서는 몸이 달라진 걸 느끼지 못했고, 연단로에서 해방되자마자 오지산에 깔리면서 몸이 달라졌는지 살필 겨를도 없었다.
손오공의 말을 듣고 정신을 모으니 몸이 좋아진 게 느껴졌다. 얼마나 좋아졌는지는 감이 안 잡히지만.
형님. 신중하게 고민하고 대답해 주세요. 제가 실수로 규목랑 그걸 터뜨렸는데, 규목랑이 가위로 내 그걸 잘랐어요. 작대기랑 알이랑 함께요. 혹시 저쪽 세상에서도 고자가 되나요?
- 걱정할 필요 없다. 저쪽 세상의 몸이 진신이니까. 다만 이쪽 세상에서는 계속 고자로 지내야 한다. 합체의 경지가 되더라도, 네 진신이 너무 약해서 이쪽 세상의 몸을 덮어씌울 정도는 아니니까.
이쪽에서 고자로 지내는 대신, 지구에선 종마로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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